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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오버로드
작가 : 담화공
작품등록일 : 201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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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 화
작성일 : 16-08-19     조회 : 558     추천 : 0     분량 : 6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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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화. 누군가 우리 영지를 노리고 있다 (2)

 

 

 

 정찰용 매는 오직 군주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인 ‘군주상점’에서 판매하는 10골드짜리 일회용 정찰기였다.

 저 매를 날려 보낸 군주는 영안(靈眼)을 통해 강철인의 농경지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보고 있을 것이었다.

 10골드.

 10g짜리 금화(순도 97.8%) 한 개가 한화로 환산하면 약 40만 원 정도이니 정찰용 매를 날려 보낸 군주는 이번 정찰에 무려 400만 원을 투자한 셈이다.

 ‘금화 아까운 줄 모르는 놈 같으니.’

 무엄하게도 자신의 머리 위를 선회하는 정찰용 매를 노려보며 강철인은 피식 코웃음을 쳤다.

 정찰용 매는 지속 시간이 한 시간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범위 또한 20㎞ 정도라 가격 대 성능비가 영 아니올시다였다. 전시 상황과 같이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권장할 만한 옵션이 아니었다.

 “활, 활을 가진 자가 있나? 없으면 총이라도 좋다.”

 “여기 있습니다, 주군.”

 강철인의 말에 근위대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활을 소지하고 있던 병사가 활과 화살집을 가져다 바쳤다.

 ‘400만 원, 공중분해시켜 주지.’

 강철인은 활을 쏘아 정찰용 매를 떨굴 생각이었다.

 물론 그냥 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정찰용 매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존재. 일반적인 물리력으론 요격하는 게 불가능했다.

 ‘오래간만인데… 맞을까 모르겠군.’

 강철인은 활시위를 당기며 그렇게 생각했다.

 언제 활을 쏴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무인이지만 검사(劍士)였다. 활을 쏘는 덴 그리 익숙하지 못했다.

 ‘뭐, 저 정도쯤이야.’

 하지만 자신감이 전혀 없진 않았다.

 비록 명궁(名弓)은 될 수 없다손 치더라도 기본적인 운동신경 자체가 비범한 그였다. 까짓것, 고작 정찰용 매 한 마리 못 맞출까. 강철인은 본인의 명중을 확신했다.

 ‘조준, 발사.’

 파앙―!!!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한 줄기 섬광이 되어 정찰용 매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삐―이이익!

 위협을 감지한 정찰용 매가 맹금류 특유의 지저귐을 냈지만, 그렇다고 화살을 피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 모습이 마치 ‘고작 화살 한 발로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줄 알아?'라며 강철인을 조롱하는 듯했다.

 ‘멍청한 자식.’

 이를 본 강철인의 입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강철인은 그냥 화살을 쏜 게 아니었다. 화살촉에 마력을 담아서 쐈다. 그리 많은 마력이 담겨 있진 않지만, 맷집이 종이만도 못한 정찰용 매였다.

 화살에 맞기만 한다면 요격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팟―!!!

 여유를 부리던 정찰용 매의 아랫배에 강철인이 쏜 화살이 보기 좋게 틀어박혔다.

 삐, 삐익?

 매의 부리에서 당황한 듯한 지저귐이 흘러나왔다.

 파직, 파지직!

 마력으로 이루어진 몸뚱어리에 타인의 마력이 간섭하자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정찰용 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만 터져 버린 것이다. 400만 원짜리 정찰기가!

 “와아―!!!”

 “대, 대단하십니다!”

 “과연 주군께선 활도 잘 쏘신다!”

 이를 본 병사들이 손뼉을 치며 강철인의 궁술 솜씨를 칭송했다.

 ‘좀 아플걸?’

 강철인은 부하들이 무어라 칭송하든 말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정찰용 매는 해당 군주와 정신적으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에 파괴되는 순간 그와 똑같은 타격을 입기 마련이었다.

 일종의 페널티라면 페널티, 정찰용 매를 운용할 때 신중해야만 하는 이유였다.

 모르긴 해도 정찰용 매를 날린 군주는 지금쯤 아랫배를 부여잡으며 신음하고 있으리라. 아주 고통스럽게… 본인이 화살에 맞은 것처럼 말이다.

 “전원, 영지로 귀환한다.”

 강철인이 명령을 내렸다.

 “벌써 복귀하십니까?”

 제임스가 물었다.

 “저건 다른 군주가 날려 보낸 정찰기다. 20㎞ 내에 다른 영지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하!”

 “상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갑자기 공격해 올 수도 있으니 영지로 돌아가 대비를 하는 게 옳다. 단순한 정찰일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지 말한 강철인이 말끝을 흐렸다. 생략한 말은 ‘판데모니엄 지방에는 미친놈들만 득실거린다’였다.

 그랬다.

 정복 군주들의 낙원, 전쟁광들의 낙원, 악마들의 땅이 바로 이 판데모니엄 지방이었다. 벌써부터 치고받고 물어뜯기 시작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전혀 없었다.

 “일꾼과 농민들도 전부 철수하라고 해.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

 “예, 주군.”

 며칠 농사일을 쉰다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일을 시키기엔 어딘가 모르게 좀 찜찜했다. 적이 덜컥 쳐들어오면 애꿎은 농민들만 잃을 테니까.

 

 ***

 

 “크윽!”

 동쪽 평원에 자리한 어느 깊숙한 땅굴 안, 버로우 영지의 군주는 별안간 복부를 움켜쥐며 신음했다.

 “주, 주군! 괘, 괜찮으십니까요!”

 버로우 영지의 보좌관 티모시가 군주를 부축했다. 티모시는 허연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고블린 종족이었다.

 “으……!”

 “아이고, 주군! 정찰용 매가 요격당하셨습니까요?”

 버로우 영지의 군주는 보좌관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화살에 복부가 꿰뚫리는 듯한 통증에 정신이란 걸 차리기가 힘든 탓이었다.

 그러기를 약 30분여. 어느 정도 통증이 가라앉자 정신을 차린 버로우 영지의 군주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망할 자식!”

 “아이고, 괜찮으십니까요? 주군, 여기 냉수가 있습니다. 이거라도 얼른 시원하게 들이켜십시오.”

 “닥쳐!”

 티모시가 냉수를 떠다가 바쳤지만, 군주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그런 티모시의 손을 탁, 하고 쳐내 버렸다. 냉수가 담긴 그릇이 엎어지며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이 못생긴 고블린 놈아! 내가 주군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쇼군이라고 부르랬잖아!”

 “아, 예! 알겠습니다, 쇼군!”

 “멍청한 자식! 고블린이라서 멍청한 거냐! 이 늙고 추잡한 놈아! 하아… 하필이면 보좌관이 고블린 따위라니…….”

 버로우 영지의 주군, 기무라 히데키는 연신 티모시를 비난하고 인격 모독을 가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쓸모없는 자식… 왜 이딴 고블린 놈이 나와서는… 차라리 미소녀였다면 좋았을 텐데!”

 “…….”

 “뭐야, 그 표정은? 너, 내 말이 불만이냐?”

 “아,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주… 아, 아니! 쇼군!”

 “아니긴 뭐가 아니야!”

 기무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짝―!!!

 찰진 소리와 함께 고블린 보좌관 티모시의 고개가 홱 하고 돌아갔다.

 “……!”

 “더러운 고블린 자식!”

 “고, 고블린이라서… 죄, 죄송합니다…….”

 졸지에 손찌검을 당한 티모시는 무척이나 억울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더러워도 참고, 억울해도 참아야 했다.

 군주가 어떤 부류의 인간이든 보좌관인 이상 참고, 참고, 또 참는 게 그들의 숙명이었다.

 누군들 이런 개망나니의 보좌관이 되고 싶었을까. 주사위 운이 안 좋았다고, 팔자가 사나워서 그런 것이라고 자책할 수밖에.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강철인과 같은 유능한 군주를 만난 루시아의 경우,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라 하겠다.

 “후… 농경지의 군주가 내 정찰용 매를 쐈어.”

 “그, 그렇습니까요?”

 “이 망할 자식… 약탈자 두더지를 보내면 농경지를 포기할 줄 알았는데… 끈질긴 자식!”

 그랬다.

 강철인의 밀밭에 약탈자 두더지를 보내 귀찮게 만든 이가 바로 이 기무라였다. 정확히는 땅굴 영지를 벗어나 번듯한 영지를 가지고 싶은 기무라의 바람에 보좌관 티모시가 조언하여 강철인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었지만.

 “쇼군, 어찌하실 작정이십니까요?”

 티모시가 물었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당장 쳐들어가야지!”

 “하, 하오나…….”

 “뭐?”

 “정찰용 매가 요격당했다면 상대는 마력을 다룰 줄 아는 자라는 뜻입니다요.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내가 당했다고, 내가!”

 “소인, 쇼군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요. 많이 놀라고 아프셨을 게 분명합니다요. 하지만 쇼군! 영지전은 결코 장난이 아니…….”

 “닥쳐, 닥치라고!”

 기무라는 티모시의 조언,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을 눈곱만큼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찰용 매를 쏴 맞춘 인간에 대한 복수였다. 다른 사실들, 강철인이 마력을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야, 고블린.”

 “예, 쇼군.”

 “내 병사들을 준비해라. 당장 그놈의 영지로 쳐들어갈 테니까.”

 “쇼군… 하, 한 번만 저 티모시의 간청을 들어주시면 아니 되시겠습니까요?”

 “간청? 너 따위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티모시는 기무라의 기분 나쁜 코웃음과 다분히 경멸 어린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내었다.

 그게 보좌관의 역할이었다. 어떤 푸대접을 받더라도 군주를 위해 분골쇄신하는 것 말이다.

 “예, 쇼군. 이 티모시, 쇼군께서 말씀하신 대로 고블린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제법 쓸 만한 놈입니다요. 맡겨만 주신다면…….”

 “맡겨주면 어떻게 할 건데?”

 “전쟁의 승패는 정보전에서 승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요. 소인에게 딱 이틀의 시간만 주신다면 적의 병력 현황과 시설물 현황을 파악,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겠습니다요. 그렇게만 하면 승리할 확률이 올라가지 않겠습니까요?”

 “으음… 너 지금 내가 질 거라 생각하는 거냐?”

 “아, 아닙니다요! 그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백 번을 이긴다고 하지 않았습니까요? 소인은 그저 기초적인 병법(兵法)에 따른…….”

 “나도 안다고!”

 기무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그 정도도 모를 것 같으냐? 나도 그럴 작정이었어!”

 기무라는 뻔뻔하게도 티모시의 조언을 마치 제 생각인 양 말하고는 딴에는 제법 신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동원할 수 있는 정찰 수단은 다 동원해서 그놈의 전력을 파악하겠다.”

 “아이고, 쇼군! 현명하십니다요!”

 “감히 날 쐈겠다? 이 빚은 톡톡히 갚아주겠다. 흐흐…….”

 누가 봐도 과몰입 상태였다.

 우연찮게 도쿄 타워를 찾았다가 판게아 대륙으로 오게 된 일본인 고등학생 기무라 히데키는 처음엔 이 믿을 수 없는 현실, 대소환에 이은 이계로의 전이를 믿지 못했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어느 날 뜬금없이 다른 세계로 이동되어 누가 부여했는지도 모를 퀘스트를 깨고 제 영지를 키워 나가야 한다면 현실을 부정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판게아 대륙은 현실이었고, 기무라는 이내 곧 군주가 된 자신을 받아들였다. 일본인답게 빠르게 현실에 순응하고 적응해 버린 것이다.

 기무라는 주어진 퀘스트에 따라 영지 내의 중립 몬스터들을 해치운 뒤 자신의 성향, 정복 군주에 걸맞게 제 영토를 넓혀 나가기로 했다.

 거기까진 좋았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현실’을 받아들였음에도 이 상황의 ‘현실성’은 자각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었다.

 판게아에서의 죽음은 지구에서의 죽음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만고불변의 진리요,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기도 했다. 오로지 강철인이라는 남자만이 대군주의 권능인 [소울 백업]을 통해 과거로의 회귀를 한 번 했을 뿐이다.

 기무라는 이런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그저 군주가 되었다는 생각에 철없는 고등학생, 기껏해야 게임에 열광하는 게이머의 마인드로 타 군주를 선제공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치기 어린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자고로 남의 목숨을 빼앗으려거든 잃을 각오도 되어 있어야 하건만… 기무라의 머릿속엔 오로지 강철인의 영지를 점령한 자신의 늠름하고도 멋진 모습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전쟁이 가져다줄 후폭풍 따위는 눈곱만큼도 염두에 두지 않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깨달은 뒤엔… 늦으리라. 하필이면 고르고 고른 상대가 강철인이었으니.

 

 ***

 

 그날 이후 강철인은 전운(戰運)이 감돌기 시작했다는 것을 파악했다.

 정찰용 매가 화살의 사정거리에서 살짝 벗어난 채로 라퓨타 영지의 상공을 선회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틀간 라퓨타 영지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정찰용 매가 거의 대여섯 마리쯤은 되었다.

 아예 작정하고 라퓨타 영지를 정찰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노골적인 정찰, 곧 쳐들어오겠다며 광고하는 꼴이었다.

 ‘귀환이 한 며칠 늦어지겠지만… 잘된 건가.’

 강철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영지의 재정 상태가 개판이었다.

 평범한 영지의 가격은 약 3, 4천 골드다. 반면에 라퓨타 영지의 가격은 무려 9,800골드였다. 거의 세 배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 덕택에 자금 압박에 시달리기 직전이었다.

 그런 궁핍한 시점에서 타 군주가 제 발로 쳐들어와 주겠다니,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영지전에서 승리한 군주는 많은 이익을 보기 마련이었다.

 적 군주의 소지 골드를 빼앗고, 영지를 빼앗고, 백성을 빼앗고, 병력을 빼앗을 수 있으니 이익인 것은 당연했다.

 거기에 더해 군주 포인트의 상승과 개인적인 레벨업까지 더한다면 영지전에서의 승리야말로 대군주로 등극하는 지름길이었다. 강철인으로선 얼씨구나, 하고 좋아할 수밖에.

 “루시아.”

 강철인이 루시아를 불렀다.

 “예, 주군.”

 “곧 타 군주가 쳐들어올 것이다.”

 “정찰용 매를 날려 보낸 자 말씀이시옵니까?”

 “그렇다.”

 “멍청하고 어리석은 자입니다.”

 “동의한다.”

 “우리 영지를 부유하게 만들어줄 자이옵니다. 환영식을 성대하게 치러야 하겠나이다.”

 “물론이다.”

 강철인이 웃으며 말했다.

 환영식?

 거하게 치러줄 생각이었다.

 아주… 혹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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