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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의 세계
작가 : 설빙설아작가
작품등록일 : 2017.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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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26     조회 : 392     추천 : 0     분량 : 5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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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무기를 들어!"

 "아까도 말했지만, 이곳은 비전투구역입니다. 거기다, 당신이 저를 이기지 못한다는 건 불 보듯 뻔하잖아요?"

 

 아직 하이랭커는 커녕, 랭크에도 올라오지 못했잖습니까. 라는 페이아의 말에 제로는 움찔거렸다.

 

 "내가 1000레벨까지만 올리면..!"

 "그러고 보니, 아직 800레벨 때인가요? 요즘은 접속도 잘 안 한다고 하던데.."

 "수능이라고."

 "벌써 고 3이었나..."

 

 페이아가 중얼거렸다. 다행인지 아닌지 중얼거림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저쪽에선 소리를 지르느라 소리에 둔감해졌고, 반대쪽에서는 서로 쑥떡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 레벨차이 봐.."

 "1,385레벨이랑 895레벨.."

 "....?"

 

 제로의 시선이 하은과 가은에게서 멈췄다. 페이아의 뒤에서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신규유저였다.

 

 "페이아. 또 신규유저 튜토리얼 도우미나 하고 있는 거야? 명색이 초월의 세계를 빛내는 랭크 1위인데?"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강한 자라면 새로 들어온 유저들을 도와야 한다 생각합니다."

 

 페이아는 서늘했던 표정을 한 번 더 굳히며 얘기했다.

 페이아에게서 뿜어지는 냉기에 제로는 아, 이거 안 통하네.. 라며 허세를 부렸다.

 

 "길드장 제로님. 당신은 한 길드의 길드장입니다. 품위를 지키세요. 푸른 달 길드에 먹칠할 생각입니까?"

 "쯧. 가자!"

 

 제로가 땅을 벅차고 뛰어오르자, 검은 연기에 숨어있던 수백 명의 길드 원이 그의 뒤를 따랐다.

 

 "후.. 어디 다치신 곳은?"

 "어, 없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팬이에요!"

 "감사합니다."

 

 페이아는 딱딱했던 표정을 약간 풀었다.

 뭐, 그래도 차갑고 우아한 이미지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저.. 아까 그 사람은 누구..?"

 "아, 푸른 달이라는 길드의 길드장입니다. 오늘은 잠깐 시비가 붙은 거지, 꽤 유명하고 좋은 길드죠. 동료를 소중히 하고 사람들을 잘 보호하며 영향력도 강합니다."

 "그렇구나.."

 "페이아니임-!"

 

 화르륵 소리와 함께 페이아에게 무언가가 날라왔다.

 페이아의 작은 머리만 한 요정 임프(작은 불꽃의 마족), 그것도 시스템요정이였다.

 

 "레이."

 "어디 가셨었어요-! 얼마나 찾았는데요!"

 "미안해. 신규유저분들이 계신 곳에 싸움이 나가지고."

 

 임프 레이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있다가, 신규유저인 하은과 가은을 보고 사뿔리 격식을 차렸다.

 아직 어린 나이다 보니 잦은 실수는 기본이었다.

 

 "저는 시스템 요정이자 시스템 보좌관인 페이아님의 예비비서인 레피아주이라고 해요. 편하게 레이라고 불러주세요."

 

 레이가 싱긋하고 웃어 보이자 하은은 녹아버릴 것 처럼 레이를 바라보았다.

 

 "임프는 페이리로서, 몬스터족에 속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에 속한 이들이나 펫도 있으니 구별을 잘 하셔야 하죠. 그래서 페어리 출몰지역에는 페어리형 시스템 요정과 펫은 접근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레이는 하하 웃어 보였다. 뭐 모르는 유저들에게 당한 게 한 두 번이 아닌 듯해 보였다.

 

 "언제나 상단에 이름을 잘 보셔야죠. 몬스터는 몬스터라고 쓰여 있으니까요."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 같네요."

 

 한참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쯤, 레이는 화들짝 놀라며 페이아를 다급히 불렀다. 제가 여기 수다 떨러 온 게 아니라고요!! 이번 길드전투로 인해서 5명의 유저 사망, 시스템 능력으로도 고칠 수 없는 피해만 80루비가 넘는다구욧!! 이라며 레이는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산에 살짝 오버되요."

 "어제 걷은 세금이?"

 "20루비에다가 모아둔 루비를 확인하면 74루비에요."

 "시스템 돈 풀긴 그러니까, 내 사비 풀어줄게. 애들한테도 돈 좀 모으라고 해. 이번 달에 나간 내 사비만 120루비라고."

 "네. 저 바빠서 이만 가 볼게요. 즐겁고 긴 게임 바랄게요~!"

 

 레이는 손을 흔들며 바람처럼 사라졌다. 하은은 아쉽다는 듯 손을 꼼지락거렸다.

 

 "절 따라오세요. 이제부터 튜토리얼을 해 드리겠습니다."

 ""네.""

 

 페이아가 하은과 가은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자, 슈슉 소리와 약간의 진상을 남기고, 셋은 생명의 광장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

 

 

 "배경이..?"

 

 가은은 신기한 듯 페이아를 쳐다봤다.

 

 "기초 마법 순간이동입니다. 어떤 속성의 마법을 선택하더라도, 아무 데서나 사용 가능한 800레벨 이후 배울 수 있는 마법이죠."

 "우와."

 "참고로, 한 속성을 마스터하면 새 속성을 배울 수 있고, 전 모든 속성을 마스터한 상태입니다. 한 가지만 빼면요."

 

 완벽해만 보이는 그녀에게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

 가은은 그럴 수도 있구나. 라며 신기해했고, 하은은 아무 생각도 없었다. 완벽한 개썅마이웨이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세상에 완벽한 건 존재할 수 없는 법이죠. 이 세계의 신과도 같은 시스템에도 허점은 존재합니다."

 

 페이아는 앞으로 걸어가며 하은과 가은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페이아의 높은 굽 소리는 경쾌하게 울려 퍼졌고, 그녀의 걸음이 멈춘 곳은 여러 사람의 석상이 있는 공간이었다.

 

 "일단 직업부터 말하자면, 아처, 의적, 마법사, 마도사, 기사, 랜서(창기병), 무투가, 성직자, 탱커, 드래곤 라이더가 대표적이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직업은 많습니다. 그중 마법사나 마도사, 기사, 성직자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직업은 기본 10레벨을 돌파하셔야 선택하실 수 있으시며, 계속 보류상태로 둘 수도 있습니다. 전 가급적이면 20레벨쯤에 선택하시는 걸 권유하죠."

 

 페이아는 이분들이 이때까지 이 직업에서 가장 뛰어나셨던 분입니다. 라며 중간에 식탁과 의자 3개를 만들었다.

 식탁에는 페이아가 즐겨 마시는 달달한 홍차와 하은이 좋아하는 휘핑올린 초코라떼, 가은이 좋아하는 초코칩라떼와 쿠키가 올려져 있었다.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 봐 둘 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하은과 가은은 본능에 따라 자신의 음료가 있는 자리에 앉았고, 페이아역시 홍차 앞에 품위 있게 앉았다.

 페이아는 자신의 옆에 있던 각설탕 2개를 홍차 안에 넣고 섞은 다음 홍차를 한번 호로록 마셨다.

 

 "모두 게임은 해 보신 적 있으시겠죠? 초월에 세계는 게임 그 자체입니다. 다만, 부활이 불가능하다는 것만 빼고요."

 "여기서 죽는다고 밖에서도 죽는 건 아니죠?"

 "물론입니다. 다시는 입장할 수 없다는 것 빼고는 말이죠."

 

 페이아가 홍차를 다 마시자 주변이 일그러지더니 푸른 초원이 되었다.

 

 "기본적인 몬스터 사냥과 아이템 줍기, 세계관 알아보기를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수준에 맞춘 것이므로 여러분이 다칠 일은 없습니다. 여기 무기."

 

 페이아는 하은과 가은에게 평범한 검을 건네 주었다.

 

 [흔하디흔한 평범한 검을 획득하셨습니다.

 내구력 1

 공격력 1

 방어력 0

 행운력 0]

 

 동시에 솜털같이 생긴 몬스터가 나와 하은과 가은에게 몸통박치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푹신푹신하면서 전혀 고통이 없음을 알게 되자 하은과 가은은 몬스터에게 검을 사용했다.

 그러자 몬스터가 공격을 받은 곳에서 붉은 피가 나오더니, 몬스터는 빛이 되어 사라졌다.

 

 [솜털몬을 해치우셨습니다. 경험치 +10]

 

 "피다... 너무 현실적이야.."

 "이곳은 현실입니다. 그저 게임을 닮은 것뿐이죠."

 

 페이아는 나온 아이템을 가리켰다.

 동으로 된 동전이었고, 하은과 가은은 그 동전을 잡았다.

 

 [10 베리를 획득하셨습니다.]

 

 "인벤토리는 그냥 외치시면 소환됩니다. 스테이더스나 길드 창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고요. 인벤토리를 따로 확장하거나 예비가방을 사 두신다면 편리하실 겁니다."

 ""인벤토리.""

 

 하은과 가은은 인벤토리에 막 처음 얻은 아이템인 10 베리를 집어넣었다. 그러자, 현금 칸이 10 베리 0실버 0골드 0루비 0다이아 라고 변경되는 걸 볼 수 있었다.

 

 "돈의 단위는 보시는 것처럼 베리, 실버, 골드, 루비, 다이아입니다. 돈을 빼내는 것은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얼마를 빼낼 것인지 생각하시면 알아서 빼 드립니다. 돈은 몬스터나 광물, 농작, 여러 가지 활동, 마력석이나 약초 등에서 얻으실 수 있으십니다."

 "빼박 게임이네.."

 "그리고 초월에 세계에는 알바라던지 농작, 집, 미니게임 등 여러 게임이 혼합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고 많은 참여 바랍니다."

 

 페이아가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를 내자, 또다시 공간이 일그러지며 바뀌었다. 이번에는 구청 같은 곳이었고, 그곳에서 문신을 새겼다. 물론 마법으로 도장 찍는 게 다였다.

 하은은 손바닥에, 가은은 눈 밑에. 구청 관계자가 아무 데나 찍은 거였지만, 가은은 혼날지도 모른다며 찡찡거렸다.

 

 "이미 찍은 건 돌릴 수 없습니다. 이제 그 문신으로 어디서든 자신을 증명하실 수 있으시고요."

 "아, 신분증 같은 거네요?"

 "그런 느낌입니다."

 

 페이아는 다시 둘을 대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처음 있었던 생명의 광장이었다.

 시스템이 점검을 끝내자마자 고쳐서 그런지 몇 군데 빼고는 거의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튜토리얼은 여기서 끝입니다. 퀘스트를 하다가 만나거나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면 또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유저님들의 행운을 빕니다."

 

 페이아는 하은의 손에 무언갈 쥐여주고 사라졌다.

 편지와 열쇠였다.

 가은은 하은에게서 열쇠와 편지를 빼앗아 걷기 시작했고, 하은은 총총총 거리며 가은의 뒤를 쫓아갔다.

 

 "작은 집이네."

 

 기숙사 같은 느낌의 집.

 가은은 NPC에게 열쇠를 보여주며 어디냐고 물었고, 하은은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바빴다.

 

 "여긴 신규유저들이 묵는 곳이에요. 돈이 많이 모이면 다른 곳으로 바꾸긴 하는데,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불러요."

 

 하은과 가은은 NPC에게 인사를 하고 3층 끝방으로 향했다.

 가은이 열쇠를 넣고 돌리자 침대 두 개와 탁자, 의자 2개가 있는 원룸보다도 훨씬 작은 방이 나타났다.

 물론, 벽붙이 옷장도 있었다.

 

 "왼쪽 내꺼!"

 

 하은은 바로 침대에 낙하했고, 이불과 부비부비를 시전했다.

 가은은 침대 옆 탁상 위에 짐을 올려두었다.

 해봤자 방 키와 검, 돈자루가 다였지만 말이다.

 

 "으아.. 좋다.."

 "여기 시간이 원래 세계 시간에 5분에 1 맞지?"

 "응. 여기서 5시간이면 밖은 1시간. 그리고 스테이더스 보니까 여기 얼마큼 있었는지, 밖은 몇 시간 지났는지, 밖은 몇 시인지 쓰여 있다."

 "치밀하네.."

 "어?"

 

 인벤토리를 보던 가은은 뭔가를 발견하고 꺼냈다.

 

 "가이드북도 있구나."

 "그러네?"

 

 가이드 북을 펼친 둘은 침대에 각자 편한 대로 누워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지나고, 이 세계에 있던 것도 어느덧 10시간이 되었다.

 

 "밖에 지금 8시다."

 "치킨 먹은 게 5시부터 6시. 들어온 게 6시 조금 지나서이니까... 맞네. 이제 가자. 엄빠한테 자랑해야지."

 "ㅇㅇ. 로그아웃은 광장처럼 가능 지대에서만 가능하다 맞지?"

 "응.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하은과 가은이 세계에서 나갔다.

 그리고 축하파티가 열렸다고 한다.

 

 

 ~

 

 

 [페이아. 이번 유저는 어땠어? 나 잘 뽑았지?]

 "잘 뽑았어요. 꽤 좋은 사람들이더라고요."

 [걔들은 잘 해줄 거야. 이 세계를 잘 지켜줄 거야.]

 "그럴 수 있기를 빌어야죠."

 [페이아도 그래. 넌 이 세계를 훌륭하게 지켜줄 거야.]

 "전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흑마법만 마스터하면 페이아는 이때까지의 모든 마법사들을 제친 최고의 마법사가 될 거야.]

 "그럴까요."

 [이때까지의 모든 마법사들은 모든 계열의 마법을 마스터하기 전에 늙어 죽었어. 페이아는 다른 마법사가 50대 때 마스터할 수준의 마법들을 들어온 지 10년 만에, 그것도 24살에 나이로 모두 마스터했잖아. 난 페이아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봐.]

 "그럼 응원해 주세요."

 [페이아 화이팅!]

 

 페이아는 얇고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그 누구도 그녀의 차가움을 느낄 수 없는 미소였다.

 그녀는, 베일 뒤에서 자신과 대화를 하는 시스템에게 미소를 지은 것이었다. 누구보다 소중한 그녀에게.

작가의 말
 

 와아... 10만자 채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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