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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주인님
작가 : 정블루
작품등록일 :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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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안에서 생긴 일 [1]
작성일 : 17-12-05     조회 : 502     추천 : 0     분량 : 6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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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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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새벽 1시. 강남역.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거리. 젖은 낙엽 한 장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내렸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북적였다. 그 한가운데에 하지와 내가 서있었다.

 

 “야, 이하연. 옷차림이 그게 뭐냐?”

 

 그녀는 내가 입고 온 철지난 투톤원피스와 이제 막 5년밖에 안된 붕어빵 색깔의 재킷을 보고 못마땅한 듯이 발을 동동 굴렀다.

 

 “왜. 제일 아끼는 걸로 가져온 건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죄도 안 지었는데 죄인이 된 기분이다.

 

 “80년대 무도회 가냐? 그 정직한 빨간색은 뭐야. 문방구 물감이라도 뿌린 거야?”

 

 사실 그녀의 말은 맞을지도 몰랐다. 무릎을 어정쩡하게 가리는 이 원피스도 사실 언제 구매한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는 의사마냥 섬세하게 환자를 진찰하듯이 내 구석구석을 눈으로 의미심장하게 훑고는 옅은 숨을 내쉬며 웃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경쾌하게 튕겨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왜?”

 

 하지가 단숨에 내 손을 잡아 이끌었다.

 

 “아직 로드샵 안 닫았을 거야. 가서 옷 좀 사자.”

 

 “왜? 나 이걸로도 충분한데.”

 

 그녀가 협박하듯이 눈을 부라리며 잡은 내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내가 안 충분해.”

 

 “하아, 알았어.”

 

 “그리고 언니가 살 테니까 근심은 접어두시게.”

 

 나는 꼼짝없이 내 손을 옥죄어오는 하지의 손아귀 힘에 이끌려 무작정 로드샵을 찾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나의 패션센스는 내 스스로가 봐도 꽝이었다. 최첨단 시대에 맞춰 패션의 기호도 점차 발전하기 마련이었다. 나는 그런 문화에 도태된 여자에 속했다.

 

 오죽했으면 호텔 유니폼이 제일 잘 어울린다는 말까지 같은 부서 직원들에게 심심찮게 들어올 정도였다.

 

 문득 눈을 옆으로 돌려 하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

 

 그녀가 내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반문했다.

 

 “왜?”

 

 “예뻐서.”

 

 “그걸 지금 알았냐.”

 

 내가 봐도 그녀는 너무나 근사했다.

 

 키가 나와 비슷했음에도 불구하고 들러붙는 섹시한 청바지는 마른 선을 자랑하는 하지에게 꼭 맞춘 듯이 어울렸고, 군데군데 구멍 난 하얀 실크 나시는 군살 하나 없는 그녀의 속살을 당장이라도 확인해 보고픈 충동까지 일어나게끔 만들었다.

 

 더군다나 정열적인 빨간 재킷은 내가 입은 똑같은 색의 재킷과는 질을 달리했다. 아찔한 직선을 자랑하는 킬힐마저도 하지의 마른 다리의 라인을 단숨에 끌어올려주었다.

 

 마치 위풍당당한 여전사를 보는 느낌이었다.

 

 저것이 어제 큼직한 돈가스 두 점을 아작내고 이모에게 달려가, 오늘 아침 못 먹었다며 돈가스 더 달라고 감정으로 호소하던 강하지가 정말 맞는 것인가? 맙소사.

 

 굳이 하지가 아니더라도 시선 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나와 같은 또래의 여자들은 굉장히 화려하고 멋있었다. 마치 다른 세상의 사람들 같았다.

 

 하나같이 화장으로 둘러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고, 그녀들의 의상들은 대부분 섹시했다. 더군다나 저 마른 몸들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쓴웃음을 지어냈다. 요새 젊은이들은 굉장히 우아하구먼.

 

 “저기다.”

 

 하지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득의양양한 미소를 자아냈다.

 

 “어?”

 

 “따라와.”

 

 하지의 무지막지한 힘에 의해 끌려간 곳은 로드샵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비싼 옷들이 가득할 것만 같았다.

 

 괜히 풀이 죽은 내가 문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쭈뼛거렸다. 하지가 물었다.

 

 “왜?”

 

 “비싸 보여. 그냥 이대로 가면 안 되나?”

 

 그녀가 어림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는 콧방귀를 뀌었다.

 

 “너, 그 꼴로 가면 나도 같이 쫓겨난다. 요즘 애들 물 관리가 얼마나 심한데.”

 

 “사람 나고 클럽 났지, 클럽 나고 사람 났나?”

 

 “아오, 이 애늙은이. 잠자코 따라와. 언니가 책임진다.”

 

 “싫다니, 으앗!”

 

 하지가 벌컥 문을 열며 내 손을 잡아 이끌었다.

 

 “어서 오세요.”

 

 마침 막 문을 닫으려던 종업원이 격하게 우릴 반겼다. 하지가 능숙하게 종업원의 시선을 떼어내며 매의 눈으로 옷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몇 초나 지났을까.

 

 하지가 금세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잇새로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큭큭, 웃었다.

 

 “이거다.”

 

 괜히 쑥스러운 마음에 미어캣 모드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가 하는 행동을 몰래 훔쳐보던 나는 하지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돌렸다.

 

 그 순간 내가 경악했다.

 

 “저걸 입으라고?!”

 

 “응. 왜?”

 

 뭐가 문제지? 라는 반응에 발끝이 꼿꼿해진 것은 나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것은 야한 이미지를 풀풀 풍겼다.

 

 입기만 해도 다리의 숨구멍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칠 것만 같은 슬림한 블랙 벨벳 레깅스가 내 눈을 조여 왔고, 흰색의 크롭탑은 당장이라도 ‘나 노출하러 왔소.’ 라고 주장하듯이 얼마 없는 가슴을 흘러내리게 할 것 같았다.

 

 심지어 하지는 이상한 상상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은 높은 빨간색 구두를 내 앞에 흔들어 보이며 이를 씨익 드러낸 채 웃었다.

 

 “어때?”

 

 두 눈가가 지독하게 감겨졌다. 아무리 봐도 저건 아니야!

 

 “아, 싫어!”

 

 나는 꽁지 빠진 새처럼 뒤로 걸음을 재빨리 옮기기 시작했다. 그 순간 턱, 내 어깨를 부여잡는 강한 악력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딜 도망가.”

 

 잘못 조립된 로봇처럼 고개를 삐그덕, 옮기자마자 하리가 나를 보며 상큼한 웃음을 지어내고 있었다.

 

 “오늘 밤 주인공은 너야 너~”

 

 *

 

 두우웅-! 둥!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클럽 안의 음악들.

 

 홀을 밝히는 조명들이 자극적으로 불을 밝혔다.

 

 요란스러운 소음이 고막을 찢어발기는 듯한 느낌에 도무지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때쯤 느릿하게 비트에 발짓을 녹여내던 강하지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야, 저기 보이지?”

 

 그녀가 내 귓가로 다가와 은밀하게 속삭였다. 물론 너무 시끄러운 탓에 하지의 목소리를 전부 구별해낼 수는 없었다.

 

 “뭐?”

 

 “저기 말이야.”

 

 그 순간 고함소리가 사방을 메웠다. 아마도 어떤 음악이 나오자마자 온 사람들이 장단을 맞추는 것 같았다.

 

 “후우!”

 

 “우우!”

 

 “뭐라고?!”

 

 이제는 발악보다는 오기에 가까웠다. 하지의 입 안에 귀를 넣어버릴 요량으로 가까이 들이댔다. 그녀가 소리치듯이 경쾌하게 대답했다.

 

 “저 남자들이 아까부터 너만 자꾸 본다고!”

 

 이제야 숨은 의도를 간파해내고는 하지가 손짓하는 방향으로 눈을 옮겼다. 두 명의 남자가 나와 하지를 은근한 웃음을 띄며 보고는 손을 세차게 흔들었다.

 

 눈을 질끈 감으며 하지 쪽을 쳐다보았다.

 

 “내 말이 맞지? 너 오늘 진짜 섹시하다니까!”

 

 그녀가 베시시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갖다 대며 신명나게 몸을 흔들었다. 춤을 꽤나 춰본 솜씨였는지 비트위의 나그네가 따로 없다.

 

 아까 전에는 결국 하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보기에도 야한 옷을 사야만 했었다. 이것이 수영복이여, 뭐시여?

 

 결과적으로 섹시한 크롭탑 때문인지 얇은 카디건을 사는 것으로 상황은 중재가 되었다. 하지는 카디건을 고집스럽게 눌러 잡고 계산대로 향하는 나를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어댔었다.

 

 “시끄러워.”

 

 “시끄러운 맛에 노는 곳이야!”

 

 클럽 안의 열기는 점차 고조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스트레스 받는 일상을 마음껏 증발시키고 싶었는지 클럽 안에서 광분이 섞인 스텝을 밟아내고 있었다.

 

 “우후!”

 

 그것은 하지도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아직 50분이나 남았다고!

 

 그녀에게 몇 번이고 경고하듯이 약속한 1시간에서, 이제 막 고작 10분이 막 지났다.

 

 클럽 앞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설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강남에서 제일 잘 나가는 곳이라고 소문이 자자했으니까.

 

 하지는 그곳에서도 춤 잘 추기로 유명했다. 덕분에 그녀는 가끔 클럽 안에서 돈을 받고 분위기를 띄우려 춤을 추기까지 할 정도로 클러버들 사이에서는 꽤나 이름값 있는 여자였다.

 

 아까 전의 일이 생각났다.

 

 줄을 서있던 남자와 여자들 몇몇이 강하지를 보고 웅성거렸다는 사실을. 또한 아무런 대기 없이 1초도 안되어 경호원과 눈짓을 주고받고는 만족스럽게 나를 이끌던 그 손길을 말이다.

 

 그녀는 이것이 스트레스를 풀 도구라고 했다. 춤을 추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거였다.

 

 원래 호텔에 일하기 전까지는 걸그룹을 꿈꿀 정도로 실력 있던, 어릴 때부터 나름 유명한 기획사 연습생이라고 했었다. 아쉽게도 하지는 선천적으로 목이 약했던 탓에 습관성 성대 결절을 겪어야만 했고, 결국 가수의 꿈을 접어야만 했었다.

 

 그런 그녀는 성인이 되고 난 후부터 분풀이처럼 클럽에 드나들며 춤을 추고는 했었다.

 

 물론 하지의 꿈과 역경이 담긴 인생을 나는 너무도 존중한다.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신나는 음악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이토록 데시벨이 높은 소음들 사이에서 나는 다른 세상에 와있는 고독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고막이 탈부착이 가능한 거였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가 노는 거 잘 봐.”

 

 하지가 내게 은근슬쩍 눈웃음을 흘리고는 점차 멀어져간다.

 

 “어디가!”

 

 그녀가 내게서 멀어져 간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가 스테이지의 정중앙 쪽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길을 터주었다. 강하지를 알기라도 하는 걸까?

 

 두우웅-!

 

 그녀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요염한 몸짓과 웨이브, 줄을 튕겨내는 그녀의 팔과 발짓은 현란하게 사방을 수놓았다.

 

 “와!”

 

 여자고 남자고 가릴 것 없이 그들은 하지를 보며 환호했다. 그럴수록 하지의 몸동작은 더욱 격정적으로 흘러갔다.

 

 구슬땀이 비산하며 그녀의 열정을 채웠다. 그녀는 가수가 되지 못한 꿈을 이곳에서라도 찬란하게 이루려는 듯 했다.

 

 두웅-! ahhhhh-!

 

 리듬에 맞춰 남자와 여자들이 하지의 곁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여왕벌처럼 유혹적으로 뭇 남자들을 이끌었다. 마치 유혹의 화신 같았다. 춤을 추다가 일정이상 접착제처럼 들러붙는 남자들을 능숙하게 떼어낼 줄 알았고, 적당한 템포 조절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매끄러운 흐름이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하지는 손을 위로 휙 치켜 올려 나를 바라보며 흔들었다. 이리 오라는 거였다. 아마도 그녀는 끝까지 내가 있는 이 자리로 눈을 떼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며 주춤거렸을 때, 하지가 기어이 인파를 뚫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약간 흥분된 톤으로 그녀가 내 손을 잡으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춤이랄 것도 없는 내 어색한 율동을 그녀 또한 따라해 주며 리듬을 맞춰주었다.

 

 “어땠어?”

 

 “멋있었어!”

 

 강하지가 저런 면도 있다니, 역시나 사람의 능력은 모르는 것이야.

 

 어제까지만 해도 고객 한명과 장장 30분 가까이를 입씨름하며 눈시울을 붉히던 그녀는 내 앞에서 당당하게 웃고 있었다.

 

 “이하연. 너는 내 제일 친한 친구야!”

 

 “나도 마찬가지야!”

 

 “짜식!”

 

 우리는 손을 맞잡으며 춤을 췄다. 하지는 음악의 리듬과는 다른, 어설픈 박자로 스텝을 밟는 나에 맞춰 같이 몸을 흔들며 즐거워했다.

 

 강하지와 있으니 신나는 기분이었다. 시끄럽기만 한 음악도 점차 익숙해질 때였다.

 

 어디선가 감탄사 비슷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와아! 고연호다!”

 

 “고연호? 어디!”

 

 장내가 어수선해졌다. 그 순간 시끄럽던 음악이 삐딱하게 줄어들며 종래에 뚝, 끊겼다

 

 비어있던 DJ석에 어떤 선이 고운 남자가 서있었다. 관능적인 이미지와 약간 표독한 인상이 더욱 섹시함을 부각시키는 남자였다.

 

 ㅡ안녕하세요. 모델 겸 배우 고연호라고 합니다.

 

 하지가 내 귓가로 속삭였다.

 

 “이번에 왕과 왕비에 나오는 고연호 몰라?”

 

 알 턱이 없었다. 나는 티비를 보지 않는 문명의 후퇴를 주도하는 여자였으니까.

 

 “몰라.”

 

 “이번에 한창 주가 오르고 있는 모델 겸 배우야. 잘생김이 흐르지 않냐? 사실 내가 저 사람 보려고 너 오늘 꼬신 거거든.”

 

 이럴 줄 알았어. 아오.

 

 밉지 않게 눈을 세워 흘기자마자 하지가 겸연쩍게 웃었다. 일일 DJ로 나온 고연호의 말이 이어졌다.

 

 ㅡ오늘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인데요. 제가 출연하는 왕과 왕비의 이미지는 싹 벗어버리고 싶어요. 구구절절 긴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고연호!”

 

 “고연호! 고연호!”

 

 ㅡ사극체로 오늘의 흥겨운 분위기를 나타내보고 싶어요. 제가 했던 대사 다들 기억나시죠?

 

 “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고연호가 N자 마이크를 가까이 대고 헛기침을 나타냈다.

 

 그 순간 좌중이 고요해졌다. 그때쯤 고연호는 고개를 푹 숙여 마이크를 하늘로 치켜올리며 소리쳤다.

 

 ㅡ오늘 밤 나의 수청을 들 것이렷다!

 

 “예!”

 

 “오빠!”

 

 ㅡ흔들어!

 

 두웅-!

 

 음악이 시작되었다. 모두들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본분을 잊지 않고 휴대폰 안을 살폈다. 이제 놀 시간은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오, 예스.

 

 고연호는 적당한 템포와 빠르기로 믹싱기를 능숙하게 매만지며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그들의 춤이 더욱 눅진하게 클럽 안을 데웠다.

 

 “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하지가 잠깐 화장실을 갔다 온다며 발걸음을 뗐다.

 

 “같이 가.”

 

 울상이 된 얼굴로 뒤따르려 하자 그녀가 헤실 웃으며 손을 펼쳐 막았다.

 

 “딱 표정 보니까 앞으로 나랑 절대로 클럽 안 올 느낌인데, 오늘이라도 화끈하게 놀아야지 않겠어? 금방 올게, 놀고 있어.”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금세 걸음을 옮겨 사라졌다. 저런 막무가내를 내 어찌하면 좋을꼬.

 

 하지가 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몇몇의 남자들이 자꾸만 내 앞을 기웃거렸다.

 

 “하아. 불나방들이 따로 없네.”

 

 지독한 한숨이 입가를 타고 닳아 없어졌다.

 

 “같이 놀자!”

 

 물론 내가 클럽에 처음 와봐서 아무것도 모르는 얼간이인 것은 인정하지만 이 조무래기들 쯤이야.

 

 “저, 여자 좋아하니까 가주세요!”

 

 내가 니들보다 밥을 50년은 더 먹고 살아온 사람이야.

 

 다행히도 입가를 비틀어 조소를 드러내자마자 그들은 눈치를 보다말고 멀어져갔다.

 

 “아오, 언제 오는 거야.”

 

 오지 않는 하지를 조금 있다 어떻게 때려줄까, 하는 속된 생각에 잠겨있을 때였다.

 

 별 영양가 없는 시선으로 허공을 보며 어설픈 율동들을 내지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저기요.”

 

 고개가 황급히 돌려졌다는 것도.

 

 “예?”

 

 “고연호씨가 그쪽 너무 마음에 든다고 와보라고 하는데요!”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네?”

 

 어느새 고연호가 2층의 VIP실 난간에 두 팔을 괸 채로 나를 보며 유혹적으로 웃고 있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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