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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과 함께하는 나날
작가 : ghostS
작품등록일 :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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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요괴가 괴물을 낚는 법
작성일 : 17-11-22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6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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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유능한 퇴마사의 어설픈 제자

 

 #5. 요괴가 괴물을 낚는 법

 

  온 몸 위로 세찬 빗줄기가 아프도록 쏟아지고 있다.

  선우명은 자신의 몸에 여기저기 철썩 우글우글 들러붙어서는 자신의 생기를 무지막지하게 빨아대는 귀신들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거친 빗소리와 귀신들이 내는 불쾌한 소음들 사이에서도 날카롭게 귓속으로 파고드는 익숙한 비웃음소리는 선우명을 더욱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아애我愛.

  ‘스스로를 사랑하다.' 라는 지극히 ‘자기애’적인 뜻을 가진 이름의 주인공이자 석 달 전부터 자기 곁에 빌붙어 살고 있는 밥벌레 같은 존재.

  하지만, 선우명 자신은 끔찍하게 두려워하는 귀신을 벌레만큼이나 하찮게 처리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이기도 하다.

  모순적이지만, 오로지 산 사람들의 생기만을 인지하고 쫓아다니는 귀신은 자기를 잡아먹을 수 있는 천적의 존재나 귀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없다. 세상의 많은 퇴마사들이 귀신들을 의외로 쉽게 퇴치할 수 있고 그걸 직업삼아 밥을 먹고 살 수 있는 이유다.

 

  “하아, 미친. 왔으면, 웃지만 말고 좀 도와주지?”

 

  겨우 입 밖으로 나온 말이었다. 녀석을 상대로 자존심을 챙길 상황이 아니었지만, 왠지 녀석에게 애원하는 건 싫었다. 한 번 녀석에게 정식으로 부탁을 한 이후부터, 녀석과 내내 얽혀서 좋은 꼴을 못 봤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단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이구, 그 꼴에 끝까지 센 척은? 그리고 난, 널 지금 도와 줄 마음 없거든. 니 피 냄새가 빗줄기랑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퐁퐁 엄청 흘러 다니기에 걍 뭔 일인가 구경하러 나온 거야. 깔깔깔깔.”

 

  어째서인지, 이 녀석의 목소리는 언제나 사람의 화를 필요 이상으로 돋우는 경향이 있다.

  선우명은 여기서 자기가 화까지 내면, 아까 사부님을 떠올리며 겨우 다스렸던 기운이 엉망으로 더 흐트러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잡귀들은 더욱 더 흥분하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아,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선우명은 억지로 입술을 깨무느라, 넘어질 때 찢어졌던 아랫입술에서 피가 더 배어 나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니가 이런 꼴이 되어 있으리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큭큭큭큭.”

 

  “하아, 얼른 이것들 좀 치워달라고.”

 

  “왜에? 뭣 때문에? 이 몸이 직접! 굳이! 너 같은 걸 위해서, 내가 나서야겠니? 것도 저런 허접한 것들 상대로?”

 

  “하아. 그래. 젠장, 미안해요, 미안해. 나 같은 걸 위해서 직접 나서게 해서. 그러니까 이것들 좀 어떻게 해달라고요.”

 

  자존심이고 뭐고 처음 아애를 만났던 날 외엔 붙이지 않았던 ‘요’자까지 다 나왔다.

 

  “오구오구, 이럴 때만 귀엽지? 큭큭큭. 그나저나 이런 것들도 혼자 처리하지 못하면서, 그 유명한 퇴마사의 제자라고 할 수 있나? 깔깔깔깔.”

 

  하아, 선우명의 입에서 한숨과 욕설이 한꺼번에 길게 튀어 나왔다. 이 상태로 몇 분만 더 있다간, 진짜로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역시나 저 요물 같은 걸, 의지하는 게 아니었다. ‘지 마음대로’ 끝판왕인 아애의 도움만을 언제까지고 기다리는 건 의미가 없다.

 

  “젠장, 불, 불덩어리.”

 

  억지로 정신을 집중시키고 겨우겨우 ‘불’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불꽃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기운을 너무 많이 뺏긴 모양이다.

 

  “깔깔깔, 바보가 따로 없네. 이런 날에 고작 불러내는 게 불이냐? 근처에 이렇게 물이 차고 넘치는데? 멍청하긴. 너, 사부한테 제대로 배운 게 하나도 없는 거야?”

 

  밉살스런 비웃음에 선우명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의외로 선우명은 ‘언령조형술’에 재능이 있었다. 사부님이 요령을 가르쳐 준지 단 하루 만에 오행의 일부를 불러 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 이후로 기술의 진보는 오래도록 없었다. 2년 동안 내내, 오행 그 자체만을 운용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언령조형술은 주술자의 기운을 담은 ‘말’을 내뱉음으로서 그 대상을 어디서든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존재하는 유한한 재료를 이용할 수 도 있었다. 그 고유의 기운을 유지하는 한, 원하는 모습대로 변형할 수도,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게 할 수도 있었다. 애초에 새로이 만들어 내는 것보다는, 있는 걸 이용하는 것이 훨씬 쉬운 법이다.

 

  그리고 지금은 사방천지가 다 물이다.

  귀신들은 원래 물의 기운을 좋아한다. 습한 환경이 그 잡것들을 더 기운 차리게 한다지? 한마디로 바퀴벌레와 꼭 같은 존재들이다.

  하지만 물을 무기로써 사용한다면, 귀신들은 그 물의 기운을 이길 수 없다. 아니, 원래 죽은 존재인 귀신들은 살아있는 모든 자연의 기운을 이길 수 없다. 오직 약하고 어리석은 인간들만이 귀신에 항복할 뿐이다.

  문제는 귀신 쫓는 일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물을 이용하느냐’ 인데.

 

  “야, 야,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지금 여기로 오는 것 같거든? 난 이런 쓰레기 같은 건 줘도 안 먹어요. 내가 기다리는 건 다른 거야. 흐흐흐. 간만에 영양가 있는 걸 제대로 포식 좀 할 수 있겠는데?”

 

  “뭐라고?”

 

  “나중에 그것들도 다 정리 해 줄 테니, 기다려. 아, 걱정 마. 정신까지 다 파 먹히기 전에, 꼭 구해줄 테니까 말이지, 크크큭크클.”

 

  아애가 군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에 선우명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등골이 오싹했다.

 

  “아애, 너……, 지금 뭘 기다리고 있는 거냐?”

 

  *

 

  어린 시절부터 선우명의 눈에는 항상 귀신들이 보였었다. 끔찍하고 역겹고 괴기스러운 존재들. 그래서 이 세상엔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들, 그 둘로만 가득 차 있는 줄만 알았었다. 사실 귀신들에게 너무 시달린 나머지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면 뭐든지 다 ‘잡귀’려니 부정하고 모른 척 했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흔히 정괴(精怪)니 요괴(妖怪)니 하는 존재들.

  대자연의 정기(精氣) 그 자체가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신체(神體)에 머무르다가 그 신체가 특정 형태로 변형되거나 창조되어진 존재들이다.

  각 정괴마다 고유한 초자연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지라 오랜 시간 동안 신으로 받들어지거나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선우명은 사부님에게 귀신뿐만 아니라 이런 요괴들을 직접 상대하고 퇴치한 적이 있었는지 물어 본적이 있었다.

  사부님이 말씀하시길 인간이 요괴를 퇴치한다는 것은 그 정기를 머금었던 그릇을 잠시 부서 버리거나 죽이는 것일 뿐, 인간이 정기 그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정괴들을 사람이나 귀신처럼 그저 ‘생生’과 ‘사死’로 단순 이분법으로 구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원래의 형체를 잃어버린 정기들은 아주 가끔씩 다른 곳에 깃들이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엔 그것들을 ‘요괴’라기보다는 ‘괴물’로 취급했다. 막 정기를 품은 것들은 오직 힘만 있을 뿐, 온전한 정신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더 강한 정괴에게 완전히 먹히는 경우엔 ‘죽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먹힌 요괴의 정기가 먹은 요괴의 힘으로 완전히 흡수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이 잘난 척 세상의 주인인 것처럼 살고 있지만, 이미 그들은 인간이 지구를 뒤덮고 살기 훨씬 이전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저 이 세상과 이 세상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든지, 아니면 아예 무시하든지 그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흔하디 흔한 전설 속 ‘도깨비’니 ‘산신령’이니 ‘이무기’니 하는 것들 모두 정괴에 해당하는 종족이었다.

 

  문제는 그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는 정괴들 사이에서도 인간에게 친절한 존재와 친절하지 않은 존재가 나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고대엔 신적인 존재들에게 산 인간을 재물로 바쳤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우리나라에만 해도 처녀를 산 채로 바친다는 전설과 설화가 얼마나 많냔 말이다.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죽은 인간의 피와 살을 발라서라도 바쳤다. 인명중시 또는 인간중심 사상이 퍼져서야 동물들로 대체되긴 했지만 말이다.

 

  그건 바로 이런 존재들에겐 인간이 그저 맛있는 먹거리 중 하나였기 때문이겠지.

  살아있는 인간의 피를 좋아하는 요괴가 뱀파이어뿐 만이 아니었으며 인간의 간을 씹어 먹는 게 구미호만이 아니란 것이다.

 

  “큭큭큭. 니 피가 은근히 맛깔스럽거든. 분명히 니 피 냄새에 끌려오는 것들이 있을 줄 알았지. 깔깔깔.”

 

  “하아, 이 미친! 니가 날 미끼로 삼아?”

 

  선우명은 고함을 치면서도 스멀스멀 기어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귀신들과는 또 다른 역겨운 냄새와 기운이었다.

  아니, 그런데 기어온다고? 뭐지 저건? 게다가 한 둘이 아니다!

 

  “치. 또 저런 것들이야. 옛날엔 먹음직스럽게 생긴 것들도 제법 많았다는데, 요즘은 왜 저런 것들만 많이 보이지?”

 

  아애가 살짝 실망한 뉘앙스를 풍기며 말했다.

  선우명은 자신이 지금 귀신들에게 눌려 꼼짝도 못 하는지라 눈을 비빌 수 없다는 게 한스러웠다. 억지로 겨우 뜬 두 눈 속으로 빗물이 끊임없이 들어와 시야를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아까 아주 잠깐 귀신이랑 바퀴벌레를 같은 취급해서 이런 게 보이는 건가? 아님 일본 방사능 오염문제가 요괴들 사이에서도 영향을 주는 거야?

  선우명은 거대한 바퀴벌레 형태를 한 징그러운 것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것들은 꼭 영화 ‘맨인블랙‘에서 봤던 거대한 외계바퀴벌레처럼 생겼다.

 

  “너, 진짜 저거 먹을 거냐?”

 

  “흐음, 좀, 맛없게 보이긴 하네. 그래도 결국 속에 든 건 똑같으니까 말이지, 크킄큭.”

 

  아마도, 사부님이 말했었던 것처럼 원래의 몸체를 잃은 요괴의 정기가 급한 마음에 벌레에라도 들어갔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수 십 마리에 다 나누어 들어간 걸 보면 정기의 양도 풍족할 것이다.

 

  “큭큭큭. 일단 저거라도 배 좀 채우고 올게, 넌 얌전히 기다려.”

 

  어두컴컴한 빗속에서도 푸른 불꽃을 품은 아애의 눈동자가 희열에 차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여전히 명랑한 인간 여자의 목소리로 말하긴 했지만 지금 아애는 평소에 선우명이 보던 개망나니 여자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물론 저 녀석이 원래의 자기 모습으로 변신했는지는, 빗속에서 처박혀 있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아애의 몸 쪽에서 흘려져 나와 풍기는 위압감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약육강식. 정괴의 세계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룰이었다.

  선우명은 아애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아애는 절대적으로 먹히는 쪽보다는 먹는 쪽에 가깝다는 것만은 알 수 있다.

 

 *

 

  우르르쾅쾅! 번쩍!

  번개가 수리오래 못 위로 떨어졌다.

  환한 대낮처럼 밝아지는 짧은 순간, 선우명은 거대한 바퀴벌레 요괴들의 다리들이 쫙쫙 찢겨진 채 허공을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끔찍한 장면에 선우명은 눈을 질끈 감았다. 요괴의 다리가 찢어질 때마다 천둥소리만큼 요란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천둥소리에 맞춰 번개가 수시로 내리 꽂히고 비바람이 미친 듯이 몰아치는, 낮인지 밤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는 어두컴컴한 시각.

  ‘신의 문’이라는 성스런 이름을 가진 수리오래 못 근처에선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한쪽에선 아애가 바퀴벌레 괴물들을 갈가리 찢어가며 사냥하고 있고, 한쪽에선 수백이나 모여든 귀신들이 선우명을 깔아뭉갠 채 생기를 빨아대고 있었다.

 

  선우명은 이 지옥 같은 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며 멍하니 손 놓고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스스로도 뭔가를 하고 싶었다. 이대로 또 아애의 도움만을 기다리는 건 싫었다. 녀석의 잘난 척과 허세가 끝없이 이어질 테니, 그건 정말이지 피하고 싶었다.

  선우명은 자신의 언령조형술로 당장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고민했다.

 

  ‘물. 물을 가지고, 물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뭐지?’

 

  머릿속으로 물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되살렸다. 잔잔하게 철썩이는 바닷물이나 고요하게 흐르는 호수 같은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태풍은 어떨까? 폭포 같은 강한 물길로 잡귀들을 다 흘려보낼 수 있지 않을까? 강한 힘이 필요했다.

  용오름!

  선우명의 머릿속에 언젠가 tv에서 본 바다 위의 용오름 현상이 떠올랐다. 옛사람들은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리라 짐작하기 충분할 정도로 장대한 풍경이었다.

  그 용오름 속에 바닷속 수백 마리의 물고기들이 속절없이 휘말려 날아가던 게 떠올랐다.

 

  ‘그래, 귀신들도 그 물고기들처럼 휘어 말아선 내던져 버리는 거야.’

 

  선우명은 강력하고 거대한 ‘토네이도’급 용오름을 떠올렸다. 머릿속 이미지가 분명하면 분명할수록 좋았다.

  하늘에서도 무수히 떨어지고 땅바닥에 고이도록 흐르는 모든 물방울들이 한데 모여 소용돌이치면서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고 빗물로 이루어진 그 용오름의 물결 사이사이에 귀신들이 끌려가는 것은 장관일 것이다.

 

  “용오름!”

 

  선우명은 마음을 다잡고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무 현상도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직까지도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기력이 남아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듯, 귀신들이 더욱 더 선우명에게 달라붙었을 뿐이다.

 

  “젠장, 이러면 안 돼. 되라고, 되라고, 얼른.”

 

  하지만 생각해보면 불이나 나무, 쇠 같은 걸 불러내고 변형하는 건 제법 잘했어도 물과 흙은 불러내고 이용하는 건 능숙하게 하지 못했었다. 선우명은 머릿속으로 거대한 물의 기둥을 더욱 더 선명하게 그려냈다.

 

  “물!의!토!네!이!도! 용!오!름!”

 

  “깔깔깔깔깔, 애 쓰고 있네. 크크큭.”

 

  대략 스무번째의 바퀴벌레의 몸을 산산조각 내면서 아애는 미친 듯이 웃었다.

 

  “야야야. 큭큭큭. 그런 것 보다 더 확실한 걸 생각하지 그러냐? 물의 힘 하면 떠오르는 확실한 거 말이지.”

 

  “C팔!!! 웃지 말라고. 젠장!”

 

  이미지가 불확실한 건가? 용오름은 너무 막연한가? 순간 선우명의 머릿속에서 이미지가 변하기 시작했다.

  바닷속에서 뿜어져 나온 기둥모양의 거대한 용오름이 점점 더 커지더니 진짜 용으로 변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용의 비늘 하나하나, 수염 하나하나, 발톱 하나하나가 분명하게 그려졌다. 커다랗고 부리부리한 눈망울과 그것만큼이나 커다랗고 영롱한 여의주.

 

  “젠장! 유치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용! 수룡! 나와랏! 수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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