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스네이크맨
작가 : 엄길윤
작품등록일 : 201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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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몇 달 전 기억에서 쌩까버린 일화
작성일 : 17-11-14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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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동네를 감시하느라 밤을 새웠다. 벌써 며칠째 이러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한밤중에 골목에 숨어 기다려도 발바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침대에서 뒤척이다 길게 하품했다. 아침에 자 오후 늦게 일어나니 피곤에 쩔었다. 능력이 생기면 뭐하냐고. 밤낮이 바뀌면 힘든 건 마찬가진데. 썅. 이럼 보통 사람과 다를 게 뭐야?

 

 투덜대다가 혀를 깨물었다. 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대로 침대로 쓰러졌다. 팔뿐만 아니라 손가락 발가락도 꼼지락거릴 수 없었다. 온몸이 굳었다. 눈만 굴려서 주위를 살폈다. 어떻게 된 거지? 가위눌렸나? 뭔 놈의 가위가 자다가 일어나니까 걸려? 이거 귀신같은 게 나오겠네?

 

 계속 기다려도 방안 풍경은 그냥 오후의 내방이었다. 창문에서 햇볕이 들어오고, 조금 있으니 엄마가 싱크대에서 달그락달그락 설거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이대로 다시 자라는 이야긴가?

 

 “형. 나 옷 좀 빌릴게.”

 

 동생 놈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옷장에서 하나밖에 없는 외출복을 꺼내 갔다. 아니, 저 새끼가? 다급함에 몸을 뒤틀자 얼마 후 다시 몸이 움직였다. 벌떡 일어나 온몸을 더듬었다. 왜 마비가 된 걸까? 설마 혀를 깨물어서?

 

 한 번 혀를 씹어봤다. 혀 양옆에 뾰족한 두 개의 이가 닿는 걸 느끼면서 몸이 마비돼 침대로 고꾸라졌다. 아, 어느새 송곳니가 났구나. 틀림없다. 뱀의 독을 가지게 된 거였다. 원래 독을 가진 생물은 자기 독에 면역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뭐야, 이게. 왜 이리 허술해?

 

 “형. 나 신발 좀.”

 

 동생 놈이 다시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맘대로 서랍 뒤편 공간에 숨겨놓은 새 운동화를 들고 나갔다. 야 이 개새끼야! 아무리 발버둥 쳐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입술도 떼어지지 않아 말도 못 했다. 야, 인마! 거기 안 서? 나도 아직 못 신어봤단 말이다! 한정판이라고!

 

 어쨌든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긴 거였다. 내가 내 독에 당한 게 이정도인데 보통 사람이 독에 중독되면 아마 몇 시간은 꿈쩍도 못 할 거다. 앞으로는 하품할 때나 밥 먹을 때 송곳니가 입안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형. 돈.”

 동생 놈이 다시 들어왔다. 으아! 아! 안 돼! 잠깐만! 여전히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동생이 옷걸이에 걸어놓은 바지를 뒤져 5만 원을 들고 사라졌다. 그래 다 가져가라 쌍놈 새끼야. 저 새끼한테 다 뺏기기 싫어서라도 절대 혀 안 깨문다. 아흑. 나쁜 새끼. 개새끼.

 

 “형.”

 

 동생 놈이 또 들어왔다. 내 목에 찬 목걸이를 빼 갔다. 눈물이 났다. ······잘못했습니다. 동생님아. 이제 그만 멈춰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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