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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메이커
작가 : 에드찬
작품등록일 : 201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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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화
작성일 : 16-08-17     조회 : 611     추천 : 0     분량 : 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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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각성(1)

 

 

 

 성호의 눈에 들어온 건 동굴이었다.

 이곳은 자연 동굴인 듯 천장에 종유석이 달려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동굴이라고 여기기에는 전체적으로 짙은 보랏빛을 띠고 있어서 불길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여긴 어딘가요?”

 “정부 관리하에 있는 변이 구역 중 하나입니다. 보안상 위치는 알려드릴 수 없지만 외계 괴수가 나타난 뒤로 영향을 받아 지질 자체가 변하고 있는 곳이죠.”

 성호의 질문에 강 준위가 대답하고 있으려니 동굴 저편에서 군인들이 나타났다. 한 명은 커다란 상자가 담긴 수레를 끌고 있고 두 명은 그 옆에서 소총을 들고 경계하고 있다.

 강 준위가 군인들이 가져온 상자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쪽에는 검과 창 같은 냉병기부터 총기류까지 다양한 무기가 들어 있었다.

 “이것들은……?”

 “아바타 전용 무기입니다.”

 그 말에 성호가 놀란 눈으로 상자 안을 쳐다봤다. 아바타 전용 무기라면 하나하나가 수천에서 수억까지 하는 고가의 무기이다.

 강 준위는 상자 안에서 손가락 부분이 없는 장갑을 한 짝 꺼내 성호에게 내밀었다.

 “정령소환술을 쓰신다면 이런 건 어떻습니까? 이건 외계 괴수에서 나온 코어로 만든 장갑입니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아바타들의 능력을 향상케 한다는군요. 국내에서 제작해 테스트 중인 제품입니다만.”

 성호는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말에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 장갑의 손등 부분에 계란을 반으로 자른 정도의 큰 구슬이 붙어 있는 게 특이했다. 손에 껴봤지만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거나 하진 않았다.

 일단 아바타 메이커에서 자신의 현재 상태를 확인해 봤다.

 

 [아바타 상태]

 [이름:류성호] [종족:지구인]

 [능력:하급 정령 소환-불]

 [장비:없음]

 [잔여 포인트:0]

 [남은 수명–5일 9시 12분 21초]

 

 아직 아바타로 각성을 못 해서인지, 아니면 장갑이 문제인 건지 모르겠지만 장비란에는 여전히 ‘없음’ 표시만 되어 있다.

 강 준위는 성호가 아바타 메이커를 보고 있는 걸 보고 장갑에 관심이 있는 걸로 착각했다.

 이 장갑은 아직 코어 관련 기술이 뒤떨어진 한국에서 제작한 것이긴 하지만 쉽게 줄 수 없는 귀한 장비였다.

 “드리는 건 아니고 잠깐 대여해 드리는 겁니다. 이번 작업이 끝나면 돌려주셔야 해요.”

 “네.”

 성호는 재빨리 주는 게 아니라고 선을 긋는 강 준위의 말에 시큰둥하게 대답하고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장갑을 다시 쳐다봤다. 당장 쓸모없다고 돌려주기도 뭐해서 낀 채로 있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강 준위는 그렇게 말한 뒤 상자에서 기다란 막대기를 꺼내 바닥을 훑어 내리기 시작했다. 그 막대기 끝에도 작은 코어가 달려 있다.

 “아!”

 성호는 갑자기 벌어진 광경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어느 순간부터 바닥이 막대기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바닥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강 준위가 막대기를 휘저을 때마다 땅의 움직임이 더욱 격렬해졌다.

 “으쌰!”

 그러기를 몇 번, 강 준위의 기합과 동시에 바닥이 막대기 쪽으로 블록 튀어나왔다. 강 준위는 그것도 예상한 듯 땅에 닿지 않게 막대기를 위로 들어 올렸다. 익숙한 움직임이다.

 “여기!”

 강 준위가 외치자 상자를 옮겨올 때 경계하고 있던 군인 둘이 튀어나온 땅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야전삽을 꺼내 튀어나온 부분 주위를 파기 시작했다. 퍽퍽!

 삽으로 파는 부위에서 흙 대신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삽질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건 애벌레같이 생긴 생물이었다. 그 크기가 사람 몸통만 했는데, 진득한 점액이 둘러싸여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역겨워 보였다.

 “외계 괴수 호르헤의 유체입니다. 유체 상태일 때는 F급 정도에다가 강제로 꺼내서 제대로 못 움직이니까 안심하고 해치우시면 됩니다.”

 “네에.”

 호르헤 유체의 상태를 살펴보던 강 준위가 물러나며 말했다.

 성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호르헤의 유체를 노려보다가 결심을 굳히고 아바타 메이커를 조작했다.

 

 [정령 소환]

 

 역시나 아바타용이라던 장갑은 별 소용 없는지 정령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오!”

 처음 보는 정령의 모습에 군인들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자 성호는 자신도 모르게 우쭐해졌다.

 “공격!”

 성호의 지시에 따라 불의 정령이 호르헤의 유체 쪽으로 날아갔다. 정령은 유체에 붙어 힘을 주어 불길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래서야 한참 걸리겠군요.”

 강 준위가 불의 정령을 보며 중얼거렸다. 불의 정령은 나름대로 열심히 공격했지만 호르헤 유체의 점액 때문에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그저 점액만 조금씩 말라가고 있다.

 그 애처로운 모습에 군인들이 피식 웃었다.

 성호도 그 모습을 보고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창피해할 거 없어. 아직 각성을 못 해서 제대로 능력 발휘가 안 되니까 각성할 수 있도록 부탁한 거였잖아.’

 그때 강 준위가 끼어들었다.

 “성호 씨, 잠깐 정령을 철수시켜 주세요.”

 “돌아와.”

 성호는 즉시 정령을 회수했다. 그사이 강 준위는 군인들을 불러서 이것저것 지시했다.

 강 준위의 지시를 받은 군인들이 소총에 대검을 착검한 다음 호르헤의 유체를 찔렀다. 찔린 곳에서 체액이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데미지가 있는지 호르헤의 유체가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성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외계 괴수의 몸에서 나오는 특수한 파장의 방어막 때문에 그것들을 공격할 수 있는 건 우주인이나 아바타 능력자만이 가능한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군인 분들도 아바타인가요?”

 “네. 겨우 각성해서 F급이 된 거라 간신히 아바타용 무기를 쓸 수 있는 정도지만요.”

 강 준위는 성호의 질문에 대답하면서도 유심히 호르헤의 유체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충분하다 싶었는지 손을 들어 군인들을 제지했다.

 “거기까지. 대기.”

 강 준위는 그렇게 말하고는 성호를 돌아봤다. 성호는 강 준위의 시선이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챘다.

 이 외계 괴수를 빈사 상태까지 만들어뒀으니까 이제 성호더러 최후의 일격을 가하라는 의미였다.

 “알겠습니다.”

 성호는 다시 불의 정령을 소환해서 호르헤의 유체를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이미 군인들이 상처 낸 곳에 달라붙게 했다.

 이번에는 호르헤의 유체가 제대로 데미지를 받는지 격렬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꿈틀거림이 멈췄다.

 ‘죽은 건가?’

 성호는 불의 정령을 뒤로 뺐다.

 호르헤의 유체가 이내 무채색으로 변했다.

 “어떻습니까?”

 강 준위의 질문에 성호는 아바타 메이커를 조작해서 상태를 봤다.

 하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성호가 고개를 가로젓자 강 준위는 별로 실망한 기색도 없이 다시 막대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똑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

 

 “아직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까?”

 강 준위가 다소 지친 기색으로 성호에게 물었다. 벌써 같은 작업을 열 번 넘게 한 뒤다.

 성호는 다시 한 번 아바타 메이커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 한 번만 더 하고 오늘은 철수하죠.”

 “…….”

 강 준위의 말에 성호는 대답 없이 남은 수명을 확인했다.

 

 [남은 수명–5일 5시 2분 22초]

 

 어느새 네 시간 정도가 지나 있다.

 강 준위는 성호가 대답하든 말든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이내 다른 호르헤 유체를 찾았다. 군인들은 강 준위가 지시하기도 전에 나서서 삽질을 했다.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다가 강 준위는 성호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고 성호에게 다가가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사람에 따라서 F급 외계 괴수를 백 마리 이상 잡고서야 겨우 각성한 경우도 있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조금 여유를 가지고 하죠.”

 성호는 그 말에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평소라면 알겠다고 웃으면서 넘겼을지도 몰랐다.

 문제는 성호에게 그렇게 여유가 없다는 거였다. 어영부영하다가 남은 수명 동안 각성을 못 할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성호가 몇 번만 더 시도하자고 이야기하려고 할 때였다.

 “야, 강진석! 왜 안 데려오는 거야?!”

 뒤쪽에서 앙칼진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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