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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모태솔로(개정판)
작가 : HOSA
작품등록일 : 201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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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2     조회 : 410     추천 : 0     분량 : 6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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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봄날의 월요일. 시선을 사로잡는 빨간색 스포츠카가 외벽이 모두 유리로 된 거대한 회사 건물 앞에 멈췄다. 건물 꼭대기에는 ‘JUNE 식품’이라는 글자가 박혀있다. 스포츠카에 타고 있는 사람은 JUNE 식품의 사장과 그의 비서다. 검은색 투피스 정장에 단정히 머리를 올려 묶고 스포츠카 운전석에 앉아 있는 쪽이 비서, 명품으로 치장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패션의 선글라스 낀 여자가 사장이다.

 

 “하아암 망할 월요일.”

 

 사장인 김여주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했다. 출근 중인 다른 직원들이 자기를 쳐다보건 말건 입도 가리지 않았다. 그녀는 빨간색 스포츠카와 해괴망측한 코디를 빼더라도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키175에 몸무게 65킬로그램. 딱 벌어진 어깨에 긴 다리, 탄탄한 근육질 체형을 가진 그녀는 피지컬을 포함해 거의 모든 면에서 상위 0.1%였다. 올해 33살이 된 그녀는 웬만한 10대 청소년보다도 튼튼했으며 무술에도 능했다. 얼굴은 어디 빠지랴. 평생 자기 맘대로 살아 온 그녀의 얼굴엔 주름 하나 잡티 하나가 없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시술의 도움도 없이 말이다. 크고 도도해 보이는 눈, 성격에 딱 맞는 오똑한 코, 365일 트지 않는 입술은 그녀가 노력 없이 타고 난 것이었다.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결정타는 그녀가 식품 하면 바로 떠오르는 JUNE 그룹 회장의 외동딸이라는 것이다. JUNE 식품은 JUNE 그룹의 모체가 된 회사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식품회사였다. 33살 나이에 그런 회사의 사장이라는 건 능력까지도 상위 0.1%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완벽한 그녀에게도 없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입체파 화가도 혀를 내두를 패션센스요, 또 하나는 그녀가 모태솔로라는 것이다. 검은색 선글라스에 금박지 같은 셔츠, 핫핑크색 정장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모습을 보면 그녀가 모태솔로인 이유가 패션센스 때문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저는 사장님이 일하는 거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백찬미는 운전석에 앉아 무표정으로 여주의 투정을 받아주고 있었다. 찬미는 여주보다 2살 많아 늘 ‘비서언니’로 불리며 여주네 집 별채에 살고 있다. 장난꾸러기인 여주와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정색하고 있는 표정을 디폴트값으로 잡고 필요할 때만 살짝 미소를 짓는 도도한 도시여성이다. 형식상 여주의 개인비서이자 경호원을 맡고 있지만 그냥 여주의 단짝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사실 여주가 찬미를 경호원으로 둔다는 것은 웃긴 일이다. 찬미는 여주보다 키도 10센티 작고 몸무게도 10킬로 덜 나간다. 게다가 애초에 여주는 경호원인 찬미보다 싸움을 잘했다. 여주가 찬미를 지키면 지켰지 찬미가 여주를 지켜준다는 건 상상이 잘 안 가는 일이다.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일찍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어. 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를 잡지만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피곤할 뿐이야.”

 

 여주는 계속 투덜댔지만 찬미는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여주의 불평을 무시한 채 차를 임원전용 주차장으로 끌고 갔다. 여주 또한 찬미의 이런 무시가 익숙해 말없이 찬미가 주차를 마치고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여주가 주차장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매번 회사 정문에서 찬미를 기다리는 이유는 관심병 때문이었다. 휘황찬란한 패션만 봐도 알 수 있듯, 여주는 직원들의 주목을 받으며 정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좋아했다.

 

 주차를 마치고 돌아온 찬미가 여주와 함께 건물 입구 회전문 앞에 다다랐을 즈음 저 멀리서 경호원과 비서를 대동한 60대 남성이 뛰어오는 게 보였다. 김여주의 아버지이자 JUNE 그룹의 회장 김준이다. 김준 회장은 여주처럼 풍채가 좋고 강한 인상을 가졌다. 하얀 머리, 진한 눈썹과 찢어져 올라간 눈, 다부진 입을 가진 그는 외모로만 보면 엄청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일 것 같지만 사실은 딸한테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내와 사별한 지 오래였지만 여주를 생각해 재혼도 하지 않았다. 전 세계 부자들 중에 이렇게 지고지순한 인물이 또 있을까. 그는 7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아주 건강했으나 팔자걸음으로 산 세월이 오래된 탓인지 달리기가 느렸다.

 

 “야! 김여주! 너 스포츠카 타고 출근하지 말랬지!”

 

 회장은 출근 중인 차안에서 여주의 빨간색 스포츠카를 보자마자 차에서 내려 뛰어오는 길이었다. 여주를 보자마자 회장은 체통 따위는 다 잊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회장은 최선을 다한 느린 달리기로 여주를 혼내려 뛰어왔다.

 

 “아이씨 하필 꼰대랑 출근시간이 겹쳤어.”

 

 여주는 뛰어오는 아버지를 보자마자 찬미의 손을 잡고 회사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찬미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당황한 기색이 없다. 찬미는 높은 힐을 신고도 운동화를 신은 여주의 속도를 맞췄다. 둘은 회장이 건물로 들어오기도 전에 임원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장실로 향했다.

 

 “근데 사장님...어차피 회장님도 곧 올라오실 텐데 뭐 하러 뛰시는 거예요 매번?”

 

 “어? 그냥 재밌잖아.”

 

 여주는 뻔뻔한 장난꾸러기의 얼굴을 하고 찬미를 보며 웃었다. 하지만 여주가 아무리 익살스럽게 웃어도 찬미는 표정에 별 변화가 없었다. 찬미는 로봇 같은 얼굴로 여주의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이어 자기 머리도 정돈했다.

 

 5분 쯤 지나니 회장이 씩씩거리며 사장실로 들어왔다. 헉헉대는 모습이 곧 쓰러질 것 같은 모양새지만 사실 여주의 아버지는 여주와 마찬가지로 나이에 비해 아주 건강한 사람이었다.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 곧 혈압으로 쓰러질 것 같아도 실제로 그의 혈압은 매우 정상이다.

 

 “야 김여주. 회장이 부르는데 그냥 가? 아버지가 부르는데 그냥 가?”

 

 “어차피 이렇게 사장실로 오시잖아요.”

 

 여주는 태연하고 여유로웠다. 여주는 안락한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턱을 괴고 다리를 건들거리고 있었다.

 

 “으휴 내가 또라이를 낳았어! 으휴!!!”

 

 회장은 가슴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눈썹 끝은 하늘로 치솟고 낯빛이 벌개졌다. 미간과 이마의 주름은 한껏 깊어졌다. 그러나 여주는 끄떡없이 뻔뻔한 태도를 유지했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나는 엄마가 낳았지.”

 

 여주의 유치한 대답에 회장은 여주와 싸우기를 포기했다. 회장은 평생 매일 봐온 딸인데도 여주의 이 초딩스러운 화법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말을 말자 말을 마. 외동딸만 아니었어도 해외로 치워버리는데...으휴 속터져...”

 

 “아부지 내가 스포츠카 타고 와서 혼내러 온 거 아니었남?”

 

 여주는 더 뻔뻔하게 눈을 반짝거리며 자신이 혼나야 할 것에 대해 아버지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여주는 늘 이런 이상한 상황으로 부녀간의 정을 확인하곤 했다. 혼날 일을 만든 다음 화내는 아버지에게 장난을 거는 게 여주에겐 즐거운 취미 중에 하나였다.

 

 “아 맞아. 너 왜 자꾸 그 시뻘건 스포츠카 타고 와? 네가 레이싱 선수야? 내가 회사에서 위화감 조성하지 말라니까 회사 앞에 자꾸 초고추장 같은 차 세울래? 차 부숴버린다 진짜!”

 

 회장은 양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침을 튀기며 말했다. 하지만 여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회사에 내가 회장 딸인 거 모르는 사람 있어? 젊은 여자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 휘감고 사장실로 출근하는 거 자체가 위화감이야. 내 존재가 위화감이라고. 내 스포츠카는 위화감 그런 거 아니고 그냥 간지야.”

 

 여주는 ‘간지’라는 단어를 말할 때 눈썹을 살짝 올리고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간지라는 단어가 유행했을 때부터 그래왔다.

 

 “간지? 간지가 다 뒤졌다. 좋은 말로 할 때 검은색 세단 타라. 내일도 빨간 스포츠카면 진짜 폐차 시킬 거야. 그리고 옷도 좀 품위 있고 단정한 걸로 바꿔. 서낭당이냐?”

 

 회장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여주를 째려보고 사장실을 나갔다.

 

 “내일부터 세단으로 준비할까요?”

 

 말없이 옆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찬미가 물었다.

 

 “내 간지 차가 폐차되지 않으려면 그래야겠지. 한다면 하시는 분이라. 근데 그 세단 노란색으로 도색하면 안..”

 

 “안돼요.”

 

 찬미는 여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호하게 말했다. 아버지가 안 된다고 말했다면 분명 또 반항을 했을 여주지만 이상하게 찬미에겐 고분고분했다.

 

 “알아. 안 된다고 할 줄 알았어.”

 

 여주는 귀엽게 찬미의 눈치를 봤다. 찬미는 거의 항상 그렇듯 정색을 하고 있었다. 사장과 비서가 뒤바뀐 느낌이 들지만 이것은 이것 나름대로 조화로워 보인다.

 

 **

 같은 시각, 호텔 아무르 앱솔루 꼭대기 층에 있는 사장실에서는 비싼 정장을 빼입은 남자 셋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결혼 때문에 불렀다.”

 

 70대로 보이는 남자가 상석에 앉아 양쪽에 앉은 남자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호텔 아무르 앱솔루의 사장 박인수다. 양쪽에 앉은 남자들보다 의자가 더 높은 것도 아닌데 남자는 턱을 치켜들어 굳이 양쪽의 남자들을 아래로 보고 있었다. 권위적인 성격이라는 것이 시선에서부터 드러난다. 걸걸한 목소리, 작지만 매서운 눈에 올라간 눈썹, 화가 난 듯 한 작은 입이 그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 그의 얼굴은 잘생긴 것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다행히 아들들은 미인인 어머니를 닮았다. 그는 6남매 중 셋째로, 경쟁심이 많아 형제간 싸움이 잦았고 돈과 명예를 굉장히 중요시 하는 사람이었다.

 

 “제 이혼 문제는 더 이상 묻지 않으시겠다고...”

 

 인수의 오른쪽에 앉은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박인수의 첫 째 아들이자 호텔 아무르 앱솔루의 부사장인 박상훈이다. 41살인 그는 풍성한 머리숱, 짙은 눈썹, 진한 쌍커풀, 크고 오똑한 코가 눈에 두드러졌다. 눈가의 주름 하나하나도 섹시해보였다. 중저음의 보이스까지 완벽했다. 한 마디로 나이 먹은 미남 타입이다. 왕년에 여자깨나 후리고 다닌 그는 1년 전에 이혼했다. 제약회사 외동딸과 결혼했는데 결혼 이후에도 부인의 빈정이 상할 정도로 과하게 여자를 후리고 다녀 자존심이 상한 부인으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했다. 결혼 3년만이었다. 항상 자신감 있고 능글맞은 그는 아버지를 닮아 욕심과 경쟁심이 많지만 아버지와 달리 주변 평판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위인이다.

 

 “그거 말고 지훈이 결혼.”

 

 박인수 사장은 왼쪽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말했다. 걸걸한 목소리가 위압감을 자아냈다.

 

 “저요? 전 아직...”

 

 인수의 왼쪽에 앉은 남자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박인수의 막내아들이자 호텔 아무르 앱솔루의 전무인 박지훈이다. 양 팔을 의자 팔걸이에 걸치고 꼿꼿하게 앉아있는 상훈과는 달리 지훈은 의자 앞쪽에 걸터앉아 손을 매만지고 있었다. 두꺼운 검은색 뿔테 안경이 그를 더욱 소심해 보이게 했다. 지훈 역시 미인인 어머니를 닮아 훌륭한 외모였다. 짙은 눈썹과 큰 눈, 곧게 뻗어 올라간 코에 도톰한 입술, 날렵한 턱 선까지 그는 분명히 꽃미남타입이었다. 33살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꽃사슴처럼 청초하고 소년처럼 청량한데다 목소리는 중저음 꿀보이스였다. 그러나 나쁜 시력 때문에 늘 끼고 다니는 안경이 그를 평범하게 만들어버리고 있었다. 렌즈를 끼어도 됐지만 지훈은 굳이 멋지게 보일 필요가 없었다. 아니 멋지게 보일 사람이 없었다. 모태솔로였기 때문이다.

 

 “아직은 무슨 아직! 이제 삼십대 중반인데 언제 결혼할건데! 사내놈이 여자 한 번 못 만나서 찌라시에 게이니 뭐니 이상한 소문이나 돌고 말이야! 너 때문에 우리 가문 명예가 실추되는 꼴은 못 보니까 빨리 결혼해!”

 

 박인수 사장은 쇼파 팔걸이를 내리치며 침을 튀겨댔다. 인수는 자기의 말을 거역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면 상대는 무조건 “네 알겠습니다.”라고 해야만 했다.

 

 “연애도 못해봤는데 어떻게 결혼을 해요 아버지...”

 

 지훈은 불쌍한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살짝 내밀고 말했다. 그의 두꺼운 눈썹은 아래로 휘어지고 미간엔 주름이 잡혔다. 꼭 주인으로부터 혼이 나는 시바견을 의인화 한 것 같은 모습이다.

 

 “재벌 중에 연애결혼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래? 결혼도 경영 중 일부야. 오늘부터 일주일에 한 명씩 괜찮은 집 아가씨들이랑 선 볼 거니까 그렇게 알아.”

 

 “저...좋아하는 아가씨가 따로 있는데요.”

 

 지훈은 잔뜩 쫄아 바닥만 보면서 한없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누군데?”

 

 인수는 못미더운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봤다.

 

 “그건 말할 수 없어요...”

 

 지훈은 이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얘기했다. 지훈은 형과 달리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무서워했다. 쉽게 상처를 받는 타입이라 해야 할까. 똑같이 혼이 나도 주눅 드는 쪽은 늘 지훈이었다.

 

 “모자란 놈. 보나마나 별 볼일 없는 여자겠지. 그런 여자는 결혼하고 나서 따로 만나. 좋은 집안이랑 결혼만 성공하면 내가 너 처음으로 인정해주마.”

 

 인수의 얘기를 듣고 별안간 상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훈이 좋은 집안과 결혼에 성공하면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질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상훈은 이혼 이후로 명예를 중시하는 아버지에게 신임을 약간 잃은 상태였다.

 

 “아버지. 지훈이 나이만 먹었지 아직 정신연령이 어려요. 여자랑 손도 못 잡아봤는데 결혼생활 제대로 하겠어요? 애도 못 낳을 거예요. 결국 좋은 집안이랑 결혼해도 경영에 이용해먹지도 못할 거구요. 차라리 제가 재혼을 할게요.”

 

 “너도 결혼해서 애 하나 못 낳고 이혼했잖아. 애초에 사랑해서 한 결혼도 아닌데 이혼을 왜 해? 재혼을 하든지 말든지 그건 네가 알아서 해. 할 말 끝났으니 일하러 돌아가.”

 

 박인수 사장이 말을 마치고 눈을 감았다. 이제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신호였다. 상훈과 지훈은 각자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상훈은 자기 자리를 뺏길까 표정이 어둡고, 지훈은 원치 않는 선을 볼 생각에 표정이 어둡다.

 

 지훈이 본인 사무실로 들어가자 지훈의 개인비서 장도철이 강아지마냥 쪼르르 달려와 지훈을 반겼다.

 

 “전무님 오늘은 사장님이 뭐 하라고 하시던가요?”

 

 “결혼...”

 

 “아 웨딩 사업이요? 안 그래도 지난번에 새로운 셰프 영입 관련해서..”

 

 “아니 내 결혼...”

 

 “전무님 결혼하세요?”

 

 “아버지가 그렇다고 하시네.”

 

 “잘 됐네요! 결혼만 잘하시면 사장님이 부사장님보다 전무님을 더 인정해주실 수도 있잖아요.”

 

 지훈의 비서인 도철은 비서치고 눈치가 없었다. 지훈의 한없이 풀죽은 표정을 보고도 도철은 헤실헤실 거리며 박수를 쳤다. 사실 지훈이 도철을 뽑은 것은 잘 웃고 상냥해서였다. 냉정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지훈은 상냥한 사람이 필요했다. 도철은 눈치가 없고 업무처리 능력도 솔직히 별 볼일이 없었으나 지훈의 심신안정제로는 딱이었다.

 

 “나는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는데...”

 

 “엥? 저 몰래 연애하세요? 전무님 모태솔로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 짝사랑...”

 

 “예?”

작가의 말
 

 기존 작품을 조금씩 수정하여 개정판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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