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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의 끝에서
작가 : 하담
작품등록일 :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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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다사다난
작성일 : 17-12-16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6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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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어느새 날이 밝아져있었다.

 

 “으음…….”

 

 지안이 반쯤 눈을 감은 채 비틀대며 걸어 나왔다.

 

 늘 그렇듯, 어김없이 TV에서는 최근 소식을 전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 피해자는 중학생 B양으로 밝혀져……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이고, 저토록 어린 나이에…!”

 

 지안의 아빠가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말고, 뉴스를 보며 안타까운 듯 중얼거렸다.

 

 지안도 뒤를 돌아 뉴스를 바라봤다.

 

 뉴스에선 5번 째 피해자의 정보와 함께 특정 살해 흔적들을 일일이 나열하고 있었다.

 

 ‘저 사건.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데….’

 

 “현재까지 피해자들은 모두 다 여성으로, 목에 남겨진 밧줄자국과 손에 그려진 기하학적 무늬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아.”

 

 지안이 약하게 탄성을 내뱉었다.

 

 생각났다-

 

 “장준범 살인사건!”

 

 범인은 12월 31일, 소원자발표 때 살인사건의 모든 것을 소리치며 스스로의 범죄를 낱낱이 까발렸다.

 

 ‘내가 죽였다!! 내가 다 죽였어!!! 야 이 시발새끼야, 보고 있냐?! 보고 있냐고!!!!’

 

 신에게 대항해보고 싶었다고, 진술했던 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왜 우리 삶을!!! 멋대로 바꿔버리느냐고!!!!”

 

 한때 잘나가는 사업가였던 범인은, 부를 축적한 소원자로 인해 회사를 모두 잃어버렸다고 했다. 여기까지가 그의 범행 동기였다.

 

 신이 너무나도 미웠기에, 나름의 방법으로 복수하고 싶었던 것.

 

 살인을 한 것은 한참이나 잘못된 생각이었지만, 사실 그의 용기만큼은 높게 샀었다.

 

 신에게 대항이라니, 그건 내가 해보고 싶었는데-

 

 지안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회상을 마쳤다.

 

 “……?”

 “…….”

 “…….”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족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너무 크게 외쳤던 탓이었다.

 

 “아…. 아, 하하…….”

 “지안아,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그, 그게…….”

 

 순간 지안은 당황해서 말을 제대로 잇질 못했다. 그녀가 내뱉은 한 마디에 주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준, 살인… 뭐?”

 “어… 별, 별 거 아닌데!!”

 “응…?”

 

 지안이 급하게 배를 움켜잡았다.

 

 “장… 장이 준 것처럼 아프다고!! 오늘따라 완전 살인 일어날 듯이 심각하게 장이 아프네!!!”

 “…….”

 

 ‘망했어, 서지안… 어쩌자고 그런 말을…!’

 

 어처구니없는 핑계를 대버린 까닭에, 지안의 얼굴색이 점점 새파랗게 질려갔다.

 

 그러나 이에 서주원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장 많이 아파…?”

 “…어?”

 “엄마, 아빠…! 지안이 많이 아픈가 봐요. 제가 어서 병원에 데리고 갈-”

 “아니야!!!!!”

 

 의심은커녕 서주원은 지안이 아프다는 말에, 퍽 심각한 얼굴로 병원얘기를 꺼내왔다. 이 때문에 곤란해진 쪽은 오히려 지안이었다.

 

 “나 지금은 다시 괜찮은 것 같은데…!”

 “정말?!”

 “으응, 그렇다니까…?”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상태를 가족들에게 설명한 결과, 지안은 이러한 상황을 겨우 무마시킬 수 있었다.

 

 “…….”

 “…….”

 

 그저 엄마와 아빠만이 서로에게 묘한 시선을 던지고 있을 뿐이었다.

 

 * * *

 

 “하아… 이게 아닌데…….”

 

 현재시각 8시 10분.

 

 학생이라면 이미 학교에 도착해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그러나 선우훈은 아직 차를 타고 가는 중이었다. 우중충한 분위기를 띤 그가, 갑자기 온갖 한숨들을 내쉬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어떡할까…… 얼굴 보면 뭐라고 하지…….”

 

 그러다 의자헤드에 쿵- 하고 세게 머리를 박아버렸다.

 

 “사과는 하지도 못하고….”

 

 그는 정말 억울해 미칠 것 같았다.

 

 사건의 시작은 이러했다.

 

 ‘도련님, 차 대기시키겠-’

 ‘아니요!! 저 혼자 잠깐 어디 좀 갔다 올게요!!!’

 

 어젯저녁 분명히, 그는 당당하게 대문을 박차고서 지안에게로 향하려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부우웅-

 

 ‘뭐지…?’

 

 선우훈의 옆에 새까만 차들이 줄줄이 멈추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들 중 맨 처음으로 위치해 있던 차의 문이 덜컥- 하고 열렸다.

 

 ‘아, 마침 와있었구나.’

 ‘……?’

 

 ‘용케도 때맞춰 잘 나왔네, 어서 타렴. 시간이 없어.’

 

 그곳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선우훈의 아버지였다. 그가 갑자기 선우훈을 붙잡고서 전혀 알 수 없는 말들을 이것저것 쏟아내었다.

 

 ‘문자내용은, 다 봤지?’

 ‘…네?’

 ‘고위 인사들만 있는 곳이라, 격식 단단히 차리고 가야 해. 물론 너는 알아서 잘 할 테니 걱정은 안하겠다만….’

 ‘아, 아니 그게…!’

 ‘빨리 타라, 늦으면 안돼.’

 

 단호한 아버지의 태도에 선우훈이 점점 낯빛을 잃어갔다. 타이밍이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기는 또 처음이었다.

 

 ‘왜 하필, 지금……!’

 

 그가 당장이라도 해버리고 싶은 말들을, 애써 속으로 삼켰다. 그리곤 속마음과 전혀 다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보였다.

 

 ‘네…, 가야죠.’

 

 선우훈에게 반항이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그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차에 탑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선우훈은,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먼 지방으로 강제 출장 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늦게까지 계속되는 모임으로 인해 그 호텔에서 외박까지 하고야 말았다. 덕분에 그는 현재 학교에도 늦은 상태였다.

 

 [선생님 저 선우훈인데요, 개인사정 때문에 오늘은 점심시간 좀 넘어서 학교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전송완료가 뜨자마자, 선우훈은 손에 있던 휴대폰을 곧바로 의자에 내던지듯 놓아버렸다.

 

 “지방, 진짜 싫어….”

 

 멀어도 너무 멀잖아-

 

 얼굴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대로 가면 분명 시계바늘이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사과, 해야 되는데…….”

 

 무언가가 자꾸 꼬이는 느낌이었다. 발을 동동 굴리고 있어도,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순간이었다.

 

 .

 .

 .

 .

 .

 

 현관문에서 조금씩 바깥바람이 새어나왔다.

 

 “…으, 좀 쌀쌀하겠네.”

 

 서주원은 신발앞쪽을 바닥에 콕콕- 찍으며, 9월의 마지막 날씨를 대충 어림짐작해 보였다.

 

 “오빠, 지금 가는 거야?”

 “응, 오늘까지 학생회의 있대서.”

 

 지안이 한 손에 우유를 든 채로, 휴대폰을 조금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아마도 오늘은 선우훈과 같이 가기 힘들 것 같았다.

 

 “…나도 같이 가도 돼?”

 “어…? 그, 그럼! 당연하지!!”

 “……잠깐만 기다려봐.”

 

 지안의 물음에 서주원이 놀란 기색을 보였다. 그가 방으로 들어가는 지안의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봤다.

 

 ‘같이 간 적… 한 번도 없었는데.’

 

 몰리는 시선이 부담스럽다며, 학교에선 늘 자신을 피해 다니던 그녀였다. 그래서인지 여태껏 그가 지안과 단 둘이서 어디를 같이 다녀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드디어…!’

 

 서주원이 혼자 감격해하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

 

 가방을 들고 나오던 지안이 그를 보고선 이내 걸음을 멈칫해보였다. 그러나 이를 못 본 것인지, 그가 지나치게 해맑은 표정으로 지안을 반기고 있었다.

 

 “지안아, 빨리 가자! 오빤 준비 다 됐어!!”

 “…응.”

 “오늘 뭔가, 좋은 일만 일어날 것 같아….”

 

 더없이 행복해 보이는 그가, 지안은 왠지 부럽게만 느껴졌다.

 

 “……그랬으면 좋겠다.”

 “응? 뭐라고?”

 “…아니야.”

 

 내 삶은, 뭐가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지 모르겠다-

 

 과거로 돌아왔다고 해서, 모든 게 만족스럽고 다 행복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또 아니었다.

 

 벌써 인연이 바뀌었고, 의지했던 신뢰관계에 문제가 생겨버렸다. 분명 과거엔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었다.

 

 언제라도 들이닥칠 수 있는 불행 때문에, 지안은 마음 깊숙이 점점 두려움을 쌓아가고 있었다.

 

 ‘…누굴까.’

 

 내내 머릿속에 맴돌던 질문을 다시금 떠올려보았다.

 

 ‘날 여기로 데려온 사람이…… 누굴까.’

 

 하루빨리 소원자를 찾아내 끝을 내버려야 했다.

 

 눈덩이처럼 차차 커져오는, 이 불안감의 끝을.

 

 .

 .

 .

 .

 .

 

 오빠와 함께 교문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지안과 주원에게로 쏠렸다.

 

 “…왜 다들 지안이 너만 쳐다보지?”

 “…….”

 

 그게 아니라 오빠를 쳐다보는 거잖아-

 

 서주원이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역시… 걱정한 대로 상황이 똑같아졌어…….”

 “오빠, 내가 아니라-”

 “지안이가 너무 예뻐서 그래…!”

 

 마지못해 그는 제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선, 마치 칭얼거리듯 말했다.

 

 나만 보고 싶었는데, 다 들켜버렸어-

 

 “…….”

 

 지안은 할 말을 잃었다. 누가 봐도 시선이 오빠 쪽인데 서주원은 그걸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는 자신의 인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 오빠, 권민승 맞지…?!”

 “실물이 더 잘생겼다….”

 “나 민승오빠 때문에 본방사수 하잖아!”

 

 저들의 입에선 ‘권민승’이 주로 언급됐지만, 결국 ‘권민승’은 서주원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드라마 역 이름이지만.’

 

 지안은 물끄러미 바닥을 쳐다보다가, 이내 서주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서주원, 13세. 나이와 맞지 않는 178센티미터의 큰 키. 그리고 누가 봐도 훈훈한 외모까지. 지안이 봐도 그가 갖추지 못한 건, 없는 듯 했다.

 

 심지어 그는 연기 또한 잘하는 편에 속했다.

 

 ‘마스크가 너무 좋아서 그러는데, 배우 해볼 생각… 없니?’

 

 우연히 캐스팅 제안을 받게 되었던 것이, 서주원 인생에선 터닝포인트와도 같았다.

 

 그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서주원은 어느새 시청률 1위 드라마의 아역배우로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다.

 

 지안이 이곳 세현초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건, 모두 서주원 덕분이라 해도 과연 틀린 말이 아니었다.

 

 떠오르는 아역스타.

 

 시청률을 1위로 만든 장본인.

 

 이 시대의 연기천재.

 

 이런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서주원은 전 국민의 주목을 한꺼번에 받고 있었다.

 

 지안은 그런 서주원의 동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빠를 따라 이곳에 입학하는 게 가능했었다.

 

 “세상 참… 불공평해.”

 

 하지만 늘 천재라 불리는 주원과 달리, 지안의 연기실력은 정말이지 형편없었다.

 

 그래서 오빠를 과거엔 피해 다녔던 걸지도-

 

 내심 지안은 오빠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민승오빠, 싸인 좀 해주세요!”

 “저랑 같이 사진 찍어요!!”

 

 서주원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 어…?”

 

 그가 당황한 듯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려댔다. 그리곤 지안을 쳐다보며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교실까지 데려다 주고 싶었는데…….”

 “…아니야, 괜찮으니까 싸인 해주고 와. 난 먼저 가볼게.”

 

 그녀는 슬그머니 걸음을 옆으로 옮기며, 그에게 대답해보였다.

 

 그 순간.

 

 “비켜…! 내가 먼저야!!!”

 “……!”

 

 악을 쓰고 달려드는 여자아이로 인해, 지안의 몸이 허공으로 세게 밀쳐졌다.

 

 어어-

 

 팔에 아픔이 느껴짐과 동시에, 슬로우 모션처럼 현재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안을 둘러싼 사방이 한순간에 고요해졌다.

 

 “……?”

 

 체감 상 그녀의 몸은 아주 느린 속도로 밀쳐지고 있었다.

 

 분명 그랬었는데-

 

 “허, 허억…….”

 

 갑자기 귓가로 한꺼번에 흘러드는 소음으로 인해, 지안은 정신이 꽤나 혼미해졌다.

 

 “…나이스 타이밍.”

 “…….”

 

 바닥에 내팽개쳐지기 직전, 다행히 누군가가 그녀의 몸을 꽉- 붙잡은 덕분에 지안은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이성현?”

 “…안녕.”

 “어, 어떻게….”

 “위험해 보이길래.”

 

 지안을 구한 그 누군가는 바로, 이성현이었다.

 

 “…이제 좀, 놔주면 안될까?”

 “……응?”

 “자세가, 좀….”

 “자세?”

 

 이성현이 곤란하다는 듯 애매한 웃음을 흘렸다.

 

 “…아.”

 

 너무 정신이 없던 나머지, 지안은 자기도 모르게 두 손으로 이성현의 멱살을 붙들고 있었다.

 

 서로 안은 것도 아닌, 그렇다고 안긴 것도 아닌 아주 애매한 자세였다.

 

 “미, 미안….”

 “아니야, 놀라서 그런… 거잖아.”

 

 이성현은 금세 나른한 얼굴을 해보이며 무심히 대꾸했다.

 

 “푸흐… 타이밍 진짜 좋네…….”

 

 지안도 조금 표정을 푼 채로, 그를 향해 작게 웃어보였다.

 

 “……지안아!!”

 

 놀란 서주원이 뒤늦게 지안을 부르며 그녀에게로 달려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얼떨떨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못한 상태였다.

 

 “…어디 다친 거 아니야?!”

 “괘, 괜찮은데….”

 

 서주원은 도착하자마자 지안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며 말을 꺼냈다.

 

 “아니야. 너, 하마터면 벽에 부딪힐 뻔-”

 “…벽?”

 

 주변에 벽이 있었나-

 

 지안은 주변을 휙- 하고 빠르게 둘러보았다. 벽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 벽 없는데….”

 “……내가 잘못 봤나?”

 “그런 것 같은데요.”

 

 어리둥절해 하는 남매의 모습을, 이성현은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다가 이내 입을 열고 말했다.

 

 “조금 있음 종 칠 것 같은데, 형은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지안이, 다친 데 하나도 없어요.”

 “어떻게…?”

 “다치기 직전에… 제가 잡아줬거든요.”

 

 그렇구나-

 

 서주원은 이내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성…현”

 

 아마도 그의 명찰을 본 모양이었다.

 

 “성현아, 고마워.”

 “…….”

 “지안이 다쳤으면… 내가 많이 슬펐을 거야.”

 “…고맙긴요.”

 

 표정이 왜 그러지-

 

 지안이 나지막하게 생각했다. 이성현의 안색이, 인사를 받는 것치곤 많이 어두워 보여서였다.

 

 서주원이 먼저 자리를 떠나고 난 뒤, 이성현은 그제서야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저 형, 성격 되게 좋네.”

 “좋긴 하지… 근데, 그건 왜?”

 “아니, 진심으로 인사 받아본 적은….”

 “…?”

 “……처음이라서.”

 

 그동안 어떻게 살아온 거야-

 

 예상치 못한 그의 대답에, 지안은 그만 ‘뭐?!’ 라고 되물을 뻔했다. 그러나 다시 평정을 되찾고선 그에게로 천천히 말을 건넸다.

 

 “…나도 고마워.”

 “…….”

 “안 다치게 해줘서, 붙잡아줘서…… 진짜 고마워.”

 “…이건 또 새롭네.”

 

 새로울 건 뭐야-

 

 새삼 낯간지럽게 느껴지는 분위기에, 지안이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어, 얼른 가자!!! 우리도 늦었어!!!!”

 “…응, 지안아.”

 

 이성현이 그녀를 향해 환하게 웃음 지었다.

 

 * * *

 

 까드득-

 

 잘 정돈되어 있는 손톱을, 있는 힘껏 물어뜯었다.

 

 “……짜증나.”

 

 창문 아래로 보이는 둘의 모습은,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저긴, 내 자린데-

 

 그녀에게 벌써 두 번이나 빼앗긴 셈이었다.

 

 “선우훈도, 이성현도….”

 

 너만 아니었으면-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발끝에서부터 홧홧한 기운이 올라와 점점 머리까지 뜨거워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콰앙-

 

 이내 창문을 세게 닫아버리고선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신주연.

 

 그녀의 가슴께에서 명찰이 떨어질 듯 말듯 위태롭게 달랑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서지안… 가만 안 둬…….”

 

 그저 질투심으로 가득 찬 눈을, 아래로 번뜩일 뿐이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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