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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미션
작가 : 백한송이
작품등록일 : 2016.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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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겁 없는 그녀
작성일 : 16-08-18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7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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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7 강력반은 이태식 경찰청장이 서울지방 경찰청장으로 취임한 후 조직된 것이었다. 표면상으로는 서울의 치안과 안보를 위해 강력반의 수를 늘리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 내막을 따로 있었다. 태식은 사건 사고 해결에 두각을 나타내며 서른 초반에 벌써 대통령표창까지 받은 재욱을 따로 불러 제 7 강력반에 대해 설명하며 수장이 되어주기를 부탁했다. 그 당시로부터 13년 전 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제 7 강력반은 사실 삼족회를 파해지기 위해 특별히 조직된 것이었다. 다른 강력반과 별반 다르지 않는 일을 했지만 재욱은 소속 형사들도 모르게 그들을 뒤를 쫒는 일에 관여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그 조직에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그가 이 팀을 맡은 후 처음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꼬리를 자르고 또 숨어버리기 전에 접근을 해야하기에 팀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이 조직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본격적으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려고 하는데 지윤이 이렇게 나선 것이었다.

 

  3년 전 이 곳으로 처음 발령을 받아 만난 서지윤. 도저히 싸움이라고는 모를 것처럼 생겨 가녀리게만 보이는 그녀가 왜 경찰이 되었는지, 그것도 강력반 형사가 되었는지 모두들 미스테리하게 여겼다. 하지만 그녀의 업무수행 능력을 보고 한 사람의 형사로서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걱정과 기우는 얼마 후 사라졌다. 가는 체구에서 어떤 힘과 정신력이 나오는지 틈틈이 실시되는 힘든 훈련도 잘 해내고 사격 실력도, 격투 실력도 아주 노련했다. 처음 그녀를 보고 사무직 여직원처럼 대하던 팀원들도 이젠 모두들 여자가 아닌 한 사람의 팀원으로 그녀를 대해주고 있다.

 

  이런 그녀의 성향과는 상관없이 재욱은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를 보호하고 싶다는 보호 본능이 강하게 일었다.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위험한 일을 하는 강력계가 아니라 안전한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고 싶었고, 더 나아가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일 따위는 집어치우게 하고 자신의 보호 아래 가두고만 싶었다. 그가 관심 없고 생각해 본 적 없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라도.

 

  그가 느끼는 그녀에 대한 감정이 단지 보호본능일 뿐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혹시 사랑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가정 상황 때문에 평생 사랑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여자와의 가벼운 만남은 간혹 있었지만 결코 관계를 오래 끌거나 어떤 인연을 만들지는 않았다.

  재욱은 자신이 그렇게 어떤 인연을 가질만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고 여겼다. 태어난 자체로 환영받지 못한 존재가 바로 자신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더 가까이 남자로서 접근하지 못하는지도 몰랐다. 자신의 상처를 그녀에게까지 보여주며 떠안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더해졌다. 최근에 지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서 프로필을 살펴보던 중 그녀의 가정환경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한번도 말을 꺼낸 적도, 티를 낸 적도 없어서 모르고 있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가진 상처만으로도 살아가는 게 버거운 것이 분명했다.

 

  그는 강한 척해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나 보이는 여린 그녀를 보호해주고 싶었다. 아무도 건들지 못하게 가둬놓고 지켜 주고 싶은데 폭탄을 손에 들고 적진으로 뛰어 들어가려고 하는 그녀를 어찌해야 좋을지 머리가 아파 올 지경이었다. 폭풍은 이제 시작인 듯 싶은데.

 

  재욱과 대면하고 나와 자리에 앉은 지윤은 작은 한숨을 쉬었다. 이선우 형사가 앉은 체로 의자를 휙 끌더니 그녀 옆에 와서 책상 위에 팔꿈치를 대고 머리를 기대며 그녀를 보았다.

 

  “어이 막내, 오늘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갑자기. 사람이 안 하던 행동을 다 하고. 이제 강력반 3년차 되니까 뭐 반장하고도 해 볼만 한거야?”

 

  장난기가 다분한 그답게 이런 그녀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치고 들어왔다.

 

  “근데 혼자는 아직 약해. 다음엔 나랑 모의해서 같이 할까? 반장님, 물 한 번 먹여주자구. 크크.”

 

  그녀만 듣도록 가까이 다가와서 작게 하는 농담에 지윤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었다.

 

  “어, 웃었어. 그래 좀 웃어. 여자가 웃어야 더 이쁜 법이야. 허기사 여기서 더 이쁘면 반장님만 힘들어지겠지만.”

 

  그의 말에 지윤의 표정이 당황스럽게 변하며 선우를 보았다.

 

  “아니, 뭐 내 말은 다른 뜻이 아니고 다른 팀에서 요즘 너 데려가고 싶다고 하는 소문이 있어서. 능력 있지 일 잘 하지. 거기다 외모도 출중하고... 흠흠... 그러니까 얼마나 탐이 나겠어.”

 

  “선배님이 그렇게 치켜 세워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반장님은 저 다른 팀에 보내고 싶으신 모양인데요.”

 

  “왜? 좀 전에 다른 팀으로 가라고 하던? 아니 너무하네! 자기 의견 좀 말했다고... 아니지, 열심히 일 하겠다고 한 것 밖에 없는데 다른 팀으로 가라니. 정말 너무 한 거 아냐?”

 

  갑자기 선우가 목소리가 커짐과 동시에 반장실 문이 확 열리면서 재욱이 나와서 조용하지만 힘이 실린 저음으로 말했다.

 

  “여기 지금 잡담할 시간 있나? 아까 각자 맡은 일 하려면 바쁘지 않나?”

 

  재욱의 말에 선우가 다시 의자 바퀴를 또르르 굴리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둘의 대화를 안 듣는 척하면서 다 듣고 있던 팀원들이 하나 둘 일어나면서 일 하러 나간다며 자리를 떴다.

  그들이 다 나간 후 무언가 끄적이던 지윤도 정보부로 가기 위해 일어났다.

 

 

  “이 경위님, 이것 좀 부탁해요.”

 

  경찰청에 콕 쳐박혀서 정보나 수집해서 넘기라는 그의 명령을 순순히 따르는 말 잘 듣는 부하직원인 양 지윤은 그가 말한 일을 수행하러 정보부로 건너왔다.

 

  “아, 네. 서형사님.”

 

  세 개의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일을 하고 있던 미영은 그녀가 건네 준 서류를 받아 넘겨보았다.

  그런데 맨 마지막장에 메모지 하나가 붙어있었다.

 

  -뻐꾸기가 둥지 위에서 날아올랐다.-

 

  메모를 본 미영은 고개를 들고 지윤을 보았다. 너 정말이니 하는 표정이다.

  이 메모는 둘만 쓰는 암호 같은 것이다. ‘뻐꾸기’는 지윤이 쫒는 표적인 삼족회이고 ‘둥지에서 날아오른 것’은 ‘표적이 보이니 그것을 잡겠다’는 의미였다. 경찰대학 시절 같은 기숙사 방을 쓰던 절친이었던 미영은 지윤이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를 잘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지윤은 서류를 들고 있는 미영의 손을 지긋이 잡고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우리 팀 일 좀 잘 도와주세요. 빠른 일처리 부탁드립니다.”

 

  “알겠어요. 할 수 있는 건 빨리 해드리죠.”

 

  미영은 지윤의 요구에 백퍼센트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지윤의 팀에서 요구하는 정보 외에 지윤이 따로 원하는 정보는 수집하기도 쉽지 않고 설사 구했다고 하더라도 그녀 혼자 단독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것을 알기에 미영으로서도 선뜻 도와주기 망설여졌다.

 

  “뭐 빨리 안되는 건 다른 방법으로 알아봐야겠습니다.”

 

  지윤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미영이 작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맡기신거니 믿고 기다려주세요.”

 

  결국 미영이 그녀의 뜻을 꺽지 못했다.

 

  “네, 그럼 부탁해요.”

 

  일상적인 일 이야기 같지만 서로만 알아듣는 대화를 마치고 지윤이 나가자 미영은 뭔가 결심한 듯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화면에는 한 사람에 대한 개인정보에 맞게 그의 최신 행적에 대한 은행거래, 카드 사용 내역, 자동차 이동 구간, 가명으로 이용하는 호텔 출입 내역, 공항이나 항만 입출국 내역 등이 수집되기 시작했다.

 

  **

 

  “이얍! 얍!” “합! 합! 합!”

 

  검도관 안에 검도복장을 갖추고 호면을 쓴 두 사람이 대결을 벌이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서로 한치도 물러섬이 없을 것처럼 서로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한 사람이 물러나면서 뒤로 가는 만큼 공격할 때는 가차 없이 다시 앞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을 반복했다.

 

  불꽃 튀는 접전이 이어진 후 다시 두 사람의 죽도가 서로를 향해 치켜세워지고 겨눔세를 하며 오른쪽으로 한발씩 서서히 맴돌았다. 누가 먼저 치고 들어올 건지 가늠하며 머리를 보호하는 면의 구경 사이로 쏘아보는 눈빛의 기세가 죽도의 겨루기 못지않게 격했다.

 

  “야~압!” 여자로 보이는 작은 체구의 사람이 먼저 조용한 적막을 가르며 고음의 기합과 함께 빠른 발걸음으로 순식간에 공격을 했다.

 

  -탁! 탁! 탁!-

 

  세 번의 죽도의 합이 끝나고 공격을 받은 이가 옆으로 물러서면서 다시 떨어졌다. 겨루기가 시작하고 나서 쉬지 않고 몰아치는 대결로 더없이 숨이 차올라 두 사람 다 가슴을 들썩였다. 격렬한 대결로 매우 거친 호흡이 쏟아져나왔다.

 

  “후... 이제 그만 하지.”

 

  “하아, 하아.”

 

  치열한 결투 끝에 큰 체구의 남자로 보이는 사람이 중지할 것을 말하자 작은 체구의 사람이 죽도를 내리며 가픈 숨을 진정시켰다.

  정자세로 서로 마주보고 인사를 하고 무릎을 꿇고 호면을 벗은 한 사람은 지윤이고 다른 한 사람은 지윤의 검도스승이었다.

  비 오듯 흐르는 땀을 흘리는 지윤에게 사부가 다가와 물었다.

 

  “지윤이 너 오늘 되게 무섭더라. 뭘 그렇게 죽자사자 덤비냐. 오늘 내 몸 어디 하나 부러뜨리고 싶은 거였어?”

 

  너스레를 떠는 그의 말에 지윤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이 제 목도에 뼈가 부러지시면 전 사망 직전이게요.”

 

  “무슨 소리야. 내가 방심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왠만한 남자들 너한테 걸리면 뼈도 못 추리겠어. 후후.”

 

  그가 한 말이 영 틀리지는 않았다. 가끔 지윤이 강력계 형사인 걸 모르고 밤에 늦은 귀가를 하거나 운동을 나갔다가 불량배를 만나면 그녀에게 호되게 당하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이 날도 지윤은 도장을 나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늦은 밤 집에 가는 길에 으슥한 골목을 지나다가 불량배 한 무리를 만났다. 지윤의 집이 있는 산 중턱에 있는 이 동네는 치한이 잘 되는 지역은 아니라 이런 녀석들을 종종 만나기도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집으로 가다보면 집에서 세 블록 정도 떨어진 지역에 공터가 하나 있는데 운동기구가 있어서 낮에는 사람들이 종종 운동할 때 이용했다. 그런데 깜깜한 밤이 찾아오면 이곳은 운동하는 장소가 아닌 으슥한 곳이 되어 꼭 여기서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돈을 뜯는 놈들이 있었다. 이 동네에 사는 젊은 여자들은 이런 장소임을 알기에 밤에는 이 곳을 피해 다녔다. 그리고 깊은 밤이 될수록 남자들도 되도록 이 앞으로는 다니지 않았다. 그러니 이 곳은 인적이 드물어 더 우범지역처럼 되어 갔다. 하지만 지윤은 이 곳을 지나지 않으면 멀리 빙 돌아가야하니 그냥 상관없이 지나다녔다.

 

  그 동안 그녀에게 당한 놈들은 그녀를 보고 슬슬 피하는데 지금 그녀 앞을 가로막는 녀석들은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그러니 여자 혼자라고 이렇게 겁도 없이 다가왔지.

 

  공터 입구에 있는 벚꽃이 희미한 가로등 때문에 살짝 살짝 반짝이다 약한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졌다. 그녀와 그녀를 가로막는 녀석 사이로도 흩날렸다. 고혹스러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마주보는 사람들 사이에 살벌한 냉기가 흘렀다.

 

  “어이, 아가씨, 혼자 심심한 거 같은데 오늘 우리랑 한 번 놀아볼까?” ‘다섯 명 중 제일 덩치가 큰 녀석이 무리의 짱인가 본데. 호기롭게 앞으로 나오며 시비를 거는 거 보니. 저 놈만 먼저 잡으면 되겠군.’

 

  실전연습 삼아 가끔 이런 녀석들과 맞붙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격투 연습에서는 상대방을 위협하는 행동만 할 수 있지만 이런 실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선량한 시민들한테 시비를 걸거나 강도짓도 하는 이 녀석들도 한 번 호되게 혼나볼 필요가 있었다.

 

  모자를 쓰고 있으면 아무래도 시야가 가렸다. 짧은 시간에 단번에 해치우기 위해 모자를 벗어 가방에 넣고 한쪽에 내려놓았다. 손가락 없는 가죽 장갑을 끼면 손이 덜 상할 것 같지만 주먹보다는 발차기로 승부를 볼테니 별로 상관없었다.

  지윤은 두 주먹을 쥐고 위로 들어 싸움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덤벼. 한 놈씩 덤벼도 되고 때로 와도 상관없고.”

 

  모자를 벗으니 예쁘장한 얼굴이 드러나고 불량배 무리가 너 아주 잘 걸렸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한줌도 안되어 보이는 여리여리한 곱상한 여자가 싸울 자세를 제대로 취하며 하는 말이 ‘덤벼’라니. 그녀의 모습에 불량배들은 가소롭다는 듯 다들 헛웃음을 날렸다.

  그리곤 곧 앞에 서 있는 패거리 대장이 가래침을 탁 밷으며 웃음기를 얼굴에서 지우고 웃기지도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이런 기집애가 다 있어. 한 번 놀아주려고 했더만 곱게 대하기는 힘들겠네.”

 

  바람이라도 불면 훅하고 날아갈 것 같은 여리한 여자가 겁도 없이 싸움을 허락하자 이렇게 겁부터 주었다. 그리고 갖잖다는 듯 다시 한 번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고 붙잡으려고 다가왔다.

  그런데 녀석이 지윤을 잡기 위해 거의 가까이 다가 온 순간 갑자기 눈 앞에서 불이 번쩍 나며 얼굴이 획 돌아갔다.

 

  “윽!”

 

  그리고 고개를 따라 몸이 돌아가더니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온 힘과 체중을 싫어 돌려차기 한 그녀의 발이 정확히 녀석의 옆얼굴을 강타하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너무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라 뒤에 있던 놈들은 다들 믿기지가 않는지 입을 벌리고 정지 상태로 있었다. 싸움에 일가견이 있다는 그들의 대장이 그보다 한참 작은 여자한테 저렇게 당해서 쓰려져 있다니.

 

  쓰러진 놈을 보고 그녀는 속으로 일단 안도를 하였다. 하도 덩치가 좋길래 상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쉽게 저렇게 꼬꾸라져서 다행이었다. 일단 녀석이 그녀가 이렇게 센 발차기를 할지 몰라서 방심하고 다가와 쉽게 공격이 먹혀들어갈 수 있었다. 싸움은 기술이기에 여자인 자신도 몸의 무게 중심을 잘 이용해 약한 부분을 공격하면 자신보다 훨씬 클지라도 저런 둔한 놈들 정도는 어렵지 않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녀석은 그녀에게 맞은 것도 맞은 것이지만 꼬꾸라지면서 바닥에 몸과 머리를 부딪히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가로등을 등지고 있어서 녀석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지만 아마 얼굴에 멍이 시퍼렇게 들고 입가에 피도 흘리는 듯 했다.

 

  “다음은 누가 덤빌거지.”

 

  그녀의 말에도 다들 머뭇거리며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대장이 저러고 있다고 아무도 나서지 않는 걸 보니 그냥 무늬만 껄렁껄렁한 불량배들이었다.

 

  “이에 씨팔! 야, 가, 가자.”

 

  그들은 아주 짧은 시간동안 기를 꺽이고 그녀에게 덤비는 걸 대신 도망가는 걸 택했다. 여자도 희롱 하고 돈도 뺏고 하려고 했는데 대장을 한 번에 쓰러뜨린 정체불명의 한 여자를 보고 오금이 저리려고 했다. 가로등 불빛 아래 별을 담은 듯 초롱초롱한 큰 눈망울에 해사하게 빛나는 여자의 얼굴이 예쁘기보단 오뉴월의 처녀 귀신을 본 듯 이젠 무서웠다. 그들은 일어나 비틀거리는 대장을 부축하고 얼른 사라졌다.

 

  ‘훗, 조무래기들.’

 

  지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가방을 들고 먼지를 탁탁 털고는 다시 가던 길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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