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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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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작성일 : 17-11-14     조회 : 58     추천 : 0     분량 : 9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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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동네 안 공원.

 

 동네 주민들이 많이 나와 산책을 하거나 봄날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현대에서 이 모습은 일반적인 모습이다. A.I와 로봇으로 인해 삶이 윤택해진 사람들은 시간의 여유가 많았다. 그 여유를 이런 식의 산책이나 쉼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들 중 특이한 한 사람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잔디에 자리를 깔고 앉아 쉬고 있는데 그 사람만은 맨바닥인 잔디 위에 벌렁 드러누워 잠들어 있는 모습이다. 뒤척이며 몸을 돌리는데 그 사람의 얼굴은 며칠 전 찬이 사무실에서 모니터로 보았던 그 사람이다. 큐브가 선택했던 그 사람인 거다.

 

 그는 지금 마치 아무렇게나 잠들어 있는 모습처럼 맨 바닥에 누워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잘 갖추어진 환경 속에서 때로는 휴고까지 대동하고 편안하고 안락하게 쉬는데. 그만은 그렇지 않은 예전 노숙자처럼 아니면 야만인처럼 옷을 입은 채 맨바닥에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운동복을 입은 찬이 지켜보고 있다. 그의 옆에는 언제나 그렇듯 두 대의 휴고가 같이 있었다.

 

 잠시 보고 있던 찬이 여전히 앞을 보고서 말했다.

 "큐브, 로이는 저 사람의 집 근처에 가서 우리가 영상으로 봤던 그 휴고가 집에 오는지 감시해.

 ...

  큐브, 네가 영상으로 감시를 하고 있지만 현장에 나타났을 때 놓치지 않으려면 거기 있는 게 좋겠어.

  그리고... 레온은 내 옆에 있어.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파워 슈트를 입지 않아 나는 나설 수 없으니 레온이 옆에 있어야 겠다."

 

 뒤에 있는 두 휴고 중 로이의 스피커를 통해 큐브가 대답을 했다.

 "예"

 

 로이가 대답을 하고는 바로 지시한 집으로 달려갔다.

 

 로이가 가고 난 뒤에도 찬은 계속 앞을 주시하며 감시 대상자를 살폈다. 그때 그들 옆으로 20살 정도의 젊은 남녀가 지나가고 있었다. 남자는 민희 친구인 설민의 동생 창동이고 여자는 그의 여자친구 혜정이다.

 

 창동이 찬 바로 옆을 지나가며 주변 사람들은 의식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걱정 마. 안 다쳐. 걱정 말라니까.

  네 말처럼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는지 알려면 그 방법 뿐이야.

 ...

  감시자가 있다며."

 

 혜정도 옆에 서있는 찬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옆을 지나가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래도 너무 위험한 거 아냐. 잘못하다가 정말 추락하면 어떻게."

 

 창동이 여전히 걱정할 것 없다는 듯이 옆에 있는 혜정의 볼을 가볍게 꼬집으며

 "걱정 말라니까. 이번 기회에 내가 확실하게 보여줄게. 감시자가 있는지 없는지."

 

 혜정이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안 그래도 되는데. 그냥 내 의심일 뿐인데."

 

 "이상하다며. 그럼 풀어봐야지. 언제까지 의심하며 살래."

 

 "그래도, 그렇다고 직접 지붕에 올라가 뛰어내릴 필요는 없는데. 위험할 까봐."

 

 창동이 자기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나 믿지. 걱정하지 말고 나만 믿어. 난 안 다쳐. 그건 그렇고 여기는 좋은 집이 별로 없다."

 

 혜정이 대답을 하고는 고개를 들어 동네를 한 번 둘러보며 말했다. 

 "그렇지. 우리 동네 집들이 대부분 높아.

 ...

  너희 동네처럼 단독 주택이 별로 없어.

  저쪽으로 가면 몇 군데 있기는 한데. 너무 외곽이라."

 

 혜정이 가리키는 곳을 보며 밝게 말했다.

 "그럼 딱이지. 그래야 확실하게 알 수 있지. 거기 가자."

 

 그렇게 말하며 둘은 찬 앞을 스쳐 지나갔다. 둘의 이야기에 감시자를 보고 있던 찬이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지 다급히 고개를 돌려 지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유심히 보았다. 찬에게는 창동이 말한 '감시자'라는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감시자를 보다 말고 고개를 돌려 멀어지는 창동과 혜정을 봤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첫 예감은 아침에 벌써 시작되었다. 설민은 며칠 동안 아침마다 동생 창동이 여자친구인 혜정과 영상 통화를 하는 통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언제 한 번 꼬투리만 집히면 한 마디 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던 중이었다. 흔한 말로 눈꼴스러워했던 일이다.

 

 오늘 아침에 벼르고 있던 그녀의 마음과는 달리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창동은 영상 통화를 하지 않고 음성 통화만 했고, 거기다 이어를 이용한 비밀 통화를 했다. 거기까지 였다면 설민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통화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 중에서 동생의 대답이 그녀의 마음을 붙들었다.

 

 연신 "응응, 알아, 안다니까, 걱정하지 마, 괜찮다니까, 그래, 또 그런다, 내가 다 알아서 할게"등등의 대답이었다. 20살이나 먹은 동생이 음성 통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 하겠지만. 그녀 입장에서 동생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 대신에 돌봐오던 자식 같은 동생이고. 더 큰 문제는 그가 보통 아이들 이상의 말썽꾸러기로 성인이 될 때까지 자라왔다는 심각성에 있었다.

 

 두 형제는 누나가 6살 때 엄마가 혼돈 시기의 광풍 속에 돌아가셨다. 어느 아파트 단지 붕괴 사고 때 그곳에 계셨다가 변을 당하셨다. 그때 동생의 나이가 1살이었다. 그때부터 누나는 엄마가 되어 동생을 돌보았다. 보모용 휴머노이드가 있기는 했지만 교감을 나누는 단계는 누나가 엄마였다.

 

 누나 나이 10살 때 그동안 유일한 어른으로 두 형제를 지켜왔던 아버지가 다시 혼돈 시기의 광풍에 돌아가셨다. H강 강변 공원에서 '박수의 외침'에 참가 했다가 돌아오시지 않았다. 동생의 나이가 5살이었는데 그때 벌써 집이 좁다고 몰래 도망치며 사고를 치던 말썽꾸러기였다.

 

 혼돈 시기가 끝나지 않을 때였는데 집을 무턱대고 나가는 동생 때문에 누나는 한때도 편안할 날이 없었다. 15년 동안 동생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았던 날이 없었고, 동생이 사고를 치지 않은 날도 없었다.

 

 창동은 키가 조금 작고 다부진 몸매다. 165,6이 조금 넘거나 그 정도의 키다. 누나 설민이처럼 통통하지는 않고 마른 편이다. 키 이야기가 나오면 그는 부모님이 없어 잘 거둬 먹이질 않아 그렇다고 했고, 누나는 하도 싸돌아다니고 사고를 치는 바람에 키가 클 새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설민은 부모님 생각에 뒤로 가서 울기도 했었다.

 

 키가 조금 작아서 그런지 얼굴은 동안이라 아직도 10대 초반으로 보인다. 말썽은 많이 부리지만 성격이 모나거나 비틀어진 것은 아니다. 마음 씀씀이가 아주 착하고 사람을 대할 때는 여린 성격이다. 지금 나이가 직업을 구할 나이인데 자칭 휴식년제라고 스스로 규정하고 세상 구경을 하는 중이다.

 

 누나 입장에서는 그렇게 키운 동생이기에 그가 하는 말만 들어도 근방 뭔가 일을 꾸미고 있음을 알 정도는 되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창동을 보고 나서 속삭이듯이 설민이 허공을 향해 말했다.

 "엔디알, 오늘 기분이 좀 이상해. 창동이 알티에프에게 은밀하게 연결해서 그 애 잘 감시하라고 해. 너도 어디 가는지 꼭 확인해서 나에게 통보하고."

 

 천장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예, 알겠습니다."

 

 홈 A.I의 대답에도 불안했던지 설민은 다시 확인을 했다.

 "혜정이하고 뭐 하는지 잘 확인해야 해. 뭔가 사고를 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렇게 말하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2층을 올려다봤다.

 

 

 다음 예감은 창동의 여자친구인 혜정을 관리하는 PSWC 요원에 의해 나타났다. 그 사람이 바로 3구역 소속의 김동주였다. 아침에 출근하여 자기 관리하에 있는 5000명의 일상을 확인할 때만 하여도 혜정은 그리 관심 인물이 아니었다. 보통 5000명 중에 20명에서 30명 내외의 위험군 인물을 요주인물로 설정하여 특별 관리하는 것이 PSWC의 위험관리 방식이다. 김동주의 경우는 최대 인원인 30명을 위험군 관리대상으로 설정하여 특별 관리했다. 그 특별 관리 대상에 혜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제3구역 관리 A.I인 MPI 7에게서 HAL 9으로 특별 통보가 왔을 때가 첫 시작이었다.

 [최근에 정체불명의 휴고가 위험인물이나 위험인물의 NDR-11에 접근하여 사고를 유도하는 것 같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담당자 분들과 HAL 9은 위험인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정체불명의 휴고가 접근하는 것에 주의해 주십시오.]

 

 이 통보를 보고 난 그가 처음 한 행동은 위험인물에 대한 재 조사였다. 보통 요원이라면 HAL 9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할 일을 그는 외면하지 않고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그 과정에서 갑자기 불거진 인물이 혜정이다. 그때 혜정이 창동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대화 내용에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를 특별 대상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혜정과 창동이 공원을 걷고 있는 모습이 김동주의 대형 모니터에 나타났다.

 

 "아냐. 정말로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 같았다니까."

 

 "선입견 아니지. 정말로 누가 널 감시하고 있었단 말이지."

 

 "그렇다니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내가 자살을 기도할 때 정확하게 나타나 날 구해."

 

 "엔디알도 있고 알티에프도 있잖아."

 

 "그건 집에서 일이지. 그럼 집 밖에서는. 집 밖에서 자살을 시도할 때 구조된 거는."

 

 "알았다. 알았으니까, 아픈 그 이야기는 더 하지 마. 내가 확인해보면 알겠지."

 

 "너 정말 그 일할 거야. 자살로 보이게 할 거야."

 

 "응, 결심했어. 언제까지 의심하며 살래. 이번 기회에 내가 확인시켜 줄게."

 

 혜정은 20살로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그 또래 아이들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다섯 살 때 부모님 모두가 혼돈 시기의 광풍에 돌아가셨다. H강 강변에서 거행된 '박수의 외침'에 참가했다가 돌아오시지 않았다. 그때 이후로 친척 하나 없는 혼자 몸이 되었다.

 

 나라에서 관리하는 집단 거주 시설에서 당시 A.I인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와 함께 살면서 자랐다. 아파트 단지 형식인 그 집단 거주 시설에는 혜정과 같은 혼자 몸이 된 고아들이 사는 집들이 많았다. 간혹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 어른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아이들이 사는 거주지였다. 그들 모두는 휴머노이드 A.I를 새로운 가족으로 알고 살았다.

 

 문제는 그녀가 조금 민감한 성격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가족을 잊고 새로운 생활에 동화되어 살았는데, 그녀만은 그렇지 않고 계속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겨우 5살 어린 시절에 잃어버린 가족임에도 그녀는 10년을 잊지 않고 살았다. 15살이 되던 해에 처음으로 부모님이 그립다며 자살 시도를 했다. 처음 행동은 PSWC가 가동 중지되었던 시기라 응급 구조대에 구조되어 병원에서 몇 달을 입원해야 할 정도였다.

 

 그 뒤로 정신과 심리 치료를 받으며 입퇴원을 반복했는데 그 사이에 몇 번의 시도가 더 있었다. 그때는 PSWC가 가동이 시작된 시점이라 그녀를 위험군 관리 대상으로 설정하여 매번 요원들의 도움으로 위험은 막을 수 있었다. 20살이 된 지금은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좋아졌다. 작년 이후로는 별다른 사고를 치지 않았다.

 

 겉모습은 전형적인 말괄량이 형태다. 난해한 모양을 한 광대 옷 같은 알룩달룩한 색깔의 옷을 입었다. 설민은 늘 옷에서부터 벌써 마음에 들어 하질 않았다. 누가 보면 '날 좀 봐주세요'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얼굴은 동글동글한 것이 귀여운 외모다. 그 귀여운 외모에 스모키 화장을 어둡고 찐하게 하여 강인하게 보이게 하였다. 하지만 설민은 그걸 마치 존비 같다는 식으로 창동에게 표현했다. 몸매는 창동처럼 마른 편이라 설민이 늘 뭘 먹고 다니기는 하느냐고 핀잔을 주곤 했다.

 

 그들이 걸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동주는 모니터로 보고 있었다.

 "같이 이야기하는 남자가 남자친구지."

 

 "예, 최근에 사귀기 시작한 남자친구입니다. 저 사람을 만나고 난 뒤로는 위험수치가 급격하게 줄어 위험군에서 제외하였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가르치는 것이 원인인데."

 

 "어떻게 할까요. 휴고가 접근할 인물로 설정할까요?"

 

 "아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대화 내용이 왠지 불길해.

 ...

  오늘만 특별 관리에 올려놓고 잘 관찰해."

 

 "예."

 

 이 뒤로는 관리 대상자 중 자살자나 자살 기도자 중에서 정체불명의 휴고와 접촉이 있었는지 재 검사를 하느라 바빠서 관심을 두지 못 했다. 김동주 그가 누구인가. PSWC 3구역 안에서 가장 열심히 자기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닌가. 그런 그에게 새로운 일이 주어졌으니 그냥 넘어갈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올 초부터 지금까지 제법 많은 관리 대상자들이 정체불명의 휴고와 접촉을 하였고. 무음의 영상이 제법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행인 것은 그 과정에서 어떤 NDR-11은 A.I 아시모프 법칙에 통제를 받아 주인을 보호했음을 알았다. 그렇지 못한 경우는 NDR-11과 소유주가 대화를 하였고 그 이후에는 어김없이 자살시도가 있었다.

 

 문제는 며칠 전 찬이 봉착한 어려움과 같은 어려움을 그도 경험하고 있었다. 영상은 있어도 영상 속의 정체불명 휴고가 어떤 명령어를 A.I에게 주었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다. 거기다 인식 코드 신호가 없는 정체불명의 휴고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갔는지 찾아낼 수도 없었다. 그걸 찾겠다고 계속 매달려 있었다.

 

 

 마지막 예감은 찬이다. 찬이 두 휴고와 이야기를 할 때 그들 앞을 지나간 두 연인의 말을 듣고 단번에 이상함을 느꼈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사람들의 말을 유심히 듣고 그 언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었다. 단번에 두 사람 중에서 남자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뭐야, 내가 잘못 들었나.

 ...

  남자가 뭔가 일을 하려고 하는 건 맞는데.

 ...

  왜 내가 뜨끔하지. 감시당하고 있다는 말 때문일까? 아니면 나타나서 구한다는 말 때문일까? 뭐지? 이 불편한 마음은.'

 

 공원에 나와있는 사람들 속으로 연인이 사라질 때까지 그는 계속 둘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을 보다 말고 고개를 돌려 레온을 보며 말했다.

 

 "큐브, 레온으로 저 사람 잘 감시하고 있어."

 

 "어디 가시려고요?"

 

 "응, 방금 이상한 걸 들은 것 같아 확인 좀 하고 올게."

 

 "예, 갔다 오십시오. 여긴 제가 감시하겠습니다."

 

 레온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는 두 명이 사라진 곳으로 다급히 달려갔다.

 

 

 소파에 앉아 모니터를 통해 전자책을 읽고 있던 설민이 무의식적인 습관처럼 또 눈은 모니터를 보고 입으로는 창동의 안부를 물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만큼 틈만 나면 아니면 생각만 나면 계속 NDR-11에게 창동의 안부를 물었다.

 

 "창동이 지금 어디 있어?"

 

 "지금 혜정씨 집 근처 공원에 있습니다. 지금은 공원 안에서 이동 중입니다."

 

 여전히 눈은 모니터의 전자책을 보며

 "사람들 많은 곳이네."

 

 그 말을 하면서 그녀는 안심을 했다. 사람 없는 곳보다 많은 곳이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이 지금의 심정이었다.

 

 다시 책을 읽으려고 하다가

 "혹시 지금 두 사람 무슨 이야기하는지 들을 수는 없을까?

  알디에프을 통해서."

 

 "원칙적으로는 상대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동생분의 그간 성향으로 보나 알티에프 세븐의 방금 통보로 보나 필요할 것 같네요. 바로 들려드리겠습니다."

 

 NDR-11이 뭔가 연락을 받은 것처럼 이야기를 하더니 바로 둘의 대화 내용을 들려주었다.

 

 혜정 목소리가 불안한지 떨린다. "하지 말자. 응. 위험해. 하지마. 응."

 

 창동 목소리 "괜찮아. 넌 지켜보기나 해. 내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확인시켜 줄 테니."

 

 혜정 목소리 "저기는 너무 높아. 다른데 가자."

 

 창동 목소리 "좀 그렇지. 저기서 뛰어내리면 많이 다치겠지."

 

 혜정 목소리 "그래 저기는 안 돼. 저기 말고 저쪽으로 가면 2층 집들이나 단층 집들 몇 개 있어. 거기 가자."

 

 창동 목소리 "그래 좋아. 가자. 어디 가 뛰어내리기 좋을까?"

 

 창동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설민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손은 어느새 얼굴에 가 있었다. 많이 놀란 모양이다. 당황하거나 겁을 먹은 모습이 분명해 보인다. 그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어어어 어떻게, 우리 창동이 지금 어떻게."

 

 "씨 포에 자동차를 호출할까요. 가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그 그래야겠지. 그래. 그렇게 해죠."

 

 설민이 당황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때 휴고가 외출할 수 있는 옷을 가지고 왔다.

 

 

 김동주는 정체불명의 휴고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타날 때도 귀신처럼 갑자기 나타나더니 사라질 때도 흔적도 없이 귀신처럼 사라졌다. 사라진 휴고를 찾겠다고 그는 HAL 9과 함께 올해 사고들 모두를 다시 재생해 보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일이 쉽게 해결되지 않아 가슴이 답답해지고 있던 때였다. 갑자기 앞쪽 모니터에 붉은 표시가 나타나 화면이 붉게 번쩍이며 HAL 9의 경고 방송이 나왔다.

 

 "경고, 경고. 적색 경고. 조금 전 특별 대상자로 올려놓은 이혜정이 위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디야, 어디. 영상 올려 봐."

 

 김동주의 말에 모니터에 있던 재생화면이 모두 사라지고 실시간 화면이 나타났다. 화면에는 혜정과 창동이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 안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인도를 걷고 있는 두 사람의 행동이 이상한 것은 연신 주변의 집들을 두리번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그 행동은 먹잇감을 찾는 야수처럼 뭔가를 찾는 행동이 분명해 보인다.

 

 김동주가 그 모습을 보고는

 "지금 뭐 하는 거지? 왜 집들을 두리번거리는 거야?"

 

 "조금 전에 한 말에 따르면 뛰어내릴 집을 찾는 것 같습니다."

 

 HAL 9이 말을 하고 나서는 방금 전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재생시켜 주었다.

 

 혜정 목소리 "저 집은 별로다. 지붕에 올라가기도 힘들겠어."

 

 창동 목소리 "나도 그렇게 생각된다. 특히나 주인과 휴고가 다 있어. 가까이 가기도 전에 잡히겠다."

 

 혜정 목소리 "그럼 어디 가 좋을까? 저 집은 너무 낮겠지."

 

 창동 목소리 "저건 창고잖아. 꼬맹이들이나 올라가는 곳이야. 누가 자살로 보이겠냐."

 

 창동의 입에서 자살이라는 말에 김동주는 버럭 화를 냈다.

 "제길, 제기랄. 겨우 20살 밖에 안 된 애들인데. 제기랄, 뭐가 그리 힘들다고 저런 선택을 하려 해. 어서 막을 방법을 찾아."

 

 "지금 나서면 좀 전에 두 사람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감시하는 걸 더 의심하게 되지 않을까요."

 

 "에이 바보 같은 놈들. 다 저들을 구하기 위해 하는 일인데, 그걸 의심을 해. 이제 어떻게 한다. 그럼 주변에 만일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나 휴고가 있는지 확인해 봐."

 

 김동주가 회사 일에 적극적인 이유는 지금 같은 일이 생겼을 때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겠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창동과 혜정의 일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아직은 젊은 두 청년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서 당장이라도 뛰어 갈 수 있다면 가고 싶은 마음으로 안달이 나 있었다.

 

 모니터에 두 사람이 이동하는 모습의 영상이 작아지며 가운데서 좌측으로 이동하고 그들 주변의 넓은 화면이 우측에 나타났다. 우측 화면은 상하로 두 개 화면인데 하나는 두 사람의 앞쪽의 넓은 전경이고 다른 하나는 두 사람의 뒤쪽 넓은 전경이다.

 

 그 순간 김동주가 환하게 웃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잠깜 멈춰. 거기서 멈춰. 저기 있다. 저기. 이제 됐어. 이제 구할 수 있어."

 

 [각주: 주거지 공원.]

  S 시 안에 존재하는 주거 공간은 모두 13개로 13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구역마다 특징적인 큰 공원을 한 곳씩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는 숫자식 구역을 부르기 보다 어느 공원 동네 하는 식으로 호칭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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