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패왕의 별
작가 : 강호풍
작품등록일 : 201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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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 화
작성일 : 16-08-18     조회 : 763     추천 : 0     분량 : 7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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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장-3

 

 

 

 혈절은 산에서 또다시 일단의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며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안색이 확 변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텅 비어 있는 중앙.

 흑도인들 전체가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그때 조금씩 밀리던 독고세가와 곤륜이 갑자기 우렁찬 함성과 함께 전력을 다해 앞으로 움직였다.

 마치 지금까지 힘이 없어 밀린 것이 아니라 수비를 하며 최대한 힘을 비축한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갑작스런 공세 전환에, 혼돈에 빠진 흑도인들의 전열 앞부분이 급속도로 붕괴되었다.

 혈절은 앞과 옆, 그리고 뒤를 연달아 돌아보며 정신이 없었다.

 ‘이, 이럴 수가……. 정파 놈들이 나뉘지 않고 모조리 이리 왔단 말인가? 젠장, 중앙을 내주면 우리는 끊기고 저들은 포위망을 완성한다. 자칫 전멸할 수도!’

 그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하지만 자신 쪽에서 병력을 나눴다가는 앞의 곤륜과 아미파에 무너지게 될 것이 자명했다.

 “대체 흑귀도 장로는 뭐하고 있는 건가?”

 그의 잇새 사이로 나오는 말은 격노였다.

 흑귀도 장로가 병력을 차출해 중앙을 막지 않는다면 이번 싸움은 대패를 피할 수 없었다.

 그때 혈절과 서로 다른 곳에서 상대 수하들을 상대하던 한추광이 날듯이 달려와 혈절 앞에 당도했다.

 “후후후. 자, 이제부터 진짜 싸움이다.”

 혈절의 검미가 파르르 떨렸다.

 “무적검. 여태까지는 일부러 나를 피했던 거구나.”

 “내가 처음부터 당신을 상대했다면 우리는 밀리지 않았을 거야. 그랬다면 너희들 두 부대가 이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았겠지.”

 혈절이 이를 바드득 갈았다.

 대체 누군가? 누가 정파인들의 분리를 막고 이렇게 연이은 충격으로 자신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건가? 설마하니 무림맹 총군사 제갈천이 이 자리에 오기라도 했다는 건가?

 숱한 질문이 혈절의 머릿속에서 배회했다.

 그러나 답을 구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무적검 한추광의 검이 벼락처럼 덮쳐 왔기 때문이다.

 쩌어엉!

 둘의 칼이 강맹한 쇳소리를 터트리며 부딪쳤다.

 그 순간 혈절의 눈이 동그래졌다.

 왜 한추광의 별호가 무적검인지, 어째서 곤륜이 그를 그렇게 우러르는지, 정파 무림이 왜 아직까지 곤륜파를 대접하고 있는지, 이번 한 수로 혈절은 확연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손아귀가 찢겨 나갈 것 같은 묵직한 통증.

 아주 사소한 실수라도 했다가는 그대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혈절의 머릿속을 채웠다.

 ‘제기랄! 무적검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쩡쩡, 쩌어어엉.

 한추광은 차가운 낯빛으로 혈절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그 때문에 위기에 빠진 수하들에게 작전 명령을 내려야 할 혈절은 제 몸 살피기에 바빴다.

 그중 다행이라면 흑귀도 마신랑의 공력을 담은 고함이 귀에 파고들었던 것이다.

 “흑랑대는 뒤로 빠져나가 중앙을 사수하라!”

 흑귀도의 명에 흑랑대원들이 동시에 ‘존명!’이라 외치고는 움직였다.

 

 능운비는 매복한 자리에서 숨을 죽였다.

 모든 상황이 천류영의 의도대로 움직였다.

 석현자 태청당주가 이끄는 곤륜을 막기 위해서 흑의인들이 분리되었다.

 흑랑대가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앞을 뛰어갔다.

 현무단 구십 명과 곤륜의 일백은 손에 촉촉이 땀이 젖어 드는 것을 느끼며 심호흡을 했다. 그들은 모두 이 순간 두 가지를 떠올렸다.

 오늘 천류영이란 청년을 만난 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행운이라는 것이 첫 번째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자신들은 적들에게 각개격파 되어서 고혼이 되었을 터다.

 남은 한 가지 생각은 전날 사천 분타에서 죽은 동료들 그리고 아미파의 복수를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지척에서 비명과 고함이 난무하는 가운데 능운비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명심해라. 내가 명을 내리는 순간, 우리는 곧바로 독고세가를 지원하러 간다.”

 특히나 곤륜의 일백은 눈에서 서릿발 같은 기광이 뿜어져 나왔다.

 지금 독고세가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이들은 천랑대였다.

 이마에 두른 붉은 빛과 검은 색이 뒤엉킨 건(巾)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천랑대!

 사문을 불태우고 장문인까지 죽인 원흉이다.

 대주인 천마검은 없지만 천랑대 중 일부라도 제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마침내 흑랑대 꼬리마저 지나가고 능운비의 명이 떨어졌다.

 “지금이다! 공격하라!”

 “와아아아아아!”

 하늘까지 닿을 듯한 함성이 또다시 숲에서 터졌다. 그에 수많은 흑도인들의 얼굴에 망연자실함이 어렸다.

 천류영이 말한 세 번째 충격파가 가뜩이나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그들의 정신을 파괴하며, 두려움과 생존의 본능을 결국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이제는 또 어디서 뭐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놀랄 기력도 없을 지경이다.

 

 중앙을 사수하기 위해 달리던 흑랑대는 자신들이 방금 지나간 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숲에서 나타난 정파인을 보고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잔뜩 긴장했지만, 저들은 자신이 아닌 흑귀도 장로가 이끄는 천랑대를 급습하러 달렸다.

 “이, 이게 대체 뭐가 어떻게 돼 가는 거지?”

 “뭐야? 도대체 얼마나 많은 놈들이 여기 와 있는 거야?”

 마교 외당의 정예인 흑랑대원에게서 평소라면 결코 들을 수 없는 겁에 질린 음성이 흘러나왔다.

 또한 혼란을 부추기는 소리도 곳곳에서 일었다.

 “돌아가야 한다. 시간이 없어!”

 “무슨 소리야? 중앙을 내주면 희망이 없어!”

 “혹시 또 다른 매복이 있는 거 아닐까?”

 “후퇴해야 한다!”

 “우리는 흑랑대야! 후퇴란 없어!”

 흑랑대 조장들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자기 주장을 해 댔다.

 현재 자신들은 누구에게도 공격받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야말로 곧, 가장 위험한 적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게 될 것임을.

 당연히 모든 흑랑대의 시선이 부대주인 초지곽에게 향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시선이 모인 곳에 초지곽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 어쩔 줄을 몰랐다.

 흑랑대원들의 표정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지금 부대주인 초지곽의 형인 초지명 대주가 이곳에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절로 가슴에서 일었다.

 초지곽이 아무 말도 못하자 조장들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후퇴하자는 사람, 중앙을 사수해야 한다는 이, 천랑대를 도와줘야 한다는 조장, 그리고 인원을 절반으로 나누어 중앙과 천랑대 지원을 함께하자는 인물까지 수많은 의견이 한순간에 쏟아졌다.

 그리고 초지곽은 그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사조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부대주님! 정신 차리십시오! 멍하니 있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고 죽습니다!”

 순간 초지곽의 눈이 번쩍 커지며 신색을 회복했다.

 “그래!”

 모두가 기대 어린 시선으로 초지곽을 보았다. 그는 손으로 앞쪽의 산을 가리켰다.

 “저곳이 우리의 유일한 생로(生路)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흑랑대원들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결국 자신들만 먼저 내빼자는 말이다.

 사조장이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

 “동료들을 두고 도망가자는 말입니까?”

 “그럼 여기서 개죽음을 당하자는 말이냐? 살아서 복수하면 된다.”

 초지곽은 걸음을 이미 앞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흑랑대에게 후퇴란 없습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법이다.”

 그의 걸음이 빨라졌다.

 그러자 이십여 명의 수하가 초지곽을 따라붙었다.

 초지곽은 태반이 자신을 따라오지 않는 것을 보고는 인상을 썼다.

 “따라오지 않을 거면 관둬라. 너희들이 그 잘난 충성심과 동료애로 중앙을 사수하러 가든지, 천랑대를 돕든지 하면 되겠지.”

 초지곽은 차라리 그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싸워 주면 적들이 당분간 자신을 쫓지 못할 테니까.

 흑랑대 사조장은 참담한 얼굴로 외쳤다.

 “부대주님! 재고해 주십시오.”

 “내 명은 이미 떨어졌다! 후일을 도모하려는 자는 날 따르고, 그게 싫으면 남아서 싸워라!”

 그 말을 끝으로 초지곽은 경공술을 펼쳐 빠른 속도로 도망을 쳤고, 이십여 명이 그 뒤를 따랐다.

 혼전의 와중에서도 그들이 도망치는 모습을 본 자들은 존재하는 법이다.

 천랑대와 흑천련에서 비겁하다며 돌아오라고 외치는 이들이 나왔다.

 그러나 도망치는 이들이 한 번 발생하자 흑천련에서도 이들을 따라 속속 탈주를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천랑대에서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산 위에서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천류영은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싱긋 웃었다.

 “예상보다 도망치는 이들이 많지는 않군요. 과연 정예 중 정예인가 봅니다. 하지만 저 정도 인원의 탈주로도 충분합니다.”

 독고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싸우던 동료가 도망치는 모습은 그 어떤 것보다 사기에 악영향을 끼치는 법이니까.

 “모든 것이 당신의 뜻대로 되었군요. 축하해요.”

 천류영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받았다.

 “축하를 받기는 이릅니다. 생각보다 독고세가 쪽의 흑도인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전혀 없군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피해가 클 겁니다. 휴우우…….”

 짙은 아쉬움이 묻어나는 한숨이다.

 조전후가 팔짱을 낀 채 입을 열었다.

 “저들은 천랑대다. 이마에 두른 건을 보면 알 수 있지.”

 말하는 그의 얼굴은 꽤나 심각했다.

 모두가 동요하는 가운데 천랑대는 굳건했다.

 장수를 보면 수하를 알 수 있듯이, 수하로 장수의 됨됨이도 판단할 수 있는 법이다.

 조전후는 처음으로 천마검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흑랑대 역시 일부 도망쳤지만 추가 이탈 없이 중앙을 사수하러 움직였다.

 독고설이 건조한 음성으로 천류영에게 말했다.

 “우리가 내려가 네 번째 충격파를 주면 피해를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내려가고 싶었다.

 자신들만 이렇게 손 놓고 구경이나 하고 있는 것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처지이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천류영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도망가지 않고 남아 있는 이들은 죽음보다 명예를 생각하는 자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 육십이 내려간다면 물론 아군의 희생을 약간 줄일 수 있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으니…….”

 천류영이 독고설을 직시하며 말했다.

 “적의 지원군이 올 경우를 대비하는 예비부대가 여러분들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럴 경우를 준비해 힘을 비축하십시오.”

 “적의 지원군이 안 온다면 우리는 아군을 몇 명이라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거잖아요. 그 몇 명은 당신이 말한 누군가의 아비고 자식이니 소중히 여겨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에 천류영이 쓰게 웃었다.

 “아까 말에 감정이 상하셨나 보군요.”

 “아니……. 뭐, 그런 건 아니에요. 옳은 말이니까요. 솔직히 그 순간엔 충격을 받았지만 좋은 깨달음을 주었어요.”

 천류영은 의외란 시선으로 독고설을 보았다.

 그녀는 이른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여인이다.

 집안, 미모, 재력, 무공 등등.

 그런 이가 겸손함까지 갖췄다는 것에 왠지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게 받아들여 주셨다니 고맙습니다.”

 “제가 방금 한 말. 곡해하지 마시고 들어 주세요. 우리가 몇 명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천류영이 그녀의 말허리를 끊었다.

 “맞습니다. 몇 명이 아니라 열 명 혹은 이삼십 명, 어쩌면 오십 명 이상을 구할 수도 있겠지요. 남아 있는 적들이 의외로 흔들리지 않고 대처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적지 않은 피해를 더 입을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왜……?”

 독고설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만에 하나, 우리가 먼저 내려간 뒤에 적 지원군이 당도하면 상황은 전혀 딴판으로 흐릅니다. 명예롭게 죽자고 다짐한 적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과, 실낱같지만 지원군이 와서 살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것은 매우 다르지요.”

 많은 격전을 치른 경험이 있는 조전후가 동감하며 끼어들었다.

 “이 사람의 말이 맞습니다. 한 번의 지원군이 당도하면 우리처럼 또 다른 지원군이 올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요. 사람은…… 살 수 있는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볼 수 없었던 잠재력을 폭발시키게 됩니다.”

 천류영이 빙그레 웃으며 기분 좋은 음성으로 말했다.

 “맞습니다. 우리가 지금 내려가지 않으면 수십 명의 아군이 더 희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려가고 적이 그 후에 들이닥치면 우리는 수십이 아니라 수백을 잃게 될 겁니다.”

 천류영은 다시 전장을 보며 말을 이었다.

 “직접 싸움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같은 공간에 있는 이들은 모두 공동운명체인 겁니다.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를 위해 인내해야 하고, 약간이라도 위험한 구석이 있다면 경계해야지요. 승리는 그렇게 어려운 마음의 유혹을 이겨야 쟁취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독고설이 어깨를 으쓱하고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머금었다.

 “우문현답 해 주신 점에 감사드려요.”

 그 칭찬에 천류영이 당황하며 뒤통수를 쓱쓱 문질렀다.

 “아니, 뭐…… 죄송합니다. 괜히 잘난 척 하는 꼴이 되었네요.”

 “겸손하지 않아도 되요.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제가 욕 한마디 해 주고 돌아서는 사람인데…… 당신은 자격이 있어요.”

 “…….”

 “도우러 가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참아야겠네요. 우리는 아주 중요한 예비부대니까요.”

 그녀의 말에 현무단 사조와 오조는 부드럽게 웃었다.

 사실 동료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었는데, 독고설과 천류영의 대화로 마음이 조금은 풀어진 것이다.

 모두가 천류영을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 분명 대규모 전장을 경험했다.

 표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충돌만으로 이러한 식견을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다.

 천류영은 여전히 싸우고 싶어 하는 그들의 기색을 읽고는 말했다.

 “어쩌면…… 여러분들이야말로 제일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들 중…….”

 천류영은 차마 뒷말을 뱉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 예비부대야말로 가장 많은 비율의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 건 잔인하다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교의 지원군이 오기 전에 싸움을 마무리하고 안전하게 퇴각하길 바라 마지않았다.

 천류영은 전황을 유심히 살피고는 이 싸움이 마무리 국면이라는 확신을 했다.

 “자, 이곳에 예비부대가 있을 이유는 이제 없는 것 같습니다. 자리를 옮기지요.”

 천류영의 말에 모두가 눈으로 물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는 산등성이를 타고 움직입니다. 방향은 저쪽.”

 천류영의 손가락은 나란히 서 있는 두 개의 야산이 끝나고 평지가 시작되는 자리를 가리켰다.

 분전하고 있는 독고세가에서 뒤로 칠십여 장 떨어진 곳이다.

 조전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웃었다.

 “후후후. 마교의 지원군이 올 경우를 대비하자는 거군.”

 “예. 그들이 저곳을 틀어막으면 적은 인원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상당한 곤란을 겪게 될 겁니다. 혹 적이 온다면 아군이 빠져나오는 동안 여러분들이 반드시 지켜 내야 하는 요지(要地)이지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약간 긴장한 기색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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