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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오버로드
작가 : 담화공
작품등록일 : 201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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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화
작성일 : 16-08-19     조회 : 1,097     추천 : 0     분량 : 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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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화. 절대자의 위기

 

 

 

 서기 2030년.

 판게아 대륙은 대륙의 패권을 둔 대군주들 간의 전쟁, 라그나로크(Ragnarok)로 인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대소환으로부터 약 3년이 지난 시점부터 전개된 라그나로크는 시작된 지 7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았다.

 아니, 날이 갈수록 더 치열해져만 갔다. 그만큼 대군주들 간의 세력이 워낙에 호각지세를 이루었기에 일어난 결과였다.

 라그나로크는 크게 3파전을 이루었다.

 대군주 강철인 외 두 명의 대군주가 참여한 무력 중심의 연합 [이슈타르(Ishtar) 혈맹].

 막강한 경제력 · 생산력을 기반으로 한 [굴베이그(Gullveig) 연합].

 그리고 다섯 명의 대군주가 속해 있었음에도 세 개 세력 중 가장 나약하다고 평가받는 [발두르(Baldur) 동맹]이 그것이었다.

 이들 세 개 세력은 상황에 맞추어 때론 연합했으며 때론 반목하기도 하며 서로를 견제 · 경쟁하며 치열하게 대립했다.

 마치 그 옛날 중국, 후한 말의 위 · 촉 · 오 3개국의 삼국지처럼 말이다.

 “후… 이래선 죽도 밥도 안 되겠어.”

 골드 드래곤의 두개골 속, 100% 황금으로 만들어진 옥좌에 앉은 남자가 현재 라그나로크의 진행 상황, 그리고 국경선이 표시된 장기판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이 남자가 바로 대영지 발할라(Valhalla)의 주인이자 10인의 대군주 가운데 무력으로는 단연코 제일이라 평가 받는 ‘군주 사냥꾼’, 정복 군주의 대명사 강철인이었다.

 ‘단번에 찍어 누르고 싶은데… 소모전으로 가면 우리가 불리하다. 이놈들의 기반을 박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철인의 시선은 하얀색 땅으로 구분된 곳, 굴베이그 연합에 머물러 있었다.

 그랬다.

 강철인이 판게아 대륙의 패권을 차지하려면 누가 뭐래도 굴베이그 연합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굴베이그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무력을 경제력, 막강한 부와 생산력으로 커버하며 라그나로크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었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굴베이그 연합이 판게아의 패권을 거머쥘 공산이 컸다.

 지금의 팽팽한 균형을 깨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굴베이그의 경제력을 뒤흔들 필요가 있었다.

 막강한 경제력을 겸비한 굴베이그와 소모전을 펼쳐 보았자 손해를 보는 쪽은 이슈타르일 뿐이었다.

 ‘이 바퀴벌레 같은 놈들만 없었다면 당장에라도 굴베이그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 텐데.’

 강철인은 발두르 동맹이 표시된 지역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발두르 동맹의 경우,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박살 내는 게 가능할 정도로 약체였다.

 굴베이그 연합 또한 언제든지 발두르 동맹을 박살 낼 수 있었다.

 그런데도 발두르 동맹이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이슈타르와 굴베이그가 대립하는 사이 중립 외교를 펼치며 야무지게 실리를 챙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얄미운 놈들이었다.

 두 강자 사이를 교묘히 파고들어 제 손해는 보지 않은 채 호시탐탐 강자들이 흘리는 고기 조각을 날름날름 받아먹는 꼬락서니란 무골(武骨)인 강철인의 성격으로선 정말이지 꼴사나운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홧김에 발두르를 밀어버릴 수도 없었다.

 만약 강철인이 발두르를 친다면 이 박쥐같은 놈들은 아예 굴베이그에 빌붙어 2:1 싸움을 유도할 게 뻔했다.

 물론, 이러한 형국은 비단 강철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굴베이그와 발두르 진영도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이런 가위바위보 같은 싸움은 누가 먼저 움직이든 서로의 역할만 바뀔 뿐이지 똑같이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뭘 하든 도찐개찐에 조삼모사, 누구든지 먼저 움직이는 쪽이 불리한 형국이었다.

 “으득! 이공명, 그 자식만 내 밑으로 들였어도, 아니, 죽였어도 일이 이렇게까진 틀어지지 않았을 텐데.”

 옥좌에 앉은 강철인이 사납게 이를 갈았다.

 이공명.

 부산 출신의 화교(華僑)인 이공명은 군주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군주도 아닌, 그저 일개 차원 여행자에 불과한 이였지만, 그의 활약으로 인해 현재의 삼파전이 만들어지고야 말았다.

 이공명은 발두르 연맹의 리더인 대군주 알렉스 로스차일드(Rothschild, 금융 명가(名家) 로스차일드가 맞음)의 심복으로, 탁월한 전략가였다.

 두뇌가 얼마나 뛰어난지, 동양권 차원 여행자들은 그를 가리켜 제갈량의 현신(現身)이라며 칭송할 정도였다.

 ‘그때… 그때 죽이거나 내 밑으로 들였어야 했다.’

 후회란 것을 좀처럼 하지 않는, 상남자의 전형인 강철인이었지만 과거 이공명을 놓친 것만은 아무리 생각해도 후회스러웠다.

 그때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때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이공명을 얻었을 테고, 지금쯤이면 판게아 대륙을 통일하여 대군주 중의 대군주, 황제(皇帝)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아니, 그랬을 확률이 상당했다.

 강철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무(武)의 화신이자 뛰어난 대군주였으니 이공명의 지략까지 더해진다면 저 굴베이그와의 일전에서 승리한 뒤 남은 발두르 연맹을 느긋하게 해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차라리 곽정이라도 내 밑에 있었다면 지금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텐데… 아까운 자식 같으니. 그따위 허접스러운 군주 밑에 있으니까 병에 걸려서 뒈지는 거다.’

 곽정은 다른 대군주와 함께하던 이로, 개전 초기인 2024년에 그만 폐암으로 죽어버리고 말았다고 했다. 38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해 버린 것이다.

 만약 곽정이 강철인의 부하였다면 그깟 폐암 따위, 말기라 할지라도 단숨에 고쳐 버린 뒤 과로사할 때까지 지독하게 부려 먹어주었을 텐데… 이미 망자가 되어버린 이를 불러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후, 다 지나간 일인데… 소용없는 아쉬움이로군.”

 강철인은 애써 아쉬움을 삼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입맛을 다셔봤자 배만 아플 뿐이었다.

 원하던 두 명의 지략가 중 한 명은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라이벌, 알렉스 로스차일드의 꾀주머니가 되어 있고, 다른 한 명은 미처 영입을 시도하기도 전에 죽어버렸다. 지금 와서 후회한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홀로 고민하며 아쉬움을 삼키던 강철인의 어전(御前)에 그의 충신이자 NPC 유닛이기도 한 뱀파이어 집사 알프레드가 황급히 뛰쳐 들어와 엎드렸다.

 “주군!”

 “무슨 일이냐, 알프레드?”

 강철인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평소 뱀파이어 특유의 진중한 태도를 유지하던 알프레드였기에 이렇듯 갑작스레 뛰쳐 들어온 돌발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것이다.

 “마스터… 크, 큰일이 났사옵니다!”

 “큰일?”

 “그, 그것이… 방금 돌아온 정찰병이 보고하기를……!”

 “침착하게 말해라. 놀라지 않을 테니.”

 “그것이… 후…….”

 알프레드는 차마 보고하기가 겁이 나는지 크게 숨을 고르더니 가슴을 한 번 쓸어내렸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두 주먹을 불끈 쥐곤 눈을 지그시 감더니 입을 열었다.

 ‘이 자식이 왜 이래?’

 그런 알프레드의 모습을 지켜보는 강철인으로선 왜 이러나 싶어 의아할 따름이었다.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 발할라 대영지가 곧 무너질 위기에라도 처했단 말인가.

 “혀, 현재… 동남쪽 50㎞ 부근에서… 굴베이그와 발두르의 연합군이 접근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

 놀라지 않겠다고 말했건만, 알프레드의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굴베이그와 발두르가 연합군을 형성했다…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지 못한 대사건이었다.

 ‘그게… 가능한가? 우리 발할라는 이슈타르 혈맹 제일 안쪽에… 설마… 배신? 누가?’

 강철인은 놀라는 대신 냉철하게 머리를 굴려 지금 사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를 비롯한 이슈타르 혈맹엔 이렇다 할 전략가나 지략가가 없고, 이슈타르 혈맹 최고의 브레인은 다름 아닌 그였다.

 일이 벌어진 이상 원인을 유추해 내기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동남쪽… 동남쪽이라면… 알레이스터(Aleister)! 이 빌어먹을 네크로맨서 자식이로군.’

 배신한 자는 같은 이슈타르 혈맹 소속인 네크로맨서 대군주 알레이스터가 분명했다.

 알레이스터의 영토는 이곳 발할라 대영지로부터 정확히 동남쪽에 자리 잡고 있었으니까. 가증스러운 알레이스터가 길을 열어주었거나 아예 연합군에 빌붙은 것이 분명했다.

 “알프레드.”

 생각을 마친 강철인이 집사 알프레드를 불렀다.

 “예, 마스터.”

 “적들의 규모는?”

 “그것이… 대영지 한 개가 통째로 진격해 들어온 데다 연합군의 숫자도 만만치 않사옵니다.”

 “대영지? 로스차일드, 그 빌어먹을 자식의 키아모두스(Cyamodus) 대영지를 말하는 것일 테지?”

 “예, 마스터… 이동 요새 키아모두스가 맞사옵니다……!”

 “깔끔하게… 당했군.”

 알렉스 로스차일드의 근거지인 키아모두스 대영지는 거북이를 닮은 거대 몬스터의 등 위에 지어진 이동 요새였다.

 즉, 라이벌의 본진이 통째로 이곳 발할라 대영지에 뚝 떨어진 것이다.

 ‘이동 요새… 언제나 껄끄러웠지. 쥐새끼처럼 도망치기에도 안성맞춤이고.’

 강철인의 근거지인 이곳 발할라 대영지는 지하 대공동에 설치되어 있어 조금은 특이한 구조라고 할 수 있지만, 알렉스 로스차일드의 이동 요새만큼은 아니었다.

 근거지를 옮길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애초에 이동 요새는 고정된 땅에 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움직임이 다양할 수밖에 없었다.

 “헤카테(Hecate)는? 헤카테와의 통신을 연결해.”

 헤카테는 마법에 능한 대군주로 그녀 역시 이슈타르 혈맹의 일원이었다. 적이 많은 강철인으로선 유일하게 믿을 만한 대군주이기도 했다.

 “그, 그게…….”

 “두절인가?”

 “예, 그렇사옵니다. 소신의 보잘것없는 의견으로는 그쪽이 먼저 공격을 당한…….”

 “그만, 더 들을 필요도 없다.”

 강철인이 알프레드의 말을 가로막았다.

 머릿속으로 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한 그림이 주르륵 그려졌다.

 ‘굴베이그 연합, 발두르 연맹. 놈들이 먼저 손을 잡았어. 알레이스터를 포섭해 나와 헤카테를 나눠 먹은 뒤 반반 싸움을 할 생각이겠지… 이건 발두르 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작전이었을 텐데… 역시 이공명, 그 자식 머릿속에서 나온 계략인가.’

 이공명은 전략 · 전술뿐 아니라 대군주들 간의 외교적인 측면마저도 유능한 면모를 보이는 지략가였다. 지금 사태의 배후에는 반드시 그 음흉한 놈이 똬리를 틀고 있을 것이었다.

 ‘아군의 배신… 헤카테는 통신 두절. 적들의 연합. 졌다, 패배다.’

 강철인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이 암담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아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이 발할라 대영지의 군사력이 엄청나다고 한들 현재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인정하긴 싫지만… 대군주 강철인과 발할라 대영지는 오늘로서 이 라그나로크에서 퇴장해야 할 운명이었다.

 그러나 강철인은 절망하지 않았다.

 화를 내고 전전긍긍하는 대신 지금의 이 사태가 어떻게 해서 벌어졌는가, 무엇을 실수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근거지가 쑥대밭이 될 위기에서도 상황을 분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왜냐, 그에겐 아직 최후의 카드가 한 장 남아 있었으니까.

 비장의 카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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