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알콩달콩 러브코미디의 시작?!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뭔가에 맞은 듯, 머리가 좀 아팠다.
만져보니, 혹이 나있었다.
“으, 으, 뭔 일이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눈을 떠보니, 내 눈앞에는 한하가 있었다.
“어휴, 어제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진 거를 기역 못하시네, 우리 남. 친. 님”
아 맞다, 어제 고백했었지.
“어, 그레, 어, 맞아, 어, 뭐였지.”
"어휴.. 원나 참나 원, 빨리 나와 아침 먹자.”
와 한하가 아침을 다하다니.. 꿈인가?
나는 기역을 되짚어 보았다.
어제, 같이 별을 보면서 고백을 하였고, 안았고, 키스했고, 그리고 집으로 들어가서..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우리 남자친구! 빨리 나와!”
“알았어!”
나는 빠르게 뛰쳐나왔다.
애들 표정이 참.. 가관이었다.
“오빠, 뭐 하신 거예요? 어젯밤에.”
“오, 오빠, 왜 이런 상황이.. 되는 거예요?"
“아니, 분명 어제 언니가 오빠를 덮첬을 거야.”
그리고 사후는 처맞았다, 수리에게.
아마 처음으로 사후가 헛소리를 끝까지 한 거였을 거야..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
세 어린이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내, 내가 고백했어.”
순간 애들은 동심파괴라도 된 것 같은 눈을 하였다.
“총기 성애자인 오빠를.. 이거는 언니가 분명 어떻게 한 게 분명해.”
가장 먼저 수리가 말하였고,
“오, 오빠가.. 으앙!!”
글자는 울었고.
“아니, 이거는 분명 언니가 덮치고 나서.. 으악!”
사후는 또 수리에게 맞고.
“뭐, 어때, 결국은 우리 둘은 커플로 승낙되었습니다! 그렇지요~ 남친님~”
한하가 팔짱을 끼며 왔다, 왜 갑자기 메가 데레 된거여..
“그, 그레, 근데 남친님이라 부를 거면 그냥 여보라 불러라..”
그렇게 말하자 한하는 나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럴까? 여. 보?”
그리고서는 싱긋 웃었다. 어제 본 그 웃음이었다.
정말, 저 웃음은 어떻게 봐도 사랑스러웠다.
여자친구 하나는 정말 잘 둔 거 같았다.
“그레, 결국 메가데레 표현할 거면 여보가 낮겠다.”
“누, 누가 메가데레 라는 거야!”
결국 성을 내는 우리 여자친구님.
“그, 그래도, 나는 우리 민제가 좋으니까..”
그러면서, 팔짱을 끼고, 내 어깨에다가 슬쩍 기대었다.
물컹, 신경 쓰지도 않았던 물건이 나에게 닿으면서 느낌이 왔다.
한하의 머리가 내 어깨에 닿았다.
그레,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자, 그럼, 일하러 가자, 우리 꼬맹이들!”
그러면서 애들 쪽으로 돌아보았는데, 애들은 완전패품찌그레기를 보는 듯하였다.
한하가 신경 안 써서 다행이지, 신경 썼으면.. 으..
일단은 나는 한하랑 쓰레기를 보는 눈으로 보는 꼬맹이 셋을 주렁주렁 매달고 일터로 나갔다.
“항상 그렇듯이, 완전군장 하였나, 제군들.”
가기 전에 한 번씩 확인을 하였다.
“응.”
“네, 넷!‘
“당연하지~ 오늘 전장은 이 사후만 믿으라..”
사후는 왜 맨날 수리한테 맞는 걸까.
그리고 옆을 돌아보았다.
한하는 어제 선물한 StG44를 매고, 나를 바라보고 싱긋 웃으며 말하였다.
“저도 완전군장입니다, 남편님!”
“제, 제발.. 쪽팔리니까 밖에서는 하지 말자..”
한하는 내 팔을 잡으며 말하였다.
“뭐, 어때, 전쟁터에서도 여자친구 자랑하는 거야, 이렇게 이쁜 여자친구가 어디에 있냐?”
그렇기는 해도..
“아무리 내 여친이 사랑스럽다고 해도, 전쟁터에서 그러면 북한군이든, 남한군이든, 총 맞을 기세야..”
다른 거는 몰라도 목숨이 위험하다고.
“그리고, 커플 총기 면 된 거 아니야? 내가 이 총 찾으려고 얼마나 헤맸는데. 하나는 여자친구 주려고 하나 더 찾은 거라고.”
“쳇, 여자친구한테까지 총기 선물이야, 이러다가 백일, 1년 선물도 총기가 되는 거 아니야?”
입술을 삐죽 내밀 고서는 나에게 항의하였다.
“뭐, 전쟁터에서 가장 티 안 나고,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고 다닐 수 있는 커플 품목이라 생각하는데?”
“그런다?”
다시 원상 복귀다.
이제 애들 눈 보는 게 무서운데..
역시 패품찌끄레기를 보는 거 같았다.
“자, 자 일하러 가자고, 아직 가지지 못한 총기가 많단 말이야.”
세 명 다 '쳇‘하고 말하였다. 결국은 또 흑 역사를 만든 거 같았다.
오랜만이라 해야 하나, 하루밖에 안됐는데 말이다.
오늘도 시체는 넘쳐났고, 무기도 넘쳐났다.
탄약보급이 잘 안 된 병사들이 있기에 식량 조금하고 탄약하고 바꾸기도 하였다.
어차피 별로 구할 총도 없었고, 좀 일찍 들어갔다.
“하, 할 일도 없는데, 읍내나 갈까?”
“읍내?”
다시 우리 꼬맹이 셋의 눈빛이 달라졌다.
여기가 최전방 산골이라 읍내라 하면 정말 대단한 곳이다.
“그레, 읍내 라면은..”
누군가는 염장질을 하는 계획을 꾸미는 거 같다.
“저기, 한하야?”
“까, 깜짝아!”
집중했나, 그러면 안 되는데.
“그.. 읍내에서는 염장질 해도 돼, 괜찮을 거야."
“그레?”
우리 또맹이들처럼 눈빛이 달라졌다.
뭐 그럴 수 있지.
“자, 그럼, 읍내로 가자, 지프에 타라!”
“넷!”
네 명은 동시에 말하였다.
읍내에 도착하였다.
어차피 식량을 구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4인분을 채우기는 힘들었다.
평생 안 떨어질 거 같은 전투식량이 바닥이 나고 있었다.
결국 식량문제로 읍내로 가야 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사야 했다.
예를 들어서, 발전기라든가, 아님 타이어 라든가.
타이어는 없을 거 같았다, 지금 같은 때 타이어가 있을 리가, 자동차도 보기 힘든데.
뭐 나는 지프만 2대, 트럭 한 대, 탱크 두 대, 승용차 한 대. 이렇게 있기는 하니까 말이다.
그런 걸 보면 나는 부자인 거 같았다.
부모님께 지프나 한 대 드릴까.
나는 읍내나 둘러보며, 그런 생각을 하였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경재가 붕괴되고, 정부는 전투에만 신경 쓰고 있으나.
나는 그런 것도 나쁘지는 않게 보고 있다.
어차피 나는 전쟁터에서 먹고사는 사람이고, 내 사람들이나 잘 지내면 되는 거지.
나와 한하랑, 수리와, 사후랑, 글자와 같이, 알콩달콩 잘 살면 되는 거지.
그러면 되는 거지.
나랑 염장질 척척한다는 한하도 쇼핑에 빠져버린 거 같았다.
애들도 완전 쇼핑에 빠졌고.
나는 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기, 민제야, 민제야, 남편님!”
정신을 팔고 있으니, 한하가 소리치는 것도 안 들렸다.
“어, 뭐, 문제 있어?”
“이거 어때?”
한하는 고양이 귀 머리띠를 하고서는 나를 보고 물었다.
너무 귀여워서 안아버렸다.
한하도 깜짝 놀랐는지, 순간 힘이 들어간 게 느껴졌다.
나는 한하의 귀에다가 대로 말하였다.
"귀, 귀여워.“
한하는 픽 웃으며 귓속말로 말하였다.
“그렇게 행동하는 네가 더 귀여워요, 남편님.”
이렇니까, 진짜 부부 같잖아.
결국에는 사기로 하였다.
“이거 얼마에요?”
“탄약 5개.”
“네? 잠만, 탄약이오?"
“그레, 탄약, 없으면 담배.”
“자, 잠시만요.”
한반도의 경제가 정말로 붕괴되었구나.
일단 그런 생각을 제쳐두고서는, 지갑을 넣고, 가방에서 예비용 총인, K-1A에 탄창에서 탄약 2개를 꺼냈다
“아줌마, 탄약 두 개는 안돼요?"
“흠.. 3개.”
“2개.”
“3개.”
“2개.”
신경전이 벌어졌다.
갑자기, 옆에서 머리띠나 구경하던 애들도, 여기로 와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쁜 아내를 둔 청년이, 좀 양보 좀 하세.”
옆에서 한하의 볼이 빨개지는 걸 느꼈다.
젠장, 한하를 가지고 이렇게!
“아줌마야말로, 이렇게 많은 머리띠를 가지고,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건 상인 아닌가요? 그것하고 군인만이 유일한 직업인 걸로 알고.”
물론 나 같은 특이 케이스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볼 때는 목숨 내놓고 다니는 거지, 한때는 나도 그랬고, 전투가 일어나는 곳에서도 노획을 하고 그랬지..
일단 다 제쳐두고, 나는 이 협상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싸고 좋은 걸 선물하고 싶은 거는 남자친구의 마음 아닌가요?”
논리적으로..는 아니지만, 일단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한 논리가 맞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그, 그레, 탄약 두 개.”
“좋아요.”
그렇게 성공하였다.
“오빠, 굿 잡. 이것도 사줘.”
“오빠.. 글자도 이거..”
“사후에게는 이런 게 어울리는 법이지, 하나 사줘.”
우리 꼬맹이들이 이렇게 애원하였다.
젠장.. 오랜만에 나왔으니 안 사주면, 나중에 뭐라 뭐라 까일게 뻔하고.
“그, 그럼 아줌마, 진부해서 탄약 10개로 할게요."
“그레.”
나는 다시 가방에서 K-1A를 꺼내서 탄약 8개를 더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레, 둘이 금실 좋아 보이던데, 잘 돼보라고~"
결국에는 나에게 한 움큼 뜯은 아줌마는 기분 좋게 우리를 놀렸다.
“네, 감사합니다~”
이걸 또 듣고 기분 좋아하는 우리 한하씨..
“에헤헤, 들었지? 우리 둘은 사이좋은 부부로 보이나 봐..”
“당연하지, 네가 나를 남편님이라 부르는데.”
“그런가.”
그렇지, 그럼 다른 이유가 있나..
왜 이렇게 메가데레 가 된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것도 좋았다.
단지, 우리 애들의 눈빛이 무서워서 그렇지..
“자, 얘들아, 날 어두워진다, 빨리 생필품 사서 집에 가자.”
결국에는 가는 곳마다 부부로 오해받고, 그것 때문에 우리 애들 눈총 받고.
힘들었다.
아직은 부부 아니라고! 아직은 커플이라고! 이성교재라고!
이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나는 외칠 수 없었다.
..한하가 기분이 너무 좋아 보여서 말이다.
하, 결국에는 그렇게 전투하는 것보다 기 빨려서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집에서는 그냥 대충 전투식량이나 먹고, 책이나 읽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한하가 딱 앉더니 나에게 오라고 손짓하였다.
나는 가더니, 한하가 자기가 양반다리 하고 앉은 무름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자, 여기 누어봐, 내가 귀 파줄게.”
진도 보소.. 빠르다..
“우리 진도 너무 빠른 거 아니냐.. 이 정도일 수는 몰랐다.”
아트로 만에 여기까지 나가다니.. 이거는 결혼하고 나서 하는 거 아닌가.
“이미 연애 단계는 다 끝났거든요! 이제 결혼 단계까지 가야지! 고백에 총을 선물해준 이 남친아, 네가 그렇게 연애를 모르니까 고 백날에 연애 단계 진도는 다 끝 네고, 그러니까 이제 진도는 내가 리드하려 그런다.”
나는 고백에 총기를 선물해준 거는 엄청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는데.. 흔하지도 않은 거고.
“그, 그래..”
그래도 나는 순순히 다리를 베고 누었다.
전쟁터에서 구른, 병사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 푹신함, 너무나도 신기했다.
“한하야, 우리 전쟁 끝나면 뭐하고 살까?”
나는 갑자기 궁금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뭐, 이렇고 살겠지, 언제나 알콩달콩 하게, 근데 이 상황으로 봐서는 우리가 20살이 될 때까지, 전쟁은 안 끝날 거 같은데?”
“그러면 우리는 징집돼 죽을 텐데.”
"안돼! 그럴 수는 없어!”
귀에서 귀이개를 빼고서는 팔을 휘두르며 말하였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픽, 하고 웃었다.
“농담이야, 내가 너희들을 지켜줄 거야.”
“에잇! 심장 떨어지는 농담에 벌이다!”
“아얏! 세게 파지 마! 귀에서 피 난다!”
나는 옛날부터 귀가 약했단 말이야!
그렇게 오른쪽 귀를 파는 것이 끝났다.
“당최 어떡해 이 귀로 들리기는 하는 거야? 이렇게나 많이 나왔어.”
자기가 파낸 귀지를 보여주며, 나에게 항의를 한다.
“내가 언제 파고 사냐, 나는 원래 귀지를 파고사는 사람은 아니라고, 그리고 귀지 있어도 들리는 거는 아무 문제없어.”
“흥, 아내로서 남편의 귀가 더러운 거는 볼 수 없어. 반대쪽으로 누워.”
아직 우리 그런 사이 아닌데.
속으로 항의하며 나는 반대로 누었다.
바스락, 바스락. 귀 파는 소리가 마치 ASMR 같았다.
“왼쪽은 좀 낳은데, 여기는 끝.”
나는 반쯤 졸린 채로 일어났다.
“그러냐, 고마워.”
나는 그러면서 침대로 갔다.
“쳇, 남편은 총기만 좋아해, 여자친구한테는 감정이 없어.”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나는 한하의 부풀어 오른 볼을 누르며 말하였다.
“뭐야, 오늘은 같이 자고 싶다는 말이야?”
갑자기 한하의 볼이 빨개지면서, 부끄럽다는 듯이 말하였다.
“... 응”
순간 욕이 나올뻔하였다.
“애들 있어.”
“으...”
뭐에 맞은 거 같이, 얼굴을 찌푸렸다.
가는 한하의 귀에다 데고, 귓속말로 말하였다.
“귀여워.”
그 말에 한하는 나를 껴안으며, 침대 위로 넘어졌다.
흔히 보는 자세는 아닌, 그런 자세가 되어버렸다.
“한, 한하야, 이러면 안 돼. 애들이 있잖아.”
“그럼 애들이 있으면 귀도 파면 안되지. 아니야?”
그런가.
“잠만, 애들은 어디 있어?”
“애들은 사격한다고 나갔어, 지금쯤 돌아올 때가 됐는데."
방금의 그 자세는 풀렸다.
“한하야, 이렇면 안 돼, 지금 우리는 연애 중이지, 부부가 아니잖아."
물론 한하가 나에게 남편이라니, 여보라니, 이런 식으로 부르기는 하지만.
“아직은 결혼이 아니야.”
그 말에, 한하는 울 것 같은 표정을 하며.
“그럼, 나하고 결혼 안 할 거야?”
“아, 아니 그런 거는 아니고.”
“하루 만에 진도 다나 간 사람이 뭐래.”
그렇기는 했지만.. “내, 내가 말하는 거는, 단지 지금은 아니다, 이런 뜻이야.”
그리고서는 한하에게 다가가서 말하였다.
“난, 네가 좋고, 언제까지나 사랑할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나는 잠시 텀을 두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이제 나머지 진도를 다나 가자.”
나는 싱긋, 웃으며 말하였다.
“하루 만에 진도를 다나가 버려서,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한하는 정말, 울 것 같았다.
그리고서는, 나에게 안기며,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정말로, 사랑할 수밖에 없어.”
나는 그런 것에, 다시 말하였다.
“너야말로, 사랑할 수밖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