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빠른 다비드의 귀환에 4황자 궁은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밤중임에도 불이 밝았다. 간단히 목욕을 하고 허기를 달랜 다비드가 피로한 몸을 쉬기 위해 방으로 향했다.
“중한 일이 아니거든 당분간 나를 찾지 말게.”
무언가 고민이 있거나 생각할 것이 많을 땐 항상 방 안에 틀어박혀 외출을 삼가던 4황자였다.
‘무슨 일이 있으셨던가?’
4황자가 갓난아기일 때부터 돌봐 왔던 집사장 모리코리지만 그가 4황자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없음을 잘 안다.
그가 도와주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생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4황자를 혼자 내버려 두는 것뿐이다.
집사장 모리코리가 고개를 숙여 보이며 물러났다.
“예, 전하.”
다비드가 방 안으로 들자 문이 닫히며 그 앞을 호위 기사 둘이 버티고 섰다.
모리코리의 배웅을 받아 방으로 들어선 다비드는 커다란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내던졌다.
“후우우.”
긴 한숨과 함께 몸을 바로 눕혀 천장을 보았다. 아등바등 남들 눈을 피해 수련했던 검술이다. 비단 검술만이 아니다. 사냥을 빙자해 기마술과 궁술 또한 익혔다.
팔을 들어 손을 보았다. 항상 끼고 다니던 가죽 장갑이 보였다. 마법 아이템이라 땀이 차거나 덥진 않았지만 한여름에도 벗고 다닌 적이 없는 장갑 덕에 4황자를 충분히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스륵.
장갑을 벗어 보니 굳은살이 단단히 박인 두 손이 드러났다. 왼손엔 붕대마저 감겨 있다. 그동안 얼마나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던가.
“부질없던가.”
누구나 부러워하는 황자의 신분이나 자유를 박탈당한 삶. 무엇을 이루고자 한 수련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잊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하나 세상은 자신에게 그것마저 허락지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개돼지처럼 사육당하길 바라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죽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바라기만 할 뿐 제 손으로 피를 묻히기는 싫은 것이다.
“누군들 무엇이 달라질까.”
사라반 용병대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모른다. 짐작이야 가지만 확신은 할 수 없다. 형들의 눈에 자신은 그저 싹이 트면 뽑아 버려야 할 잡초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자신의 목이 붙어 있음은 땅속에 꼭꼭 숨어 아직 싹을 틔우지 않아서다. 어머니의 뜻을 알고 그처럼 숨어 살았다. 달리 방법은 없다.
아니, 있긴 하나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 황제에 올라야 한다.
제 손으로 형제를 베고 황제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처지에 울분이 쌓여 생각지 않은 것도 아니나 자신에겐 아무런 지지 세력이 없다. 아포를 비롯한 호위 기사들의 충심이 진실되나 그들의 조력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포기했던 일이다.
사라반 용병대를 통해 다비드에게 전한 메시지는 확실했다. 알레고리 산에 위치한 자신의 비밀 수련처가 발각당했다.
‘조용히 있으라는 것이겠지.’
가만히 내버려 둬도 좋으련만, 자신의 존재가 그들에게 얼마나 위협이 된다고 조그만 행동조차 용납지 않았다.
누구인지는 모르나 문제는 자신의 행동이 이제 저들의 눈에 들었다는 것이다. 언제나 붙던 감시의 눈초리가 더욱 삼엄해질 것이다.
그나마 경고 수준에서 그친 것은 자신의 정확한 실력을 저들이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 다비드가 한쪽 벽에 걸려 있는 검 한 자루를 뽑아 들었다.
스르릉.
손에 착 감기는 검의 느낌이 걱정을 잊게 했다. 아니 걱정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위험하고도 요망한 것이 검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흐트러지면 주인을 상하게 하니 검을 쥘 때면 언제나 검에만 집중하도록 해 줬다.
세상사를 모두 잊고 검만을 생각한다.
다비드는 그것이 좋아 검을 수련했다.
츠츠츳.
돌연 날카로운 검신을 푸른빛이 타고 흘렀다. 검에 자신의 기를 흘려보낼 수 있는 수준. 검기의 발현은 다비드가 익스퍼트임을 의미했다.
검기를 머금은 자신의 검을 바라보는 다비드의 눈빛이 흔들렸다. 불과 두 달 여전에 이룬 경지다. 다비드의 나이 올해 성인이 된 18세다.
검술의 명가에서는 성인 이전에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르는 검의 천재들이 종종 탄생한다. 18세의 나이에 익스퍼트가 된 다비드의 성취는 결코 낮지 않았다.
형인 2황자 피에르 세피온이 26세의 나이에 익스퍼트의 경지에 올랐고 32세인 지금 익스퍼트의 중급 수준에 올라 명성을 날리고 있으나 그 재능으로만 보자면 다비드가 더욱 뛰어났다.
언제고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언제고 너의 재능이 우리 모자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것이니 이 어미는 한시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구나.’
츠츠츳.
다비드는 검기를 거두고 검을 제자리에 두었다.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나 가슴속에 울분이 쌓이는 것은 어찌 막을 도리가 없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진실로 삶인가.’
제롬이 드리미티 공의 제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황제가 왜 그를 황족들에게 소개했는지 눈치챈 다비드였다.
형들과 어미 되는 황비들은 치열하게 세를 불리며 서로를 견제하기 바쁘니 오히려 모를지도 모른다. 황위 다툼과는 스스로 멀다 생각하며 한발 물러나 있는 다비드의 눈에는 대략의 판세가 보였다.
현자 드리미티 공의 마지막 제자라는 제롬은 현자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가 자신을 살펴보기 위해 찾아왔을 때 다비드는 알 수 있었다.
그는 분명 황제로부터 황자들을 관찰하라는 명을 받았을 것이다. 아니라면 황궁 사람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자신을 굳이 살펴보러 올 리가 없었을 것이다.
다비드는 어쩌면 하늘이 내려 준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다.
자신의 재능을, 능력을, 야망을 제롬이 알아보고 황제에게 보고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다.
황제의 강력한 지지라면 아무런 세력 기반이 없는 자신일지라도 다음 대 황위를 물려받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제롬에게 모든 것을 보이고자 하였다. 어쩌면 도박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비드의 얼굴에 쓴웃음이 맺혔다.
그 전에 자신이 죽을 것이다. 제롬의 말에 황제가 곧이곧대로 자신을 황태자에 임명할 가능성도 낮았다.
‘부질없구나.’
그의 인생은 끊임없이 포기를 요구해 왔다.
자신도 알고 있다. 더 이상 드러내면 그의 형들이 그를 주시할 것이다. 그리고 마탑의 주목을 받던 그때처럼 쉼 없이 목숨을 위협받을 것이다.
그간 조심하고 남들의 눈을 피해 철저히 수련한다고 하였으나 두 달 전 익스퍼트에 오르고부터는 스스로 들떠 있었던듯하다.
‘더 조심한다 하여 들키지 않았을까.’
언젠가는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하였다. 검을 놓아야 하리라.
침대에 몸을 뉘었다. 모든 것이 귀찮았다.
회의감과 함께 피로가 몰려들었다.
그리고 풀 길 없는 슬픔이 밀려들었다. 꼭 감은 다비드의 눈에 스멀스멀 습기가 올라오더니 눈물이 배어 나와 흘렀다.
가슴에 응어리진 한은 더욱 단단해져만 갔다.
***
“내 그토록 조심하라 일렀거늘!”
진노한 황제의 호통이 대전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 목소리에 실린 힘은 아직 그가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비어 있는 후계 자리를 두고 아옹다옹하지만 아직 황제는 정정하다. 변고가 없는 한 다음 대 황위를 논하는 건 10년도 이르다.
황제의 꾸중을 들으며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이는 다름 아닌 4황자 다비드였다.
“심려 끼쳐 드려 송구하옵니다.”
황제의 노기는 쉬이 가시지 않았다.
“내 그동안 너를 불쌍히 여겨 자유로이 두었으나 제국의 황자가 도적들에게 해를 입을 뻔하였다. 더 이상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궁 밖의 출입을 삼가도록 하라.”
황자가 궁 밖에서 변괴를 당할 뻔하였다. 그 대상이 적국의 암살자들이 아니라면 마땅히 제국의 치안을 먼저 문제 삼아야 하나 황제는 4황자의 행실을 나무라고 있었다.
다비드는 별반 표정 변화 없이 다시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읍했다.
“알겠사옵니다.”
“으음. 물러가 자숙토록 하라!”
“네, 폐하.”
다비드가 다시 인사하고는 물러갔다. 황제의 얼굴에는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 모습을 보는 재상 페틸 공작의 입매가 말려 올라가며 조소를 지었으나 금세 사라졌다.
대전을 빠져나가는 황제의 얼굴에는 노여움과 함께 안타까움이 스쳤다.
‘저리도 삐뚤어지다니.’
황제는 기실 4황자를 나무라고는 있지만 속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컸다.
태어날 때부터 유달리 총기가 더했던 4황자였다. 그가 자식들 중 가장 먼저 태어났다면 황제는 주저 없이 다비드를 황태자로 봉했을 것이다.
하나 하늘이 그 재능을 시기했음인지 마법에 대단한 재능을 보였던 어린 다비드가 불후의 사고를 당한 뒤로는 하루하루 그 총기를 잃어 가니 황제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겉으로야 홀대하지만 마음으로야 가장 정이 가는 자식인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 귀한 블러드스톰을 흔쾌히 아무런 공도 없는 4황자에게 왜 내려 주었겠으며, 황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4황자를 어떻게 슬쩍 눈감아 주었을 것인가.
황제의 이러한 편견은 그리 티가 나지 않았는데, 다른 황자들에게 공을 세울 수 있는 관직과 임무를 내리는 데 반해 4황자에게는 아무런 일거리도 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는 대단한 홀대였는데, 황위 계승권에 놓인 황자라면 성년이 되고부터는 마땅히 정사에 참여하여야 하나 4황자는 아직 아무런 직책도 없었다.
자연히 공을 세울 기회도, 다른 이의 인정을 받을 기회도 없어진 것이니 귀족들의 눈에는 영락없이 후계위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니 좋은 말을 내리고 그의 행실을 슬쩍 눈감아 주는 정도는 어릴 적 불후한 사고를 당한 자식에 대한 황제의 동정 정도로 내비쳤다.
하나 이 같은 황제의 배려는 오히려 4황자를 위험에 빠트리니, 4황자가 정사에 참여하지 않아 암중으로 황태자 후보의 탈락을 의미했음에도 다른 황자들을 지지하는 귀족들이 4황자를 경계하며 주시하는 이유였다.
대전을 빠져나온 다비드가 자신의 궁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가 벽에 걸린 자신의 검을 빼 들었다. 손잡이의 가죽이 맨들맨들한 것이 오래토록 그와 함께한 검이었다.
7년을 수련하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검.
‘미안하구나.’
채챙!
다비드는 검면을 손바닥으로 맞대고는 그대로 무릎에 내리찍었다. 견고하게 만들어진 검이었으나 날이 아닌 검면으로 받은 충격에는 너무나 무력하게 두 동강이 나 버렸다.
다비드를 따라 들어왔던 아포가 두 눈을 부릅떴다.
“4황자님!”
그간 열과 성을 다해 다비드를 가르쳤던 아포다. 다비드의 돌발적인 행동에 그는 크게 놀랐다. 하나 돌아보는 다비드의 표정을 보고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꾹 다문 입술이 언제나처럼 고집스러워 보였으나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깊고 깊던 눈망울은 촉촉이 젖어 들어갔다.
“혼자 있고 싶으니 아무도 들이지 마세요.”
다비드의 말에 아포와 집사장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방을 나섰다.
다비드가 궁에 칩거한 지 사흘이 지났다. 그사이 제롬이 찾아왔지만 다비드는 만나 주지 않았다.
제롬은 다비드를 다시 만나 그와 논평하고 싶었다. 대화는 그 사람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왕은 능력 또한 출중해야 하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상이다. 전쟁을 좋아한다면 그 왕의 재위 기간 동안 나라는 끊임없이 전란에 휩싸일 것이고, 물욕이 강하다면 황궁의 창고는 넘칠 것이나 백성들의 삶이 궁핍해질 것이고 색욕이 강하면 정사는 돌보지 않고 주색잡기에 빠질 것이다.
왕 개인의 사상은 곧 그 나라의 미래를 좌지우지한다. 제롬으로서는 꼭 다비드를 만나 봐야 했기에 매번 거절당하면서도 4황자궁을 찾았다.
집사장 모리코리는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는 다비드의 명이 있어 제롬을 번번이 돌려보냈는데, 그럼에도 나흘째 매일같이 황자궁을 찾는 제롬 때문에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오늘도 황자님은 뵐 수 없는지요?”
“흠, 잠시 기다려 주시게.”
모리코리는 거절을 해도 내일 또 찾아올 것 같은 제롬의 얼굴을 보자 일단 물어는 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다비드의 방으로 갔다.
“제롬이란 자가 나흘째 찾아와 황자님을 뵙기를 청합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다비드의 얼굴에 잠시 갈등의 빛이 떠올랐으나 이내 결심을 굳힌 듯 말했다.
“만나지 않겠다. 앞으로 찾아오지 않게 하라.”
모리코리가 제롬에게 돌아가 뜻을 전하니 제롬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여과 없이 나타났다.
‘나를 왜 피하는가?’
제롬은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었다.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다비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하나 다비드의 고집이 여간내기가 아님을 알기에 뜻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한 말씀만 물어 주십시오.”
모리코리가 제롬의 말을 듣고는 다비드에게 돌아가 그대로 전했다.
“그자가 묻기를, 작물이 나고 자라는 것은 햇빛 때문인지, 달빛 때문인지, 혹 별빛 때문인지 하였습니다.”
기본적인 상식이 있는 자라면 당연히 작물이 자라는 것은 햇빛 때문임을 알 것이다. 다비드는 제롬의 의중이 무엇일까 궁금하여 햇빛이라 대답하며 다음 말을 받아 오게 했다.
“하늘의 무수한 별이 있어 아름다우나 작물을 키워 낼 수 없고, 달이 있어 밤길에 빛을 비추나 낮만은 못합니다, 하였습니다.”
모리코리가 전하는 말에 다비드는 턱을 괴었다. 제롬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충분히 알 것 같았다.
‘그는 내가 태양이라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일찍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맞지 않았던가.
모든 것이 허망하다 여겨 포기하려는데 제롬의 말에 다비드는 다시 갈등이 들었다. 급히 모리코리를 향해 말했다.
“그를 궁으로 들여라.”
다비드의 말에 모리코리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방금 말을 전하고 물러갔습니다. 내일 또 오겠노라 하더군요.”
“크흠.”
다비드는 침음성을 삼켰다.
검을 꺾었다. 다시는 검을 잡지 않을 생각이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다. 별수 없는 일이다. 그리 생각해 왔다.
일말의 기대로 황제가 자신을 황태자로 책봉한다 하여도 무사히 황위에 오를 수는 없을 것이다. 기대는 그저 기대일 뿐인 것이다.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다. 포기는 안전하고 편했다.
실현 가능성이 낮았다.
그래서 검을 꺾었다.
‘계속 이대로 살 수는 없다.’
제롬 덕에 황제가 다비드를 황태자로 앉혀 지지한다손 치더라도 수많은 귀족들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여태 해 온 다비드의 태도는 분명 황태자로서는 부적합한 것이었다.
“제롬을 만나야겠다.”
그를 만나 보다 많은 것을 의논하고 싶었다.
황제가 다비드를 지지하는 순간 다비드는 죽음과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형들에게 있어 다비드는 어떻게든 제거해야 할 적이 되는 것이다.
“준비가 되었습니다.”
모리코리의 말에 다비드는 밖으로 나섰다. 해가 성벽 너머로 넘어가며 붉은 노을을 물들이고 있었다.
복잡한 상념을 뒤로하고 마차에 올라탄 다비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누, 누구냐!”
그의 전용 마차에는 웬 낯선 노파가 타고 있었다.
다비드는 노파의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였다. 후드를 깊게 눌러쓴 노파는 길쭉한 코와 비웃는 듯 비틀어진 입매만이 보였다.
“미래를 알고 싶지 않소? 클클.”
다비드는 급히 호위 기사를 부르려다가 그만두고는 노파를 물끄러미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