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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공주님을 경호하라!
작가 : 머리식히기
작품등록일 : 20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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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원수(1)
작성일 : 17-11-24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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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오르는 다리. 나무 따위가 타들어가며 내는 소리와 함께 매캐한 검은 연기가 하늘로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있다. 세이라 공주는 씩씩 거리며 저승사자를 노려보고 있었고 저승사자는 혼란에 빠진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이미 이성의 끈은… 끊어졌다.

 

 ‘죽여야 한다.’

 

 이성이 사라지자 곧장 본능이 바로 저승사자에게 속삭였다. 본능은 저승사자에게 강하게 주장한다. 이 여자… 이 여자를 지금 죽이지 않는다면 언젠가 자신을 크게 뒤바꿀 존재가 될 것이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음에도 이렇게 당찬 행동을 할 수 있는 세이라 공주다. 만약 지금 죽이지 않는다면 성장한 그녀가 언젠가 그를 척살할 수도 있었다. 그녀를 죽임으로써 발생할 처벌은 나중에 생각하라.

 

 어쨌든 자신은 그래도 세계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고 무엇보다 그의 뒤에는 세계 권력 기구들도 껄끄러워하는 DS길드가 있다. 최악의 상황에도 지위는 잃을지언정 목숨은 잃지 않는다. 그까짓 지위는 나중에 다시 찾으면 그만이지만… 그녀는 지금 죽일 수밖에 없다.

 

 지금이 유일한 기회.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이곳 사일런스 제국의 황도, 이카루스에는 저승사자 본인보다 더 순위가 높은 하이 랭커가 있고 이미 그의 귀에 자신이 이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들어가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지금 여기서 죽이면 그녀를 사고사 처리할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자신이 직접 손에 피를 묻혀야만 하고 위험부담도 커진다. 그러니… 지금 이 여자의 목숨을 여기서 거둬라. 저승사자의 정신을 장악한 본능이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어?’

 

 한편 세이라 공주는 시크릿의 분위기가 난데없이 바뀐 것을 느꼈다. 그의 뺨을 쳤을 때 물론 그녀를 죽음까지 각오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세상의 정의가 바로서지 않을 것 같았기에 이런 무모한 결정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반응이 이상했다. 그녀는 분명히 저승사자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흥분을 하며 자신을 해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저승사자는 너무나도 차분했다. 지그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연녹색의 눈동자에서 더 이상 그의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저승사자가 결정을 내린 것은 순식간이었다.

 

 “잘 가라, 세이라 공주.”

 

 “!!!”

 

 그녀는 잠시 자신에게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모든 일은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세이라는 자신이 눈을 뜨고 있음에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섬광과 같은 속도의 공격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공격은 막혔다.

 

 “허억! 허억!”

 

 “…사일런스 제국에는 그래도 쓸 만한 녀석이 한, 둘은 있나보군. 그래도 세계 최강대국이라 이거냐?”

 

 저승사자의 말에 그의 공격을 막은 남자, 황실 기사단장인 루크 사일런스 준장이 숨을 헐떡이며 그를 노려보았다. 정말 간발의 차였다. 저승사자의 공격은 번개 같았다. 세이라는 그의 품에서 단검이 꺼내지는 것도 그리고 그 단검이 정확히 자신의 목을 베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아…”

 

 그제야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것을 실감한 세이라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만약 그녀의 나이가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오줌을 지릴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그 공격을 가까스로 막은 루크 사일런스도 굉장한 인물이었다.

 

 잠시 동안 금속끼리 부딪혀서 힘겨루기를 하는 차가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루크 사일런스는 적잖이 놀란 상태였다. 저승사자와 그는 처음 조우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실력이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지금 루크는 검으로 있는 힘껏 저승사자의 단검을 밀어내려고 하고 있지만 그는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만약 저승사자가 루크처럼 장검을 들었다면 오히려 그가 밀렸을 것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루크의 근육양이 저승사자의 양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근육이 많은 것은 힘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그렇다면 지금 저 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근육의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근력도 더 강한데 순발력조차 더 뛰어나다… 루크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녀석… 강하다. 게다가 나이에 맞지 않게 역전의 용사야.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녀석 인거냐.’

 

 루크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곧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기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거냐! 어서 공주님을 안전한 곳으로 모셔라! 전부!”

 

 “알겠습니다!”

 

 기사들 몇몇이 급히 주저앉은 세이라 공주를 부축해갔다. 세이라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기사들에게 끌려가듯이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갔다. 루크는 입 안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솔직히 이 자가 지금 날뛴다면 공주를 안전하게 지킬 자신이 없었다. 그때는 모든 황실 기사들이 희생을 해야 할 지도 몰랐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더 이상 그녀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 같았고 세이라는 그 사이에 다리 밖에 위치하고 있던 마차를 타고 서둘러 황궁으로 떠났다. 한시라도 이 지옥에서 벗어나려는 것처럼… 저승사자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타깝군. 뭐, 이것도 엿같은 운명일 지도 모르지. 그건 그렇고 늙은이… 지금 나와 해보자는 거냐?”

 

 “으윽?!”

 

 저승사자의 눈빛에 루크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섰다.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는 다급히 다리의 입구를 불의 벽으로 막아버렸다. 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다리 밖에서 대기하던 황실기사단도, 그리고 저승사자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자는 1:1로 싸우나 1대 다수로 싸우나 똑같이 그의 먹이가 될 정도로 강한 자이다! 황실 기사단은 즉시 다리로 오는 모든 길을 차단하라! 내 마지막 명령일 지도 모르니… 반드시 수행하도록!”

 

 “기사단장님!”

 

 존경받는 황실 기사단장의 유언과도 같은 명령을 들은 황실 기사단은 눈물을 터뜨렸다. 비록 그가 엄하기는 했지만 공명정대하고 때로는 다정한 기사단장이었다는 것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황실 기사단은 망설이며 떠나지 않으려 했지만 곧 그의 마지막 명령일 지도 모르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저승사자는 잠시 그런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뭐… 솔직히 사람을 싫어하는 나지만 그래도 너 같은 놈은 그렇게 싫지는 않다. 후후후. 오히려 마음에 들어. 당신은 이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진짜 기사로군, 당신을 적당히 봐주는 것은 당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 좋다. 네놈의 기상을 높이 사서 내가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예의를 갖춰주지. …나는 물의 신관의 직속 부하로 있는, 신관 직속 부하, 초신성 중 한 사람이며 DS길드의 참모장의 자리에 앉아있는 저승사자, 시크릿이다. 네놈의 이름과 직책을 말해라.”

 

 “…사일런스 제국의 황실 기사단장인… 준장, 루크 사일런스다.”

 

 저승사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단검을 다시 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한쪽 손을 루크를 향해 뻗었다. 그의 주변이 몇 도는 올라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고 루크는 입술이 바짝 타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안타깝군. 사일런스 제국은 오늘 꽤 쓸 만한 인재를 잃을 거야. 뭐,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사람 죽이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아까워. 후후후후. 뭐, 봐주면 예의는 아니겠지. 전력으로 덤벼라, 루크 사일런스. 기사답게 죽여주마. 너도 나쁜 선택은 아닐 거야. 기사에게 있어서 전투에서 죽는 것이 최고의 명예이지 않은가.”

 

 “으아아아아아!”

 

 루크가 함성을 내질렀고 곧 그의 검이 활활 불타올랐다. 저승사자는 그것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루크는 그런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오늘은 정말 운수 좋은 날이야! 하하하하하하하!”

 

 %%%%%

 

 한편 황도 이카루스 내에 위치한 사일런스 제국의 본부. 그곳에는 사일런스 제국군 180만의 통수권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계급은 대장을 넘어선 군 원수(元帥). 대장과는 달리 군 원수라는 직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볼 수 있는 인물만 올라설 수 있었고 그렇기에 제국군의 최상위 직책인 제국군 총사령관의 자리에는 대게 대장 계급의 인물이 올랐다.

 

 그러나 이번 대의 제국군 총사령관은 대장을 넘어선 군 원수였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현 제국군 총사령관의 나이는 고작 48세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현 군 원수가 10대 후반에 임관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것은 초고속 승진이었다.

 

 “그래, 이미 보고는 들었다.”

 

 제국군 본부, 총사령관실. 부하의 보고를 들은 군 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색 머리카락을 군인답게 짧은 스포츠형으로 깎은 그는 비록 40대 후반이었지만 10살은 어려보이는 동안이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서는 수많은 전쟁을 치룬 노련미가 가득했다.

 

 “일단 황실 기사단장, 루크 사일런스 준장이 저승사자를 저지하고 있다고는 합니다, 군 원수 각하.”

 

 “아마 오래 버티지 못할 거다.”

 

 군 원수는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뒤 말했다. 군 원수의 앞에 서서 보고를 하고 있는 정보 참모는 군 원수와 비슷한 나이였지만 여태까지 쌓은 업적 면에서는 비교조차 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이 전설적인 군 원수가 처음 계급장에 별을 달았을 때 자신의 여단을 가지고 적대군 군단을 괴멸시킨 것은 판게아 대륙 전체에 널리 퍼져있었다. 그것 때문에 그는 여단장이었을 때 이미 제국군의 군 원수를 다르게 부르는 이름인 ‘제국의 수호신’이라 불렸고 그는 딱 8년 뒤 진짜로 사일런스 제국의 군 원수 자리에 올랐다.

 

 그렇기에 비교적 나이가 어린 이 제국군 총사령관을 질투하는 사람은 있어도 무시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만약 그가 없었더라면 임파이니 황제의 업적 중 중요한 것 몇 가지는 이루지 못했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그는 이미 제국 내에서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루크 황실 기사단장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저승사자는 말 그대로 괴물이다. 한번 타오르면 쉽사리 끌 수 없는 불의 화신이지. 아마 10분 정도 버티면 잘 버틴 것일 거다.”

 

 “그러면 제국군 병력을 동원하도록 지시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나 제국군 총사령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하하. 병력을 더 보낸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황도, 이카루스의 모든 병력과 주변 모든 병력을 동원해도 그에게 몰살당할 거다. 저승사자는 충분히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괴물처럼 강한 자에게는 뛰어난 전략도, 병력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통하지 않는다. 그게 신관 직속 부하의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힘이다. 그러니…”

 

 “각하?!”

 

 정보참모는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군 원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벽에 걸려있는 장검을 뽑아 칼날을 확인했다. 명검인 것도 있었지만 관리를 워낙 잘했기에 칼날은 서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사일런스 제국의 초대 황제인 일명 정복황제, 알렉산드로스 사일런스 황제가 대업을 이루는 데 사용했다는 명검이자 사일런스 제국에서는 성검이라 여겨지는 검. 그가 죽은 뒤에는 군 원수의 계급에 오른 자만이 수여받았으며 그 결과 알렉산드로스 황제 이후 현 군 원수를 포함해서 고작 10명만 이 검을 황제로부터 하사받을 수 있었던… 성검, 듀란달.

 

 평상시에는 그저 장식만을 하고 있지만 지금 이 검을 뽑아들었다는 것은… 군 원수가 직접 전투에 나선다는 것을 의미했다. 제국의 수호신이라 여겨지는 남자는 놀란 표정의 부하를 바라보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신관 직속 부하는… 신관 직속 부하가 막아야지. 그렇지 않나?”

 

 “그, 그렇습니다, 라오스 머큐리 군 원수 각하.”

 

 라오스 머큐리.

 

 사일런스 제국의 180만 군 통수권을 가진 제국군 총사령관이자 몇 백년 만에 군 원수의 자리에 오른 남자이며 무려 20년 넘게 신관 직속 부하, 초신성 중 한 사람으로 있는 강대한 하이 랭커(4위)이며.

 

 사일런스 제국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남자였다.

 

 “실전에 직접 나서는 것은 오랜만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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