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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로서 살아가는 법
작가 : 글쓰는기계
작품등록일 : 201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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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화
작성일 : 16-08-17     조회 : 538     추천 : 0     분량 : 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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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한 달 동안 리처드는 참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보냈다. 아침에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타르라와 만나 1구역을 돌았다.

 계속 같이 싸우다 보니 이제 둘은 오래된 파티처럼 능숙하게 합을 맞출 수 있었다.

 2구역에서 괜히 맞지 않는 짓을 하는 것보다 1구역에서 호흡을 맞추는 데 주력했다.

 파란드와 타칸은 꾸준히 움직이는 리처드를 보며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다.

 던전을 공략하고 있다고 하니 파란드와 타칸은 리처드를 성실하게 일하는 노동자 취급을 하며 웃었다. 둘은 조심해서 싸우라며 격려했다.

 리처드는 한 달 동안 금화 열다섯 개를 은행에 집어넣었다. 도중에 먹고 마시고 망가지거나 부서진 무기를 교체한 값과 던전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도구를 산 것을 제외한 순이익이었다.

 그러나 좋은 소식이 있다면 나쁜 소식도 있는 법. 결국 다른 파티원들은 구해지지 않았다. 타르라는 갈수록 초조해졌다.

 “젠장!”

 “어쩔 수 없어, 타르라.”

 “지금 그런 소리를 할 때야!”

 둘은 꽤나 친해졌다. 시원시원하고 뒤끝이 없는 타르라의 성격은 리처드와도 잘 맞았던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놀라울 정도였다.

 “지금 새로 구해봤자 능숙해지려면 너무 시간이 걸린다. 이제 늦었어.”

 “그럼 어쩌자는 건데?”

 “출발하자.”

 타르라는 흠칫 놀라서 리처드의 눈을 쳐다보았다. 리처드는 진지했다.

 “두 달이 남았어. 네가 뿔이 왜 필요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소로 잡아도 한 달 반이야. 차라리 조금이라도 일찍 출발해서 확률을 높이자.”

 “진심이야?”

 “지금 농담하는 걸로 들리냐?”

 “아니, 물론 아니지.”

 중얼거리며 타르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괜히 자신의 욕심으로 새로 만든 친구까지 죽게 하는 것이 아닌지 두려웠다.

 “뭐가 두려운 거야?”

 “내가 두려워할 거 같아?”

 리처드의 도발에 사납게 대꾸하며 타르라는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그걸 보면서 리처드는 웃었다.

 그제야 타르라는 리처드가 자신을 위해 말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 출발하자. 내일 아침에 모든 준비를 해서 떠나는 거야!”

 “좋은 생각이군.”

 만약 경험 있는 던전 공략자가 들었다면 말리거나 비웃을 계획이 지금 여기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여기 있는 사람이라고는 리처드와 타르라가 전부였다.

 

 리처드는 차분히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의 던전 공략은 미숙한 그를 어느 정도 모험가답게 만들어주었다.

 타르라는 던전에 익숙하지 않지만, 모험가로서는 많은 경험을 쌓은 수인이었다.

 그녀의 영향을 받은 리처드는 이제 맨몸으로 들어가는 멍청이 짓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다양한 모험가들의 물건을 챙겼다.

 물을 담을 만한 가죽 수통, 랜턴의 불을 지피거나 여러 가지로 쓸모가 많은 기름을 담은 병, 던전에서 야영을 할 때 사용할 담요, 벽을 기어오를 때 사용할 수 있는 등산용 못과 밧줄, 그리고 깊은 곳으로 들어갈 때 필수적인 랜턴. 옆에 개폐기를 통해 불을 켤 수 있었다.

 리처드는 이런 것들을 가죽으로 만든 가방에 집어넣었다. 던전에서는 식량 또한 중요했다.

 맛은 기대할 수 없었다. 리처드는 사냥하던 때를 생각하며 말린 육포와 과일을 챙겼다.

 준비를 마친 리처드는 틈틈이 사놓은 옷들을 꺼냈다.

 가죽 부츠를 신은 후 끈을 묶고, 바지와 셔츠를 챙겨 입은 다음 그 위에 가죽 갑옷을 껴입었다.

 몬스터들을 상대로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지만, 가벼운 공격 같은 것은 막아줄 것이다.

 옆구리의 벨트에 몇 번이나 바꾼 롱 소드를 끼워 넣고 리처드는 출발했다. 타칸과 파란드가 걱정할 것이 뻔했기에 편지를 남겨놓았다.

 약 두 달 정도 걸려 던전을 탐색할 계획이라는 편지였다.

 이제 한동안 자신이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곳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리처드는 긴장되는 마음을 다스리며 문을 나섰다. 아침의 햇빛이 기분 좋게 그를 감쌌다.

 

 둘은 빠르게 1구역을 돌파했다. 앞에서 나오는 놀들은 별다른 위험이 되지 않았다.

 이제 한 달 동안 호흡을 맞춘 둘은 순식간에 놀을 베어버릴 수 있었다. 주변에 있는 다른 모험가 파티들과 거리를 벌린 타르라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긴장한 얼굴로 지도를 보며 내려가는 그녀에게 리처드가 물었다.

 “지도는 어디서 구한 거야?”

 “친구한테서.”

 짧게 말을 끊고 앞을 다시 보며 달려가는 타르라를 보며 리처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울퉁불퉁한 돌멩이들이 박혀 있는 긴 내리막길을 걸어가며 리처드는 이 길이 본능적으로 1구역과 2구역의 통로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리막길이 끝나자마자 신경에 거슬리는 울음소리를 내며 그들을 둘러싼 것은 놀들이었다.

 “뭐야, 구역마다 등장하는 놈들이 달라진다고 하지 않았어?”

 “어느 정도는 겹쳐. 그리고 2구역의 주인은 놀들이 아니야.”

 “그러면?”

 “자이언트 스네이크.”

 짧게 말을 끊은 타르라는 놀들에게 달려갔다. 리처드도 왼손에 들고 있던 랜턴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타르라의 우측으로 빠졌다.

 카카카캉―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2구역의 놀들은 무장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이 처음 말고는 대부분의 놀들이 무장한 상태였다.

 그 정도로 모험가들이 많이 죽었단 말인가. 리처드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롱 소드를 휘둘렀다.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리처드는 벌써 노련해져 있었다.

 물론 타르라처럼 정교하게 검을 쓰는 것은 아니었다. 클레이모어를 사용하는 타르라는 정통 검술을 사용하는 검사가 봐도 감탄을 할 정도로 절도가 있는 검술을 구사했다.

 “하앗!”

 타르라는 녹슨 바스타드 소드로 위를 막으려고 하는 놀을 향해 재빨리 검의 궤도를 틀어 빈 옆구리를 베었다.

 섬광 같은 일격이었다. 놀은 허망한 눈길로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남은 놀에게 타르라는 살기등등한 기세로 짓쳐 들어갔다. 그 기세에 눌린 놀이 무기를 위로 들어 올리자 타르라는 무기를 든 놀을 통째로 꿰뚫어 버리겠다는 듯이 찌르기를 시도했다.

 “켁!”

 놀이 숨이 막히는 비명 소리를 냈다. 들고 있던 무기는 클레이모어의 찌르기에 튕겨 나가고 목이 관통당한 것이다. 피가 새어 나오며 놀은 앞으로 쓰러졌다.

 야성과 기술의 적절한 조화가 타르라의 강함이었다.

 그에 비해 리처드는 수인족인 타르라보다 더욱 야성적이었다. 상대방이 공격하면 막거나 피했다.

 그리고 빈틈이 나오면 쳤다. 이런 단순한 과정으로 그는 적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처드가 다치지 않고 놀을 해결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힘과 반사 신경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었다.

 ‘누가 몬스터인지 모르겠군.’

 타르라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리처드는 좋은 동료였다. 처음에 막막한 기분으로 이 도시에 도착했던 타르라는 술집에서 리처드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인족 동료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들에게 7구역까지 돌파하자고 했다면 그들은 자신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떠났을 것이 분명했다.

 타르라는 리처드가 놀의 공격을 피하고 목을 베어버린 후, 마지막 남은 놀의 공격을 힘으로 막는 것을 보고 혀를 찼다.

 ‘마나를 쓸 줄 아는 건가?’

 물론 타르라도 자신의 의지로 무기에 마나를 담을 수 있는 익스퍼트였다.

 게다가 수인족 특유의 야성과 신체적 능력이 합쳐져서 그녀는 젊은 나이에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리처드는…….

 리처드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마나를 사용한다고 봐야 납득이 갈 정도였다.

 완력과 감에 의존하는 싸움의 방식은 어떻게 된 것이 수인족인 자신보다 더 거칠었다.

 “흡!”

 리처드는 마지막 남은 놀을 무기째로 갈아버렸다.

 놀의 회심의 찌르기에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 피한 리처드는 어깨로 가슴팍을 받아버린 후 뼈가 부러진 놀을 베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습관적으로 마나석을 챙기며 리처드는 휘파람을 불었다.

 “리처드.”

 “왜?”

 “무기에 마나를 담을 수 있나?”

 “나? 아니. 익스퍼트는 상당한 수련을 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타르라, 너 정도면 마나를 담을 수 있지?”

 “그렇긴 한데.”

 “난 아니야.”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는 너무 빠르고 강한데?”

 “그냥 태어날 때부터 이랬어. 마나를 담는 방법은 몰라.”

 리처드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롱 소드에 묻은 피를 닦아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리처드도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는 선천적으로 막대한 양의 마나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그렇기에 마나를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훈련을 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마나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 성질 때문에 괴력 같은 것이 나오게 된 것이다.

 “마나석, 마나석…….”

 리처드는 꼼꼼하게 놀의 머리를 부숴서 마나석을 찾아 챙겼다. 그 모습을 타르라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너는 그 정도로 강하면서 그런 걸 챙길 생각이 드나?”

 타르라는 수인족이었다. 수인족에게 강함은 곧 긍지였다. 강하면 강할수록 자존심이 강했다.

 “모험가가 던전을 공략하면서 마나석을 안 챙기면 공략을 왜 해? 그리고 내가 강한 거랑 내가 돈을 버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리처드는 타르라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마나석을 챙겼다.

 “그보다 자이언트 스네이크라……. 이름만 들어도 짜증날 거 같은데.”

 산에서 컸으니 뱀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뱀은 언제나 귀찮은 상대였다. 잡아도 돈도 안 되는 놈이 독은 강해서 사냥꾼들을 두렵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뱀이 거대해지고 강해졌다고 보면 된다.”

 타르라가 지도를 꺼내서 랜턴으로 비춰보며 길을 찾으며 말했다.

 “의외로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아. 독이 없으니까.”

 “독이 없다고?”

 리처드가 의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어떤 사람들은 독을 버리는 대신 덩치가 커졌다고 하더군. 그래도 방심하지는 마. 가죽도 꽤나 질긴 놈이니까.”

 “당연히 방심할 생각은 없어.”

 1구역은 대체로 마르고 건조한 동굴이었다. 바닥도 돌이고, 벽도 암석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리처드는 바닥이 흙으로 바뀐 것을 깨달았다. 건조한 공기도 약간 습해진 것 같았다.

 2구역의 몬스터는 이런 차이 때문에 생긴 것 같았다.

 그 순간, 타르라는 예민한 귀에 특이한 소리가 들리는 것을 깨달았다.

 “잠깐.”

 손을 뻗어 걸음을 막는 타르라의 동작에 리처드는 곧바로 롱 소드를 뽑아 들었다.

 “무언가 있군, 앞에.”

 리처드가 랜턴을 들고 있었기에 리처드와 타르라를 중심으로만 빛이 존재했다. 때문에 조금만 둘에게서 떨어지면 캄캄한 어둠만이 있었다.

 그렇기에 리처드와 타르라는 몬스터를 먼저 볼 수 없지만, 어둠 속에 있는 몬스터들은 둘을 먼저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랜턴을 끄고 다닐 수도 없었다.

 그건 오히려 더 위험했으니까. 마법사가 있는 파티는 야간 투시 마법을 걸어줌으로써 이런 불리함을 없애겠지만, 단둘밖에 없는 이상 그런 사치는 기대할 수 없었다.

 뱀의 혓바닥 움직이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거대한 뱀의 모양을 한 몬스터가 나타났다. 자이언트 스네이크였다.

 “더럽게 크군.”

 “겉의 가죽이 아니라 입속이나 눈 같은 약점을 노려야 해.”

 리처드는 중얼거리면서 타르라 옆에 섰다. 타르라도 클레이모어를 뽑으며 왼쪽으로 뛰었다. 리처드는 반대쪽으로 움직여 적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다행히도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한 마리였다. 리처드는 10m 정도는 가볍게 될 것 같은 놈의 길이를 보며 감탄했다.

 게다가 놈의 겉가죽은 마치 철판을 엮은 것처럼 단단해 보였다.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회갈색의 몸을 기민하게 움직이며 다가왔다. 리처드와 타르라를 발견한 놈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눈을 크게 떴다.

 쉬쉿―

 놈의 꼬리가 움직였다. 머리만 보고 있던 리처드는 예상외의 공격에 당황해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숙인 리처드의 머리 위로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꼬리가 스쳐 지나갔다.

 빗나간 꼬리는 벽에 부딪혀 돌가루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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