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들려오는 풍경소리.
누군가 충무당으로 들어온다.
위아래 세트의 회색 츄리닝. 후즐근한 모습의 빵대리다.
" 어 왔어요!"
" 네.. 왔습니다."
카운터 뒤쪽, 얼굴에 밀가루를 잔뜩 묻힌 제빵사가 나온다.
제빵사는 손에 낀 위생고무장갑을 벗는다.
빵대리는 의자에 걸터앉는다.
" 어어 거기."
" 응? 뭐 있어요?"
빵대리는 의자를 좌우로 훑어본다.
" 거기 어제 차라리 앉았던 의자. 차라리왔었어요. 어제."
" 차라리? 배우 차라리요?"
" 그렇다니까. 크 어제 있었어야했는데. 아 그 난리도 아니였는데 어제."
제빵사는 카운터 뒤에서 큰 빵주머니를 들고나온다.
빵대리의 테이블 위에 빵주머니를 놓고 빵대리 앞에 밀크쉐이크를 놓는다.
빵대리는 밀크쉐이크를 마신다.
제빵사가 맞은 편 자리에 앉는다.
" 난리요? 무슨 난리?"
" 난리였지. 우리 단골 고객이랑 만났나봐. 싸웠데. 우유뿌리고, 등선생 뒤집어 엎고, 그 꿀잼을 놓치다니 내가."
" 에에? 그 차라리가? 땅선생을 엎었어?"
" 어어 그건 아니고. 매니저가 엎었데."
" 푸하. 와 뭔일이래. 손님은 우유 왜 맞았데?"
" 우리야 모르지. 그때 땅선생 뿐이였거든. 내용은 하나도 모름."
" 차라리.. 예쁠텐데."
" CCTV볼래? 아 없구나. 난 지우기 전에 봤는데 얼굴이 진짜 이 이"
제빵사가 진열되어 있는 슈크림빵을 하나 집어든다.
" 이만해 얼굴이 진짜 뽀얘가지고. 후."
" 지웠데? 왜? 이사장이?"
" 아니. 점심 좀 지나니까 그 뭐냐 회사에서 버글버글 와가지고 사정사정을 하는데. 또 우리 이사장님이 마음 약하시자너. 보는 앞에서 싹 지워줬지."
" 하.. 누구는 차라리랑 빵먹고. 누구는 이 새벽에 빵배달이고."
" 예쁘던데.."
" 나도 보고 싶다. 차라리.."
" 차라리말고"
" 누구요?"
제빵사가 빵대리를 뚫어져라본다.
빵대리는 눈썹을 애벌레처럼 움직인다.
" 에이~ 에이. 에이 그건 아니다."
" 잘해봐."
" 그 때 그 그..그 승질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옵니까?"
제빵사가 빵대리 앞에 놓인 밀크쉐이크를 집어와 마신다.
" 아, 맞다. 그 손님."
" 우유 맞은 단골?"
" 어어 그 실루엣이 그 뒷모습 밖에 못봤는데. 은로씨같던데?"
" 네에?"
" 맞아 그 코트 비싼거. 나 왜 그걸 몰랐지. 강은로네."
" 핳. 뭐 거기서 형이 왜 나와."
" 아 그렇다 그렇다. 그렇네. 딱 아구가 맞네. 은로씨 요새 사업하잖아."
" 그 형이 사업을 한다구요?"
" 어, 연예기획산가 뭔가 주식 왕창 사서."
" 그 형이 일을 한다구요?"
" 왜 놀라."
" 몰라서 물어요?"
" 나도 긴가 민가 했는데. 맞어. 요새 우리가게 매출 팍 준거보면, 좀 안온다."
" 여기 정기매출 있잖습니까."
빵대리가 테이블 위의 빵주머니를 들고 흔든다.
" 예뻐. 잘해봐."
" 우리 싸장님은 그 거 그런 류의 인간이 아니라니까."
" 아니야? 영 아니야?"
" 인간이 아닐지도 몰라."
" 예쁘던데. 언제 또 안오려나."
" 대신 제가 오지않습니까."
" 옛날 생각나네. 그게 언제지? 반년좀 됐나?"
" 안됐을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