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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네이크맨
작가 : 엄길윤
작품등록일 : 201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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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 새끼는 다 죽어야 해
작성일 : 17-11-14     조회 : 316     추천 : 0     분량 : 4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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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일고등학교에 나타난 발바리는 밤보다 낮에 찾는 게 더 쉬울 거였다. 혹시라도 거리를 활보하면 다른 사람과의 온도 차로 눈에 확 뜨일 테지. 하지만, 놈은 낮에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밤에도 차가운 몸 때문인지 동네 어디에서도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혹시 다른 지역으로 도주한 걸까? 그럼 쫓아야 한다. 끝까지 추격해서 잡아야 한다. 단지, 아무런 정보도 없다는 게 문제였다. 뭔 단서라도 있어야 찾지. 이럴 땐 어디 가서 셜록이라도 데려왔으면 좋겠다. 내가 왓슨인데 막 옆에서 셜록을 부려먹어. 네놈은 그냥 하루하루 똥 만드는, 아니 추리하는 기계일 뿐이지!

 

 어쨌든 놈에 대한 거라면 아무거나 상관없었다. 이대로는 노답이다. 대체 어디로 가서 찾아야 하나.

 

 문득, 손등을 물었던 형광 뱀을 떠올렸다. 지금껏 깜빡 잊었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 뱀이 나를 물었듯이 발바리도 문 게 틀림없다. 3층에서 2층을 거쳐 순식간에 1층으로 내려오는 능력은 뱀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어떻게 된 게 뱀에 물렸다고, 뱀의 능력이 생길까? 모를 일이었다. 일단 형광 뱀을 목격한 공원으로 가자.

 

 형광 뱀에게 물렸던 벤치로 가 앉았다. 고딩들에게 도망쳤던 터라 한창 빡쳐 있을 때였다. 하마터면 벤치를 손으로 부술 뻔했다.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 해도 형광 뱀이 나타날까? 아니겠지.

 

 그때의 일을 떠올렸다. 분명히 형광 뱀이 풀숲 안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없었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확인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지는 건 불가능하다.

 

 다시 한번 형광 뱀이 들어갔던 풀숲을 손으로 헤쳤다. 역시 아무것도 없다. 그때는 능력이 생기기 전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피트 기관으로 풀숲 안의 온도 변화를 확인하고, 혀를 날름거리면서 주변의 냄새도 맡···다가 말았다. 진짜 뱀도 아닌데 뭔 개짓거리냐.

 

 딱히 풀숲 주위에서 특별한 건 발견할 수 없었다. 그 후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 흔적이 남은 게 더 이상하지. 그럼 이 발바리 새끼를 어디 가서 잡지?

 

 주위를 살폈다. 이 능력의 근원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슬슬 저녁이 가까워지자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주로 가족 단위였다. 모녀지간, 부자지간, 혹은 이웃끼리 한데 뭉쳐 어울리기도 했다.

 

 공원 화장실 안에서도 아빠와 아이가 딱 달라붙었다. 아이가 쉬가 마려운지 칭얼대는 모양이었다. 아빠는 아이를 열심히 어루만지고, 아이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멀리 떨어진 화장실 안이었지만, 척 봐도 아빠였다.

 

 재밌는 건 신체 온도를 통해 대충 성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실루엣으로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 그건 가까운 곳에서만 가능한 방법이다. 지금처럼 거리가 있는 경우에는 복부에 열이 몰린 사람은 남자, 가슴과 상반신 전체에 열이 골고루 퍼진 사람은 여자일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까 아빠와 아이였다. 아이는 남녀 간의 차이가 거의 없어 구분이 무의미했다. 화장실 안의 아빠는 아이의 입에 뽀뽀하면서 열심히 몸을 더듬었다. 뭔가 이상했다. 부모와 자식 간의 행동이라기에는 아빠 손의 위치가 자꾸만 아래로 향했다. 저건 뭔 짓거리야? 또 아이는 뻣뻣이 굳은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몸의 열이 온통 머리와 가슴으로만 몰렸다. 팔과 다리는 시퍼렇다. 저 몸의 변화는 흔히 공포를 느낄 때의 반응이었다. 반면에 아빠는 서서히 몸 전체로 열이 번졌다. 흥분 상태라는 이야기였다. 아이와 아빠가 아니었다. 이건 성추행이다.

 

 남자의 손길과 몸짓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손바닥으로 아이의 머리를 후려치며 뭔가를 강요했다. 아이가 움찔거리며 자기 몸을 감쌌다. 싫다는 거였다. 무의식적인 방어 행동. 저런 씹어 먹을 좆같은 새끼가!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뛰었다. 둘의 위치를 보니 남자 화장실이 아니라 여자 화장실이었다. 하, 기가 차 말이 안 나왔다. 출입문을 박차고 뛰어들어갔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변기 칸 제일 끝에만 문이 굳게 닫혔다.

 

 성큼성큼 걸어가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공원 한가운데에서 떡하니 성범죄가 일어날 줄은 몰랐다. 더구나 아이가 끌려 올 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겨우 화장실에 가려졌을 뿐이다. 그거 하나만으로 이런 성범죄가 발생한다니 이건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닫힌 칸 앞에 섰다. 안에서는 중년 남자의 헐떡임이 들렸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 이러다가는 놈을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 바지 주머니에서 복면을 꺼냈다. 발바리를 처단할 때 썼던 검은 색의 복면이었다. 그때의 새벽 공기와 흘렸던 땀이 그대로 복면에 남았다.

 

 복면을 뒤집어쓰고, 가죽 장갑을 꼈다. 문을 벌컥 열었다. 40대 남자가 엉거주춤 서 허리띠를 풀다가 나를 쳐다봤다. 깜짝 놀라 다시 바지를 추슬렀다. 옆의 아이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오들오들 떨기만 했다. 문이 열렸는데도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온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넌 오늘 최소 전신 마비다.

 

 왼손으로 놈의 목을 움켜쥐고, 오른손으로 바들바들 떠는 아이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손놀림에 아이가 눈을 슬며시 떴다. 아이에게 말했다.

 

 “내가 이 아저씨 혼내줄 테니까, 지금부터 묻는 말에 대답해. 엄마 전화번호 알아?”

 

 아이가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일단 여길 나가서 사람들을 찾아. 주변에 많을 거야. 엄마, 아빠가 있는 가족이면 더 좋아. 일단 가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해. 어떤 아저씨한테 납치됐었다고. 그럼 어른들이 알아서 해줄 거야. 알았지?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나가.”

 

 굳은 얼굴로 말하자 아이가 무서웠는지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내 손에 붙들려 숨도 못

 쉬던 놈이 아이가 나가자 몸을 뒤틀었다.

 

 “뭐? 뭐 이 개새끼야. 억울해? 너도 나가고 싶어?”

 

 주먹으로 놈의 얼굴을 때렸다.

 

 “넌 인마. 그냥은 못 나가.”

 

 몇 대 더 때리고 양 손목을 부러뜨렸다. 놈의 비명이 화장실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이 손으로 뭐하려고 했어?”

 

 놈이 울부짖으며 뭔가를 말하려 했다.

 

 “닥쳐.”

 

 주먹을 휘둘러 이 몇 개를 부러뜨렸다. 놈이 헐떡이며 입을 다물었다. 변기 속에 놈의 얼굴을 처박았다.

 

 “넌 똥이야. 이 세상에서 배설해야 해.”

 

 변기 물을 내리고, 얼굴을 변기 구멍에 짓눌렀다. 꼬르륵꼬르륵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젖은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변기 밖으로 꺼냈다.

 

 “벌써 죽으면 안 되지. 아직 할 일이 남았는데.”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었다.

 

 “이제 말해 봐.”

 

 놈이 변기에 기대앉은 채 기침하며 말했다. 이가 빠진 터라 발음이 자꾸 셌다.

 

 “대해 왜 그러은지 모흐게써요. 전 어울해요. 사려주헤요.”

 

 “그렇지. 역시 변명과 애원이지. 내 이럴 줄 알았다.”

 

 변기 옆에 가지런히 놓인 두 다리 중 하나를 세게 밟았다. 우지끈! 놈의 한쪽 발목이 부러졌다. 놈이 몸부림치며 발광하다 벽에 머리를 들이받았다. 가죽 장갑 낀 손으로 놈의 입을 움켜쥐고 말했다.

 

 “거짓말을 하니까 그런 거 아냐. 사실대로 말 안 하면 남은 발도 부러뜨린다?”

 

 놈이 눈물 콧물을 쏟으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부러진 발목이 ㄱ자로 꺾였다.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날 바라봤다. 억울해? 억울한 거야? 이 새끼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내내 자기 억울한 생각밖에 안 한다. 다시 한 쪽 발을 들어 올리자 놈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마하겠습니다! 마하께요! 재송함니다.”

 

 발을 내리고 핸드폰을 더 가까이 들이댔다.

 

 “주글 제를 저씁니다! 술 때무니에오. 수를 마시다보니 자꾸 마시게 대고. 술 때무네 내가 내 정시히 아니게 대고. 그어다 보니, 오파랑 단 두리 인는 여자애를 본 거에오.”

 

 또 핑계다. 그것도 늘 한결같은 술타령이었다. 온몸이 더욱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 반대로 마음은 뜨겁게 타올랐다. 죽여 버리고 싶다. 살의를 주체하지 못하겠다. 놈의 성기를 붙잡고, 힘껏 비틀었다.

 

 “으아아아악!”

 

 놈이 비명을 터뜨렸다. 이제 이 새끼는 성불구자다. 정확히 말하면 앞으로 성기를 사용할 수 없다. 다 으스러졌으니까. 아마 오줌도 제대로 못 쌀 거다. 그런데도 마음속 불길이 가라앉지 않았다. 점점 욕구가 커졌다. 힘으로 놈의 사지를 다 찢어발기고 싶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데 죽여도 되지 않을까?

 

 화장실 밖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누군가 여기 맞느냐고 되묻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이다. 동영상 촬영을 중단하고, 변기 칸 밖으로 나왔다. 절대 경찰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성범죄자다. 부딪쳐서는 안 된다. 그럼 앞으로 골치가 아파진다.

 

 화장실 안을 살폈다. 바로 옆에 창문이 난 게 보였다. 창문을 뜯어낸 후 훌쩍 뛰어올라 창틀에 배를 깐 상태로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여자 화장실 출입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원 잔디밭을 가로지르며 뛰었다. 하마터면 그 페도 새끼를 죽일 뻔했다. 놈은 아직 그 정도까지의 죄는 짓지 않았다.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찾은 게 다행이었다. 참아야 한다. 마음속 차가운 불꽃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그때 이후로 신체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바뀌었다.

 

 사람을 죽이는 게 어려운 게 아니었다. 죽이는 걸 멈추는 게 어려운 거다. 힘을 사용하고픈 욕구가 갈수록 치솟았다. 한 번 죽이기 시작하면 그걸로 끝이다. 계속 죽이고 다녀야 한다. 그럼 경찰의 추격을 받을 거고, 언젠가는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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