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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네이크맨
작가 : 엄길윤
작품등록일 : 201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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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은 사방에 널렸다
작성일 : 17-11-12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5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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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났다. 주저앉아 웅얼대는 놈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놈이 두려움에 떨며 신음을 흘렸다.

 

 “좋냐? 응? 너는 이게 좋냐고, 개새끼야.”

 

 “아뇨. 안 좋아요. 죄송해요. 우린 그냥 걔가 좋아하는 줄 알고.”

 

 “끝까지 되도 않는 핑계 댈래?”

 

 놈의 면상을 바닥에 처박았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얼굴을 짓뭉개자 놈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왜요. 왜 제가 이렇게 맞아야 하는데요? 다른 애들은요? 걔들도 똑같이 했다고요.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건데요?”

 

 “억울하냐? 그 생각밖에 안 나지? 당한 여자애 생각 안 해봤어?”

 

 “세상은 원래 약육강식 아니에요? 약자는 그렇게 당해도 할 말 없다고요. 다들 그리 말하잖아요. 왜 저한테만 그래요. 돈 많으면 다 되고. 거지면 당해도 싸고. 그렇잖아요. 뉴스에서 그러잖아요. 주위에서 맨날 보는 게 그건데. 아니에요? 제 말 틀렸어요?”

 

 말문이 막혔다. 치열한 경쟁 사회의 부작용이었다. 언제부턴가 사회 전체적으로 남을 짓밟고 서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힘이 곧 선인 시대였다. 힘을 휘두르려는 열망이 성범죄로 나타나는 거였다. 막아야 한다. 잘못된 건 잘못된 거다.

 

 땅바닥을 기며 질질 짜는 놈의 불알을 잡았다. 놈이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뒤틀었다. 터뜨릴까 하다가 참았다. 녀석의 귀에 대고 소곤댔다.

 

 “경찰에 자수해라. 아니면 진짜 터뜨린다. 너뿐만 아니라 민기찬을 비롯해서 가담한 놈들 전부다.”

 

 절대 가볍지 않은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놈의 바지를 벗긴 후 팬티까지 내렸다.

 

 “움직이면 뒤진다.”

 

 핸드폰으로 놈의 꼴사나운 반나체 사진을 찍었다. 놈의 얼굴이 굴욕으로 일그러졌다. 사진까지 찍혔으니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할 터였다.

 

 자수하면 바로 인터넷에 퍼뜨릴 생각이다. 놈은 여자애한테 이보다 더 심한 짓을 했다. 당해도 싸다.

 

 뱀의 힘을 어떻게 써야 할지 확신이 들었다. 성범죄는 기본적으로 무력을 사용해 남을 지배하려는 행위다. 나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힘이 생겼고, 힘을 사용해 남을 짓밟고 싶다. 인정해야 한다. 다만, 그 대상이 성범죄자일 뿐이다.

 

 

 

 즉톡이라는 스마트폰 채팅 어플이 있다. 즉시 톡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요즘 시대상을 반영하는 이름이었다. 말이 톡이지 실상은 조건만남의 온상지였다.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가 주기능인 즉톡은 무슨, 포식자들이 우글거리는 정글 같았다.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혈안이었다. 한쪽은 성을 또 다른 한쪽은 돈을.

 

 그 안에서 서로가 뒤엉키는 가운데 심각한 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성을 매수한 남자가 협박을 당해 500만 원이 넘는 돈을 뜯기는가 하면, 성을 판 고등학생 여자애가 모텔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 시대에 성이야말로 사고파는 물건에 불과했다. 돈이 곧 힘인 사회였다. 그 힘을 위해 성을 미끼로 돈을 갈취하는 부류가 많았다. 떳떳지 못한 성 매수자의 약점을 잡아 힘을 휘두르는 엄연한 성범죄였다.

 

 전율이 일면서 피가 차갑게 식었다. 이 느낌이 올 때면 뭐라도 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이런 게 바로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일까? 형광 뱀에 물린 후로 모든 게 변했다. 힘은 힘으로 짓눌러야 한다.

 

 즉톡 어플을 다운받아 실행했다. 성인 인증이나 신분 확인 이런 건 당연히 없었다. 채팅방 목록을 확인하니 제목이 온통 조건만남을 원하는 내용뿐이었다. 야한대화해요모텔콜?, 지금바로섹파구함, 술한잔서울25남, 쿨거래가능선지불 등등 대부분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이 올린 글이었다. 찌질한 새끼들. 발정 난 개처럼 헐떡이니 똥오줌 못 가리지. 상당수는 꽃뱀에게 물려 돈이고 가오고 간에 뭐든 가진 걸 토해낼 터였다.

 

 채팅방을 하나 만들었다. 제목은 지금서울만남선지불35. 올리자마자 다이렉트 메시지가 날아왔다. 오빠나가능22살이고여기는사당임. 조금 놀랐다. 이렇게 많은 채팅 목록이 올라온 상태인데도 바로 답이 왔다는 건 그만큼 성 매수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였다.

 

 이어 은지라는 대화명을 가진 사람이 채팅방에 들어왔다. 오자마자 대뜸 채팅창에 글자를 쳤다. 오빠나21살인데영등포근처친구도있음. 친구? 수상쩍었다. 친구도 있다는 건 두 명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암시였다. 남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달콤한 유혹. 어쩌면 요즘 기승을 부린다는 십 대 꽃뱀 단일지도 몰랐다.

 

 일단 만나자고 답을 하고는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그 여자는 즉톡에서 계속 연락하면 되는데 왜 번호를 따느냐고 되물었다. 뭐, 그건 나도 찬성이었다. 어차피 신분이 드러나서 좋을 일은 없었다.

 

 영등포역 롯데백화점 앞에서 보기로 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택시를 타고 영등포역으로 향하면서도 즉톡에서 알람 음이 계속 울렸다. 확인해보니 만나기로 한 상대방이 보낸 메시지였다. 오빠바로술사가지고텔로. 내가봐둔텔있음. 빨리와요친구가춥대요.

 

 롯데백화점 앞에 도착하자마자 한눈에 봐도 고등학생으로밖에 안 보이는 여자애 2명이 주변을 서성거렸다.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혹시 즉톡?”

 

 “예. 오빠.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기다렸잖아요.”

 

 키가 큰 여자애가 호들갑을 떨면서 반겼고, 친구인 듯한 작은 여자애가 옆에서 재촉했다.

 

 “빨리 들어가요. 추워요.”

 

 별로 춥지도 않은데 들어가자고 하는 걸 보니 뭔가 급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근데 너네들 되게 어려 보인다. 혹시 미성년자 아냐? 그럼 나 좆되는데.”

 

 “오빠. 지금 우리 못 믿어요? 그냥 갈까요?”

 

 보통 남자라면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라도 그냥 간다는 말에 기겁하며 매달릴 것이다. 거기에다 옆에서 친구가 묘한 말로 부추겼다.

 

 “오늘 진짜 술 땡긴다. 이러다가 줄지도 모르는데. 아 나 진짜 추워. 은지야 우리 그냥 다른 사람 찾자.”

 

 이러면 백퍼 안 넘어 오고는 못 배긴다. 쟤들은 발정 난 남자를 다루는 게 능숙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그냥 넘어가 주는 척하자.

 

 “야. 왜 그러냐. 그냥 해 본 말이야. 친구는 이름이 뭐라고?”

 

 친구가 짐짓 삐진 척 입을 삐죽이며 대꾸했다.

 

 “제 이름은 왜요? 미성년자라면서요?”

 

 “누가 미성년자랬냐. 혹시 모르니까 해 본 말이지. 추우니까 얼른 들어가자. 아, 친구가 좋아하는 술부터 잔뜩 사고.”

 

 은지가 친구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우리가 원래 그런 오해 많이 받잖아. 어쩌겠어. 저 오빠도 일부러 그러진 않았을 거야.”

 

 미친년. 쑈 한다. 둘이 팔짱을 낀 후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걸어갔다. 뒤따르면서 주위를 살폈다. 아직 10시가 안 된 터라 근처는 행인들로 가득했다. 피트 기관의 열 감지 능력으로 롯데백화점 뒤편에서 무리 지어 모인 사람들을 발견했지만, 그게 같은 일당인지 단순히 회식이 끝난 다른 모임인지는 분간할 수 없었다.

 

 편의점에서 캔 맥주 몇 개와 소주 서너 병. 간단한 안줏거리도 샀다. 술을 고른 건 은지였고, 정작 술이 땡긴다는 친구는 옆에서 열심히 카톡만 했다. 힐끔 훔쳐보려고 하자 휙 뒤돌아섰다. 즉톡은 아니니까 두 탕 뛰려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모텔비를 계산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문을 잠그고 맥주와 소주를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다. 은지가 숏다리와 육포의 포장을 뜯으면서 재잘거렸다.

 

 “근데 오빠 있지. 오빠는 뭐 하는 사람이야? 돈 많아? 되게 궁금하다. 회사원? 아님 공무원? 한 달 월급은 얼마 받는데?”

 

 “돈 떼먹을까 봐 그러냐? 자, 여기 35.”

 

 지갑에서 돈을 꺼내주고, 슬쩍 문 쪽을 봤다. 친구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문 주위를 서성거렸다. 은지가 육포 한 조각을 입에 물고는 화제를 돌렸다.

 

 “나 친오빠가 있는데. 엄청 무서운 사람이거든? 우리 오빠 조폭이야. 지금 친구들 끌고 다니면서 나 찾는대.”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짐짓 놀란 얼굴로 물었다.

 

 “널 왜 찾는데?”

 

 “실은 나 중학생이거든. 이제 중3. 친구도 마찬가지고.”

 

 “뭐? 왜 그걸 지금 말하는데?”

 

 “오빠, 지금 그게 문제야? 미성년자랑 것도 두 명씩이나 모텔로 데리고 온 건 뭔데?”

 “뭔 소리야? 니들이 들어오자고 그랬잖아?”

 

 “우리가 언제? 오빠가 돈 준다며. 집에 들어가려는 우릴 꼬드겼잖아. 두 명이면 50준다면서 왜 35밖에 안 줘?”

 

 어이가 없어서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이런 수법인가? 쾅쾅!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누, 누구세요?”

 

 일부러 말을 더듬으며 문밖을 살폈다. 살이 뒤룩뒤룩 찐 덩치가 셋이었다. 게다가 파랗게 식은 기다란 물건을 들었다. 직각으로 깎인 게 각목 같았다. 도대체 니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냐? 은지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어떡해! 우리 오빤가 봐.”

 

 “잠깐, 문, 문 열지 마!”

 

 내가 뒤로 물러서며 외치자 친구가 못 들은 척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방문이 열리자마자 양팔에 문신을 한 돼지 3마리가 쿵쾅거리며 뛰어 들어왔다. 예상대로 한 손에는 각목을 들었다. 은지가 오빠를 외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제일 뒤에 들어온 놈이 문을 잠그고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나를 노려봤다.

 

 “너 이 새끼. 뭐야? 왜 우리 은지랑 같이 있어?”

 

 “그, 그게요. 제가 조건만남을 했는데. 그 뭐냐. 아, 동생분이 연락을 하셔서. 그래서 같이 들어온 거거든요.”

 

 “씨발 놈아. 그게 말이 돼냐? 쟤들 지금 미성년자인 거 몰라? 그것도 두 명씩이나?”

 

 제일 앞선 놈이 각목을 들어 내 머리를 두드렸다.

 

 “어이 털리네. 야이 씨발아. 딱 봐도 중딩이고만. 눈 꼴았냐?”

 

 “그건···”

 

 머리를 때리는 각목을 바라보다가 슬며시 눈을 내리깔았다.

 

 “분명히 미성년자 아니랬어요. 먼저 즉톡으로 연락 온···”

 

 중간에 있던 놈이 갑자기 튀어나와 발로 내 배를 걷어찼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윽! 소리를 내며 허리를 굽혔다.

 

 “꿇어. 씨발아.”

 

 허둥대며 무릎을 꿇었다. 놈이 내 따귀를 찰싹찰싹 때리며 말을 이었다.

 

 “뭐? 조건만남? 먼저 연락이 와? 개 어그로 끄네. 미성년자를 돈으로 산 쓰레기가 지금 뭐라는 거냐?”

 

 고개를 숙인 채 허벅지 위에 놓인 양손을 파르르 떨었다. 울어야 하나? 오빠 역할을 맡은 놈이 앞으로 나와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지금 너네 가족들한테 이 사실 알릴까? 어떻게 할래?”

 

 “제발 가족들한테는···”

 

 훌쩍이며 어깨를 떨자 놈들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다 됐거니 생각한 모양이었다. 만약 진짜 피해자라면 이제는 놈들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대충 일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알 것 같았다.

 

 피해자들은 조건만남이 범죄라는 걸 알지만 한 거고. 그래서 신고도 못 하고. 막상 가해자 세 명이 들이닥쳐서 각목으로 때리고 위협하니까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고. 그 상태에서 얘가 미성년자인데 어떻게 할 거냐고. 너네 가족이나 혹은 아내한테 통보하겠다고 협박하고. 그럼 그걸로 모든 상황은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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