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스네이크맨
작가 : 엄길윤
작품등록일 : 2017.11.8
  첫회보기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작성일 : 17-11-08     조회 : 85     추천 : 0     분량 : 3547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순간, 다섯 놈이 한꺼번에 나를 덮쳤다. 이 개새끼들 봐라. 나를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먼저 내 얼굴에 주먹을 휘두르는 놈의 가슴을 밀치고, 좀 떨어져서 발길질하는 놈의 발을 붙잡았다. 인정사정 봐주면 안 된다. 껑충껑충 뛰는 녀석의 복부에 주먹을 내리꽂고, 내 팔을 붙잡은 놈을 뿌리쳤다. 놈들의 몸무게는 기껏해야 60 킬로그램. 난 운동을 하고 살을 찌워서 키 178에 몸무게는 80 킬로에 육박했다. 피지컬에서 상대가 안 된다. 마치 유치원생이 대학생에게 덤벼드는 꼴이었다. 날 잡았다. 오늘 아주 죽어봐라. 이리저리 날아오는 주먹들을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붙여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이게 메이웨더의 어깨라는 거다. 새끼들아.

 

 어느새 등 뒤로 접근한 놈이 내 목을 한쪽 팔로 감은 후 조였다. 컥! 숨이 막혀 눈앞이 흐려지는 순간, 사방에서 주먹이 날아들었다. 눈앞에서 별이 펑펑 터졌다. 이 비겁한 새끼들이! 허우적거리며 뒤로 손을 뻗었다. 목을 조르는 놈은 이리저리 내 손을 피하며 나를 끌고 뒷걸음질 쳤다. 숨은 막히지. 몸이 뒤로 쏠려 중심은 못 잡겠지. 힘을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주먹과 발이 사정없이 내리꽂혔다. 입안에서 피 맛이 났다. 일단 뒤에 놈부터 떼어 놓으면. 그것만 성공하면 너네들은 아주 피똥 싼다!

 

 온몸을 뒤틀며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 뒤에 붙은 매미 자식이 한순간 굽은 등을 타고 눈앞으로 떨어졌다. 발밑에 꿈틀거리는 놈을 한 대 걷어차려고 발을 드는 순간, 어느새 사방을 둘러싼 놈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내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몸이 여기저기로 흔들리다가 균형을 잃고 땅에 처박혔다. 얼굴로 사커킥이 날아들었다. 퍽! 머리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정신이 아득해졌다. 다시 몇 번의 발길질이 이어지다가 눈앞이 컴컴해졌다. 그리고 블랙아웃.

 

 

 

 얼굴이 불덩이처럼 뜨겁다. 양 볼이 퉁퉁 부어 입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가 깨지는 두통에 신음을 흘리며 일어섰다. 눈두덩은 뭔가가 붙은 듯 무거웠다. 손을 들어 만지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너무 아팠다. 주위를 둘러봤다. 길거리였다. 저만치 수십 개의 담배꽁초가 버려졌다. 그제야 고딩들한테 다구리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맞은 애를 비롯해 고딩들이 싹 사라졌다. 씨발 새끼들이. 너네들은 이제 죽었다. 씩씩거리며 일어나다가 끙하고 다시 주저앉았다. 난생 처음 노가다 뛰었을 때처럼 온몸이 땡기고, 무거웠다. 끙끙대며 주머니를 뒤졌다. 다행히도 그놈들이 핸드폰을 훔쳐가지는 않았다. 핸드폰을 꺼내 부재중 통화가 온 걸 확인하고 비틀비틀 일어섰다. 맞은 애의 연락처가 있으니 너네들은 이제 뒈질 준비 해라.

 

 저만치 떨어진 검은 봉지를 주워들고 집으로 향했다. 내가, 씨발. 고딩들한테 다구리나 당하고. 씨발. 쪽팔려서 얼굴도 못 들겠네.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옆구리가 시큰거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몇 걸음 걸을 때마다 헉헉거렸다. 창피해서 병원도 못 가겠다. 일단 몸부터 회복하고, 맞은 애한테 놈들의 행방을 묻자.

 

 거리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다행이다. 오지게 맞은 걸 들키지는 않을 테니. 집에는 이미 엄마와 아빠가 와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바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이런 쪽팔린 모습을 어떻게 보여줘. 군대를 만기 전역했다는 놈이 전역하자마자 맞고 다닌다면 어떤 얼굴로 볼지 알만했다. 아오, 그 새끼들 잡히면 죽여 버린다.

 

 

 

 꼬박 3일 동안 집 안에서 가족들을 피해 다녔다. 밥도 따로 먹고, 친구들 만나러 나간 것처럼 인기척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혈기 왕성할 때라도 치료를 받지 않는 한 회복이 더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병원에 다녀오자. 이러다간 몇 개월간 밖에서 떠돌아야 할지도 몰랐다. 절대로 가족들에게 들키면 안 된다. 쪽팔려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니라고.

 

 집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밖으로 나섰다. 병원으로 향하는 와중에 다구리 맞았던 골목이 보였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눈앞으로 날아들던 발길질이 떠오름과 동시에 온몸으로 전해지던 고통이 생각났다. 숨이 막히면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씨발.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들어 골목을 확인했다. 교복을 입은 고딩들이 언뜻 보였다. 그 새끼들이다. 나를 밟았던 씨발 고딩 새끼들.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양손이 파르르 떨렸다. 내가 지금 쫀 건가? 저딴 새끼들한테?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어차피 지금은 몸을 회복해야 하니까 그냥 봐주는 거다.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지나쳤다. 누군가가 부른 것 같았지만, 생각해보니 잘못 들은 거였다.

 

 병원에서는 누구한테 폭행을 당했느냐고. 진단서를 때겠냐고 물었다. 잠시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다가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남자가 가오가 있지. 똑같이 갚아주면 그만인 것을. 입원하라는 말에 통원 치료하겠다고 우겨 겨우 병원을 빠져나왔다. 한 달 정도 병원을 오가면서 치료받을 생각에 답답해졌다. 잠깐이나마 후회했다. 그냥 껴들지 말걸. 하지만, 곧 마음을 바꿔 먹었다. 눈앞에서 부당한 일이 벌어지는데 겁쟁이처럼 모른 척 지나가면 그거야말로 남자가 아니다. 난 남자다. 맨 중의 맨. 휴잭맨처럼. 아, 이건 아니고.

 

 골목 근처로 오자 또 심장이 두근거렸다.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이런 나 자신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안 되겠다. 조금이라도 몸이 회복되면 바로 족쳐야지. 무슨 씨발 새가슴도 아니고. 다행히도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골목을 지나다가 다세대 빌라 앞에 경찰차 두 대가 선 게 보였다. 동네 주민들이 경찰차 주위에 모여 웅성거렸다. 뭔 일이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다세대 빌라 현관으로 정복 차림의 경찰들이 오갔다. 뭔가 사건이 터진 모양이었다. 경찰들에게 대놓고 물어보긴 뭐해서 주위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현이 엄마, 얘기 들었어요? 왜, 3층에 혼자 사는 여자가 발바리한테 당했대요.”

 

 “쯧쯧. 그러니까 문단속을 잘해야지.”

 

 “혼자 사니까 문에다가 3중 잠금장치까지 해 놓은 모양이더라고요. 그러면 뭐해. 창문을 넘어서 왔다잖아요. 3층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아까 경찰한테 물어보니까 귀찮아하면서도 알려주더라고. 열린 창문으로 침입했대요.”

 

 “어떻게 창문으로 왔대요? 무슨 스파이더맨도 아니고.”

 

 “저기 보이죠. 가스 배관. 그걸 타고 넘어왔대요. 아유, 무서워서 어떻게 살아요? 이사를 하든가 해야지. 남편한테 아무리 무섭다고 말해도 그냥 허허 괜찮다고만 하고.”

 

 경찰에 대한 반감으로 소문이 사실일 거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강간 사건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 아주 질 나쁜 놈이다. 인터넷으로 발바리에 대한 글을 봤다. 주로 혼자 사는 여자를 노리고, 반지하든 3층이든 창문만 열려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침입한다고. 더 가관인 건 범행을 한 후 현장을 깨끗이 정리한다는 사실이었다. 스카치테이프로 자기 음모를 회수하고, 물티슈로 흔적을 닦아낸 후 주머니에 챙기는 건 기본이었다. 아예 피해자에게 샤워를 시켜 혹시라도 남은 자신의 흔적을 말끔히 제거했다.

 

 세상엔 쓰레기 같은 놈들이 너무 많다. 저런 놈은 고추를 잘라야 한다. 사회와 영원히 격리 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나한테 걸리기만 해봐. 다시는 여자들한테 껄떡거리지 못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32 슈퍼내츄럴(3) 시즌1 완결 12/15 311 0
31 슈퍼내츄럴(2) 12/14 335 0
30 슈퍼내츄럴(1) 12/13 309 0
29 그녀(2) 12/12 330 0
28 그녀(1) 12/11 283 0
27 여혐? 남혐?(3) 12/8 289 0
26 여혐? 남혐?(2) 12/7 301 0
25 여혐? 남혐?(1) 12/6 299 0
24 소도둑은 처음부터 소도둑이다 12/5 306 0
23 I see you 12/4 322 0
22 번외- 뱀 여자는 불타오른다 12/1 325 0
21 딸이라서, 딸 같아서 11/30 341 0
20 죽음이 너를 바라본다(3) 11/29 318 0
19 죽음이 너를 바라본다(2) 11/28 329 0
18 죽음이 너를 바라본다(1) 11/27 292 0
17 번외-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11/24 292 0
16 부처님 오신 날 11/23 304 0
15 뱀은 뱀을 잡아 먹는다(4) 11/22 331 0
14 뱀은 뱀을 잡아 먹는다(3) 11/21 309 0
13 뱀은 뱀을 잡아 먹는다(2) 11/20 309 0
12 뱀은 뱀을 잡아 먹는다(1) 11/17 337 0
11 CCTV 조까! 11/16 326 0
10 동생 개새끼 11/15 309 0
9 페도 새끼는 다 죽어야 해 11/14 316 0
8 번외- 몇 달 전 기억에서 쌩까버린 일화 11/14 308 0
7 스네이크맨의 탄생 '더 비기닝' 11/13 316 0
6 먹잇감은 사방에 널렸다 11/12 331 0
5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야? 11/10 318 0
4 스파이더맨? 아니, 스네이크맨! 11/9 281 0
3 빤스런 11/8 309 0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