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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메이커
작가 : 에드찬
작품등록일 : 201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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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 화
작성일 : 16-08-17     조회 : 591     추천 : 0     분량 : 3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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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포인트 마켓(2)

 

 

 

 “햐아아악!”

 성호가 다가가자 앉아 있던 고양이가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날카로운 경고음을 발했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등어태비(줄무늬) 길고양이였다. 그 옆에 쓰러져 있는 고양이는 하얗고 긴 털을 가진 페르시안 고양이다.

 페르시안 고양이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어 많이 지저분했다. 거기다가 하얀 털에 피까지 엉겨 붙어 있어 엉망이었다.

 “고양아, 진정해.”

 성호는 일단 길고양이가 너무 경계하지 않게 멈춰 섰다. 조금 떨어져서 고양이들의 상태를 보던 성호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페르시안 고양이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다. 차에 치이고 바퀴에 깔린 탓인지 하반신 일부분은 아예 납작해져 있었다.

 “친구를 지키고 있던 거야? 기특한 녀석.”

 길고양이의 입가에 피가 묻어 있는 걸로 봐서 차에 치인 페르시안 고양이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 같았다.

 “내가 제대로 묻어줄 테니까 너무 경계하지 마.”

 하지만 말이 통할 리 없는 길고양이는 여전히 잔뜩 경계한 채로 계속 하악댔다.

 ‘일단 거리를 두고 옮겨볼까?’

 성호는 포인트 상점에서 정령소환술 중 바람의 정령과 땅의 정령을 구매했다. 그런 다음 바람의 정령을 바로 소환했다.

 그러자 성호 앞에 바람의 정령이 나타났다. 바람의 정령은 회오리바람이 원형으로 뭉쳐 있는 듯한 모습이다.

 ‘정령들은 기본적으로 다 이런 모양인가?’

 성호는 바람의 정령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두 정령을 구매하는 데 200포인트가 들었지만 불의 정령도 꽤 유용하고 나중에 실험해 볼 스킬이 있기에 전혀 아깝지 않았다.

 “저 고양이를 옮겨.”

 성호의 명령에 바람의 정령이 즉시 움직였다. 바람의 정령은 페르시안 고양이를 휘감아서 천천히 들어 올렸다.

 길고양이는 자신의 친구가 천천히 떠오르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였다면 진작 겁먹고 도망쳤겠지만 죽은 친구 때문에 쉽사리 도망치지 못했다.

 결국 길고양이는 성호와 친구의 시체가 도로 밖의 산길로 가는 걸 보고 거리를 둔 채 좇아왔다.

 성호는 통행로에서 벗어나 평소 봐둔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곳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바람의 정령과 같이 산 갈색 덩어리 모양의 땅의 정령을 불러내 땅을 깊숙이 파게 했다. 혹여나 다른 동물들이 파헤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길고양이는 다시 친구의 사체 옆에 지키듯이 앉아 조용히 성호가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좋아, 다 됐다.”

 성호는 땅의 정령이 어느 정도 깊숙이 땅을 판 걸 확인한 다음 페르시안 고양이의 사체를 집어넣으려다가 사체를 살펴보고는 멈칫했다. 먼지와 피 때문에 엉망이 된 털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어차피 땅에 묻히면 똑같다고 해도 이왕 가는 길을 도와주기로 한 거 제대로 해줘야지.”

 그렇게 마음먹은 성호는 페르시안 고양이를 씻겨주기 위해 아바타 메이커에서 바로 물의 정령을 구매했다.

 

 [100포인트를 소비해 하급 정령소환술 물을 구매하셨습니다.]

 [잔여 포인트:590]

 

 ‘이제 슬슬 아껴 써야 하나?’

 성호는 확 달라진 잔여 포인트의 앞자리를 봤다. 오늘 소미로부터 포인트가 들어온다는 걸 알게 된 뒤로 아바타 메이커 UI와 바람, 땅, 물 등 세 가지 속성의 정령을 구매하는 데 총 400포인트나 쓴 것이다.

 그때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축하드립니다. 사대원소 정령을 모두 부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상으로 초보정령술사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칭호?’

 

 [아바타 상태]

 [이름:류성호] [종족:지구인]

 [아바타 등급:F]

 [칭호:없음]

 [능력:하급 정령 소환술–불+1, 물, 바람, 땅]

 [장비:없음]

 [보유한 서번트 아바타:1]

 [회수한 아바타 메이커:0]

 [잔여 포인트:590]

 [남은 수명–7일 21시 7분 17초]

 

 메시지를 확인하고 상태창으로 들어가 보니 칭호 항목이 생겨나 있다.

 없음이라고 되어 있는 칭호 부분을 선택하니 보유하고 있는 칭호 목록이 뜨고 초보정령술사 칭호의 효과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보유 칭호]

 [초보정령술사-모든 기초 속성의 정령을 다룰 수 있게 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하급 정령을 소환했을 경우 +1을 강화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야, 이거 좋은데?”

 성호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정령을 강화하는 데 100포인트가 들었는데 이 칭호를 쓰면 400포인트의 효과를 내게 된다.

 ‘좋은 일을 해서 보답 받은 건가?’

 야옹!

 성호가 칭호 때문에 지체하고 있자 길고양이가 답답했는지 야옹 하며 재촉했다.

 “미안, 미안.”

 성호는 멋쩍게 대답하면서 물의 정령을 소환해 고양이를 깨끗이 씻긴 다음 바람의 정령으로 깔끔하게 말렸다.

 페르시안 고양이는 제법 깨끗한 모습이 되었다. 그다음 파둔 구덩이에 묻고 페르시안 고양이를 위해서 짧게 기도했다.

 그래놓고 보니 이번에는 길고양이가 페르시안 고양이의 무덤 옆에 털썩 앉는 게 아닌가. 무덤에 고개를 얹은 모습이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부모님을 잃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하지만 자신은 동생들 때문에 저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 없었다.

 “너도 이제 친구 기다리지 말고 네 갈 길 가야지.”

 하지만 길고양이는 성호의 말을 무시한 채 고개를 까닥하지도 않았다. 그런 길고양이를 보고 성호는 네 맘대로 하라며 마지막으로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성호의 눈에 길고양이의 상처가 보였다. 친구가 죽어서 기운이 없나 보다 했는데 이 길고양이도 다친 모양이다. 길고양이는 성호가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자 몸을 급하게 일으키다 캑 하면서 피를 쏟아냈다.

 “괜찮아?”

 성호가 깜짝 놀라 다가가자 길고양이는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나는지 도망치려고 했다.

 “잡아.”

 그 말에 바람의 정령이 재빨리 길고양이를 낚아채 들어 올렸다. 길고양이는 허공에서 버둥거렸지만 소용없었다.

 “싫어도 참아. 동물병원에 데려갈 테니까.”

 바람의 정령이 길고양이를 낚아채 천천히 성호 쪽으로 데리고 왔다.

 그때,

 

 [해당 개체의 혼과 육체가 분리되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6일 23시 59분 41초]

 [해당 개체를 서번트 아바타로 만드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주의:서번트 아바타 생성을 위한 포인트가 모자랄 경우 남은 수명의 절반이 소모됩니다.]

 [남은 수명–7일 20시 48분 11초]

 

 이 길고양이를 서번트 아바타로 만들겠느냐고 묻는 메시지가 떴다.

 ‘동물도 서번트 아바타로 만들 수 있는 거야?’

 성호는 예상치 못한 메시지에 놀랐다. 거기에 더해 마음이 착잡해졌다. 이 메시지가 떴다는 건 길고양이의 상태가 회생 불능일 정도로 심각하다는 이야기였다.

 길고양이를 서번트 아바타로 만들어도 고민이다. 길고양이가 아바타가 된다고 해도 외계 괴수를 어떻게 사냥해서 포인트를 모을지도 의문이고, 그렇다고 해서 성호가 계속 포인트를 줘서 살려두기에는 대가가 너무 컸다.

 ‘그래도 살리는 게 좋겠지?’

 성호는 길고양이를 서번트 아바타로 만들기로 했다. 길고양이가 다친 곳도 낫고 수명도 늘어나니까. 성호 자신에게는 포인트 1,000이 들어오는데 친구를 제대로 매장해 주었으니 그 정도 사례는 받아도 무방하다 생각했다.

 

 [새로운 서번트 아바타를 예속시켰습니다. 예속의 대가로 사용될 포인트가 모자라 남은 수명의 절반이 소모되었습니다.]

 [남은 수명–3일 10시 23분 45초]

 

 길고양이가 새로운 서번트 아바타가 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서번트 아바타용 아바타 매니저는 소미처럼 손목에 생기는 게 아니라 목에 생겼다. 그 때문에 시계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애완동물용 목줄처럼 보였다.

 그때,

 “뭐야, 인간?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냥?”

 길고양이가 불쾌한 표정으로 성호에게 물었다. 그 소리를 듣고 성호는 깜짝 놀랐다.

 “고양이가… 말을 했어?”

 “냥?!”

 길고양이도 성호와 의사소통이 된다는 걸 깨닫고 무척 놀란 듯했다. 길고양이는 그대로 펄쩍 뛰어서 산속으로 사라졌다.

 “자, 잠깐만.”

 성호는 너무 놀란 나머지 바람의 정령으로 잡는 것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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