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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은 사랑이죠
작가 : 눈물의레퀴엠
작품등록일 : 201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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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 제 직업은 부단장. 팬클러 회장이죠!
작성일 : 17-11-12     조회 : 429     추천 : 1     분량 : 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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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루베르트 제국의 황궁의 기사단에 속해있는 기사 엑스트라라고 합니다. 이름이 엑스트라고 애칭은 엑시에요!

 흠흠, 제가 오늘 인사를 드린 이유는 다름 아니라 저희 황실 기사단에서 명물로 알려진 유명한 분을 소개시켜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바로 루베르트 기사단의 부단장님! 가냘픈 여성의 몸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남자들을 제치고 부단장의 자리에 당당히 오르신 분이죠!

 비단 같은 고운 검은 머리칼에, 날카롭게 찢어진 깊은 푸른 눈. 뚜렷한 이목구비에 어느 누가 봐도 예쁘다고 할 법한 외모를 가진 우리 부단장님은 많은 기사들이 동경하고 경애하는 분입니다…!

 성을 숨기고 기사단에 들어오신 부단장님은 바로 기사단장님의 여동생이십니다! 단장님의 여동생이라고 특별대우가 받는 게 싫다며 숨기신다고 들었는데요, 이미 실력을 입증하고 들어오신 분을 특별대우 할 리가 있나요!

 하지만 본인이 숨기고 싶어 하시니 기사단은 물론 황실에서도 암묵적으로 모른 척 하고 있는 것이 룰입니다! 숨기고 싶어하는 것을 들춰낼 필요가 있나요! 그것도 부단장님이 원하지 않는데!

 게다가 아직 가장 중요하고 비밀로 둬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쿨 시크, 냉정해 보이는 부단장님이 사실은…! 미인을 좋아하는 미인성애자시거든요!

 

 ***

 

 오늘도 루베르트 기사단의 하루는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세르피니아경.”

 그 평화롭게 흘러가는 하루임에도 불구하고 루베르트 기사단의 기사단장인 하이엔은 따가운 시선에 고운 이마에 작은 사거리 마크가 볼록 올라왔다.

 “말씀하세요, 단장님.”

 “내 얼굴은 그만보고 밀린 업무부터 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바로 책상 위에 잔뜩 있는 밀린 서류 업무는 보지도 않고 제 책상위에 앉아 빤히 얼굴을 보고 있는 바로 저 신입들이 보면 움츠려 들 정도로 기세 좋은 냉정한 얼굴을 하고 이따금 푼수 같은 웃음을 짓고 있는 부단장 세르피니아 때문이었다.

 “에이, 잘생긴 얼굴은 볼 수 있을 때 봐야죠. 일은 나중에 해도 되요, 나중에.”

 세르피니아는 날카롭고, 냉정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아주 남다른 취미가 있었다. 바로 미인을 보고, 덕질 하는 것.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미남(美男)이 아니라 미인(美人).

 잘생긴 남자가 아니라 결국 그녀의 눈에 드는 외모라면 여자 남자 가리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니아. 내가 일할 때는 공과 사 구분하라고 했지?”

 “그렇다고 제가 어디 일을 그르친 적은 있었나요, 오라버니.”

 “……….”

 “그리고 제 취향인 얼굴을 하고 계신 오라버니가 잘못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업무 대신 오라버니만 보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참 잘생겼어요.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그냥…!”

 점점 이어지는 말을 듣던 하이엔이 얼굴 표정이 창백해지더니 손을 뻗어 세르피니아의 이마를 따악 때렸다.

 - 따악!

 “아야!”

 경쾌한 타격음이 들리고, 빨개진 이마를 문지르는 세르피니아를 보며 하이엔이 눈을 치켜떴다.

 “너는 입만 다물고 있으면 문제가 없는데, 왜 그 입을 열어서 말썽이냐? 어?”

 “입만 다물고 어떻게 사나요, 사람이 말을 해야 사는 맛이 나지.”

 “대체 말이야 너는 왜 그렇게 얼굴을 밝혀?”

 “당연한 걸 왜 물어요? 어머니를 닮았으니 당연하잖아요. 어머니도 아버지가 못난 사람이었으면 결혼 안 했다고 하시던데? 그 피가 어디 가겠어요-.”

 분명히 대화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통이 되고 있지 않은 이상한 대화를 느끼며 하이엔은 두통이 오는 듯 지끈 거리는 머리를 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외모도 어여쁘고, 검술도 실력이 뛰어나 부단장까지 왔는 자신의 여동생은 가족들이 알면 뒤집어질 만한 일들을 조용히 벌이고 있었다. 아니 이미 그렇게까지 커졌는데 조용히라고 할 것은 없엇으나 이미 그것은 암묵적으로 비밀로 유지가 되고 있는 곳이 있었다. 그것도 주동자는 바로 하이엔, 그의 여동생 세르피니아였고.

 

 ***

 

 세르피니아는 오늘도 무사히 훈련을 마치고 지친 몸임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사단이 거주하고 있는 레베관의 지하, 비밀스러운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관계자 외에는 출입을 금지한 지하의 회의실은 어느새 부터인가 기사들에게서도 잊혀진 그런 곳이었다. 그런 곳임에도 불구하고 세르피니아는 망설임 없이 회의실의 문 앞으로 와 똑똑, 노크를 했다.

 “암호를 대주십시오.”

 그러자 회의실 문 안쪽에서 경계를 하는 듯한 날이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세르피니아는 당황하지 않은 채 아주 진지한 표정,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렐루야.”

 그리고 문이 열리고…. 암호의 답변이 돌아왔다.

 “미멘!”

 언제들어도 참 아름다운 암호야. 세르피니아는 속으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다들 모여 있었네?”

 “오늘은 다들 비번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오늘은 시녀장님도 오셨습니다.”

 “오, 시녀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세르피니아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는 시녀장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눴다.

 “세르피니아경도 오랜만이에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변함없이 훈련과 업무의 반복이죠. 하지만 단장님과 황자님을 자주 뵐 수 있어 부단장을 하는 것도 나름 좋습니다.”

 조금 전까지 나름 무게가 잡혀있던 회의실 안이 세르피니아가 황자와 기사단장인 하이엔의 얘기를 꺼내자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그렇죠…! 그 두 분을 보고만 있어도 그저 웃음이 나오지 않나요! 그 아리따운 미모를 이 눈에 담을 수 있다뇨…!”

 시녀장의 흥분을 담은 말에 날카로운 서늘한 얼굴을 하고 있던 세르피니아의 얼굴이 단번에 헤실, 풀어졌다.

 “그래서 저는 일을 하면서 아주 사심을 담아 단장님을 보고 있어요. 매일 봐도 그 아름다운 미모를 어떻게 잊고 있을 수 있을까요.”

 “맞아요, 회장님! 가끔씩 보여주시는 단장님의 그 미소만 봐도 얼마나 마음에 힐링이 됩니까!”

 세르피니아의 감격스럽다는 말을 필두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이들의 입이 하나, 둘 열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세르피니아가 하이엔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모두와 같이 이렇게 덕질을 한다는 것으로 인해 잠시 잊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요 며칠 황자님을 못 뵈었다는 거겠네요. 아무래도 바쁘신 분이니….”

 “데르칼 왕국의 파티에 초청받아 떠나신지 한 열흘 지났나요. 며칠 뒤면 돌아오시겠네요.”

 “황녀님도 같이 가시고. 지금 황실안에서 볼 수 있는 미인이 단장님뿐이라 많이 아쉽네요.”

 세르피니아가 나른한 웃음을 지으며 아쉬운 듯 회의실 책상에 상체를 기대었다. 저택에 돌아가면 매일 보고, 언제나 항상 보고 있는 얼굴이지만 그 얼굴이 미인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

 하지만 가족의 얼굴을 보는 것과 타인의 미인의 얼굴을 보는 것은 또 다른 것이었다.

 “그래도 단장님이랑은 항상 같이 있으시잖아요?”

 “……보는 만큼 일도 너무 많이 시키는 게 문제라구….”

 책상위에 늘어져서 푸욱, 한숨을 내쉬는 세르피니아에 회의실 내에 있던 다른 기사들과 시녀장은 난처한 얼굴을 했다.

 지금 이곳은 바로 황시래, 아니 제국내의 미인들을 옹호하고 덕질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의 팬클럽이었다. 그리고 이 팬클럽을 창설한 이는 바로 다름 아닌 자신들의 앞에서 책상위에 늘어져, 날카로운 눈을 하고 먼 곳을 노려보고 있는 세르피니아였다.

 검술 실력도 뛰어나고, 외모도 남다르고, 많은 기사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세르피니아에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딱 한 가지. 아니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응…, 잘 생겼, 우왓!”

 미인을 좋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하상 가만히 있으면 냉정하고 날카로운 분위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세르피니아가 꽤 멍하고 덤벙거리는 푼수라는 것이었다.

 의자를 돌려 황자와 단장, 그 외 제국에서 유명한 여자, 남자를 가리지 않고 미인들의 모습을 그려놓은 초상화를 돌아보다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부단장님!”

 “회장님!”

 각기 다른 호칭으로 불리지만 결국은 그 호칭이 향하는 사람은 단 한 명. 세르피니아였다. 세르피니아가 넘어지자 또냐며 한숨을 쉬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혹여 어디 다쳤을까 세르피니아의 곁으로 급히 뛰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세르피니아경, 괜찮아요?”

 “……아파.”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혔는지 머리를 스윽스윽 문지르며 세르피니아가 포옥, 한숨을 내쉬었다. 미인들의 얼굴을 보며 힐링을 하는 것은 좋지만 아픈 건 싫었다.

 “…부단장님은 정말 입만 다물고 있으면 완벽한데 말이죠.”

 “아니지, 거기에서 가만히 있으시면 돼.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또 푼수 모습을 보이실 걸.”

 “……그러고 보니 조금 있으면 신인 기사들을 뽑는 테스트가 있지 않습니까? 그 때 부단장님도 참여를 하는 게 원칙인 걸로 기억하는데….”

 아차. 한 기사의 말에 그곳에 있던 팬클럽 간부들은 지끈 거리는 두통으로 인해 머리를 부여잡았다. 솔직히 세르피니아의 실체를 아는 이들은 기사단에 한 해 알려져 있었다. 왜냐하면 단장님이 필사적으로 소문을 막기 위해 발로 뛰고 계셨으니까.

 “……그 신입들 중에 만약 부단장님 취향에 맞는 녀석이 있으면 어떨까요?”

 “바로 성격이 드러나겠지?”

 “그럼 부단장님의 본성도 대대적으로 드러나겠네요?”

 “…………….”

 …큰일났다!

 세르피니아의 본성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푼수끼가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기사단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본성을 어떻게든 숨겨야 했다.

 본인은 크게 숨기려는 마음이 없지만, 기사단과 하이엔은 두고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하이엔이 그렇게 소문을 막기 위해 열심히인 이유는 단 한 가지. 예전 세르피니아가 임무로 인해 잠깐 자리를 비웠던 사이 하이엔은 기사단을 불러 모아 말을 전했다.

 [어차피 다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세르피니아경은 내 여동생이다. 그리고 바보 같은 푼수지. 덤벙대고, 얼굴은 밝히고,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그렇기 때문에 기사단에게 부탁이 있다.]

 그 때는 갑자기 다들 알고 있는 사실들을 말하고 있는 하이엔을 의아하게 바라봤지만 곧 이어지는 말에 격하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실을 모두 비밀로 해주었으면 한다. 내 동생이 저런 녀석인 것을 알았다가는 결혼은커녕 절대 연애 한 번 못하고 혼자 죽을 게 뻔한 녀석이야. 저 녀석과 엮일 불쌍한 녀석이 누가 될 줄은 모르겠지만, 일단 세르피니아경의 본성이 드러나서는 위험해. 게다가 우리 기사단의 위엄도 떨어질 수 있다. 그러니 모쪼록 도움을 부탁한다.]

 여동생을 위해 고개를 숙이는 단장이 아직까지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다들 암묵적으로 지켜주는 비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녀의 본성을 숨겨야만 했다. 무엇보다 본인에게 숨길 의지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그래도 잘 생겼다….”

 넘어져서도 멍하니 초상화를 올려보며 나른하게 웃는 세르피니아를 보며 기사들은 뒤에서 손을 모았다.

 절대, 본성을 숨겨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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