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소년소녀
작가 : 레슨
작품등록일 : 201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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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장 계약, 12.0장 그녀들의 이야기
작성일 : 17-12-09     조회 : 341     추천 : 0     분량 :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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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5장 계약

 

 오후 9시 50분, 하 준에게 문자가 왔다. 그녀들이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간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는 내용이다. 혼자 사는 하 준의 집에 그녀들이라. 내일은 토요일인데, 내일까지 있겠다는 소린가. 아마 지금은 따로 있겠지. 그렇다면 기회는 지금 뿐이겠다.

 침대에서 일어나 목발을 짚은 채 병실 밖으로 나왔다. 복도 안 쪽, 보호자들이 주로 통화하기 위해 가는 통로 끝으로 갔다. 주변이 내려다보이는 창문 앞에는 아무도 없다. 창문으로 밖을 내려다보며 전화를 걸었다. 착신 음이 여섯 번 들린 뒤,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오, 어때 생각해 봤어?”

 “생각하고 자시고 그건 너무 믿기 어려운 제안이잖아.”

 “흠, 하긴 그렇지. 우린 이렇게나 어리니까.”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줘.”

 “오케이. 시간이야 얼마든지 줄 수 있어. 그런데 지금 전화한 용건은 그게 다야?”

 “아니, 다른 이야기가 있는데.”

 “뭔데?”

 난 옆에 있는 의자에 앉은 뒤 말을 이었다.

 “왜 그 녀석한테 간 거야?”

 “그 녀석? 아, 이미 들었구나. 우리가 온 거.”

 “이유부터 말해.”

 “역시 넌 차가워. 조금은 부드럽게 대해줘.”

 “입 닥쳐.”

 “흐음.”

 “빨리 좀 말하지 그래.”

 “생각이 바뀌었어.”

 “뭐라고?”

 “그럼 안녕히.”

 “야, 야.”

 그렇게 전화가 끊어졌다. 의문을 풀려다, 영문 모를 의문점이 더 생겨 버렸다.

 “재미없게 시리.”창밖으로 보이는 도로 위의 차들이 눈에 새겨진다. 날 다치게 만든 놈은 지금도 오토바이를 탄 채 어딘가의 도로를 달리고 있을 수도 있겠다. 옆에 세워둔 목발을 집어 들고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이번엔 목발을 짚지 않아도 될 것 같았지만 보는 눈도 있고 다리에 무리가 갈지 모르니 다시 목발을 사용했다. 다리뼈가 많이 부러졌다는 의사의 말과 달리 사고 후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통증이나 문제는 나타나지 않는다.

 문득 오토바이 운전자가 생각났다. 왜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는 녹색이었고 운전자 신호는 적색이었다. 오류가 있었다면 둘 다 녹색이었을 수도 있지만 부딪치기 전 갑자기 그가 달려와서 분명 고개를 돌려 운전자 신호가 적색임을 확인 했다. 그런데 왜 그는 갑자기 달려 나왔을까?

 

 12.0장 그녀들의 이야기

 

 “그런 식으로 해서 제대로 찾을 수 있겠어? ‘그’가 조금 실망할 것 같은 데.”

 “무슨 소리. 나는 이렇게 ‘그’를 위해 노력하는데.”

 “그렇긴 하지. 그런데 왜 하필 그녀석이 표적이야? 그놈 근처에도 좋은 녀석이 있잖아. 우리 근처이기도 하고.”

 “그 녀석은 아직 살짝 약해.”

 “그놈이 나이에 비해 쓸데없이 강한 게 아니고?”

 “맞지. 하지만 쓸데없진 않아. 내가 그놈을 쓸데가 있으니까.”

 “오호.”

 “그런데 내일은 어쩔 생각?”

 “일단 저 녀석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줘야지.”

 “아까 한 이야기 믿고 있을 까?”

 “사실은 사실이니까. 완전한 거짓보다는 잘 통하겠지.”

 그때 하 준이 방에서 나왔다. 자기 전에 씻으려고 나 온 거겠지. 우릴 보는 녀석의 눈이 왠지 어린 아이의 순수한 눈 같기도 하고, 늙고 지혜로운 노인의 눈 같기도 하다.

 이유 모를 감정이 든다. 그래, ‘불안하다’라는 감정이다. 저 녀석은 좋은 사람이 될 것 같지만 아직 ‘깨어나지 않은 존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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