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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의 끝에서
작가 : 하담
작품등록일 :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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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어긋난 법칙
작성일 : 17-12-01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6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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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적 드문 골목길.

 

 한 남자가 벽에 기댄 채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슬퍼 보이는 것 같았으나, 사실 그는 전혀 슬프지 않은 상태였다.

 

 “…크, 큭큭…….”

 

 오히려 남자는 기뻐하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어이가 없다는 듯 크게 웃어보였다. 너무 웃은 나머지 심지어 그의 눈에선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

 

 그러다 문득 그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보다 더 큰 재미를 볼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좋은 소식은, 같이 알아야하지 않겠어?”

 

 남자는 잠시 표정을 굳히고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요새 가장 연락이 잦았던 번호를 힘 있게 눌렀다.

 

 그가 생각한 것 보다, 통화연결음은 그다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뭐야. 내가 잘 지켜보고 있으랬지, 보고 같은 걸 해 달라 했어?]

 

 귀에 휴대전화를 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이… 담당자님, 제가 모처럼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는데… 보고 안하길 원해요?”

 […안중요하기만 해봐.]

 

 앙칼진 목소리가 또랑또랑 귀에 박혀오자, 남자는 잠시 마른 입술을 혀로 부드럽게 쓸어보였다.

 

 이제부터 진짜 재밌는 상황을 맛볼 시간이란 말이지-

 

 “놀라시면 안 됩니다? 그게 뭐냐면…‥.”

 

 그가 느리게 말을 잇자, 여자는 짜증이 난 것인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며 그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빨리 말해. 바쁜 사람 불러놓지 말고. 너… 예전부터 담당자를 아주 우습게 보는 것 같은데, 다음부턴 이런 일 없을 줄 알아.]

 “정 그러시다면 본론부터 들어가죠 뭐. 담당자님께서 늘 말씀하시던 ‘소원의 법칙’이요, 그거 완전히 깨진 것 같던데요.”

 […뭐‥라고?]

 

 소원의 법칙.

 

 그것은 수행원들의 총 책임자인 그녀가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만든 보고서의 내용 중 일부이자, 그녀만의 작품이었다. ‘소원의 법칙’에는 소원자를 통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소원의 성향과 어떠한 패턴을 통해 소원을 이뤄내는지가 적혀있다.

 

 “법칙을 깨뜨린 사람이 나타났어요.”

 [‥하, 어떻게 그런 일이….]

 “그리고, 그 사람은 지금 이곳에 있어요. 즉- 같이 온 거죠. 소원자와 함께.”

 

 ‘하지만 같이 이동만 했을 뿐, 그 둘은 서로에 대해 모르고 있을 겁니다.’ 그는 이어서 하려던 말을 속으로 삼켰다.

 

 나머지의 여부는 담당자가 알아낼 테니 굳이 자신이 알려줄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소원자와 함께…?]

 

 수행원이라고 해서, 신이 그들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신의 수행원들은 자신들만의 ‘소원법칙’을 내세워 복잡한 이 체계를 간신히 운영중이였건만, 이제는 그 법칙이 보란 듯이 깨져버린 것이다.

 

 시간여행을 소원과 맞바꾼 이번 소원자 덕분에.

 

 [하아… 어쩐지, 그 자식 말투부터가 찜찜하더라니.]

 “에헤‥ 소원자 막 욕하시면 안 되죠. 명색이 103번째 명예소유자인데.”

 [야, 넌 이 상황에 장난이 나와?!!! 이게 심각한 줄도 모르고…!]

 “푸흐흡… 아, 죄송해요. 그나저나 담당자님 이제 큰 일 난 것 같은데, 안 그래요?”

 […바빠 죽겠는데 더 골치 아프게 됐잖아. 잘 알아들었으니까 그만 말하고 너도 일이나 해 .]

 

 달칵-

 

 여자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며 빠르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마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긴급 상황으로.

 

 그녀의 반응이 그에겐 생각보다 조금 아쉬운 것인지, 남자는 입맛을 몇 번 다시고 나서야 끝끝내 휴대전화를 귀에서 내려놓을 수 있었다.

 

  * * *

 

 교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은 지도 벌써 10분 째.

 

 그러나 담임 선생님이라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늦는다면 말이라도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천천히 오는 건데….’

 

 선우훈과 열심히 뛰었던 게 급 후회되는 지안이었다. 그 뒤로 몇 분이 더 흘렀지만 여전히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조용히 앉아있던 애들이 슬금슬금 일어나 하나둘씩 교실을 활보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세연아, 내 옆자리로 와!!!”

 “정민준!! 나랑 자리 바꾸자!!!!”

 

 너도나도 친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모여 자기들끼리 수다를 떤다던지.

 

 “이열, 저번에 쌤한테 뺏겼던 거 다시 받은 거?”

 “아니, 안줄 거래서 새로 하나 사고 저기에 숨겨뒀지.”

 “좋았어!! 나 공격한다?”

 

 나는 수비- 깊숙이 숨겨두었던 축구공을 꺼내와 미니축구를 시작한다던지.

 

 고요했던 교실 안이 어느새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 차버렸다.

 

 하는 행동이 천진난만해서 딱 초등학교 2학년다워 보이는 애들이었으나,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만큼은 절대 2학년답지 않았다.

 

 “너네 아버지, 이번에 한 건 하셨더라?”

 

 축구공을 머리 위로 헤딩하며 한 남자아이가 무심히 말을 꺼냈다.

 

 “그러게. 언제는 죽어도 H그룹 건 계약은 안 할 거라면서 어제 떡하니 도장 찍어놨잖냐. 난 거기 진짜 별로던데.”

 

 익숙한 듯 맞은편에 있던 남자애가 날아오는 공을 발로 멈춘 뒤, 이에 대답 했다.

 

 오가는 축구공 사이로 흘러드는 말은 수준이 상상이상으로 높았다.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그들의 뒤에서 잠자코 구경을 하던 지안은 순간 사고회로가 멈추는 듯 했다.

 

 다들 어느 정도의 재력을 갖춘 집안의 자제들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기껏해야 9살의 나이였다. 초등학교 2학년끼리 실제로 저런 대화가 가능하던가?

 

 ‘아니, 절대.’

 

 생각했던 것보다, 이곳의 학생들은 상상이상으로 지적능력이 다들 성숙했다. 그때의 자신은 이런 것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긴- 그 시절의 나는 평범한 9살에 불과했을 테니까….’

 

 지안은 가볍게 턱을 괴며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렸다. 그래, 쟤네들이 평범하지 않은 거야-

 

 그들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내가 너보고 평가 같은 걸 말해 달랬어?”

 “…어?”

 “눈.”

 “……?”

 “눈 좀 키우라고.”

 

 분위기뿐만 아니라 이들은 갑이 누군지, 을이 누군지를 명백히 드러내고 있었다. 대화흐름의 주도권은 아마 독설을 날린 이한테 있을 것이다.

 

 갑으로 보이는 남자애는 기세등등하게 앞에 있는 애를 쏘아보고는 천진난만한 얼굴에 비소를 살며시 띄웠다.

 

 “그거, 놓쳤으면.”

 “…….”

 “너넨 우리랑 연계프로젝트 하지도 못했어.”

 “으, 응… 미안.”

 “됐어. 그 공이나 빨리 넘겨봐.”

 “…그래.”

 

 그렇게 살얼음판 같은 대화가 끝이 나자,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나게 축구공을 패스해대며 뛰어다녔다. 이런 말들을 수없이 듣는다 해도 지안은 평생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았다.

 

 윽- 내가 다 숨이 막히네.

 

 20년 전 자신은 도대체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해 온 것일까- 너무 오래된 과거이기에, 사소한 것까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그나저나 쟤들 말고 얘네들이 더 문제야….’

 

 사실 그녀에게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자신의 옆에 있는 무리들이었다. 무더기로 우르르 몰려와 그들은 선우훈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중이었다.

 

 “훈아, 매일 봐도 너는 피부가 진짜 좋은 거 같아! 내가 너 생각나서 신제품 받아놓은 거 있는데, 받아줄 거지?”

 “아니야, 내가 보기엔 머릿결이 더 좋아 보이는 걸? 우리 꺼 매출 1위인 트리트먼트 갖다 줄게, 그거 먼저 써봐 훈아!”

 “훈이 네 눈매 진짜 귀엽다. 강아지 같아! 나도 너처럼 해달라고 우리 아빠 병원에다 말해볼까?

 

 생각해보니 선우훈은 유독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찰랑이는 머리칼, 예쁘게 내려가 있는 눈꼬리, 웃으면 선명하게 보이는 보조개까지. 선우훈의 외모는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잘생긴 얼굴이었다.

 

 “쟤가 뭐가 좋다고 저렇게 꺅꺅대는 거야….”

 

 그러나 선우훈과 모든 것을 봐오며 함께 자란 지안으로서는 택도 없는 소리였다.

 

 지안 또한 그처럼 평균 수준의 외모를 넘어선 상태였기에, 선우훈의 얼굴이 구체적으로 어떤지 잘 모르는 듯 했다.

 

 계속해서 자꾸만 그의 곁으로 모여드는 여자애들 때문에, 선우훈은 굉장히 곤란한 듯 보였다.

 

 그러자 곧 얼마 안 있어 그가 지안에게로 sos 신호문자를 보내왔다.

 

 [지안아.. 나 좀 꺼내줘ㅠㅠ]

 

 “이씨… 진짜.”

 

 엎드려있던 지안은 문자를 보자마자 눈을 세게 한 번 감았다 떴다.

 

 마음 같아선 무시하고 싶지만 이대로 두다간 정말 선우훈이 깔려죽을 것 같아 보여서, 쉽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하.”

 

 지안이 마지못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낄 틈도 없어 보이는 무리를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이 많은 애들을 뚫을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로 결정했다.

 

 “선우훈 나와!!!! 너넨 비켜!!!!!”

 

 그녀가 내린 결론은 정면 돌파.

 

 지안은 숨을 힘껏 들이마신 채로 소리를 지르며 인파 뚫기를 시도했다.

 

 “꺄악!!!”

 “뭐, 뭐야!!!!”

 “서지안 왜 저래…!?”

 

 정면 돌파가 보란 듯이 성공함과 동시에 밀쳐진 여자애들은 무척 당황한 듯 보였다. 어이없어 하는 애들도 몇몇 보였다. 그들의 얼빠진 얼굴들을 보며, 지안도 자신에게 조금 의문을 가졌다.

 

 ‘그러게… 예전처럼 가만히나 앉아있을 것이지, 나 왜 이러고 있냐.’

 

 과거에는 이들이 내뿜는 위압감이 무서워 찍소리도 못 내던 지안이었지만, 지금은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신체적으로 보았을 때 달라진 점은 눈곱만큼도 없었으나 사실 정신적인 면에서 보자면 아주 많이, 달라지긴 했다.

 

 그토록 무섭던 여자애들이 매우 하찮게 느껴졌다는 것. 이 정도는 확실하게 알아챌 수 있었다.

 

 “서지안말이야, 저런 성격 아니지 않았어…?”

 “모, 몰라… 이런 적 처음이라서 나도 좀 놀랐어.”

 “씨이… 언제는 눈만 마주쳐도 피하더니!”

 

 예상치 못한 지안의 행동에 그들은 저들끼리 속닥거리며 그녀를 째려보고 있을 뿐, 지안이 훈을 데려가는 동안 그 어떠한 시비도 걸지 못했다.

 

 덕분에 지안은 훈을 데리고 복도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둘은 말없이 복도 끝으로 한참을 걸어가다가, 어느 순간 멈춰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내 선우훈이 불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안아, 꺼내줘서 고마워… 근데, 교실 밖으로 나가면 안 될 텐데….”

 “오지도 않는 선생님을 뭣 하러 기다려.”

 “…그러면, 1교시 준비는?”

 “……맞다. 그게 있었지….”

 

 학교 다닌 지 하도 오래돼서, 지안에겐 까먹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아침조회 후에는 1교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그녀는 그다지 심각해보이지 않았다.

 

 “크흠!!! 한 교시쯤 빠지는 거가 뭐 그리 대수라고… 아니면 그냥 땡땡이칠까?”

 “…어!?”

 

 선우훈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흠칫 떨어보였다.

 

 ‘아. 이건 좀 무리수인가.’

 

 그러고 보니 자신은 최근까지 29살의 삶을 보내왔다 쳐도 선우훈은 아니었다. 그는 과거를 현재로 살고 있는 사람이라, 그에겐 지금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지안은 잠시 생각을 하다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지. 너한텐 수업이 중요할 수도 있겠다.”

 “…….”

 “그럼 먼저 들어갈래? 난 해야 할 게 있어서.”

 

 하루 종일 수업을 듣자니 시간낭비일 게 눈에 뻔히 보였다. 어차피 다 아는 내용이라 들을 필요도 없을 거니와, 그것보다 왜 자신이 이렇게 9살로 돌아와 있는지를 먼저 밝히는 것이 더 중요했다.

 

 분명한건, 자신이 지금 20년 전으로 돌아와 있다는 점이니까.

 

 조금 머뭇거리던 선우훈이 이내 결심한 듯 비장한 얼굴을 해보인 후, 예상치 못한 말을 대답으로 내놓았다.

 

 “…아니.”

 “…….”

 “같이 가.”

 “…….”

 “나도 안중요해. 어차피 다 아는 거라서…”

 

 지안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아, 맞다. 선우훈 공부 잘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과거나 현재나 사교육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그저 열린 머리만으로 틈틈이 집에서 가정교사와 함께 수업한 결과, 그가 현재 중학생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이제야 머릿속에서 떠올린 지안이었다.

 

 ‘내가 괜한 걱정을…했구나.’

 

 지안에게 있어서 벌써 20년도 더 된 기억이라, 얼핏얼핏 세세한 부분은 잊을 만한데도 지안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잊어버리면 안 되는데, 자신도 모르게 점점 선우훈에 대해 지워가고 있었나보다.

 

 표정을 굳히고 서 있는 지안을 보다가, 훈은 조심히 말을 건넸다.

 

 “지안아…?”

 “……어, 어!!!!”

 “근데 우리 어디 가게?”

 “……그러게.”

 “…정하지도 않고 땡땡이를 결심한 거야?”

 

 땡땡이는 한참 전에 결정했는데 어디를 가야할까- 막상 쉽사리 정해지지 않는 장소 탓에 지안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바로 거기야!!!”

 “……?”

 “도서관. 도서관 가자, 훈아.”

 

 땡땡이를 쳐도 보람 있게 쳐야했다. 지안은 당장이라도 도서관에 가서 알아봐야 할 책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회귀에 관한 거라던가.

 

 그녀가 엉겁결에 내뱉은 말에, 멈칫하다가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훈이었다.

 

 “…좋아.”

 “……진짜?”

 

 지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우훈이 팔을 뻗어 자연스럽게 지안의 손을 잡아왔다. 그의 얼굴엔 기분 좋아 보이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가 예쁜 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응, 어디든 난 다 좋아.”

 “…그래. 그럼 가자.”

 

 둘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학교 반대편에 있는 도서관으로 향하기 위해 나란히 몸을 틀었다.

 

 그러자 손을 잡고 사이좋게 걸어가는 어린 남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

 

 그녀는 모를 것이다. 둘이서 한 걸음 한 걸음 손을 잡고 내딛을 때마다, 그의 얼굴은 점점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다는 것을.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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