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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e 샤인
작가 : 처음부터
작품등록일 : 201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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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작성일 : 17-12-12     조회 : 438     추천 : 0     분량 : 3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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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안녕하세요. 연예계의 생생함을 담는 <연예의 모든 것>의 진하연입니다. 오늘은 시청자 여러분들 모두가 고대하고 계셨던 분의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하는데요. 요즘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는 가장 핫한 영화가 무슨 영화라고 생각하시나요?”

 

 리포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많은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저런 상태에서 인터뷰가 가능할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고막을 찢을 듯한 목소리들이 하나같이 같은 영화제목을 외친다.

 

 “금지된 도시!”

 

 개봉한지 보름 만에 천만에 가까운 관객수를 동원한 것도 모자라, 각종 시상식의 수상은 따 논 당상이라며 수많은 평론가들이 찬사에 가까운 호평을 내놓고 있었다. 영화계의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리는 김진호 감독과 한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주연급 배우들이 총출동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네! 여러분 모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예상하고 계셨군요! 그렇습니다! 무섭게 흥행하고 있는 영화 <금지된 도시>! 저희 <연예의 모든 것>에서는 영화 <금지된 도시>의 일등 공신 배우, 최시후씨를 어렵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바쁘신 스케줄에도 귀한 시간을 내주신 배우 최시후씨를 큰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그의 등장과 함께 무대 객석에 앉아있던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다시 시작됐다. ‘배우’ 최시후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미소를 지었다. 지극히 여성 팬들의 마음을 휘어잡기 위한 완벽한 모션이었다.

 

 “안녕하세요. <연예의 모든 것> 시청자 여러분, 배우 최시후입니다. 반갑습니다.”

 

 저 가식적인 미소. 계산적이고 계획적인 눈웃음. 그것에 속아 나가는 여자가 한둘이 아니겠지. 실체도 모르고.

 

 일명 뺑뺑이 안경이라 불리는 새까만 뿔테안경을 한껏 치켜 올리고 텔레비전을 보던 현재는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거실에서 마른 수건을 개키고 있던 중이었다. 두꺼운 렌즈 너머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최시후의 모습은 오늘도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손에 쥐었던 수건을 신경질적으로 집어 던진 채 급하게 리모컨을 찾았다.

 

 거의 매일 집을 찾아오는 매니저를 통해 최시후의 스케줄은 들었지만, 모든 방송스케줄을 기억할 리 없는 그였다. 생각 없이 틀어놓은 <연예의 모든 것>에 최시후가 나올 줄이야. 저녁으로 먹은 라면이 속에서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토하기 전에 당장 꺼버려야지.

 

 “이번 영화에서 엄청난 이미지 변신을 하셨는데요. 이전 작품들에서는 깔끔하고 도회적인 남자의 모습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려고 목숨까지 바치는 강인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리포터의 말과 함께 텔레비전화면에 짤막하게 편집된 영화 <금지된 도시>의 장면들이 슬라이드처럼 지나갔다. 그 영화에서 최시후는 그의 사랑하는 아들의 역할을 맡은, 어린 아역배우를 껴안고 혼잡한 도로를 미친 듯이 달린다.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소중한 모든 것을 포기하는 헌신적인 아버지의 역할을 맡았다.

 

 현재는 한창 개봉중인 영화 <금지된 도시>를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볼 계획은 없다.

 

 하지만 얼마나 방송에서 틀어대는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장면이 그 영화의 가장 하이라이트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금지된 도시>의 한 장면에 나오는 그의 연기에, 현재는 채널을 돌리려던 것을 잠시 멈췄다.

 

 최시후의 연기는 정말 일품이었다. 그에게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최고의 재능이 있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이 만들어내는 극도의 예민한 표정연기는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것만은 그를 싫어하는 현재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이번 작품은 저에게 정말 뜻 깊은 영화였습니다.”

 

 그의 대답은 진심인 듯 했다. 연기만이 최시후, 그의 가장 큰 재능이자 유일하게 살아 숨쉬는 이유일 터였다.

 

 “영화에서 보니, 아역배우인 정민혁군이 정말 친아들이라고 느껴질 정도였어요. 최시후씨 올해 서른아홉으로 알고 있는데요. 특별한 배우의 삶이 아니었다면 누군가의 아버지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떠세요? 이제 정말 결혼 하실 나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리포터가 그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역시 최시후는 프로였다. 그는 표정의 변화 없이 능숙하게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네, 그렇죠. 저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에요. 어찌 보면 이미 가정을 가질 나이가 한참 지났다 느껴질 때도 있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일에 빠져 살다 보니 좋은 분을 만날 기회가 없었네요. 이제부터라도 노력해야죠. 하하하.”

 

 저건, 거짓말이다.

 

 “어머, 최시후씨도, 참. 많은 여성 팬분들이 오늘 밤잠을 설치시겠네요. 너무 설레서요. 호호호.”

 

 꺄르륵 웃는 리포터의 빨간 입술이 더욱 가늘게 입꼬리를 올렸다. 오바하며 허공을 휘젓던 그녀의 손이 자연스레 최시후의 팔에 닿는다.

 

 현재는 더욱더 눈살을 찌푸렸다. 저 여자. 완전 여우구나. 저 가식덩어리가 뭐가 좋다고.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이자, 한류스타의 가장 중심에 서있는 최시후.

 

 그는 나이에 비해 심각하게 어려 보이는 수려한 외모에 큰 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가졌다.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쉴 틈 없이 활동하면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올랐다. 지나가는 여자 열에 아홉은 그를 이상형으로 꼽을 정도였으니,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감히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 증거로 이번 영화가 소위 ‘대박’을 치지 않았는가. 옆에 앉아있는 저 여자 리포터가 최시후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그다지 이상 현상이 아닐 터였다.

 

 “최시후씨는 결혼하게 되시면 정말 많은 여성팬들이 눈물을 흘릴 것 같아요. 그래도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최시후씨의 모습도 너무 멋지고 듬직할 것 같은데요. 좋은 아빠가 되실 것 같아요.”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마 눈앞의 최시후와 함께 사는 묘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겠지. 현재는 입술을 깨물었다. 제발 거기서 멈춰. 인터뷰 끝나고 그에게 커피를 한잔 하자는 둥, 밥 한끼 하자는 둥 그런 실수는 하지 말기를.

 

 “어렸을 때부터 항상 그렇게 되고 싶었습니다. 한 가족을 이루는 일,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일은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이니까요.”

 

 거짓말.

 

 “아빠가 되신다면, 아이에게 무슨 말을 제일 많이 해주고 싶으세요?”

 

 현재는 속이 매스꺼움을 느꼈다.

 

 “사랑한다는 말? 사랑한다고 매일 말해주고 싶어요.”

 

 거짓말에 색을 입힐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암흑에 가까울 정도로 지독히 새까만 색일 것이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최시후의 눈빛에, 웃는 눈꼬리에, 그의 심사가 뒤틀렸다.

 

 저것도 연기다. 저 인간의 삶의 가장 위대한 재능.

 

 리모컨을 쥐고 있는 현재의 손등에 어느새 핏줄이 새파랗게 올라와 있었다. 망설임 없이 텔레비전을 꺼버렸다.

 

 저런 쓸데없는 걸 왜 보고 있었던 걸까.

 

 그는 소리 없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집어 던졌던 마른 수건을 다시 천천히 개기 시작했다. 이것만 마무리 지으면 방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때, 고요한 거실을 울리는 전자음이 들려왔다.

 

 삐삐삐삑.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

 

 현재는 고개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하나뿐인 가족, 최시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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