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수동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저번에 발생한, 낚시줄 사건의 용의자와 동일한 인물일것이라고
경찰관계자들은 기자회견에서 말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수사인력을 충원하고...'
tv의 세월이 담긴 귀를 긁는 잡음과 함께 또 하나의 선수를 만들었음을 전했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희미한 빛만 새어나오는 단칸방에 피어둔 양초는 방전체를 밝히기에 충분했다.
미동없던 촛불이 요동치고 낡은 철문이 열리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 매번여기 올라올때마다, 땀에 젖지않는 날이없다니까. "
돈도 써본놈이 쓸줄안다고 했던가, 돈에대한 관념이 없는나에게 그의 양복은 꽤나 비싼것임을 겨우 알수있을뿐
어느 메이커인지, 그전에 상표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간음 할수없었다. 양복을 멀끔히 차려입고 누추한 나의 방에
번쩍거리는 구두를 신고들어온 사내는 묵직한 종이 봉투를 내려놓고는 널부러진 잡동사니들을 치우고는 앉을 자리를 만들어 앉았다.
"저말고 한명 더뛰나보던데요."
"너 하나로는 아직 입질이 없잖아."
종이봉투속에서 5만원권 뭉치를 몇개 꺼내놓고는 그는 빈정대기 바빴다.
나는 습관처럼 돈뭉치를 방구석에서 유일하게 멀쩡히 생긴 신형 금고에 넣고는 잠금장치를 걸어잠궜다.
보통 할말만 하고 떠나거나, 전할물건만 건내고 홀연히 사라지는 보통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나의방에 몸을 맡기고는
무언가 뜸들였다.
" 퇴장입니까 ,저 ?"
"반대라고 하면되나, 재입장이다."
"더블로 뛰면 이도저도 안될수있는데요."
"저놈 이미죽었어."
그는 그렇게 말이 끝나자 마자 붉은 피를 머금은듯한 붉으스름한 낚시줄뭉치를 내앞에 툭하고는 던져놨다.
낚시줄은 분명 여러사람의 혈액을 머금은듯 여기저기가 얼룩덜룩하게 물들어있었다.
"구원투수는 어떠냐?"
"제가 판짠도 아니고,갑자기 이런식으로.."
더이상 불평은 할수없었다. 이세상에서 살인자들이 두려워하는 사람이 몇이나될까.
자신을 잡을까봐 도망다니는 경찰? 나의 실체를 알고서는 마음아파할 부모님? 아니면 또다른살인자?
적어도 우리 선수들속에서는 양복쟁이들일것이다. 선수가 선수를 죽이는 일도 빈번한 이곳에서 갑의 의뢰에
을은 절대적으로 복종해야한다.
돈을받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뤄주고 , 대가가 마음에들지않는다고 돈을받지않고 일에서 손을떼는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 사실을 나에게 다시한번 상기시켜주고싶어서 일까, 남자는 말없이 차갑게 나를 지켜보고는 내가 말을 멈춘것을 느끼고는 다시 멋쩍게 웃으면서 돈뭉치 몇개를 더 내려놓았다.
"그럼 등판 하시는걸로 하고, 첫볼은 언제 던지실건가?"
다시한번 선수임을 자각한 나는 억지웃음을 짓고는 돈뭉치를 받아 금고에 넣으며 대답한다.
" 저녁먹고 나가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