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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메이커
작가 : 에드찬
작품등록일 : 201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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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화
작성일 : 16-08-17     조회 : 774     추천 : 0     분량 : 4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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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퍼스트 콘택트

 

 

 

 “크, 젠장.”

 성호의 몸은 만신창이었다.

 왼쪽 팔은 통째로 찢겨나갔고, 왼쪽 무릎도 아래쪽은 절단됐다. 오른손은 바위에 깔려서 뭉개진 탓에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가장 충격을 받은 복부는 짓이겨져 내장이 쏟아져 내렸다.

 “하윽, 미, 미친. 크윽. 재수 없게 뺑소니라니…….”

 마음 같아서는 육두문자를 쏟아내고 싶었지만, 고통 때문에 머리가 핑 돌았다.

 성호는 평소처럼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중이었다.

 폐공장 지역을 가로질러 가는 이 길 입구에는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지만, 지름길이라서 항상 애용했다.

 여느 때와 같이 두려움을 쫓고자 콧노래를 부르며 조금 빠른 걸음걸이로 걸어가는 도중이었다.

 그때 갑자기 앞에서 뭔가 번쩍했다.

 강렬한 빛에 눈을 감는 순간,

 어마어마한 힘이 성호의 몸을 강타했다. 성호는 그대로 엉망진창이 되어 나뒹굴었다. 반사적으로 내지른 비명은 뒤따라온 굉음에 파묻혔다.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운이 좋았던 걸까?

 구사일생으로 즉사를 면한 성호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가 자신을 치고 간 걸 볼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우주선이었다.

 반원을 뒤집어놓은 듯한 모양의 우주선은 성호를 친 다음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하늘을 가로질렀다. 결국 반짝하고 사라졌다.

 어이없는 상황. 나중에 경찰이 성호의 시체를 발견해도 우주선에 뺑소니당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할 터였다.

 “으으윽.”

 성호는 온몸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차라리 이대로 기절하는 게 편해 보였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정신을 잃는다는 건 사신에게 목을 내놓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부모님은 여행지에서 외계 괴수의 습격이 있을 때 돌아가셨다.

 그때 성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신 부모님의 마지막 부탁은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동생들을 돌보거라.

 

 최후의 순간에도 자식 걱정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허망하게 죽는다?

 성호는 억울해서라도 죽을 수 없었다.

 ‘신이 있다면 제발 살려줘!’

 성호는 평소 신을 믿지 않았지만 신에게 기도했다. 어떻게든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말이다.

 그때, 성호의 기도에 응답하듯 하늘 멀리서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하늘을 가로지르며 성호에게 다가왔다. 성호를 치고 간 그 우주선이었다.

 우주선은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성호 앞에 멈췄다. 그런 다음 밑으로 빛줄기를 쏟아냈다. 그 빛줄기를 타고 우주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문어처럼 생겼다. 하지만 머리가 세 개나 달린 모습이 괴이해 보였다. 하지만 성호는 놀라지 않았다.

 직접 본 적은 없어도 이미 흉측한 모습의 외계 괴수나 그 외계 괴수를 사냥하는 이질적인 모습의 우주인이라면 평소 텔레비전을 통해서 많이 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뭐야? 아직 살아 있잖아?]

 [흐흐, 내 말대로지? 이번 내기는 내가 이긴 거다.]

 우주인의 양쪽 머리가 차례대로 한마디씩 했다. 성호가 모르는 외계어였지만 신기하게도 머릿속으로 그 의미가 전달됐다.

 우주인의 머리는 모두 비슷하게 생겼지만, 왼쪽 머리는 여자 목소리를 냈고 오른쪽 머리는 남자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둘의 대화를 들은 성호는 아픔도 잊고 이를 갈았다.

 ‘이것들이 사람을 친 것도 모자라 내 목숨으로 내기를 해?’

 [다들 확인하셨죠? 이제 만족하셨나요? 그럼 이만 가죠. 이미 많이 늦었답니다.]

 중간 머리가 좌우를 번갈아 보며 달래는 어투로 말했다. 그 말에 양쪽 머리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들은 그렇게 결론짓고 금방이라도 돌아갈 것처럼 보였다.

 다급해진 성호는 있는 힘을 짜내 우주인을 불렀다.

 “자, 잠깐!”

 머리들은 한국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성호를 내려다봤다.

 [무슨 일이시죠?]

 “크윽! 사람을… 이 지경으로… 해놓고 도망치는 거야?!”

 빈사 상태인 주제에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큰 외침이었다. 그렇게 말하자마자 다시 머리가 띵해졌다.

 [어머어머, 건방지게 무슨 소리야?]

 [무시해. 늦었다며.]

 [잠깐만요.]

 왼쪽 머리와 오른쪽 머리를 제지한 중간 머리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신기하군요. 당신의 현재 입은 피해를 생각하면 이미 생체 활동이 정지됐어야 합니다.]

 중간 머리의 말을 받아 왼쪽 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일반 인간의 신체 내구성 한계치까지 적용해서 계산해도 이미 죽었어야 한다니까.]

 [그냥 네 계산이 틀려먹은 거 아니야?]

 [이런, 다들 진정하세요.]

 왼쪽 머리와 오른쪽 머리가 으르렁거리기 시작하는 걸 가운데 머리가 말리기 시작했다.

 성호는 그 모습에 인상을 썼다.

 “어쨌든… 난… 이대로는 못 죽으니까, 아니, 죽을 수 없으니까 어떻게든… 해줘.”

 성호의 말에 머리들이 입을 다물고 서로를 쳐다봤다.

 난처한 표정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에게 이런 당돌한 요구를 하는 존재를 처음 만났기 때문에 당황한 것뿐이었다.

 먼저 침묵을 깬 건 왼쪽 머리였다.

 [저기저기, 이건 어때?]

 [또 무슨 멍청한 소릴 하려고 그래?]

 왼쪽 머리의 말에 오른쪽 머리가 쏘아붙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왼쪽 머리의 설명을 들은 오른쪽 머리는 의외라는 눈빛으로 왼쪽 머리와 성호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음? 그거 아깝지 않아?]

 [그래도 재밌을 거 같지 않나요?]

 중간 머리의 말에 잠깐 생각에 빠져 있던 오른쪽 머리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을 거 같긴 해.]

 오른쪽 머리까지 납득한 듯하자 머리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지구인이여, 그대에게 이걸 주겠습니다. 부디 우릴 실망시키지 말아주세요.]

 중간 머리가 그렇게 말하며 문어 다리같이 생긴 손을 들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빛무리가 나타났다. 그 빛은 성호에게 날아와서 오른쪽 손목에 감겼다.

 “팔찌?”

 성호는 자신의 손목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빛이 사라진 손목에는 어느새 넓적한 모양의 금속이 감겨 있다.

 특별한 장식은 없었지만, 그 자체로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는 게 얼핏 봐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설마 이 팔찌가 위자료 대신?’

 우주인에게서 받은 팔찌라고 하면 꽤 비싼 값에 팔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성호의 피해는 단순히 돈으로 보상하기에는 너무 컸다. 한쪽 다리가 사라졌고, 오른손도 제대로 쓸 수 있을지 모르는 불구자가 됐다.

 그걸 이런 팔찌로 하나로 보상한단 말인가?

 그때 팔찌에서 글자가 나타났다.

 성호는 알 수 없는 글자였지만 이렇게 적혀 있다.

 

 [초기 기동을 시작합니다.]

 

 그 메시지를 본 순간 성호는 갑자기 온몸이 불타는 것 같았다.

 “으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상함을 느끼고 금방 입을 다물었다. 온몸을 불타는 건 그저 느낌뿐이지 실제로 불타거나 고통스러운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 어떻게 된 거야?”

 성호는 놀란 눈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심각하게 다친 상처들이 어느새 말끔하게 나아 있는데다가 잘리고 뭉개진 팔다리 역시 언제 다쳤느냐는 듯 원상 복구되어 있었다.

 [봐봐, 지구인에게도 제대로 장착되잖아?]

 [그래,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군.]

 성호가 놀라는 걸 보고 좌우 머리는 기분이 좋아진 모습이다.

 [그보다 이제 정말 떠나야 할 거 같네요.]

 중간 머리가 말하자 양쪽 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그럼. 열심히 해.]

 [흥. 힘들다고 울지나 말라고.]

 우주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우주선으로 되돌아갔다.

 성호는 그들을 멍하니 쳐다봤다.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 중간 머리가 성호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 아바타 메이커를 얼마나 유용하게 쓰는지 지켜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중간 머리가 미소를 짓고 있다.

 “아바타… 라고?”

 성호는 되물었지만, 우주인도 우주선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아바타.

 우주인이 다른 의미로 말한 걸 수도 있지만, 지구에서 아바타라고 하면 외계 괴수를 사냥하는 능력자를 일컫는 말이다.

 덕분에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바타로의 각성은 아주 희귀한 확률로 가능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통계에 의하면 대략 만분의 일.

 거기에 외계 괴수를 사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아바타는 더욱 숫자가 적었다.

 성호도 가능하면 아바타가 되어 외계 괴수를 해치워 부모님의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약 1년 전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와 함께 아바타 적성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는 ‘적성 없음’.

 성호는 아바타로 각성할 확률이 전혀 없는 일반인이라는 것이다.

 “근데 아바타 메이커? 이걸로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단 말이야? 아님 이걸로 내가 아바타가 됐다는 의미?”

 성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우주인이 준 팔찌를 보곤 깜짝 놀랐다. 팔찌 위쪽에 글자가 나타나 있다.

 

 [6일 23시 57분 13초]

 [6일 23시 57분 12초]

 [6일 23시 57분 11초]

 

 게다가 팔찌의 숫자는 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태.

 “시간? 설마 이거 시계였어?”

 아니, 시간이 줄어서야 시계라고 할 수 없었다. 알람이라면 모를까.

 성호는 그제야 숫자 옆에 조그맣게 적혀 있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남은 수명–6일 23시 57분 0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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