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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메이커
작가 : 에드찬
작품등록일 : 201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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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화
작성일 : 16-08-17     조회 : 758     추천 : 0     분량 : 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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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바타 메이커(3)

 

 

 

 성호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동생들은 다 학교에 가고 없는지 집안은 텅 비어 있었다. 식탁 위에는 성희가 만들어놓은 볶음밥이 랩에 싸여 있다.

 “굳이 안 해놔도 된다니까 그러네.”

 성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전자레인지에 데워 한 그릇 뚝딱 비웠다. 든든하게 밥을 먹은 뒤 성호는 챙겨온 노트를 꺼냈다.

 거기에는 아르바이트 내내 빼곡하게 적어둔 아바타 메이커 메뉴에 보이는 여러 가지 능력과 장비들이 있었다.

 “역시 이쪽이 괜찮겠지?”

 성호는 아바타 메이커의 메인 메뉴로 들어갔다. 이어서 [상점], [능력]을 차례대로 선택했다. 다양한 메뉴 중에서 성호는 구매하려고 하는 능력을 찾았다.

 그 능력 옆에 구매하기 위한 필요 포인트 100이란 숫자가 눈에 걸렸다.

 “좋아, 산다.”

 결심하고 화면을 터치했다. 그러자 화면이 바뀌면서 새로 글자가 떠올랐다.

 

 [하급 정령 소환술–구매]

 [하급 정령 소환이 가능해집니다. 해당 정령은 사용자 성향과 출신에 맞춰서 선택됩니다.]

 [필요 포인트 100]

 [현재 잔여 포인트 100]

 [해당 능력을 구매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성호는 예를 클릭했다. 그러자 아바타 메이커로부터 빛이 뿜어져 나와 성호의 몸을 휘감았다.

 처음 외계인이 성호의 손목에 보낸 빛과 비슷한 느낌이다. 시계를 보니 메뉴가 하나 추가되어 있다.

 

 [아바타 메이커]

 [정령 소환]

 [상태/퀘스트/상점]

 

 바로 정령 소환을 해볼까 하다가 상태 확인을 눌렀다.

 

 [아바타 상태]

 [이름:류성호] [종족:지구인]

 [능력:하급 정령 소환–불]

 [장비:없음]

 [잔여 포인트:0]

 [남은 수명–6일 12시 11분 51초]

 

 성호가 구매한 대로 능력 부분이 갱신되어 있다.

 ‘휴우, 다행이다.’

 자칫 방 안에서 불의 정령을 소환했다가 불이라도 났다면 큰일이다.

 ‘예상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군.’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면 눈에 띄는 능력이 좋았다. 그래도 왜 불의 정령으로 정해졌는지 궁금하긴 했다.

 추가로 한번 속성이 정해지면 속성이 고정되어서 다른 속성을 못 부리게 된다거나 여러 정령을 동시에 소환 가능 여부 등 알아보고 싶은 게 많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설명도 없는 데다가 실험할 포인트도 없었다.

 당장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재를 대비해 왼쪽에는 소화기, 오른쪽에는 샤워기를 준비해 뒀다.

 그리고 아바타 메이커를 내려다보면서 신중히 [정령 소환]을 선택했다.

 허공에서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불덩어리가 나타났다.

 ‘생각보다 작네.’

 불의 정령을 본 첫 번째 감상은 작다는 것이다. 겨우 손가락 두 개 정도의 불덩어리가 허공에 두둥실 떠 있다.

 성호는 그 불덩어리 쪽으로 조심스레 손가락을 가져다 대어봤다. 불의 정령은 뜨겁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았다. 마치 홀로그램처럼 느껴졌다.

 “이걸 어떻게 조종한다?”

 아바타 메이커를 보니 정령 소환 글자 옆에 새로운 표시가 떠 있다.

 

 [정령 소환] [하급 불의 정령 소환 중]

 

 변화는 그것뿐으로 별다른 명령어는 보이지 않았다.

 성호는 지갑에서 영수증을 하나 꺼내 정령 쪽으로 내밀었다.

 “이거 태워볼래?”

 별다른 반응이 없다.

 성호는 뭔가 중요한 걸 간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불의 정령에게 말했다.

 “불태워.”

 명령조로 말하자 불의 정령이 움직였다. 불의 정령이 종이에 달라붙더니 금세 종이에 불이 붙었다. 종이가 새카맣게 타들어 갔다. 희한하게도 불의 정령 때문에 생긴 불도 성호에게는 뜨겁지 않았다.

 “좋아, 이거면 충분하겠어.”

 불의 정령은 무차별적으로 자신에게 닿는 모든 걸 태우는 게 아니라 소환자인 자신의 명령에 따라서만 불이 붙였다. 그거 하나만으로 소환할 때 신경 쓸 게 많이 줄어든 셈이다.

 다시 아바타 메이커를 보며 정령 소환 버튼을 터치하자 정령이 사라졌다. 그걸 몇 번 반복해서 연습하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하품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슬슬 잘 땐가?’

 성호는 벽에 걸린 시계를 봤다.

 시계는 어느새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라면 곯아떨어져 있을 시간이다.

 성호는 아침 8시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오후 1시간까지 잤다. 그다음 오후로 몰아놓은 수업을 들으러 가는 게 일상이다.

 게다가 하루 동안 여러 가지 일을 겪기도 했다. 외계인에게 교통사고도 당하고 사장한테 혼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아바타 메이커를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팔려 잠자는 것도 잊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수명이 초 단위로 줄어드는 걸 보고 있자니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거지.’

 하지만 한번 잠이 온다고 생각하자마자 연신 하품이 나왔다.

 “하암.”

 결국 성호는 조금이라도 자두기로 했다. 오후에도 여러 가지로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았다.

 성호는 휴대폰에 설정해 둔 알람을 확인하고는 자기 방의 침대로 들어갔다.

 

 ***

 

 “응, 지금 나갈게.”

 성호는 밖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눈을 떴다. 막내가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12시 59분.

 ‘오늘도 시험 보고 학교에서 일찍 돌아왔나 보네.’

 성호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끈 다음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문에 귀를 딱 붙여 그 너머로 막내의 통화 내용을 들었다.

 그런데 막내의 목소리가 평소 자신에게 굴 때와 천양지차가 아닌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여자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

 막내는 통화 중에 옷을 갈아입는지 연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통화를 잘하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응? 왜 아무 말 안 하는 거지?’

 막내가 아무 말을 안 하자 휴대폰 너머 상대방의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막내는 한껏 목소리를 낮춘 다음 대답했다.

 “아, 알았으니까 그건 만나서 이야기하자. 곧 형 일어날 때 됐거든. 응? 지금 말하라고?”

 하지만 전화 상대는 더욱 막내를 재촉하는 것 같다.

 ‘짜식, 역시 공부하러 가는 게 아니었네.’

 성호는 막내가 자신을 속이고 놀러 간다고 해서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되레 사춘기라며 딱딱하게만 구는 막내를 쩔쩔매게 만드는 전화 상대에게 호감을 느꼈다.

 성우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결심한 듯 중얼거렸다.

 “…….”

 성호는 문 가까이 귀를 가져다 됐다. 막내가 너무 작게 말해 무슨 소린지 못 들어서였다.

 전화 상대도 막내의 말을 못 들었는지 막내를 재촉했다. 조금 큰 목소리여서 여자애의 목소리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결국 막내는 다시 대답했다.

 “그, 그래, 나도 좋아한다니까.”

 그렇게 내뱉은 말한 성우는 거기서 보자면서 얼른 전화를 끊었다.

 이내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금세 문을 닫고 나갔다.

 성호는 막내가 완전히 밖에 나간 걸 확인한 다음 천천히 문을 열고 나왔다.

 “좋을 때네.”

 현관문 쪽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자신도 3년 전만 해도 시험 끝나면 친구들과 놀러 다니느라 바빴다.

 여자를 사귄 적은 없지만.

 ‘그런 점에서는 나보다 나을지도.’

 성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시계를 내려다봤다. 남은 수명이 또 줄어 있다.

 자신이 잠든 시간은 아까웠지만 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된 시간은 귀하게 느껴졌다.

 잠시 후 성호는 가방도 안 메고 평소보다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향한 곳은 병무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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