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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주인님
작가 : 정블루
작품등록일 :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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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무 성가셔 [1]
작성일 : 17-12-11     조회 : 488     추천 : 0     분량 : 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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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웅-! 둥!

 

 다니엘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2층을 타고 내려가는 그의 귓가로 클럽안의 음악이 날아와 꽂혔다. 강선호가 그 뒤를 따라 묵묵하게 걸을 때였다.

 

 “와, 저기 봐.”

 

 “어디?”

 

 “저기.”

 

 “헐. 대박......”

 

 그는 순식간에 주변의 이목을 받기 시작했다.

 

 여자는 물론이거니와, 남자들조차도 처음 보는 조각 같은 외모의 다니엘에게 시선을 뗄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였다.

 

 어쩌면 그 반응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다니엘의 외모는 색기가 넘쳐흐르다 못해, 그 자체로 유혹의 화신이었으니까.

 

 당연하게도 그는 주변의 시선을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저벅저벅 걸어가 클럽 밖에 주차된 그의 신형 외제세단으로 묵직하게 시선을 옮겼다.

 

 “오셨습니까.”

 

 운전기사인 건호가 그의 앞에 재빨리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어주었다.

 

 아직도 입구에 길게 줄이 늘어선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도 모르는 채 다니엘의 걸음이 튕겨나갔다.

 

 까칠한 눈빛으로 보조석에 올라타자마자 건호가 조심스럽게 차 문을 닫았다. 보조석에 올라탄 강선호를 끝으로 건호가 부드럽게 시동을 걸어 차를 돌렸다.

 

 차창에 손을 괸 채로 여유롭게 다리를 꼬던 다니엘에게 건호가 프론트미러로 그의 모습을 훔치며 슬쩍 물었다.

 

 “어떻게 되셨습니까?”

 

 다니엘이 약간의 조소를 담아내며 웃었다. 그것이 긍정의 의미라는 걸 건호는 모르지 않았다.

 

 “거래 완료.”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무슨.”

 

 “어디로 모실까요?”

 

 “로엔 호텔로 가. 견적 봐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건호가 호텔의 약도를 그리며 미끄러지듯이 부드럽게 차를 돌렸다.

 

 다니엘이 소유한 엘르 호텔은 전 세계의 체인 호텔마다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각 나라의 분위기와 문화, 본질에 맞게 자신들의 로고를 호텔 본관 외부에 박아 넣는 일이었다. 다니엘은 호텔의 매각결정권을 쥐고 계약을 체결해낼 때마다 직접 움직여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디자인적 감각을 호텔의 느낌에 맞게 재구성하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자랑했다.

 

 곧 시내 한가운데에 진입한 차 안에서 다니엘이 무언가 상념에 잠긴 듯이 눈을 창가로 돌렸다.

 

 “웃기는군.”

 

 문득 그 여자가 생각났다.

 

 자신의 앞에 넘어진 걸로도 모자라 수트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이제는 변상까지 해내라며 눈시울을 붉히던 여자를 말이다.

 

 “맛이 간 여자였어.”

 

 살짝 흥미가 동하기는 했었다.

 

 자신의 외모를 보고도 스스럼없이 발끈하며 온갖 표정을 가감 없이 드러낼 줄 알았던 여자를 보는 게 얼마만인지.

 

 그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것이 아주 손쉬운 작업이라 생각하는 남자였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오만함마저도 칭송할 정도로 다니엘의 곁에 다가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다. 더군다나 한번 영업용 미소를 날려주기라도 하는 날에는 사방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그만큼 그의 외모는 사람들의 마음을 강하게 이끌었고, 그런 장점을 다니엘은 충분히 이용할 줄 알았다.

 

 물론, 그 누구도 다니엘의 마음을 얻은 이는 없었지만 말이다.

 

 애초에 사람을 깊이 혐오하는 그였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몰랐다.

 

 붉은 기를 간직한 입술이 아찔하게 피어올랐다.

 

 “......그러고 보니.”

 

 어딘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이 머릿속을 후벼 팠다.

 

 “익숙한 느낌이었어.”

 

 “무엇이 말입니까?”

 

 보조석에 앉아있던 강선호가 뒤를 돌아보며 나직하게 물었다.

 

 “그 여자 말이야.”

 

 하지만 다니엘은 강선호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무언가 깊이 회상하듯이 멍한 얼굴을 자아냈다.

 

 “......그, 여자요?”

 

 “분명 어디선가 봤는데.”

 

 낯익은 느낌이 자꾸만 다니엘에게 그 ‘여자’를 기억하라고 부추겼다. 그랬음에도 도저히 그 여자의 이미지가 가진 퍼즐의 조각은 완성되지 않았다.

 

 기억이 자꾸 건널목을 건너는 그 순간에 멈춰졌다. 그것이 더욱 요상하게 느껴졌다.

 

 입술을 질끈 깨물며 아무것도 대꾸하지 않는 다니엘을 보던 강선호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창밖을 훑던 다니엘의 표정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왜 기억이 안 나지?’

 

 한번 본 사람은 절대로 까먹지 않는 그였다. 죽기 전의 총명했던 머리를 온전히 간직해온 탓이었다. 그런 다니엘이 자꾸만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그녀의 친숙한 이미지를 기억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였다.

 

 ......!

 

 순간 그의 표정이 정지화면처럼 멈춰버렸다.

 

 자신에게 있어서 죽음보다도 더 지독한 기억 속의 여자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강한 부정을 나타냈다.

 

 ‘아니야. 그 여자일 리가 없어.’

 

 생긴 것도, 심지어 눈과 코의 위치를 포함해 입술까지도 달랐다. 그 여자에게는 초콜릿색 반점 또한 없었다. 단지 얼추 비슷했던 점이라고는 그녀가 가진 다소 옅은 갈색의 눈동자가 전부였다.

 

 고작 동양인에게는 얼마 없는 갈색의 눈 때문에 그 여자가 떠오를 리가 없었다. 분명 놓치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악독한 마녀의 이미지를 다니엘은 결코 잊지 못했다. 잠을 잘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었으면 잠깐이라도 잊을 수 있었지만, 죽은 육체로 좀비가 된 다니엘은 잠이 없었기에 1분 1초가 그녀를 끊임없이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런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다니엘은 익히 느끼고 있었다. 수없이 갈고 닦은 끝에 완성된 생활패턴은 언제나 그를 냉철하게 만들었다.

 

 ‘이상해.’

 

 그리고 그는 지금 빈틈없는 이성의 칼날이 싹둑 잘라지는 느낌에 움찔, 고개를 떨었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가는 건물들의 사이를 뚫어져라 노려다보던 다니엘이 문득 입을 열었다.

 

 “건호.”

 

 그의 말에 건호가 프론트미러로 다니엘을 눈짓하며 물었다.

 

 “예.”

 

 길게 뻗은 다니엘의 눈매가 위험하게 이글거렸다.

 

 “차 돌려. 다시 클럽으로 간다.”

 

 “예?”

 

 단 하나의 실마리라도.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어.”

 

 반드시 찾아낸다.

 

 곧, 그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

 

 끼익-!

 

 차가 굉음을 내며 빛의 속도로 주차를 끝마쳤다.

 

 “같이 갈까요?”

 

 강선호가 우람한 어깨를 돌리며 다니엘에게 물었다.

 

 “여기 있어. 얼마 안 걸릴 테니까.”

 

 “알겠습니다.”

 

 다니엘이 덜컥 문을 열어젖히고 나왔다. 그가 다가가자마자 보안요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길을 터주었다. 입구 안으로 빠르게 녹아들었다.

 

 두웅-! 둥!

 

 클럽안의 열기는 여전히 끝을 모르고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다니엘은 그 안으로 들어가 눈을 좁히며 인파가 절정인 사람들의 사이를 뚫었다. 곧, 여자 몇몇이 은근한 웃음을 나타내며 그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성가시게.”

 

 눈썹을 구긴 그가 여자들을 귀찮다는 듯이 떼어내고 클럽 안을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 여자는 땅에라도 꺼졌는지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문득 그의 눈가가 초조하게 변해갔다.

 

 긴 다리가 성큼성큼 목표점을 향해 내지른다. 술에 취해 건들거리며 춤을 추던 남자들의 머리가 다니엘의 단단한 어깨를 맞고 튕겨져 나갔다.

 

 “아악!”

 

 “비켜.”

 

 그들은 발끈해서 무어라 소리치려 했지만 다니엘의 위압적인 포스 앞에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며 다른 위치로 사라졌다.

 

 바삐 걸음을 옮기던 그가, 마침내 아까 전에 여자와 부딪쳤던 장소에 다다랐다. 역시나 VIP룸의 안전을 맡고 있던 몇몇의 보안요원들밖에는 없었다.

 

 그는 결국 정면승부를 택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다니엘이 다가가 첫 번째 VIP실의 문을 부술 듯이 열어 재꼈다.

 

 “이렇게 좋은 날~......아 뭐야?”

 

 남자의 품에 갇힌 채로, 원피스 끈이 흘러내려 상체가 반쯤 벗겨져 벌겋게 흥이 달아오른 여자가 노래를 부르다 말고 문을 연 다니엘을 보고는 당황했다. 그것은 남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 일행이 무단으로 침입한 다니엘을 보며 눈을 부라리고는 입을 뾰족하게 내밀었다.

 

 “뭐야?!”

 

 찾던 목표물이 없다는 것을 직감한 다니엘이 씨익 웃었다.

 

 “하던 거 마저 해.”

 

 문을 쾅 닫은 다니엘 앞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보안요원 두 명이 길을 막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다니엘이 그들 앞에서 피식 웃었다.

 

 귀찮은 잡음을 막을 길은 생각보다 아주 간단했다.

 

 수표 두 장을 꺼낸 다니엘이 그들 앞에 그것을 내밀며 사람 홀릴 듯한 미소를 지어냈다.

 

 “사정 좀 봐주시죠. 집나간 여동생을 찾아야 합니다.”

 

 그들은 다니엘이 주는 수표를 보고 눈짓을 주고받더니, 이내 그것을 받아들어 품속에 갈무리하고는 얄팍하게 웃었다.

 

 “문만 살짝 열어보시고 나와 주세요.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거물이라 저희도 곤란하거든요.”

 

 “알겠습니다.”

 

 짧게 눈짓한 다니엘이 그들을 등진 채로 표정을 굳혀냈다.

 

 두 번째 VIP룸을 열려다 말고 다니엘이 흠칫했다.

 

 “김로하가 있는 곳이고.”

 

 조금 전에 호텔 매각결정권을 받아낸 곳이기도 했다. 고로 이 안에는 없을 것이 확실했다.

 

 세 번째 VIP룸을 벌컥 연 다니엘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곳은 이제 막 자리를 파하고 간 모양인지 아무도 없었다.

 

 이제 마지막이다.

 

 그는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마지막 VIP룸 앞에서 발을 서성였다.

 

 “후우.”

 

 제발 있기를 바랐다. 약간의 확률이 도박일지라도 다니엘은 이곳에 모든 걸 걸어보고 싶어졌다.

 

 턱!

 

 문이 열렸다.

 

 “뭐야?”

 

 “누군데?”

 

 그 순간, 다니엘의 눈 속으로 그들이 빨려 들어왔다.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는 거야!”

 

 남자 세 명이 허둥지둥 앞을 가로막는 것이 보였다. 다니엘은 실망이 역력한 기색으로 미안하단 표시로 고개를 슬쩍 숙이며 문을 닫아내려 했다.

 

 문은 그대로 닫혀졌고.

 

 쾅!

 

 “뭐야?!”

 

 “저 새끼 못 들어오게 막아!”

 

 동시에 열려졌다.

 

 다니엘의 가슴께까지밖에 가리지 못하던 눈높이의 남자 세 명이 당황한 것은 물론이었다.

 

 그의 눈가로 찰나의 순간, 이제 막 발뒤꿈치가 까진 여자가 빨간 구두 한 짝이 벗겨진 채로 어떤 허여멀건한 손에 이끌려 화장실로 질질 끌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마터면 놓쳐버릴 뻔 했던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야! 경호원 불러!”

 

 누군가 룸 안에 비치된 수화기를 집어 들며 다급하게 외쳤다.

 

 “네들 죽고 싶어?! 당장 들어온 새끼 끌어내!”

 

 다니엘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남자들과, 이제 막 강제로 이끌려 화장실로 들어간 그녀의 흔적을 번갈아보며 눈빛을 굳혀냈다.

 

 화장실의 문이 탁,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 순간, 그들을 보던 다니엘의 기세가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돌변하기 시작했다.

 

 “꺼져.”

 

 그가 무심한 얼굴로 들어서고 있었다.

 

 “심장 파먹어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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