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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로서 살아가는 법
작가 : 글쓰는기계
작품등록일 : 201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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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화
작성일 : 16-08-17     조회 : 595     추천 : 0     분량 : 6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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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에 넣어놓으라고. 나중에 결산할 때 바꿀 테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다른 놀들이 나타났다. 아마 아까 죽은 놀의 울음소리를 듣고 몰려온 모양이었다. 앞에서 두 마리, 뒤에서 한 마리였다.

 게다가 이번에 등장한 놀들은 무장을 하고 있었다.

 상반신에는 얼기설기 기운 것처럼 보이는 가죽 갑옷을 입고, 털로 뒤덮인 팔에는 피가 말라붙은 도끼를 들고 있었다.

 리처드는 그들이 모험가들을 죽인 다음 그들의 무기를 뺏어서 무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놈들이 저런 무기를 들고 있을 리 없었다.

 “인간, 네가 뒤, 내가 앞이다. 움직여!”

 타르라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먼저 앞으로 치고 나갔다. 리처드도 처음으로 던전에서 싸우는 것에 흥분하며 뒤에 있는 놀을 향해 다가갔다.

 놀은 괴성을 지르며 도끼를 휘둘렀다. 리처드는 롱 소드를 옆으로 세워 공격을 능숙하게 막아내었다.

 리처드의 눈에 놀의 움직임은 너무 느렸다. 마치 정지시킨 것처럼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카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리처드의 팔에 묵직한 느낌이 왔다. 놀의 도끼가 부딪힌 것이다.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놀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도끼를 뒤로 빼려고 했다. 그러나 리처드는 서로 무기가 부딪힌 상황에서 그대로 움직였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리처드가 놀의 무릎을 걷어찬 것이다. 묵직한 느낌이 발끝에서 느껴졌다.

 부츠 끝에 아무런 것도 심어놓지 않았지만, 리처드의 힘 때문에 놀은 충분히 대미지를 입었다.

 다리가 부러졌는지 놀의 자세가 허물어졌다.

 순간, 팔이 들려 버린 놀의 빈틈을 향해 리처드는 가차 없이 검을 휘둘렀다. 리처드의 동작은 검술이라고 말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본능과 힘으로만 휘두르는, 어찌 보면 몬스터의 공격과도 닮아 있었다.

 그러나 그 위력만은 절대적이었다. 파열음과 함께 놀의 상반신이 양쪽으로 쪼개졌다.

 “이크!”

 리처드는 자신에게 튀는 놀의 피를 뒤로 움직여 피했다. 능숙하게 피가 튀는 방향을 반대쪽으로 조절하는 타르라와 달리 아직 그 정도 경험까지는 없었다.

 뒤를 돌아보자 타르라도 이미 놀 하나를 베고 다른 놀의 무기를 날려 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타르라는 무장해제된 놀의 머리를 천장까지 날려 버렸다.

 “던전에 처음 들어온 사람치고는 훌륭해.”

 “칭찬 고맙군.”

 리처드는 아까 배웠던 대로 놀의 머리를 헤집었다. 그러나 뇌수나 피만 있을 뿐, 별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없을 수도 있지. 바로 움직이자.”

 타르라는 별다른 것을 챙기지 않고 곧바로 움직였다.

 “무장 같은 것은 안 챙기나?”

 “내가 그거 챙겨서 푼돈 벌 이유는 없고, 오히려 몸만 무거워져. 마나석 정도야 작으니까 챙기지만……. 네가 챙기는 것 까지는 뭐라고 하지 않을게.”

 확실히 타르라의 갑옷이나 장비를 보면 이런 자질구레한 물건까지 챙기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리처드는 한참 가난한 상태. 망설이지 않고 놀들의 도끼를 챙겨서 가죽 끈으로 묶었다.

 갑옷은 이미 갈가리 찢어져서 챙겨봤자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 후로도 둘은 1구역을 돌아다니면서 계속해서 사냥을 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둘은 놀이 세 마리 이상 뭉쳐 다니는 경우를 만나지 못했다.

 딱히 위험한 일 없이 둘은 사냥을 끝마쳤다.

 

 던전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저녁노을이 지고 있었다. 타르라는 주변에 있는 노점들로 발걸음을 옮겼다.

 “뭐하려고?”

 “여기 노점들이 왜 있겠어? 모험가들을 상대로 장사도 하지만, 던전에서 얻은 것을 사기도 하거든. 물론 도시로 들어가서 적당한 구매자를 찾으면 더 좋은 값을 받겠지만, 모험가들이 그런 짓을 일일이 할 정도로 부지런하지는 않잖아?”

 주변을 둘러보던 타르라는 적당한 노점상에게 다가갔다. 넉살 좋게 생긴 상인은 가판 위에 깔린 검이나 포션 같은 것을 치우며 말했다.

 “오늘 일이 끝나셨나 봅니다?”

 “그렇지. 마나석은 당연히 살 테고, 놀들이 쓰던 도끼를 살 생각이 있나?”

 “한 번 보여주시겠습니까?”

 상인의 말에 리처드는 오늘 사냥해서 얻은 도끼들을 꺼내놓았다. 피가 묻고 많이 더러웠지만 날의 상태는 멀쩡했다. 상인은 도끼를 꼼꼼히 확인하고서 말했다.

 “상태가 괜찮군요. 다 합해서 은화 다섯 개 드리지요.”

 리처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르라는 마나석이 담긴 주머니를 꺼냈다. 아기 주먹만 한 크기의 주머니에는 절반 정도 마나석이 차 있었다.

 그것을 건네자 상인은 안에 들어 있는 마나석을 확인하고 천칭 저울을 꺼냈다.

 추를 대가면서 무게를 확인한 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은화 열 개.”

 “줘.”

 타르라는 은화를 받아서 리처드에게 절반을 건넸다. 상인은 밑에 있는 자루에 마나석을 쏟아 넣었다.

 돌아오는 길은 모험가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리처드는 아무 말 없이 걸어가는 타르라에게 물었다.

 “저쪽에서 파는 상인들은 위험하지 않나?”

 “저런 곳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보통 다 뒷배가 있어. 길드 같은 데에 소속되어 있거든. 만약 저 상인들을 건드렸다가는 길드에서 철저하게 복수할걸?”

 그 말을 듣고 나자 아무런 방비 없이 장사를 하던 상인들이 달라 보였다. 그들도 나름대로 어딘가에 소속되어서 장사를 하는 것이다.

 단순히 노점상들이 아니었다.

 일을 마친 둘은 선술집인 ‘취한 암말’로 들어갔다. 안은 여전히 북적였다.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술로 풀어버리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많은 것이었다.

 리처드는 흑맥주를 시키고, 타르라는 저번에도 봤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를 시켰다.

 단숨에 맥주를 들이켜고서 리처드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그것보다 당신, 왜 던전을 공략하려고 하는 거지?”

 “그게 무슨 뜻이지?”

 타르라는 별다른 표정 없이 술잔을 기울이며 대꾸했다.

 “나야 촌뜨기에 이곳에 처음이니까 잘 모르지만, 당신 갑옷이나 무기만 봐도 당신이 꽤나 잘 나가는 모험가라는 건 알 수 있어. 그런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1층부터 다시 공략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

 타르라는 리처드의 날카로운 말에 어깨를 움찔했다. 그저 힘세고 싸움만 잘하는 둔한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맞는 말이야. 나는 원래 던전 공략을 주로 하던 모험가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면 왜 하려고 하는 거지? 그다지 돈에 집착하는 것 같지도 않던데.”

 “돈은 부족하지 않아. 너는 모르겠지만, 동쪽 지역에서 분노의 타르라라고 하면 모르는 모험가들이 없었어.”

 “아, 여기는 북쪽 지역이니까…….”

 마르트 시는 플랜태저넷 왕국에서도 북쪽 지역이었다. 산악 지대와 무성한 삼림 지대로 유명한. 그에 비해 동쪽은 주로 황야와 평야 지대였다.

 “말하기 힘든 비밀이면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솔직히 나야 당신한테 배우는 입장이고,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한 점은 없으니까.”

 망설이던 타르라의 기색을 눈치채고서 리처드는 먼저 말을 끊었다.

 “말하는 건 상관없어. 만약 말했다가 네가 그만둘까 봐 말하지 않는 거지.”

 “나를 쓸데없이 도발해서 뭐하게? 관둬. 그만둘 거면 말하지 않아도 그만둘 거고. 그만두지 않을 거면 말해도 그만두지 않을 거야.”

 리처드는 손사래를 치며 술을 마셨다. 타르라는 그런 그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나는 미노타우르스의 세 번째 뿔이 필요해.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7구역까지 돌파해 미노타우르스를 잡을 생각이야.”

 “최대한 빠르게라니? 얼마 정도?”

 “3개월.”

 경험 있는 다른 모험가가 들었거나 던전을 공략하고 있는 모험가 파티가 들었다면 기겁하거나 그녀를 비웃었겠지만, 리처드는 그게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딱 좋군.”

 “딱 좋다니?”

 타르라가 늑대 귀를 위로 세우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3개월 후에 상단의 호위 일이 예정되어 있거든. 3개월 뒤에는 나도 던전 일을 잠시 쉬어야 돼.”

 “뭐, 뭐?”

 황당한 리처드의 말에 타르라의 표정이 변했다. 그러나 그녀는 곧바로 표정을 되돌렸다.

 어차피 생각해 보니 그녀도 3개월 안에 미노타우르스르 잡아야 하는 신세. 리처드가 3개월 후에 다른 데로 간다고 해도 별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뿔이 필요하다니?”

 “왜 필요한지는 말해줄 수 없어.”

 “궁금하지도 않았어. 그보다 다른 파티나 모험가 길드에게서 구할 수 없어?”

 타르라는 짜증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통 파티나 길드는 어느 정도 던전을 진행했는지 공개하지 않아. 아마도 대형 길드나 진도가 빠른 파티여도 10구역 언저리에서 진행하고 있겠지. 당연히 7구역에서 미노타우르스를 상대하는 파티들도 있을 거야. 그렇지만 내가 말한 건 그냥 미노타우르스의 뿔이 아니라 세 번째 뿔이야.”

 “세 번째 뿔? 미노타우르스는 뿔이 두 개밖에 없지 않나?”

 “던전에서 아주 오래 산 미노타우르스는 기운을 머릿속까지 받아들이고 받아들여서 미간에 새로운 뿔이 돋아나.”

 “더럽게 세겠군.”

 “그렇지. 게다가 7구역에서 미노타우르스는 상대하기 까다로우니까 파티들도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잡지 않고 8구역으로 넘어가기 십상이야.”

 “상당히 자세히 아는데?”

 “던전을 공략하기 전에 인맥을 총동원해서 정보를 알아냈어. 원래 이런 정보는 아무런 끈이 없는 모험가는 알아내지도 못해.”

 타르라는 목이 타는지 잔을 연거푸 입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뿔이 세 개인 미노타우르스는 7구역에서도 아주 깊숙한 곳에 있다고 해. 내가 알아낸 건 7구역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파티들은 아마도 그 미노타우르스를 상대하다가 전멸했을 거라는 소문뿐이었어.”

 “음, 7구역까지 진행한 모험가 파티를 전멸시키는 미노타우르스를 3개월 만에 잡는다니……. 너 정신 나갔어?”

 리처드는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질문을 들은 타르라의 이마에서 힘줄이 돋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고 하지 않았나?”

 “뭐든 간에 정신 나간 건 사실이지.”

 “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타르라의 목소리가 거의 위협 수준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털이 거꾸로 솟고 귀가 위로 팽팽히 섰다.

 눈동자의 동공이 세로로 찢어지며 마치 짐승의 그것처럼 변했다. 리처드는 그 모습을 보면서 놀랐다.

 수인은 분노하면 저렇게 되는구나. 태평한 리처드의 생각을 알았다면 타르라는 한 대 정도는 먹였을 것이다.

 “아니. 할 거야.”

 “뭐?”

 태연한 리처드의 대답에 타르라의 기세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재밌어 보이거든. 어디서든 간에 몸 하나는 보전할 자신은 있고.”

 리처드는 이상하게도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다들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에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위험한 적이 없었다.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라면서 두려움을 느낀 적이 몇 번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 타르라가 말하는 것에서는 두려움이 생기지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근데 나야 실패해도 목숨만 살아 나오면 그만이지만, 당신은 그 뿔이 꼭 필요한 거 아닌가? 나 말고 다른 파티원들은 언제쯤 구할 거야?”

 타르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리처드가 두들겨 패서 쫓아낸 수인족 전사들은 자신의 부족에서 제공한 전사들이었다.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던전 공략에 대해 아는 모험가들이 없는 타르라에게는 귀중한 인재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도 그들로만 공략하는 것은 무리였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웠다.

 “새로운 파티원이 구해지지 않는 건가?”

 “이미 어느 정도 쓸 만하거나 노련한 파티원은 당연히 다른 파티에 소속되어 있어. 그렇다고 지금 구할 수 있는 모험가는 너무 약하거나 쓸모가 없어. 대부분 새로 모험가를 시작한 자들이니까. 보통 너처럼 경험 없는 새내기들은 놀 하나 잡는 데도 두셋이 달려들어야 돼.”

 “칭찬해 주니 기분은 좋네. 그러면 계획을 짜보자고.”

 “계획?”

 “이봐, 물론 네 모험가의 경험에 비하면 내 경험은 하찮은 거겠지만, 나는 그래도 평생을 사냥꾼으로 살아온 사람이야. 강한 적을 잡기 위해서는 계획이 필요하지. 3개월이라는 시간제한이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7구역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리지?”

 “여기서 출발해서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쏟지 않는 한 2주일 정도. 그것도 빨리 잡은 거야.”

 “그러면 왕복 한 달이군. 게다가 찾는 미노타우르스도 그렇게 흔한 놈은 아닌 것 같으니 그놈을 찾는 데 2주일로 치자고. 한 달 반이군. 아무리 늦어도 우리는 한 달 반 후에는 출발해야 된다, 이건가?”

 “그렇지.”

 “누구든 간에 2주일 안에 구하지 않으면 호흡 맞추기도 힘들겠는데?”

 리처드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타르라는 다시 한 번 자신이 하려는 도전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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