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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로서 살아가는 법
작가 : 글쓰는기계
작품등록일 : 201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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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 화
작성일 : 16-08-17     조회 : 769     추천 : 0     분량 : 5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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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성인식이라고 했는데, 풍습 같은 건가?”

 “그렇지. 딱히 우리는 지켜야 할 관습 같은 게 많지는 않지만, 성인식 전통은 있어. 각자 사냥감을 하나 잡아오는 거지. 그리고 그걸로 평가받는 거야.”

 “내가 수인족이 얼마나 강한지는 잘 몰라도 와이번을 잡아온 사람은 너밖에 없었을 것 같군.”

 “그래. 내가 가장 강한 것을 잡아왔다고 인정받았었지.”

 타르라는 지금 생각해도 자랑스러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와이번을 혼자 잡을 수가 있나?”

 리처드는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생각해 보니 와이번은 강력한 가죽을 가진데다 무엇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몬스터였다.

 그런 몬스터를 전사 혼자서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무엇보다 공격 방법이 없었으니까.

 “와이번의 둥지로 들어갔어. 거기서 와이번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지. 그런 다음 가장 먼저 날개를 잘라 버린 다음, 그놈이 죽을 때까지 싸웠어. 나도 그때는 미숙했으니까. 지금이라면 그런 미친 짓은 안 해.”

 “대단하군.”

 리처드는 감탄했다. 와이번의 둥지로 들어가서 혼자 기다리는 배짱은 경험 많은 모험가들도 쉽게 보이지 못할 배짱이었다.

 “그러면 와이번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에, 영구 각인된 검이라……. 이번 던전 탐사를 끝낸 다음 모은 돈으로 나도 장비를 구할 수 있을까?”

 “어떤 장비냐에 따라 다르지. 이렇게 마나석을 모아가는데다가, 만약 뿔을 구한다면 마나석은 전부 네가 가지기로 했으니까. 나가면 금화 몇 십 개는 될 거야. 한밑천 잡을 정도는 되지. 뭐, 정말 비싼 무기나 방어구는 금화 몇 십 개는 훌쩍 뛰어넘지만.”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다만, 무기가 마음에 좀 안 들어서 그래.”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가죽을 뚫지 못한 것 때문인가?”

 “그런 것 때문도 있고, 무엇보다 이 무기는 뭔가 좀 답답해.”

 “답답하다고?”

 타르라는 무기가 날이 잘 안 든다거나, 무겁다거나, 성질에 맞지 않는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답답하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그게 무슨 소리지?”

 “내가 다루기에는 너무 가볍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군.”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가죽을 뚫기 위해서라면 영구적으로 절삭 주문이 새겨진 검을 사거나, 레어 메탈로 만들어진 검을 사라. 그 정도면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가죽은 충분히 뚫을 수 있다.”

 “절삭 주문이라……. 네 검에는 무슨 주문이 걸려 있지?”

 “강도와 마나 흡수.”

 “절삭은 걸지 않은 건가?”

 “네가 와이번을 잡아봤으면 알 텐데. 이 칼은 그냥 금속이 아니라 와이번의 뼈와 이빨을 섞은 거야. 와이번의 뼈와 이빨은 예리함은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단단하고 마나를 흡수하는 특징이 있거든. 그러니까 그걸 강화하기 위해서 그 주문을 새긴 거지. 이것도 성인식 때 받은 무기야.”

 “무기를 꽤나 오래 썼군. 그 정도면 이제 거의 동반자 수준이라고 봐야 되나?”

 “수인족은 보통 성인식 때 받은 무기가 부서지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쓰거든.”

 “그래. 올라가면 나온 돈으로 한 번 생각해 보지. 어쨌든 움직일까?”

 “그러자고.”

 

 

 4장

 

 

 

 3구역에서 4구역으로 진입하는 공간에서 타르라는 멈췄다. 배낭에서 가죽으로 장정된 책을 꺼내는 그녀를 보고 리처드는 의아해했다.

 “뭘 꺼내게?”

 “4구역의 필수품.”

 타르라는 기묘한 초록색 문양이 새겨진 스크롤 두 장을 꺼냈다.

 한 장 찢어서 자신한테 사용한 타르라는, 남은 한 장을 리처드에게 건네며 말했다.

 “찢는 순간 무슨 느낌이 올 거야. 저항하지 말고 받아들여.”

 리처드는 순순히 스크롤을 찢었다. 순간, 찢어진 곳에서 녹색 빛이 타오르듯이 생기더니, 곧바로 리처드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간질간질하면서도 생소한 느낌이 리처드의 안을 채웠다. 몸에 힘을 주고 저항하려던 리처드는 타르라의 말을 떠올리고 힘을 풀었다.

 그 순간, 앞이 환하게 밝아졌다. 들고 있던 랜턴 주변만 밝았던 던전의 어둠 속을 처음으로 제대로 뚫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녹색 시야에 던전의 구조가 곧바로 들어왔다. 4구역은 1구역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메마르고 딱딱한 암반 구조에 좁은 통로가 계속해서 몇 갈래로 이어졌다. 자칫 한 번 길을 잃는다면 다시 길을 찾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근데 4구역에는 뭐가 있었다고 했지?”

 “트리커.”

 “트리커? 그게 뭐지?”

 트리커는 고블린보다 덩치가 작은 종족이었다. 그러나 그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블린은 대화가 가능하지만 트리커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오로지 원시적인 교감으로 그들 종족끼리만 교감하고, 다른 생명체들을 모조리 공격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고블린보다 작은 트리커가 제대로 정면에서 싸운다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없다고 봐야 했다.

 그렇지만 던전에서 트리커만큼 까다로운 존재도 없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함정을 다루는 종족이었던 것이다.

 질린 표정으로 리처드는 말했다.

 “몬스터가 함정을 쓴다고? 지능이 없는 거 아니었어?”

 “몬스터의 정의는 지능이 없는 게 아니라 교류가 불가능한 존재야.”

 “그렇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러면 그놈들은 잡아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나?”

 “마나석은 나와. 게다가 4구역에 걸맞게 나오지. 그렇지만 그놈들을 사냥하려고 돌아다니는 모험가들은 없다고 봐야 해. 보통 4구역은 그냥 5구역으로 가기 위해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타르라의 말에 리처드는 곧바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좁은 길에 굵은 실이 깔려 있는 것을 보며 리처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함정이 많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정교하지는 않아. 밝은 곳에서 있다면 아무도 걸리지 않겠지만, 어두운 던전에서는 그만큼 위험한 것도 없어.”

 타르라는 대거를 꺼내 실을 향해 던졌다. 실이 끊어지자 옆에서 굵은 쇠막대가 위로 치솟으면서 강하게 후려쳤다.

 지나가는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함정이었다.

 “저놈들은 직접 싸우지는 않나?”

 “싸우기는 하는데,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만 싸운다고 하더군. 보통은 자기들의 피난처로 도망가지. 블로우 파이프(입으로 부는 화살 총)에 독을 묻혀서 쓰는데, 얼굴 같은 데만 안 맞으면 돼. 솔직히 만날 일이 별로 없다고 하더군.”

 타르라는 걸어가면서 다시 한 번 단검을 던졌다. 야간 시야 마법을 각자에게 적용했기에 굵은 줄로 만들어진 함정은 곧바로 볼 수 있었다.

 푸슛,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잠시 연기가 빠질 때까지 기다린 둘은 다시 나아갔다.

 “그러면 4구역은 계속 이렇게 지나가야 해?”

 “짜증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몬스터가 사람을 피하다니, 처음 듣는 소리라고. 젠장.”

 리처드의 말에 타르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신 이 트리커들의 속성 덕분에 4구역에는 특별한 게 있어. 나도 미리 위에 부탁을 해서 허가를 받았고.”

 “특별한 거라고?”

 “보통 다른 구역들의 몬스터들은 인간들을 보며 무조건 달려들지. 그래서 임시적으로 쉴 곳을 만드는 데도 많은 고생을 해야 해. 그렇지만 4구역의 트리커는 함정만을 설치하고, 사람을 직접적으로 덮치지는 않아. 그래서 사람들이 생각해 낸 거지. 4구역에 임시적으로 쉴 곳을 만들자고.”

 “괜찮은 생각인데?”

 리처드는 그 발상에 놀랐다. 확실히 지상과 지하를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는 한곳에 쉴 곳을 만들어놓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결국 물자를 가지고 내려와야 하니까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지. 그래서 보통 길드들이 각자 괜찮은 구역 위에 임시로 기지를 만들어서 점령하고 있어. 길드원 소속이 아니면 절대로 들여보내 주지도 않고.”

 “너도 길드 소속은 아니잖아?”

 “대신 길드 소속의 친구가 있지. 미리 부탁해 놨다니까. 우리는 ‘검은 별’ 길드의 안전 가옥으로 갈 거야. 여기 소개장이 있어.”

 타르라가 봉투를 꺼내 흔들었다.

 트리커는 정말로 집요한 놈들이었다. 리처드는 사냥꾼이었기 때문에 함정에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함정을 깔아놓은 집념은 그런 그마저도 질리게 했다.

 지나가다가 얇은 발판을 밟으면 옆에서 녹슨 창이 찔러 들어왔고, 구덩이를 파놓은 다음 거기에 녹슨 칼날을 심어놓은 함정도 있었다.

 “그래도 얘네들은 이런 물리적인 함정만 쓰잖아. 밑으로 내려가면 더 복잡해진다고.”

 “상상하기도 싫군.”

 리처드는 투덜거리며 함정을 잘라냈다.

 “리처드!”

 리처드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손을 뺐다. 그 순간, 손이 있던 공간을 못이 찌르고 지나갔다. 전형적인 덫이었다.

 만약 걸렸다면 못이 박힌 채로 손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고정됐을 것이다.

 리처드는 이를 박박 갈았다. 트리커가 나타난다면 곧바로 찢어발길 정도로 분노한 것이다.

 그렇게 나아가던 도중, 타르라가 통로의 옆으로 난 샛길 끝에서 철로 만들어진 문을 발견했다.

 “여기다!”

 “본격적이군. 철문이라니.”

 타르라는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4구역에서 철문을 두드릴 만한 생물은 모험가밖에 없었다. 트리커들이 문을 두드리지는 않을 테니까.

 철문의 눈구멍 부분이 살짝 열리더니, 그 안에서 눈동자가 밖을 쳐다봤다.

 “누구지?”

 “타르라다. 제인의 소개로 잠깐 들르기로 했는데.”

 “아, 당신이 제인 씨가 말한 사람이로군. 들어오시지.”

 빗장을 빼는 요란하고 거친 소리가 난 후에 철문이 천천히 열렸다. 안에 서 있는 것은 오크 전사였다.

 어깨가 벌어지고 볼에 흉터가 난 근육질의 오크는 오른쪽 허리춤에 롱 소드를 차고 있었다.

 “제인 씨는 안에 있으니까 가서 만나고. 규칙은 알지?”

 “당연하지.”

 안에서 소란은 절대로 피워서는 안 됐다. 또한 외부인이기에 이곳에서 제공하는 식량 같은 것은 받을 수 없었다. 둘은 철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통로를 지난 다음에 드러난 내부는 상당히 넓었다. 그렇기에 길드가 직접 안전 가옥으로 만든 것이겠지. 리처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4구역은 암석이 대부분이었기에 안전 가옥으로 적당한 지형 위에 칸막이를 쳐서 구분한 정도가 다였다.

 구석에 가죽으로 만든 담요가 몇 개 깔려 있는 것이 보였고, 그 옆에는 상자가 쌓여 있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생활하기 위한 비축 물자 같았다.

 안에서는 ‘검은 별’의 길드원들이 몇몇 보였다. 인간 둘과 오크 하나가 앉아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천장 위에 발광석까지 박아놓은 걸 보니 길드가 이곳을 얼마나 신경 써서 관리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은은한 빛이 계속 새어 나와 안을 밝혔다.

 “타르라!”

 “제인, 오랜만이야.”

 구석에서 나무를 거칠게 조립해서 만든 탁자 앞에 앉아 있던 여전사가 타르라를 보자 일어서서 반갑게 소리쳤다.

 키가 늘씬하게 큰, 제인이라고 불린 여전사는 황금빛의 머리카락을 뒤로 길게 질끈 묶어놓았다.

 덕분에 시원시원한 그녀의 이목구비가 더 돋보였다. 얼굴에 반가움을 가득 드러낸 채로 여전사는 의자를 밖으로 꺼냈다.

 “앉아, 타르라. 그것보다 어떻게 된 거야? 정말로 7구역까지 갈 생각이야?”

 “물론이지.”

 타르라는 의자 위에 앉아서 다리를 쭉 펴며 한숨을 내쉬었다. 쌓인 긴장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타르라, 다시 생각해 봐. 아무리 그래도 무리라니까. 어떻게 혼자서…….”

 “여기 동료가 있잖아?”

 타르라가 엄지손가락으로 옆에 앉아 있는 리처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인은 리처드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풋내기는 아닌 것 같지만, 가지고 있는 장비를 보아하니 그다지 좋은 장비는 아니었다.

 “두 명 가지고 뭘 하겠다고. 여기까지는 어떻게 왔어도 그 밑으로는 절대로 무리라니까!”

 “이미 두 명이서 내려왔어. 난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내 동료도 그렇게 생각해.”

 타르라는 말을 잘랐다. 제인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타르라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알겠어.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가서 쉬어.”

 제인은 결국 포기했다. 그녀가 아는 타르라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어떤 말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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