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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네이크맨
작가 : 엄길윤
작품등록일 : 201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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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은 뱀을 잡아 먹는다(3)
작성일 : 17-11-21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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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손에 든 피젯스피너를 아래로 내던졌다. 공기를 가르며 날카로운 날이 회전했다. 곡선을 그리며 피젯스피너가 놈을 향해 날아갔다. 그 짧은 순간에 생각했다. 어디로 피할 것이냐? 보통, 사람은 오른쪽으로 피하기 마련이다.

 

 먼저 던진 피젯스피너가 다 날아가기도 전에 남은 피젯스피너를 왼쪽으로 던졌다. 이제 피하려다 맞게 될 거다.

 

 마지막 남은 피젯스피너를 꺼내 손에 쥐었다. 남은 건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거다. 지금이 딱 그 타이밍이다.

 

 옥상 난간을 손으로 짚고 훌쩍 뛰어넘었다. 아래로 곤두박칠치면서 피젯스피너를 꽉 쥐었다. 두 개를 다 피한다 하더라도 마지막에는 내가 남았다. 노리는 건 놈의 머리였다. 근육으로 뒤덮인 몸에 비해 얼굴 쪽의 근육은 많지 않았다. 상처를 주기에는 딱이었다. 목에 주사기를 꽂아 넣듯 말이다.

 

 예상대로 놈이 첫 번째 피젯스피너를 오른쪽으로 피했다. 바로 두 번째 피젯스피너가 눈앞으로 날아들었다. 재빨리 램프를 들어 막았다. 피젯스피너와 램프가 부딪쳐 산산조각이 났다.

 

 실망했지만, 아직 최후의 일격이 남았다. 놈의 시야가 램프와 피젯스피너 파편으로 가려졌다. 기회였다. 거꾸로 떨어지면서 놈의 정수리에 피젯스피너를 휘둘렀다. 공중에 흩어진 파편들이 온몸으로 날아들었다. 고개를 흔들어 얼굴로 부딪치는 걸 피하고는 뾰족한 날 끝으로 놈의 이마를 찔렀다.

 

 순간, 놈이 손을 들어 내 오른손 팔목을 잡았다. 뾰족한 끝이 이마에 닿기 직전이었다. 손아귀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팔목을 조이는 압력이 마치 구렁이가 먹이를 칭칭 감아 으스러뜨리는 것 같았다.

 

 손을 잡힌 채 그대로 놈 위로 떨어졌다. 그 충격으로 서로 뒤엉켜 넘어졌다. 몇 바퀴를 구르다가 놈의 손을 뿌리친 후 벌떡 일어났다. 힘이라면 나도 지지 않는다. 놈도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개새끼가 눈치 하나는 빠르네. 약 빨았냐? 어떻게 안 거야?”

 

 “위에 있었어요? 기가 막히네. 내가 완전히 속았어. 하마터면 당할 뻔 했잖아요.”

 

 “네가 빡대가리니까 그렇지. 머리에 든 건 우동사리냐?”

 

 “그래서 저번엔 좆밥처럼 당하고 계셨어요? 질질 짜고 장난 아니셨는데. 기억나죠?”

 

 화가 치밀었다. 말 한마디를 안 진다. 놈을 노려보며 피젯스피너를 손에 꽉 쥐었다.

 

 “말 잘했다. 이 더러운 발바리 새끼야. 저번엔 신세 많이 졌지? 계속 떠들어봐. 주둥아리를 찢어줄 테니까.”

 

 놈도 씩 웃으며 주사기를 꺼내 들었다.

 

 “왜 애들 장난감 가지고 설쳐요? 그걸로 뭘 하겠다고.”

 

 “그건 두고 봐야 아는 거고. 동영상 봤으니까 잘 알지? 각 나오잖아.”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아는 건요. 당신은 내 손에 죽는다는 거예요. 새로 죽일 방법도 생각해 왔다고요?”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 그치?”

 

 놈에게 달려들었다. 피젯스피너를 휘두르자 놈이 뒤로 물러서더니 다시 주사기를 찔러왔다. 옆으로 피하면서 왼손으로 놈의 목을 움켜쥐었다. 손아귀에 힘을 줬다. 바로 목을 쥔 팔목으로 주사기가 날아들었다. 찔리면 끝이다.

 

 얼른 팔을 빼고 피젯스피너를 쥔 오른손으로 놈의 주사기를 내려쳤다. 동시에 놈의 발이 내 복부를 강타했다. 묵직했다. 변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주사기가 땅으로 떨어졌다. 배를 움켜쥔 후 고개를 들었다.

 

 “안 아파요?”

 

 놈이 비웃었다. 침을 뱉고는 허리를 폈다. 온몸이 차갑게 불타올랐다. 넌 오늘 사망이다. 피젯스피너를 꽉 쥐고 놈에게 걸어갔다. 주사기가 발에 챘다. 이런 건 필요 없다. 밟아서 으스러뜨렸다.

 

 “괜찮아요. 또 있거든요.”

 

 놈이 메고 다니는 가방에서 다시 주사기를 꺼냈다. 눈이 가방으로 향했다. 이때다. 놈의 하반신을 향해 온몸을 던졌다. 놈이 주사기를 쥔 채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팔을 쭉 뻗어 피젯스피너로 놈의 다리를 긁었다. 간발의 차이로 주사기가 허공을 찔렀다.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 일어났다.

 

 놈의 다리를 살폈다. 바지가 찢어졌지만, 그게 다였다. 스친 것뿐이었다. 놈이 아래를 살피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자꾸 실패한다, 그쵸? 이상하죠?”

 

 이를 악물었다. 옥상에서 뛰어내릴 때부터 위험을 예측하는 것처럼 보였다. 뭐, 설마 지가 베놈이라도 된다는 거야?

 

 “느낌이 딱 와요. 위험하구나 싶은 순간이.”

 

 개지랄 그만 떨고. 위험을 피한다면 피할 수 없는 위험으로 몰아가면 된다. 놈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왼쪽 주먹을 날렸다. 아마 피젯스피너를 휘두르기 위한 속임수라고 생각하겠지. 놈이 허리를 꺾어 뒤로 슬쩍 피했다. 오른손을 내미는 척했다. 놈이 움찔했다. 바로 복부로 발길질했다. 아까의 복수다!

 

 쾅! 온 힘을 담은 발차기가 놈의 손에 막혔다. 아니, 어느새? 놈이 내 발을 잡고는 다른 쪽 손에 든 주사기를 내리꽂았다. 지랄 마. 주사기를 든 팔을 왼손으로 잡았다. 서로 낑낑대며 팔에 힘을 줬다. 근육이 불끈거리며 솟았다. 맞잡은 손이 부들거리며 공중에 머물렀다. 오른손에 쥔 피젯스피너로 놈의 머리를 찔렀다.

 

 순간, 놈이 주사기를 놓아 버렸다. 영악한 놈이었다. 주사기가 떨어지면서 바늘이 운동화 발등에 꽂혔다. 놈이 고개를 숙였다. 피젯스피너가 윗머리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바로 피젯스피너를 놔버렸다. 그리고 놈의 뒷덜미를 잡고는 힘을 줘 던져버렸다. 이런 건 못 피할걸? 놈이 붕 날아가 뒤편 원룸 건물 2층 창문에 부딪혔다.

 

 얼른 주사기를 뽑았다. 다행히 발등에는 바늘이 닿지 않았다. 주사기를 쥐고 놈이 날아간 원룸 건물을 살폈다. 놈이 박살 난 창문 옆에 딱 달라붙었다. 두 손으로 건물 외벽을 움켜쥔 채 나를 노려봤다. 놈도 슬슬 빡치는 모양이었다.

 

 땅에 떨어진 피젯스피너를 주웠다. 양손에 주사기와 피젯스피너를 들고 놈을 향해 걸어갔다. 어느새 주위에 사람들이 몰렸다. 이러다간 곧 경찰이 올 거다. 손에 든 주사기가 부담스러웠다. 안 좋게 비칠 게 뻔했다. 땅바닥에 버린 후 발로 밟아 박살 냈다.

 

 놈도 주위 사람들을 의식했는지 건물 벽을 뱀처럼 기며 옥상으로 올라섰다. 놓칠 수 없다. 피젯스피너를 주머니에 넣고, 내달리다가 힘껏 뛰었다. 원룸 건물 중간으로 날아가 달라붙었다. 위를 살폈다. 놈의 차가운 몸이 옥상에서 맞은편 건물 옥상으로 뛰는 게 보였다.

 

 원룸 건물 옥상으로 오른 후 놈을 쫓았다. 놈도 나와 마찬가지로 점프력이 대단했다. 이제껏 겪은 바로는 놈과 나는 거의 같은 능력을 갖췄다.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것만 빼고는.

 

 건너편 옥상으로 뛰었다. 또 하나 더 있었다. 느려지는 현상이었다. 공격을 당할 때 순간적으로 주변이 느려지는 현상이 놈과 싸울 때는 나타나지 않았다.

 

 놈이 어디까지 갔나 살폈다. 놈은 몇 개의 건물을 더 뛰어넘은 후에야 멈춰 섰다. 숨어서 기습할까 생각하다가 어차피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다. 위험을 감지하고 피할 거다.

 놈이 20층이 넘는 아파트 옥상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기꺼이 가주마. 가서 개발라줘야 하니까.

 

 맞은편 건물에서 놈이 선 아파트 옥상을 향해 뛰었다. 난간에서 발을 떼 공중에 떠오르자마자 놈이 주사기를 던졌다. 저 새끼가 나와 같은 수법을? 공중이라 몸을 피하기가 어려웠다. 간신히 상체를 비틀어 날아오는 주사기를 피했다. 아차!

 

 어느새 양손에 주사기를 쥔 놈이 코앞으로 들이닥쳤다. 속았다. 놈이 내가 썼던 방법을 똑같이 써먹을 줄은 몰랐다. 오른손은 목을 노렸고, 왼손은 옆구리를 노렸다. 두 팔을 들어 놈의 양팔을 붙잡았다. 놈이 머리로 내 이마를 들이받았다. 골이 흔들렸다. 머릿속이 띵하고 울렸다. 그래도 놔줄 수는 없다. 무릎을 들어 놈의 존슨을 찍었다. 놈이 충혈된 눈을 부릅뜬 채 비명을 질렀다. 이제부터 넌 고자다. 씹새꺄! 놈이 내 가슴팍을 발로 걷어찼다. 숨이 턱 막혔다. 그 상태로 서로 양팔을 붙든 채 밑으로 추락했다.

 

 쏟아지는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놈과 내가 공중에서 뒤엉켰다. 어차피 다른 길은 없었다. 놈이 죽거나, 아니면 내가 죽는 거다.

 

 양팔을 붙든 손에 힘을 줬다. 놈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발로 내 복부와 가슴 쪽을 수차례 찼다. 갈비뼈에 금이 가고, 명치가 찢어진 것처럼 아팠다. 바람이 휘몰아쳐 얼굴을 때렸다. 주사기를 쥔 놈의 손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직 멀었다. 맞아 죽어도 상관없다. 놈이 내 상체를 때리다가 안 되겠는지 발로 내 존슨을 걷어찼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놓을 수 없다. 오히려 놈의 양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은 놈의 발길질을 그대로 견딜 수밖에 없었다. 두 손에 온힘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놈의 손목을 아작낼 수 있다.

 

 놈이 비명을 지르며 발길질을 해댔다. 울컥 입에서 피가 튀어 공중으로 흩날렸다. 뱃속이 끊어질 듯 아팠다. 장기마저 큰 손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아랫도리에는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그럴수록 손목을 잡은 양손에 힘이 들어갔다. 놈을 잡기 위해 밤낮을 뜬눈으로 기다렸다.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놈이 양손에 주사기를 든 건 실수였다. 오히려 손의 행동반경이 줄어들어 쉽게 잡아챘다. 적어도 하나만 쥐어야 했다. 처음 깐족댈 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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