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장 신호
“뭐지? 쟤 갑자기.”
“그러게, 어디 안 좋나? 입 막고 뛰어가던데.”
“토하러 화장실 간 거면 내가 가볼까?
하 준이 갑자기 나가자 세정과 가연은 의구심을 표출했다. 같이 온 승우는 하 준이 이상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 와서 저런다는 건데. 설마 내 표정을 보고 내 뜻을 안 건가? 혹시나 하고 한 번 차갑게 표정을 바꾸었다. 하 준에게는 어떻게 전해졌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낸 신호는,
어? 잠깐 승우 저 녀석 눈빛이 왜 저래? 가연의 향한 눈빛이 심상치 않다. 뭐야. 안 돼, 정신 차려. 저 얘는 저들은, 우리 눈앞에 있는 여자들은 네 생각 밖의 존재일지 몰라.
8장 낙관론
아까는 심각한 구역질로 병실을 뛰쳐나와 화장실로가 구토하려 했다. 하지만 단순한 울렁거림이었는지 이무 것도 토해내지 못한 채 화장실을 나왔다. 그녀들을 볼 의지가 전혀 생기지 않아 혼자 병원을 나와 승우에게 전화해 먼저 돌아가겠다고 전했다.
당연하게도 내 상태를 물었고 휴대전화 너머로 내 상대를 걱정하는 듯 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세한건 이야기하지 못한 채 현준에게 전화를 넘겨달라고 부탁했다.
“어때? 괜찮아?”
“어, 좀 나아지긴 했어. 그런데 아까”
“빨리 집에 가서 쉬어. 어차피 내일부터는 연휴잖아.”
현준은 갑자기 내말을 잘랐다. 오늘이 5월4일 목요일이라 내일부터 사흘 동안 연휴인건 한국인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응, 알겠어. 너도 몸조리 잘해. 내일 아침에 한번 갈게.”
“어, 그래 내일봐.”
통화를 종료하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숨을 내쉬고 걸음을 옮겼다.
그녀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현준은 무엇을 알게 된 거지? 그저 답답하다. 어찌 되던 운이 안 좋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왠지 앞으로 더 이상해질 것 같아.’
이미 두 달간 엄청 이상했다. 동급생이 죽고 자살이라는 소문이 돌고 갑자기 동창한테 자신이 죽은 친 오빠를 닮았다는 말을 듣고 미스터리한 전학생이 오고 친한 친구는 오토바이가 치고 가버리고 거기다 그냥 덜렁이라 생각한 동급생도 전학생 못지않게 갑자기 이상하게 느껴지고, 세상에 이런 중학생이 또 있을까. 만약 이것이 인간이 말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운명이라도 되는 걸까?
원래 나는 인간의 운명 따위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앞길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왜인지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빌어먹을,’
어디부터 꼬인 거지? 어떻게 풀지? 이제 겨우 두 달이다. 앞으로 여덟, 아홉 달은 있어야 이번 학년이 끝난다.
‘아 맞다.’
그래. 나는 이제 1학년이다. 새삼스럽다. 왠지 3년간 받을 충격을 벌써 다 받은 기분이다.
‘벌써 이러면 안 되는 데.’
앞으로 더 힘들 일도 많을 것이다. 2년 반이 넘는 시간, 그래도 지금보다는 괜찮겠지?
왠지 나도 모르게 낙관론자(사물이나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는 낙관론의 사람)가 된 기분이다. 원래
나는 비관론자(사물이나 일을 부정적으로 받아드리는 비관론의 사람, 낙관론자의 반대)아니었나? 하긴 강, 산도 시간만 있으면 변한다고 하지 않는가. 사람도 변하는 거다.
제법 어른스러운 생각을 마치고 팔을 위로 쭉 뻗어 기지개를 펴 보았다.
이마를 손으로 문지르며 피식 웃었다. 몸이 한결 가벼워 졌다. 요즘 들어 감정기복이 자주 있는 것 같다. 모르겠다. 그래도 왠지 이 기분은 오래 갔으면 한다. 그래봐야 몇 시간 후면 다시 바뀔 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