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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악녀의 사랑
작가 : 서윤하
작품등록일 :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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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턴의 죽음
작성일 : 17-11-25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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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슈턴의 죽음

 

 “커억!”

 먼저 피를 토하며 물러앉은 것은 칠악녀였다. 사라졌던 세상 빛깔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털썩!

 슈턴도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후후…이번엔 내 차례인가?”

 “으…으…으…….”

 악녀들의 얼굴이 창백했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금방 끝날 테니까.”

 그때 숲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역시 대단한데.”

 “아…아니?”

 예상치 못한 상황에 슈턴의 동공이 커졌다. 언제 나타났는지 수많은 병사 사이로 하얀 말을 타고 다가오는 남자! 별로 달갑지 않은 불청객은 황태자였다. 슈턴은 못마땅한 얼굴로 황태자의 일행을 맞이했다.

 “히히…친구! 잘 지냈나?”

 말끝이 갈라지는 히스테릭한 목소리였다.

 “어떻게 된 겁니까?”

 5년 만에 보는 데도 퉁명스럽다. 하기야 딱히 반가운 사람도 아니니까. 오히려 그 반대면 모를까.

 “나야 항상 친구의 소식을 곁에 두고 있지.”

 황태자가 하얀 비둘기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악녀들을 발견한 즉시 날려 보냈던 전서구였다. 아! 텔레포트! 순간이동마법…연락을 받자마자 달려온 걸 보니 급하긴 급한가 보다.

 “윌리엄은 잘 있겠죠?”

 너무나 보고 싶은 친구였다. 목숨을 주더라도 꼭 지켜야 할 친구.

 “물론이지. 내가 보기보단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니까.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거고.”

 “조금만 더 기다려요. 바로 저년의 심장을 꺼내 줄 테니.”

 지친 몸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악녀들에게 성큼 다가선다. 그때 불청객 중의 한 명이 소리를 질렀다.

 “무엄하다!”

 “무엄?”

 가던 길을 멈추었다.

 “슈턴! ‘루벤스 제국’의 새로운 황제 폐하 앞에 예를 올려라!”

 “새로운 황제?”

 순간! 슈턴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칠악녀를 찾으러 외진 곳으로만 다니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새로운 황제라니? 뭔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비록 병약했던 황제라도 유일하게 ‘알프레드 가(家)’를 지켜줄 존재였는데…이렇게 되면 ‘루벤스 제국’ 자체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됐어. 우리끼리 예(禮)는 무슨.”

 황제가 헉헉거리는 악녀들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됩니다.”

 앞을 막아선 마법사를 노려보던 슈턴이 악녀에게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후후…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인사라니 너무 슬프군.”

 “마지막?”

 잘못 들었나 하는 순간.

 슈―욱!

 어디선가 날아온 ‘프리즌 에로우’가 목을 뚫고 지나갈 때까지도 슈턴은 자기 죽음을 믿지 못했다. 불길한 예감이 적중하고 만 것이다.

 “나를 원망하지 마라. 어차피 사람은 한 번 죽는 거니까.”

 새로운 황제 하벨이 살인귀 슈턴의 시체를 바라보며 사과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붉은 악녀에게 다가갔다.

 “너는 모를 거야.”

 “멈…멈추어라!”

 일어설 기력도 없었다.

 “내가 너를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이제야 내 소원을 풀 수 있게 됐구나.”

 “너희는 모를 거야.”

 “멈…멈추어라!”

 일어설 기력도 없었다.

 “내가 너희를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이제야 내 소원을 풀 수 있게 됐구나.”

 일곱 악녀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갔다. 슈턴보다 더 강한 적이라니…이젠 죽음뿐이었다.

 “자! 누구부터 가슴을 열어줄까?”

 황제가 느물느물 악녀들에게 걸어갔다.

 “멈추라! 우리의 목숨을 가질 수는 있어도 심장만은 안 된다.”

 “히히…꼴에 여자라고 앙탈을 부리네.”

 황제의 뒤로 검은 로브를 걸친 마법사들이 따라왔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차가운 눈빛이 서늘했다. 겁을 모르던 칠악녀의 심장들이 오싹할 정도였다. 슈턴을 죽은 것도 저놈들 중에 하나 일 것이다. 그녀들은 꼼짝하지 못하고 숨만 몰아쉬었다.

 “무지개 순서대로 가슴을 열어라!”

 “예! 폐하!”

 다섯 명의 마법사들이 각자의 자세를 잡았다. 놈들은 자신의 주인 앞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려고 했다. 칠악녀는 낙담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보았다.

 “어쩌지?”

 “끝까지 버텨 봐야지!”

 빨간 악녀가 동료들을 뒤쪽으로 밀어내며 앞으로 나섰다.

 “후후…자기 잘난 맛에 산다는 루디구나. 그럼 너부터 심장을 꺼내볼까?”

 황제는 손가락으로 루디의 가슴을 가리키며 빙빙 돌렸다.

 “여신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것이다!”

 “그럼 여신의 가슴도 빠개 버려야지…후후.”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했지만,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방자한 놈! 감히 네놈이 여신님을 모독하다니!”

 “여신만 신은 아니지. 그 여신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남자 신들은 무지 많아.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 여신인가?”

 “으음!”

 신음이 묵직하다. 황제란 놈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자세다. 하기야 놈은 칠악녀의 심장이 무엇을 뜻하는 줄 알고 있을 것이다.

 “말썽꾸러기 네 년들의 심장을 취하면 여신은 오히려 나에게 감사할 거야. 제자들이라고 여자들의 마음을 나눠줬더니 그걸 이용해서 거꾸로 여자의 사랑을 망쳐놨잖아.”

 “흥! 그렇다고 여신께서 네놈에게 여자들의 사랑을 줄 거 같으냐?”

 “이렇게 썩는 것보단 내가 가져가서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여자들에게도 좋을걸? 여신도 은근히 바랄지 모르지.”

 “집어치워라! 사랑은 누가 누구를 지배하는 게 아냐!”

 “여자의 사랑을 희롱한 네 년들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다니 우습군.”

 “……?”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슬슬 네 년들의 가슴을 열어봐야겠다.”

 “……!”

 “여자의 사랑을 희롱했던 일곱 개의 심장! 세상의 반을 지배하기 위한 힘이지. 신이든, 요정이든, 그리고 몬스터든, 인간이든 그 반은 암컷으로 이루어졌으니까.”

 “하지만! 네놈이 설령 우리의 심장을 가져간다 해도 여신의 눈물을 찾지 않으면 소용없다.”

 “그것은 나중 문제고.”

 칠악녀들이 서서히 뒷걸음질을 친다. 거리를 좁혀오는 마법사들의 손아귀에서 작은 번개 빛들이 일렁거렸다.

 “모두 조심해! 놈들은 에너지 볼트를 준비 중이야!”

 악녀들은 서로의 간격을 최대한 좁혔다. 고농도 에너지 화살을 막는 방법은 카운터 매직밖에는 없었다. 마법사들의 공격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기 위해 그녀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힘을 모았다.

 “빨강 년부터 나와라!”

 “어림없다!”

 악녀들은 서로의 손을 더욱 움켜잡았다.

 “오! 끝까지 해 보겠다? 가슴을 열어보면 심장이 팔딱팔딱 뛰겠군.”

 “죽어도 그냥은 못 죽는다!”

 “그래? 갑자기 나도 궁금해지네. 네 년들이 어떻게 죽는지 한 번 봐야겠다.”

 황제가 턱으로 악녀들을 가리키자 마법사들은 손을 앞으로 뻗으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파파파팍!

 불꽃들이 튄다. 놈들의 입술이 빨라질수록 에너지 볼트의 번개들이 주변을 날뛰며 번쩍거렸다. 처음에는 손가락 굵기만 하던 것들이 시간을 지나면서 점점 몸통만큼 커갔다.

 “가라!”

 어느 놈인지 주문을 마무리했다. 순간! 방향을 못 잡고 들쑥날쑥하던 굵은 번개들이 한꺼번에 악녀들에게 달려들었다.

 “카운터 매직!”

 칠악녀도 이에 뒤질세라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팡! 팡! 팡!

 사방에서 날아오던 수십 갈래의 번개들이 보호막에 부딪치며 잠시 주춤한다. 그러나 놈들의 공격을 막기엔 한계가 있었다.

 “크윽!”

 전투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남색이 짙은 신음을 토해냈다.

 “안 돼! 견뎌야 해!”

 옆에 있던 보라가 에너지를 나눠주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버티다 못한 남색 악녀는 피 분수를 뿌리며 쓰러졌다.

 “우엑!”

 한쪽이 넘어지면서 악녀들의 방어벽이 무너졌다. 번개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팡! 팡! 팡!

 일곱 악녀의 얼굴이며 가슴이며 등이며 할 거 없이 푸른 빛줄기가 사정없이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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