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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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하는
작성일 : 17-11-10     조회 : 48     추천 : 0     분량 : 6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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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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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내버스 유리창으로 추지선이 보인다. 환하게 미소 지으며 부끄럽다는 듯이 수줍어서 조심스럽게 손을 조금만 들어 창밖을 향해 흔드는 사랑스럽고 예쁜 모습이다. 미소를 짓기도 하고, 방긋이 웃기도 하고, 창밖의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조금 숙이기도 한 모습으로 창밖을 본다. 환한 햇살을 받은 그녀의 모습은 너무 아름답고 예쁘게 보인다.

 

 다음 순간 모든 그림이 느린 화면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환하게 웃던 추진선이 타고 있던 시내버스가 갑자기 충격을 받고 요동치기 시작했다. 창밖을 보고 있던 추지선도 그 충격에 몸이 의자 위로 천천히 솟아 오른다. 느린 화면으로 놀란 그녀의 얼굴이 서서히 환하고 밝은 모습에서 점차적으로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는 당황한 얼굴로 변모하였다. 다음 순간 그녀의 주위로 차창 유리가 깨어져 반짝이는 수많은 유리 알갱이가 되어 별처럼 천천히 그녀 주위로 날아다녔다.

 

 다음 순간 느린 화면이 갑자기 정상 화면이 되면서 공중에 떠있던 추지선이 시내버스 지붕으로 곧장 내동댕이쳐 졌다. 바닥에 떨어져 구불다가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바로 화면이 바뀌듯이 차 바닥이 보였다. 그리고는 빠르게 버스가 몇 바퀴나 구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어어... 안 돼. 안 돼. 지선이 누나."

 

 원준은 잠에서 깼다. 깨어나 방을 보니 익숙하지 않은 것이 자기 집이 아니다. 순간 어딘가 싶어 벌떡 일어나 방을 살폈다. 그제야 익숙한 기억이 떠올랐다. 본가의 자기 방이다. 회사에 취직하면서 분가를 했는데 분가하기 전까지 사용하던 자기 방이다. 분가하기 전부터 집에는 잘 들어오지를 않아 근방 깨어났을 때 몰랐던 것이 당연했다.

 

 원준은 침대에 앉아 어제 일을 떠올렸다. 마지막까지 상민과 함께 술을 먹었던 기억은 난다. 정신을 잃기 전까지 친구와 나누었던 이야기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러다 상민이 자기는 시한폭탄이라고 하면서부터 기억이 잘 안 났다. 아마도 그 말에 대한 반감이나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하며 둘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마셨을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 숙취에 하는 예측이기는 하지만.

 

 "지선이 누나."

 

 자기의 위치를 확인하고 나서 그는 방금 전까지 꾸던 꿈을 다시 떠올렸다. 마치 옆에서 본 것처럼 너무 생생한 그림이었다. 특히 차창 밖으로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던 지선이 누나의 모습이나 행동이 마치 자기를 향해 그렇게 한 행동처럼 느껴질 만큼 생생했다.

  

 "그때 갑자기 없어져. 내 마음을 알고 이사를 갔나 했더니.

 ...

  그게 아니었네!

 ...

 휴... 내 때문인 줄...

 ...

  누나. 난 내 때문에 도망친 줄 알았어."

 

 마치 독백처럼 그 말을 하고 원준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을 이해하려면 1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때 취직하기 위해 상민과 매일 붙어 다녔던 원준은 친구 집에 갈 때면 지선이 누나에게 동생처럼 장난 반 농담 반으로 자기는 누나에게 장가갈 거라고 했었다. 상민이나 지선이 누나는 농으로 받아들였을지 몰라도 사실 원준의 속마음에는 그건 진실이었고 솔직한 자기 마음의 표현이었다.

  

 "어머머. 얘는 못하는 소리가 없어. 내가 두 살 많아."

  

 "두 살 정도면 연상 연하 딱이지. 아니냐 상민아. 하하하."

  

 "안 돼. 절대 안 돼. 그럼 내가 매형이라고 불러야 하잖아. 그건 절대 안 돼. 하하하."

  

 세 명이 이렇게 가족 같고 형제 같았던 것은 원준이 고등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원준의 아버지는 사법 고시를 통과하고 검사에 임용되었다가 곧바로 정보기관에 취업한 분이시다. 그 이후로는 계속 검사 일은 하질 않고 정보기관에 근무하며 나랏일만 하셨다. 그래서 조금은 보수적이고 완고하고 근엄하고 강압적인 분이셨다. 중학교 때까지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원준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두 사람 사이에 이해의 충돌이 일어났다. 그야말로 보수와 진보의 충돌처럼 보수적인 삶을 살았던 아버지는 원준을 자신의 틀 속에 담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분이 희망한 아들의 장례 직업은 사관학교를 나와 군인이 되거나 법대를 나와 자신과 같은 일을 하거나 아니면 정치가가 되는 것을 원하셨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과는 달랐다. 시를 좋아하고 소설을 좋아하던 아들은 시인이 되고 싶었고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극명한 이해의 충돌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이 원준이 고3이 될 때다. 둘의 갈등과 대립은 보수와 진보가 합칠 수 없듯이 물과 기름처럼 갈려져 있었다. 어느 누구도 합치려 하질 않았다. 결국 1년간의 전쟁과 투쟁과 갈등과 혼란 끝에 찾아낸 교집합이 서로의 욕심을 버리고 중간을 찾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기자가 되는 것으로, 아들은 영문과에 가는 것으로.

  

 대학에 입학하면서는 더 이상 부자지간의 대화는 없어졌다. 원준은 집에 들어가는 것이 고문이고 고통이라 여겼다. 그러던 차에 알게 된 친구가 추상민이다. 상민을 알고부터는 거의 매일 그의 자취방에 찾아가 살다시피 했다. 오죽하면 원준의 어머니가 자취방에 찾아와 한 달 용돈을 누나 지선에게 주기도 하고 반찬을 주고 가기도 했겠는가. 그렇게 원준은 그 집을 마치 자기 집인 양 이용했다. 그래서 지선이 누나와도 친해졌고 대학을 졸업할 때는 누나에게 결혼하겠다는 마음도 생겼던 것이다.

  

 "그 일만 없었어도.

 ...

  그 사고만 아니어도.

 ...

  지선이 누나에게..."

  

 방을 나오니 구수한 냄새가 났다. 엄마가 해장국을 끓인 모양이다. 부엌에 계시던 엄마가 원준을 보자 밝게 웃으며 어서 오라고 손을 흔들고 있다. 식탁에 앉으니 그제부터 엄마의 하소연이 시작되었다. 며칠 전부터 전화를 통해 듣던 말이기는 한데 옆에서 직접 들으니 그간 엄마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알 것 같았다.

  

 "너희 아버지 큰일이다. 새살림 차린 모양이야. 요새는 사흘에 한 번 꼴로 들어오신다. 이를 어쩌지."

  

 "너무 구박하신 거 아니에요."

  

 농으로 한 소리였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엄마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정색을 하시더니.

  

 "무슨 소리 하는데. 사흘에 한 번 들어오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구박하는데. 얼굴을 봐야 구박을 하지."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농으로 말했더니 정색을 하시기는. 그게 아니라 요즘 나랏일로 뭐 한다고 하셨잖아. 엄마가 나에게 그렇게 말해 놓고는.

  그래서 바쁘다며."

  

 "바쁜 건 바쁜 거고. 집에는 들어와야지. 왠지 이상해. 뭔가 안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바람피우기만 해봐. 내가 가만 안 있을 거야."

  

 원준은 엄마의 오해하는 듯한 말씀에 그냥 미소만 지었다. 그래야 엄마를 안심 시킬 수 있다 생각했다.

 

 아침을 막 먹기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 원준이 밥을 먹고 있어 엄마가 의자에서 일어나 인터폰 쪽으로 달려가셨다.

  

 "누구세..."

  

 엄마가 누구냐고 물어보려다 바로 문을 여는 버튼을 눌렀다. 현관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거실로 아버지 유민태가 정장을 입고 나타나셨다. 그의 출현에 밥을 먹고 있던 원준이 경직된 모습을 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아무 말도 없이 묵례로 인사만 했다.

  

 거실에 들어선 아버지가 식탁에 앉아 있는 아들을 보고는 대뜸

 "정치부에 갈 거다. 잘 좀 해 봐."

  

 정치부 이야기에 원준은 놀랐다. 일요일인 오늘이 지나고 내일 월요일부터는 수습이 끝나고 부서를 배정받기로 되어 있던 때였다. 아직은 자신이 어느 부서로 갈지 알지를 못했다. 그런데 장본인인 자기보다 아버지가 먼저 아셨다. 그새 원준의 얼굴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말을 듣고는 바로 몸을 돌려 아무 말도 없이 의자에 앉아 화가 난 듯이 밥을 꾸멱꾸멱 밀어넣으며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아버지가 불편한지 쓴소리를 하셨다.

 "약아야 출세를 하는데. 저래서야... 쯔쯔,

  어떻게 출세를 해. 내가 다 만들어 줘도 못 먹게 생겼어."

 그리고는 옆에 있는 엄마에게 화를 내듯이 큰 소리로

 "당신이 좀 잘 가르쳐 봐요. 융통성이 저리도 없어서야."

  

 그 말에 불편한지 원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엄마, 저 갈 께요. 잘 먹었습니다."

 

 원준에게 첫사랑은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이성적으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추지선이다. 그녀에게서 이성에 대한 사랑을 느꼈기 때문에 그녀는 그의 첫사랑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그의 곁에 없다.

 

 다른 첫사랑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다. 모정을 알기 전에 그는 부정에 더 강한 이끌림을 받았고 그래서 그는 그걸 첫사랑이라 여긴다. 이성을 알기 전의 동성으로서, 혈연을 통한 부정으로서, 아버지는 사랑으로 다가왔다. 그 사랑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또 다른 첫사랑도 유지되지는 못하고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되어 버렸고 그에게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가장 큰 트라우마로 되어 있다. 아버지가 트라우마라는 생각을 할 때 그는 전날 상민과 있었던 뒤에 일이 떠올랐다. 술기운에 잊은 줄 알았던 마지막 대화가 생생하게 기억나기 시작했다.

 

 

 "좋은 대학 갈 수 있었으니까.

  대학에 안전하게 합격할 수 있으니까.

  대학만 갈 수 있으면. 좋은 대학만 갈 수 있으면.

  부나방처럼 불에라도 뛰어들 입장이었으니까."

  

 그 대답에 원준은 더 이상의 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 시대에 그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시대를 상징하는 말이며 모든 이유를 다 따져도 그보다 더 확실한 이유도 없을 말이었다.

   

 상민이 미소를 지었다. 흔한 말로 썩소라고 말하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 네가 마지막에 만났던 사람 중에 이상한 말을 했다는 사람이 있었다고 했지."

  

 원준이 기억이 났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래. 특별한 이야기를 했던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의 말로는 더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듯이 말했는데.

  다른 사람은 그거에 대하여 일언반구 입을 열지를 않았어.

  대체 그게 뭐냐?"

  

 "그 사람이 자기 입으로 한 경고는 딱 하나야. 앞에서 내가 한 이야기. 대학 가는 것에 대한 경고.

  그런데.

 ...

  그런데 말이야.

  그의 다이어리나 컴퓨터의 데일리 기록장에는 이상한 말을 써놓은 것이 있어."

  

 "그걸 어떻게 알아?"

  

 "도청하고 감시한다고 했잖아. 감시가 뭐야. 컴퓨터 사용에서부터 인터넷 이용까지 전부잖아.

 ...

  모르겠어?

  거짓과 험담과 욕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불법 입시비리로 대학간 자식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무슨 짓이던 다하던 곳이야.

  무슨 짓이던 다. 도둑질도. 불법 입시비리도. 거기다 그... 그... 여하튼 전부 다.

 ...

  안 믿어지냐.

  오죽하면 자식들 죽음도 손수 제 손으로 산 사람들인데. 그걸 못하겠냐.

  그가 하는 일은 뭐든 다 알았어. 전부 다. 깡그리.

 ...

  그러니까 그게 어떤 식이였느냐 하면..."

 

 상민은 뭔가를 자꾸 설명하려고 했다. 그 모습은 어떻게 보면 자세히 말하려는 의도 같이 보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 설명하려는 이유를 말하려면 꼭 필요한 뭔가가 있는데 그걸 말 할 수 없어 숨기려고 둘러서 말하느라 이야기가 길어진 형태였다.

  

 원준이 긴 이야기에 됐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그렇다 치고. 그래서 그게 뭔데."

  

 상민이 갑자기 자기가 마시던 술잔과 원준이 마시던 술잔을 엎어포개 놓더니.

 "엿듣고 감시하는 자들이 시체의 산을 만들 것이다.

  엿듣고 감시하는 자들이 피의 강물을 만들 것이다.

  엿듣고 감시하는 자들이 수없이 많은 시체의 산을 만들 것이다.

  그들이 만든 시체의 산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엿듣고 감시하는 자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어 시체의 산이 만들어질 것이다."

  

 원준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해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에

 "이건 누구에 대한 경고야?

  대체 얼마나 큰일이 일어난다는 뜻이야?"

  

 상민이 단호한 어투로

 "우리에게 일어나는 죽음보다 더 큰 죽임이 있다는 미래 경고."

  

 "무슨 근거로?"

  

 "그사람이 우리에게 말한 저주가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으니까."

  

 "에이 설마.

 ...

  오해한 거 아냐. 이번 비행기 사고처럼. 아니면 누나 일처럼 괜한 자격지심과 자괴감이 그 일들이 너희들 때문이라 생각하듯이.

 ...

  그 이야기도 그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허상 같은데."

  

 "아냐. 정말이야. 지금 우리 안에 뭔가 일이 일어나듯이 미래에는 그 사람이 말한 그 일이 일어날 거야."

  

 심각하게 말하는 상민의 모습에 원준은 내심 사뭇 놀랐다. 그의 말이 사실이면 더 큰 죽음이 앞으로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된다.

  

 "에이, 오해야. 아니면 혹시... 그래, 그 같은 일을 한 사람들이 자기들 죄를 덮으려고 만든 말 아냐.

 ...

  도둑질로 대학간 사실을 숨기려고 다른 이슈를 터트린 모양샌데.

 ...

  아니냐? 죄 지은 사람들 입에서 나온 말이잖아. 죄를 숨기려고 했던 너희 고향 사람들이 한 이야기잖아.

 ...

  은폐와 조작을 일삼던 사람들이 한 말을 어떻게 믿냐.

  자식들을 죽을 줄 알고도 불법으로 도둑질한 것으로 입시비리나 저지르던 사람들 입에서 나온 말인데.

 ...

  도둑질한 놈이, 불법을 저지르던 부모가, 입시비리를 저지른 인간이.

  바른 말을 하겠냐? 자기 살 궁리나 아니면 내가 처음에 했던 말처럼 더 큰 불법이나 생각하지.

  그거다. 그거. 다른 불법을 위해 거짓말 한 거다. 거짓말.

  그 사람의 것을 봤다는 식으로 해서. "

  

 상민이 원준의 조금은 비아냥거리고 조롱하는 듯한 말에 아무런 대답도 못했다. 사실 상민이 이 말을 한 이면에는 그간 자기가 숨기고 있던 어떤 사실을 말하고 싶은 욕심에 꺼내놓았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반응이, 원준의 태도가, 그의 마음 같지 않아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둘은 다시 서로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서로의 술잔에 술만 부어라 마셔라 했다. 그러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원준이다.

  

 "미안하다. 네 죄도 아닌 일을 가지고. 그때 그곳에 살았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두고 내가 너무 죄인처럼 몰았다.

  미안하다. 그리고 우리 자주 좀 연락하자. 내 전화 좀 받고."

  

 상민이 갑자기 단호하게 대답했다.

 "안 돼. 이게 끝이야. 더 이상 보지 마."

  

 "무슨 소리야. 이게 끝이라니. 다시 잠수함 타겠다는 말이야? 왜? 왜 나에게서 도망치는 거야?"

  

 상민이 대답은 하질 않고 원준의 얼굴만 똑바로 봤다.

  

 원준이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이

 "무슨 일인데? 왜 이러는 거야?"

  

 상민이 고개를 숙이며 천천히 말했다.

 "내가 시한폭탄이라서. 내 옆에 있으면 안 돼. 난 시한폭탄이야. 너도 다쳐."

 

작가의 말
 

 "엿듣고 감시하는 자들이 시체의 산을 만들 것이다.

  엿듣고 감시하는 자들이 피의 강물을 만들 것이다.

  엿듣고 감시하는 자들이 수없이 많은 시체의 산을 만들 것이다.

  그들이 만든 시체의 산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엿듣고 감시하는 자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어 시체의 산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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