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안에서 한 남자가 작은 소파에 앉아 고민하고 있었다.
“얘야, 이리 와보렴.”
아무리 깊이 고뇌에 잠겨 있어도 의미가 없는지, 남자는 옆에 의자에 앉아, 제목 모를 책을 읽고 있는 여자를 부른다. 아니, 여자라는 표현보다는 소녀, 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릴 것 같다. 소녀는 자신을 부른 남자에게 다간다.
“이번엔 뭐야? 또, 무언가 문제가 있어?”
“문제야 항상 차고 넘치지. 하지만, 이번엔 네 도움이 조금 필요할 것 같구나.”
“또, ‘도구’가 필요해?”
“그 아이는 너무 마음이 약한 것 같구나. 차라리 잘됐어. 잘 보살펴야할 아이야. 이런 험한 곳에 들어오게 할 순 없지. 너도 아직 제대로 된 지시는 받은 적 없지? 좋아, 임무다.”
“나 말고도 ‘도구’가 더 필요 하다니, 장난감에 싫증내는 어린애도 아니고.”
소녀의 귀여운 투정에 그는 소녀를 끌어 당겨 안아 주더니, 웃으며 말한다.
“너는 어린애를 좋아했지. 괜찮아, 다른 ‘도구’가 생겨도 너랑 그 아이만은 곁에 둘 태니. 그러니 그동안은 그 아이를 부탁한다."
소녀는 대답하지 않는 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자신을 안고 있는 이 남자가 ‘역겹다’라고. 자상해보여도 그가 끊임없이 남을 해쳐온 사람임을, 소녀는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