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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오버로드
작가 : 담화공
작품등록일 : 201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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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화
작성일 : 16-08-19     조회 : 679     추천 : 0     분량 : 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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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화. 회귀(回歸) (2)

 

 

 

 과거로 되돌아온 강철인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대소환이 벌어지기 전, 평범한 일상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이 더럽고 아니꼬운 회사부터 때려치워야 했다.

 ‘나도 옛날엔 어지간했군. 이딴 곳에서 썩다니. 별 볼일 없었어.’

 대소환 이전의 강철인은 조금 무뚝뚝한 하긴 해도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었다.

 먹고살아 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그런 인생 말이다.

 강철인은 자신의 10년 전 모습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 짓고는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사원들이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다들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모습이 마치 겁먹은 농민들처럼 보였다.

 “야, 이 새끼야!”

 골프채를 움켜쥐고 어슬렁대던 김민철이 강철인을 발견하고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왜, 이 새끼야.”

 강철인이 대답했다.

 “……!”

 “……!”

 사무실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가, 강철인! 저 자식,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미친 거다. 미친 게 분명해!’

 ‘와… 겁도 없네.’

 ‘쯧쯧, 더러워도 조금만 참지… 안 그래도 먹고살기 힘든 세상인데.’

 남자 직원들의 생각은 그랬고…….

 ‘어머, 어머. 철인 씨 어떡하려고.’

 ‘김 대표 저 자식, 완전히 깡패인데… 철인 씨 괜찮을까?’

 여자직원들의 생각은 이랬다.

 “뭐, 뭐? 왜 이 새끼야?”

 “그래, 이 새끼야.”

 “……!”

 김민철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무려 대표이사가 새파란 사회 초년생, 1년짜리 저임금 소모품 따위에게 욕을 먹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 이이… 이 벌레 같은 인턴 새끼가 지금 누구…….”

 “누구긴. 배에 기름만 잔뜩 낀 졸부 새끼지. 뭐, 아니면 반달? 양아치?”

 그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뭐? 양아치……?”

 왕년에 주먹질을 좀 했거나 현역 조직 폭력배들은 유독 양아치라는 단어에 과민 반응을 보이며 자신들은 양아치가 아니다, 건달이다, 협객(俠客)이다, 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개소리다.

 강철인의 눈엔 반달 · 조폭 · 양아치 등등 주먹을 앞세워 불로소득을 꾀하는 놈들은 다 똑같은 쓰레기로 보였다.

 더욱이 90년대 이후의 조폭들은 법과 자본을 이용해 먹으며 한층 더 악랄하고 비열하게 진화하지 않았던가. 저 김민철처럼 말이다.

 “그럼 양아치를 양아치라고 하지, 뭐라고 부르지? 인간쓰레기?”

 강철인은 김민철이 화가 나든 말든 신랄한 어조로 이 악덕 사장을 비꼬았다.

 그에 김민철의 분노가 터져 버렸다.

 “야, 이 씨발 놈아!”

 골프채가 시퍼런 궤적을 흘리며 강철인을 내리찍었다.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골프채는 맥없이 허공을 갈랐다.

 “어?”

 김민철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헛스윙.”

 강철인이 가소롭다는 듯 김민철을 비웃었다. 그저 몸을 슥 비튼 것만으로도 풀스윙으로 휘두른 골프채를 피한 것이다.

 “이 개새끼가!”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한 김민철이 시뻘게진 얼굴을 하고선 강철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헛수고일 뿐, 골프채는 강철인의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아무런 능력이 없는 상태라지만 강철인은 자타 공인 최강자라 인정받던 이였다.

 그를 위협하려면 적어도 프로 격투기 선수 정도는 되어야 하리라. 그것도 약 두 달 뒤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허억… 허억… 이 쥐새끼 같은 놈……!”

 김민철이 숨을 헐떡이며 이를 갈았다.

 “못 맞추는 게 무능한 거 아닌가?”

 강철인이 빈정거렸다.

 “아니, 그보다…….”

 그러고는 돌연 얼굴을 바꿨다. 타오르는 눈빛이 사람의 심장을 옥죄는 듯했다.

 “한 번만 더 골프채 가지고 놀면, 그땐 별로 재미없을 줄 알아.”

 분명한 경고였다.

 하지만 이미 눈이 뒤집힌 김민철은 그런 강철인의 경고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하기야 화가 좀 난다고 자기 회사 사무실에서 골프채를 휘두를 정도면 이미 정상적인 사고 회로가 작동하지 않는 인간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개새끼야! 뒈져…….”

 빠악―!!

 “악!”

 김민철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허, 허억……!”

 쓰러진 김민철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다. 강철인의 주먹이 정확히 명치에 틀어박혔기 때문이다.

 “우웩… 우웨에에엑……!”

 그 한 방이 얼마나 지독했는지, 김민철은 쓰러진 채로 오늘 점심으로 먹었던 아귀찜을 토해내기까지 했다.

 “맷집이 별로야. 살이 쪄서 제법 잘 버틸 줄 알았더니.”

 강철인이 그런 김민철을 바라보며 조소를 날렸다.

 “대,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약삭빠른 남자직원 하나가 다급히 김민철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아이고… 우리 대표님……! 강철인, 이 새끼야! 너 얼른 대표님께 무릎 꿇고 빌어!”

 눈치가 보통이 아닌 것을 보니 앞으로의 사회생활이 기대되는 이였다. 앞으로도 쭈―욱 이곳에서 근무하며 근근이 먹고살게 될 테지만.

 강철인은 그 남자 직원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대꾸할 가치가 있어야 한마디라도 대꾸할 것이 아닌가.

 ‘인간 군상들하곤.’

 화가 난다고 골프채를 휘두르는 돼지나 그 돼지에게 빌붙어 보겠답시고 아부하는 기회주의자나 다 거기서 거기였다.

 물론 약삭빠른 남자직원을 마냥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그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일 뿐, 생존을 위한 노력이 나쁜 건 아니지 않은가. 다만, 자존심을 버리고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 것처럼 구는 건 별로긴 했다.

 그간 김민철의 쓰레기만도 못한 행동을 돌이켜 보면… 쓴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너, 너 이 새끼… 주, 죽여 버린다… 벌레 같은 새끼…….”

 김민철이 남자 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강철인을 향해 분노와 악의에 찬 시선을 쏘아 보냈다.

 “박 실장 불러… 박 실장더러 담가 버리라고 해!”

 박 실장은 김민철의 뒤를 봐주고 있는 건달로, 작은 조직을 운영하는 이였다.

 “아이고, 무서워라.”

 강철인이 피식 코웃음을 쳤다.

 요즘 세상이 어느 때인데 별 시답잖은 일 가지고 깡패들을 동원할 생각을 하고, 그걸 또 사람들 듣는 앞에서 공공연하게 말할 줄이야. 멍청한 건지, 아니면 화를 이기지 못한 건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았다.

 “이 새끼… 박 실장만 오면……!”

 김민철은 연신 박 실장을 찾으며 강철인을 협박했다. 박 실장이 강철인을 흠씬 두들겨 팰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듯했다.

 “어어… 바, 박 실장!”

 그렇게도 박 실장을 찾던 김민철이 강철인의 뒤편을 바라보며 돌아온 임을 맞이하듯 박 실장을 불렀다. 때마침 박 실장이 사무실로 들어선 것이다.

 “김 대표님?”

 박 실장은 난데없는 상황에 살짝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곧 부하들을 시켜 김민철을 부축하도록 했다.

 “아이고… 박 실장……! 저놈이 날 쳤어, 쳤다고!”

 김민철은 본인이 먼저 골프채를 휘두른 것을 쏙 빼놓은 채 박 실장에게 매달리며 서럽다는 듯 하소연을 했다.

 “저 새끼, 내가 훈계 좀 했다고… 일 좀 똑바로 하라고 했다고 나한테 욕을 퍼붓고 날 쳤어!”

 “대표님. 자초지종을…….”

 “자초지종이고 뭐고 저놈이 날 쳤다니까! 당장 저 새끼 패버리라고!”

 김민철은 막무가내였다. 마치 떼를 쓰는 어린애처럼 양팔과 두 다리를 휘저으며 난리를 피웠다.

 ‘이 멍청한 인간 같으니. 사원들 다 보는데 이게 무슨 개짓거리야.’

 순간, 박 실장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것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물주인 김민철의 민원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작은 조직에 불과한 그와 그의 식구들에게 김민철이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금줄이었으니까.

 ‘대충 정리해야겠군.’

 박 실장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 우선은 난장판이 된 사무실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뭔 구경났습니까!”

 박 실장이 눈에 힘을 팍 주고 소리치자 사원들의 고개와 시선이 일제히 책상 앞으로 돌아갔다.

 “다들 조용히, 조용히 일들 하세요. 괜히 입 놀리지들 마시고. 아, 오 대리님.”

 박 실장이 김민철을 부축했던 약삭빠른 남자 직원을 가리켰다.

 “대표님 모시고 사장실로 가 계십시오.”

 “아, 예! 가, 가시죠, 대표님.”

 오 대리라고 불린 남자 직원이 살이 뒤룩뒤룩 찐 김민철을 낑낑거리며 부축해 사장실로 향했다.

 “흐흐… 넌 이제 뒈졌어, 이 새끼야.”

 오 대리의 부축을 받고 사장실로 향하던 김민철이 강철인을 향해 비열하게 히죽거렸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선 박 실장에게 곤죽이 되도록 얻어맞은 강철인의 모습이 훤히 그려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얼씨구?”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던 강철인의 반응은 말 그대로 ‘얼씨구’였다.

 참 가지가지 한다 싶었다.

 과거엔 막돼먹은 회사를 어떻게 9개월이나 다녔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단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어이, 인턴.”

 강철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박 실장이 강철인을 불렀다.

 “객기도 정도껏 부렸어야지. 대표님이 한 소리 하셨다고 대들면 쓰나. 어른이 말씀하시면 예, 예, 하고 말아야지.”

 박 실장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키지 않아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역시 대표 김민철의 악행을 익히 알고 있고, 그 또한 김민철 덕분에 쌓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비록 김민철의 지시를 따르고 있긴 해도 이 젊은 인턴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 것이다.

 ‘적당히 타일러서 구색이나 좀 맞추면 되겠지.’

 박 실장은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겠는가.

 대충 김민철이 만족할 만한 결과만 그럴싸하게 연출해 주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명한 조직 폭력배의 모습일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박 실장의 마음은 인턴의 빈정대는 말투로 인해 쩍, 하고 금이 가고 말았다.

 “어른은 무슨.”

 강철인이 말했다.

 “네놈 눈에는 저 돼지 새끼가 어른으로 보이나? 하긴, 조폭 따위한텐 물주가 곧 어른인가?”

 그 말에 올백 머리의 박 실장 이마에 불끈 힘줄이 돋았다.

 “어이.”

 박 실장이 눈을 살벌하게 부라리며 강철인을 노려보았다.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 사람 가려가면서, 상황 봐가면서 말을 해야 오래 사는 거다. 어?”

 “그건 네놈들 같은 양아치 이야기고.”

 “뭐, 이 새끼야?”

 양아치란 말에 김민철과 마찬가지로 박 실장 역시 발끈하며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 미친 새끼가!”

 “뒈지고 싶어?”

 박 실장의 두 부하는 당사자보다 더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

 “너 이 새끼, 지금 우리 형님한테 양아치라고 했냐?”

 “어쭈, 웃어? 면상 씹창 한 번 나볼래?”

 그로써 당장에라도 주먹다짐이 벌어질 것만 같은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후… 적당히 봐주려고 했는데, 너 오늘 버릇 좀 고쳐 줘야겠다.”

 조직 폭력배들이 극도로 싫어하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음에도 박 실장은 이성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분노를 불태웠다.

 “너, 옥상으로 좀 따라와라.”

 박 실장이 사무실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지.”

 강철인이 대답했다.

 “니가 따라와라.”

 그리고 누구보다 먼저 사무실 문을 나섰다.

 “…저 새끼 뭐야?”

 박 실장의 입에서 황당함에 찌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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