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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미션
작가 : 백한송이
작품등록일 : 2016.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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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작성일 : 16-08-16     조회 : 612     추천 : 2     분량 : 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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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방 경찰청 광역수사대 제 7 강력반 회의실 안.

 

  수사반장 재욱이 일곱 명의 팀원들이 앉아있는 테이블 위로 사진 몇 장을 던졌다.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사진들을 들여다보았다. 여러 장의 사진은 모두 한 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딱 보기에도 한 덩치 하는 범상치 않은 조폭의 모습이었다.

 

  “나이 38살, 이름 김기태, 쌍두파 2인자, 얼마 전 홍콩에서 귀국. 이 자가 귀국한 뒤로 운두회 것인 강남 H룸싸롱에서 패싸움이 일어났었지. 쌍두파가 급습을 했는데 그 일로 운두회 조직 두 명이 살해됐어.”

 

  모두 그 사건을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재욱은 잠시 생각을 하다 말을 이었다.

 

  “그런데 쌍두파보다 강한 운두회가 이런 손실을 본 이유가 삼족회가 운두회를 도왔지. 무슨 조건으로 도왔는지는 모르지만 뭔가가 있어. 삼족회는 표면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이 자에게서 삼족회의 단서를 찾으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함정을 만들어 끌어들일지 다들 생각 좀 해봐.”

 

  27세부터 36세로 최상의 무술 실력과 두뇌를 가진 이들로 특별히 구성된 이 팀에서 막내이자 유일하게 여자인 지윤이 삼족회라는 말을 들은 순간 눈빛이 달라졌다. 다들 사건에 대해 골몰히 생각하느라 그런 그녀의 변화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일단 쌍두파 근거지를 주변으로 탐색을 해 보죠. 그러면 뭔가 단서가 잡힐 지도 모르죠.” 삐딱하게 앉아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질근 질근 씹고 있던 이 형사의 말에 재욱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안 될 것 같아. 두 조직이 뭔가 거래를 하는 게 분명하다면 틀림없이 단서를 찾기 힘들게 해놨을거야. 다들 삼족회가 어떤 조직인지 잘 알잖아. 큰 사건의 배후에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의도적으로 증거를 남기지 않는 이상은 결코 모습을 잘 드러내지도 증거를 남기지도 않지. 하지만 다른 조직과 여타의 거래가 전무후무한 이 조직이 쌍두파와 모종의 거래를 하는 것이 포착되었어. 어때, 의미심장하지 않아?”

 

  반장인 재욱이 내놓은 것은 쌍두파 조직원의 사진이지만 결국 요점은 쌍두파가 아닌 거대한 암흑 속에 숨어 있는 삼족회와 연관된 인물임을 암시했다.

 

  “최근 홍콩에서 국내로 유입된 다량의 마약과 관련이 있을 거야. 일부는 수거했지만 상당분량이 감춰져 있고 곧 시장에 풀릴거야. 우리나라를 근거로 외국으로도 나갈거고. 그걸 막아야 하는데. 그리고 배후에 조무래기 쌍두파가 아닌 거물 삼족회가 있다는 것도 밝혀야지. 뭔가 자금을 모으는 중임이 분명한데... 그러면 본거지를 압수수색을 하면서 그 무리와 관련된 많은 사건들을 수면 위로 떠올리게 할 수 있을텐데. 그리고 삼족회와 관련된 인물들도 줄줄이 사탕으로 엮여 나올테고. 이거 이 번 일이 아주 중요한 건 분명하군.”

 

  4년동안 모든 과목과 실기에서 만점을 받으며 경찰대학을 수석 졸업한 전무후무한 인물, 하재욱 반장은 이미 거대한 흐름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팀원들에게 이것들에 대해 설명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문제는 어떻게 수사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위험한 일의 시작을 팀의 유일한 홍일점인 지윤이 하겠다고 나섰다.

 

  “이 자에게서 단서를 찾는 것 제가 맡아보고 싶습니다.”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강력계로 들어온지 3년차인 지윤은 그동안 재욱의 명령에 따라 크고 작은 임무를 잘 해내왔다. 나이가 어리고 여린 여자인 그녀가 어디서 그런 체력과 정신력이 나오는지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팀원들이 그녀를 보고 가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나를 말하면 열을 알아들을 정도로 머리도 비상하고 업무 수행 능력이 탁월했다. 팀에서 유일한 홍일점인 그녀가 걸리적거리기는 커녕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될 때가 많다. 하지만 조용한 성격의 그녀는 묵묵히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뿐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거나 나서지는 않았다. 그런데 거의 처음으로 자신이 이 임무를 하겠다고 발언을 한 것이었다.

  이런 지윤의 모습을 보는 재욱의 이마가 찡그려졌다.

 

  “서지윤, 넌 내가 따로 지시할 때까지 기다려.”

 

  단 한 마디로 일축해버리고 그녀의 의견을 무시했다. 위험한 일에 지윤을 앞세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지윤이 그녀답지 않게 고집을 피웠다.

 

  “반장님, 저도 우리 팀에 들어와서 자리만 차지하고 밥만 축내며 살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여러 작전에도 투입되었었고 현장 경험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하! 충분하다. 그걸로는 부족해. 그것도 한참. 넌 정보부 쪽에서 주는 정보나 수집해서 정리해서 현장으로 넘겨주는 일이나 해. 그리고 우리가 상대할 대상은 그냥 그저 그런 조폭무리가 아니야. 삼두회는 유령선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접근을 하거나 관련 인물을 파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 그리고 조직을 알려고 접근해 오는 자들을 가만 두지 않기로도 유명하지. ”

 

  재욱의 말에 지윤은 속으로 대꾸했다.

 

  ‘저도 압니다. 높으신 분들과도 관련도 있고 경찰 목숨쯤은 피래미처럼 죽이는 작자들이라는 것을요.’

 

  지윤이 아무도 모르게 삼족회에 대해 개인적으로 몇 년 동안 수집한 정보가 꽤 되었다. 자신 같은 젊은 여형사가 그들에게 접근할 기회가 없어 이렇게 정보만 수집 중이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정보나 수집하고만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녀는 수사반장 재욱이 아까 삼족회를 언급했을 때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이 일에 관여해서 해결해 나가고 싶었다. 아니 꼭 그래야했다.

 

  “제가 여자라서 그러시는 겁니까? 그래서 못 미더우셔서 그러시는 건지. 하지만 절 믿어주시고 제가 방금 구상한 작전이 있는데 들어보심이...”

 

  “서지윤, 너 답지 않게 오늘 말이 많군.”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레이저를 쏘는 듯한 두 눈빛이 만나면서 불꽃이 튀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처음 보는 신경전에 분위기가 싸해지며 다른 팀원들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강력계 형사로는 어울리지 않게 평소 조용하고 순한 성격의 지윤의 이런 모습이 매우 낯설어 그녀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똑똑-

 

  “들어와.”

  재욱의 말에 문이 열리고 지윤이 수사반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서류를 들여다보는 재욱은 발걸음만 듣고도 누군지 알고 쳐다보지 않았다.

 

  “반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도 재욱은 아무말 없이 자신이 보던 자료만 살펴보고 있었다. 지윤은 그가 자신을 보기를 잠시 기다리다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러 들어왔는지 짐작하고 자신을 일부러 보지 않고 무시하는 그의 태도에도 할 말을 해야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까 회의 시간에 말씀 드리지 못한 의견 꼭 말씀 드리려구요. 저에게 정말 좋은 계획이 있습니다. 일단 박기태가 자주 출몰하는 장소를 알아보고...”

 

  그녀가 본론을 말하기도 전에 재욱이 탁자를 탁 쳤다. 그리고 매서운 눈빛으로 지윤을 보았다.

  지윤은 지금 자신을 보는 이 눈빛을 본 적 있었다. 작년에 몇 해 동안 수천억원대 보이스피싱을 하던 일당들을 포위하고 잡을 때 이 표정을 보았었다. 한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고 작전을 수행하며 꼭 검거를 하겠다는 그의 결연한 각오가 담긴 카리스마 가득한 눈빛. 지윤은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 이 남자는 한 번 잡은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 야수의 피가 흐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를 잘 아는 그녀도 매우 낯설고 두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단호한 태도에도 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그의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이미 작전도 짰고 강형사와 이형사가 한 조로 먼저 움직이기로 했어. 이제 와서 뒤집자는 건가?”

 

  “그 방법 보다는 제가 계획한 방법이 더 좋을 것 같은데 한 번 들어봐 주십시오.”

 

  “그만, 들을 생각 없으니 나가봐.”

 

  “정말 여자라서 안된다는 겁니까? 그러면 제가 이 팀에 소속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저도 나름대로 제 한 몫은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서지윤 경위, 무술 실력이 어느 정도이지?”

 

  “무술 공인 8단입니다. 하지만 제가 늦게 시작해서 그렇지 그리 부족한 실력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녀가 굽히지 않자 재욱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지윤의 앞에 섰다. 무술 16단인 그의 단단한 체격과 168cm인 그녀가 고개를 한껏 들고 올려다 볼만큼 장신이 주는 위압감에 긴장이 되었다. 아니 비단 이런 외적인 조건 때문이 아니었다. 얼음의 심장이라고 불릴만큼 차갑고 빈틈없는 그의 성격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 남자 앞에 서면 지윤은 언제나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떨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이렇게 내려다보는 지금은 더 긴장이 되고 떨렸다. 하지만 지윤은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고개를 들고 그의 눈과 꿋꿋이 마주쳤다.

 

  “부족한 실력이 아니다. 현장에 전면 투입되는 건 그냥 남자 형사들에게 맡겨둬. 넌 그냥 뒤로 빠져있어. 네 말대로 여자인 네가 나서기엔 너무 위험해.”

 

  “반장님, 절 여자로 보지 않고 그냥 하나의 팀원으로 봐주시면 안됩니까?”

 

  “내가 비단 성차별을 한다고 생각하나. 남녀의 타고난 체격과 체력 자체를 말하는 건데. 우리나라처럼 경찰마저 총기사용이 자유롭지 법을 가지고 있는 곳에서는 격투실력 그리고 힘이 중요하지.”

 

  “제 격투실력이 아니어도 저의 다른 면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실 겁니다. 반장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바로 여자의 면 말입니다.”

 

  뜻을 굽히지 않고 말하는 지윤의 커다란 눈망울은 단호한 각오를 나타내듯 흔들림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서지윤. 너 아주 단단히 각오를 한 모양이군.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나? 내가 널 투입시키지 않으려는 것은 네 능력을 과소평가해서가 아니야. 백번 생각해도 네가 이 사건에 발을 딛는 것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지. 삼족회 그들이 어떤 자들인데... 널 그런 위험에 노출시킬 수 없다. 아무리 네 아버지와 관련된 일이라 할지라도...’

 

  재욱은 이 말은 속으로만 생각하고 꺼내지 않았다. 그대신 팔짱을 끼고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일부러 그녀에게 어깃장을 놓았다.

 

  “그래 여자로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거지. 미인계라도 써 볼 작정인가.”

 

  “필요하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녀의 생각을 간파한 그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지윤은 그를 바라보던 고개를 내렸다. 이렇게까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은 재욱 앞에서 대단한 용기를 낸 것이기에 그의 차가우면서도 복잡한 눈을 더 이상 마주 보지 못하고 눈을 피해버린 것이었다.

 

  ‘너 도데체 왜 이러지? 너답지 않은 이런 모습은 정말 처음 보는군. 정말 이번 기회에 아버지의 원수라도 갚을 작정인가.’

 

  재욱은 짙고 긴 속눈썹으로 반쯤 가려진 그녀의 눈을 보며 그녀가 말하고 싶어 하는 작전이 뭔지 파악했다.

  이 또래의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그녀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항상 활동하기 편한 투박하고 칙칙한 색상의 캐주얼 차림이었다. 하지만 이런 차림으로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가 어떤 변신을 해서 작전에 투입할 생각인지 충분히 상상이 갔다. 그러니 더더욱 안 된다. 이런 위험천만한 일에 미인계라니.

 

  “서지윤 경위, 경찰조직은 철저한 계급사회다. 상부의 명령이면 따라야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면 안된다는 것이지. 아무리 자신이 생각한 작전이 우수하다고 생각되어져도 상사가 여러 가지를 고려해 짠 작전이 더 옳다. 만일 내 명령대로 움직이기 싫으면 다른 부서로 이동시켜 주겠다.”

 

  그의 말에 지윤은 결국 고집을 꺽고 말았다.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하면 그녀가 삼족회와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멀어지고 만다. 그녀는 제 7 강력반에서 일을 하면서 이 팀이 처리하는 많은 사건들이 삼족회의 그림자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이런 팀을 이끄는 반장인 재욱의 눈 밖에 나서 이 팀을 떠나게 되면 안 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그를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경고를 받은 이상 여기서 멈춰야 했다. 그는 허투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억지 부려서 죄송합니다.”

 

  지윤은 체념한 듯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하고는 수사반장실을 나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재욱은 ‘후’ 하며 한숨을 쉬며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러면서 제 7 강력반을 맡은 4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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