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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메이커
작가 : 에드찬
작품등록일 : 201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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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화
작성일 : 16-08-17     조회 : 858     추천 : 0     분량 : 3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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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각성(2)

 

 

 

 놀라서 뒤돌아보니 정말 여자애가 스쿠터를 탄 채 서 있다.

 중학생쯤 되었을까? 검은 포니테일 머리에 의사나 박사를 연상케 하는 하얀 가운을 걸쳤다.

 ‘여기 기밀 구역 아니었나?’

 “소미 아가씨!”

 성호가 얼떨떨해하고 있을 때 강 준위가 여자애를 부르며 뛰쳐나갔다.

 “여긴 위험하니까 오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흥! 오늘 정령술사를 데리고 온다고 한 건 너잖아.”

 “그래도 회장님이 걱정하십니다.”

 “할아범이야 걱정하든 말든. 그보다 저거야, 정령이라는 게?”

 소미는 강 준위를 제치고 성호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성호 앞에 대기하고 있는 불의 정령을 천천히 훑어봤다.

 “흠. 쪼끄마하네.”

 “풋.”

 성호는 저도 모르게 실소가 튀어나왔다. 딱 봐도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아 보이는 소미가 그런 말을 하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웃음소리를 들은 소미가 눈을 치켜뜨고 성호를 노려봤다. 어린애답지 않은 서늘한 눈빛이다.

 “강진석, 이 녀석은 뭐야?”

 “어제 말씀드린 정령술사입니다.”

 “흥! 그래? 정말이지, 아랫것들은 은혜를 베풀어도 고마워할 줄 모른다니까.”

 소미가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랫것들? 소미의 태도에 성호는 어이가 없었다.

 “그쪽이 나한테 뭘 해줬다고 그래? 그리고 딱 봐도 내가 연장자 같은데 함부로 반말하지 말지?”

 성호가 쏘아붙이자 소미의 하얀 뺨이 금세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성호는 순간 자신이 실수로 불의 정령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나 착각했다.

 “이게?!”

 화난 소미가 손바닥을 휘둘렀다. 결국 폭력인가? 성호는 혀를 차면서 다소 과격하게라도 눌러서 버릇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중학생 여자애를 때릴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 손목을 낚아채서 힘으로 누른 다음 한마디 해주면 된다.

 그때,

 “조심하세요!”

 강 준위가 외쳤다.

 ‘아저씨, 그런 말 하기엔 늦었다고.’

 성호는 속으로 대꾸했다. 그리고 날아오는 궤적을 예상해 소미의 손목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날아와서 잡을 수 없었다.

 빡!

 뺨을 맞은 성호는 그대로 나뒹굴었다. 손바닥에 맞은 게 아니라 야구방망이에 맞은 듯했다.

 ‘이게 여자애가 때린 거 맞아?’

 바닥에 얼굴을 부딪치면서도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놀라서 달려온 강 준위가 얼른 소미에게로 갔다.

 “아가씨!”

 ‘아니, 젠장! 맞은 건 난데 왜 저 아저씨는 저 꼬마만 챙겨?’

 성호는 분한 마음에 아픔도 잊고 벌떡 일어났다. 아픈 것보다 섭섭함이 더 컸다. 한마디 하려다가 눈앞의 광경에 그만 입을 다물었다.

 소미가 주저앉아 있다. 거기다 언제 열을 올렸느냐는 듯 안색이 파리했다.

 ‘이제 와서 연약한 여자애인 척 연기하는 거야?’

 성호는 황당했다.

 이어지는 강 준위의 행동은 더욱 가관이었다.

 “아가씨, 그러니까 무리하시면 안 된다니까요.”

 “…시끄러워.”

 “약은요?”

 “몰라.”

 “…제가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강 준위는 소미를 한쪽 편에 기대놓고 군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성호를 돌아봤다.

 “잠깐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

 “네?”

 성호가 대답하기도 전에 강 준위는 SUV를 타고 어디론가 부리나케 가버렸다. 다급해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이야?’

 영문을 모르는 성호는 어리둥절했다.

 게다가 아가씨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하는 소미를 자신과 군인 셋이랑 남겨두다니? 하지만 군인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지 별로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보다 꽤 아프네.’

 성호는 소미에게 맞아 얼얼한 뺨을 어루만졌다. 그때 소미가 불렀다.

 “야!”

 “왜?”

 성호가 시큰둥하게 대꾸하며 쳐다보니 소미가 손을 내밀고 있다.

 “좀 일으켜 줘.”

 성호는 그 손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일으켜 달라는 거야?

 “어서!”

 “그래그래.”

 소미의 재촉에 성호는 어쩔 수 없이 소미의 손을 잡았다.

 ‘애랑 기 싸움해 봐야 나만 손해지.’

 그런데 일으켜 줄 때도 여자애가 어찌나 팔심이 센지 자칫하면 끌려가서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어이쿠!”

 “약해빠져서는.”

 “그렇게 센 너는 어디가 아픈 건데?”

 “희귀병이야. 네가 병명을 말하면 알아?”

 “…그건 아니지만…….”

 소미의 대꾸에 성호가 말끝을 흐렸다. 그 모습에 만족했는지 소미가 히죽 웃었다.

 “사실 나도 잘 몰라.”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게 맹랑했다.

 “가운은 폼이야?”

 “이거? 연구실에서 훔쳐 입은 거야.”

 “연구실?”

 “응. 거기서 주는 약을 먹어야 괜찮아져. 그 장갑에 있는 구슬을 갈아서 만든대.”

 소미는 성호가 끼고 있는 장갑을 가리켰다.

 ‘코어로 만든 약이라고?’

 외계 괴수를 잡아서 얻을 수 있는 코어는 지구에 없는 물질인 만큼 여러 용도로 사용됐다.

 대표적인 건 신 에너지원.

 그 외에도 다방면으로 코어에 대해 연구 중이었다. 그중에 의료 분야도 있을 법했지만 성호는 코어를 약으로 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코어를 약으로 소비하기엔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것은?

 ‘아까 강 준위의 태도도 그렇고 혹시 재벌가의 딸이라도 되는 건 아니겠지?’

 성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소미를 쳐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미는 아가씨라는 소리를 듣기에는 너무 왈가닥이었다.

 “약의 부작용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힘만 이렇게 세지더라고. 그렇다고 힘을 쓰면 금세 상태가 안 좋아지지만.”

 “그래…….”

 코어의 영향을 받는다면 소미도 아바타의 특성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소미가 물어왔다.

 “그래서… 너 이제 아바타로 각성했어?”

 “너랑 무슨 상관이야?”

 “그야 내가 허락해 준 거니까.”

 “뭘 허락해?”

 “진석이가 여기서 비각성자 한 명 각성시키기 위해 사냥해도 되느냐고 물어봐서 허가해 준 게 바로 나란 말이야. 정령술사라기에 흥미가 동한 것뿐이지만.”

 “…그래?”

 그 말에 성호의 의문은 더 커졌다.

 ‘거짓말 같진 않은데. 그럼 여긴 국방부에서 관리하는 곳이 아닌가?’

 “그래서 각성했어, 안 했어?”

 “아직이야.”

 “한심하기는.”

 소미가 혀를 찼다. 성호도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이렇게 지원받고도 각성 못한 건 사실이니까.

 민망해진 성호는 딴 곳을 쳐다봤다.

 그때 구석의 지면이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 걸 발견했다.

 ‘강 준위가 작업해 놓은 건가?’

 하지만 대충 봐도 앞서 본 것보다 튀어나온 부분이 훨씬 커 보였다.

 걱정이 된 성호는 군인들에게 이야기했다.

 “저기… 이쪽에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데 괜찮은 건가요?”

 “어, 저기 왜 저렇지? 잠시만 물러나 계십시오.”

 군인들도 튀어나와 있는 부분을 보고는 놀랐다. 서로 잠시 상의하더니 전처럼 야전삽을 가지고 파기 시작했다.

 아까처럼 F급 외계 괴수 호르헤의 유체가 나왔다. 튀어나온 부분이 큰 만큼 호르헤의 유체 크기도 아까 본 것보다 훨씬 더 컸다.

 거기다가 아래쪽으로 톱날 같은 이빨이 삐죽 튀어나와 있다.

 “기분 나빠.”

 소미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군인들은 앞선 작업 때와 같이 총검으로 호르헤의 유체를 찔러대기 시작했다.

 ‘큰 것 빼고는 별 차이가 없는 건가?’

 성호에게는 이제 익숙한 장면이다. 무덤덤하게 보면서 앞의 호르헤 유체와 다른 점이 또 있나 살펴봤다.

 그때,

 두둑.

 위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지?’

 성호는 조심스레 위를 쳐다봤다. 그리고 천장의 광경을 보고 눈이 커졌다.

 “뭐야,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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