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는 침대에 앉아 무릎을 감싸 안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산등성이가 입을 벌려 태양을 집어삼키자 태양의 활주로를 따라 샛노란 주자가 배턴을 이어받았다.
‘내일이 오면, 정말 승빈이라는 사람과 그 친구와 만나게 되는 구나.’
연화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연화의 머리카락이 목선을 타고 사르르 흘러내렸다.
‘괜한 말을 한 걸까?’
별들이 뾰족한 가시를 내보이며 하늘을 콕콕 찔러대자 하늘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연화는 눈꺼풀을 반쯤 내리감고 하늘을 보며 자신도 모르는 새 중얼거렸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라지 않아도 해는 지고 하루는 간다. 어느새 잠이 들어버린 연화의 머리맡에 달빛이 한 줌 환하게 내리 쬐이고 있었다.
::8
드디어 나래와 승빈, 그리고 연화와 유한이 만나기로 한 날이 밝아왔다.
하늘이 그들의 만남을 축복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미세먼지가 걷힌 하늘은 여느 날보다도 맑았고, 환한 햇살이 대지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하늘은 높고 과실은 익어가니 더할 나위 없는 이 계절에, 연화는 찌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오늘, 이 티 없이 맑은 날씨는 연화의 기분에 악영향을 끼치는 데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라리 비나 쏟아지지….’
반갑게 인사하는 햇볕을 확인한 연화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버렸다. 자신의 갑갑한 속도 모르고 밑도 끝도 없이 화창한 하늘이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사실 연화는 유한과의 만남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와 만나겠다고 망설이다 승낙은 했으나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선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렇기에 연화는 지금 누워있는 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거울에 비친 자신을,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 내심 두려웠다.
현실을 피하고 싶었다.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연화는 일찍 일어나놓고도 일부러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 깨고 나서도 같은 일을 반복했다.
자고 자고 또 자서 머리가 아플 정도가 돼서야 연화는 깨어났다. 깨어나고서도 이불 속에서 다시 한참을 뒤척였다. 마치 하기 싫은 일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늑장을 마음껏 부렸다.
‘몇 시지….’
연화는 베개에 등을 기대고 스마트폰 홈버튼을 눌렀다. 지금은 한시, 평소에 일어나는 것보다 훨씬 늦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늦잠 자본 것도 처음이네….’
연화가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하고 간단하게 비빔밥을 먹은 뒤, 양치를 마치고 곧바로 입을 옷을 골랐다.
‘아무 옷이나 입어야지….’
어차피 평생 볼 사이도 아닌 사람이었다. 사랑만 얻으면 헤어질 사이였다. 꼭 잘 보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피부로 와 닿지 않는 현실감에 연화는 대충, 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막상 옷장 앞으로 간 연화는 아무 옷이나 입으려던 생각을 버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분명 아무 옷이나 골랐는데, 이 옷보다는 저 옷이, 저 옷보다는 그 다음 옷이 나아 보였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유한과는 만나기 싫은데, 누군가가 그녀를 봐주길 바라는 것일까? 자신의 속마음을 연화도 알 수 없었다.
‘어느 옷을 입을까?’
연화는 무려 한 시간 동안이나 옷장 앞을 서성였다. 물론 이종족이 옷을 고르는 방법은 인간의 그것과는 다르다. 연화는 능력을 사용해 최대한 많은 옷들을 꺼내놓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집어내는 방식으로 옷을 골랐다.
연화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옷을 대어보았다. 니트 블라우스도 가져다 입어보고, 올이 조금씩 풀려있는 청바지도 눈대중으로 어울리는지 살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띄는 옷은 찾을 수 없었다.
“하아….”
옷을 고르기 시작한지 한 시간 삼십 분이 넘어갈 즈음, 연화는 제 풀에 지쳐서 침대 위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상해. 이전까지만 해도 옷을 골라 입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는데, 어째서 오늘은 이렇게 쉽게 옷이 골라지지 않고, 뭘 입어도 부족하게만 느껴질까?’
연화는 가볍게 두근거리는 심장에 손을 얹어 보았다. 알 수 없는 마음이 속에서부터 문을 두드렸다.
‘아냐, 정신 차려 연화야. 이러고 있으면 안 돼.’
침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던 연화가 일어나서 자신의 뺨을 두어 번 가볍게 두드렸다.
연화는 열심히 옷을 골라보기도 하고, 머리장식을 이것저것 꽂아보는 등 어영부영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래와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다.
탁상 위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흰색 셔츠를 대어보던 연화는 거울에 눈을 고정한 채 손을 더듬어 스마트폰을 잡아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연화는 여보세요, 하고 반사적으로 물어보았다.
“연화야, 너 어디야? 나 너희 집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전화를 건 사람이 나래라는 걸 알게 된 연화는 어쩐지 맘이 놓여 저도 몰래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래야, 우리 집으로 와. 내가 옷을 못 골라서 그러는데 네가 골라주었으면 좋겠어.”
“응, 알았어. 근데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어? 혹시 오늘 만날 남자 땜에 그런 거야…? 그런 거라면 아무런 걱정 마~ 내가 도와줄게! 나 얼른 갈게!”
연화가 대답도 하기 전에 전화는 이미 끊겨있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에 옮기는 것이 나래의 스타일이었다.
‘역시나 당찬 성격은 여전하구나.’
연화는 배시시 웃어보였다. 나래의 긍정적인 성격을 진심으로 본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
초인종 소리가 들려오자 연화는 인터폰을 확인했다. 밖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나래의 모습을 확인한 연화가 문을 열어 주었다.
“연화야~ 나 왔어! 많이 기다렸지?”
나래는 한껏 들뜬 표정으로 연화의 집에 들어왔다.
“아니야, 많이 안 기다렸어. 일단 들어와.”
연화가 조심스레 손짓하자 나래가 얼른 집으로 들어온 후 문을 닫았다. 잘 기름칠 된 문이 부드럽게 닫히자 나래는 신발을 벗고 마루에 발을 디뎠다.
연화는 친구를 방 안으로 안내했다. 두 사람은 함께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의연한척 하려 노력했지만, 연화의 얼굴에는 아직도 우울한 빛이 걷히지 않은 채였다.
“연화야, 너 괜찮아? 왜 그래?”
나래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연화는 자신을 위로해주려 하는 나래를 보며 억지로 입 꼬리를 올려 미소 지었다.
“아니야, 괜찮아. 옷이 안 골라져서 그래. 너에게 내가 입고 갈 옷을 골라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부른 거야.”
“아,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다~ 어쩐지 들어올 때부터 옷이 한 가득이나 쌓여있더라니! 내가 얼른 골라줄게. 너도 알다시피 내 안목이 보통이 아니잖니?”
나래는 옷장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본 것은 한 무더기로 쌓인 옷더미였다.
‘세상에. 이게 다 뭐래!’
나래는 옷더미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산처럼 쌓인 옷들에서 연화의 고뇌가 전해져왔다.
‘연화가 고민을 많이 했구나. 좋았어. 나도 더 힘내서 연화 옷을 골라줘야지!’
나래가 열심히 옷을 골라내는 사이, 의자에 앉아 발을 동당거리던 연화의 시선이 나래가 입은 옷에 멎었다.
노란색 꽃으로 포인트를 준 하얀색 치마를 바탕으로 연노란 블라우스가 하늘하늘 흔들렸다. 무릎까지 오는 얇은 코트는 유난히 더운 오늘 날씨에 딱 알맞은 두께였다. 어깨에 닿을락 말락한 연갈색의 머리카락이 나래의 매력을 한층 돋구어주었다.
‘나래, 오늘 옷 잘 입었다.’
연화는 속으로 나래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 하였던가. 나래를 보는 연화의 눈동자는 어느새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나래는 그러한 변화는 까맣게 모르고 연화에게 어울리는 옷 찾기에만 온 신경을 기울였다.
“이거랑 이거! 어때, 연화야?”
십 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나래가 연화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아냈다. 나래가 골라낸 옷은 청재킷과 하얀 바탕에 분홍색으로 글씨를 넣어 포인트를 준 티셔츠, 무릎까지 오는 연분홍색 스커트였다. 나래가 고른 코디를 본 연화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내가 찾았을 땐 왜 저런 코디가 나오지 않는 거야.’
고마운 마음과 살짝 속상한 마음이 뒤섞인 애매한 표정으로 연화는 나래가 주는 옷을 받아들었다. 나래는 옷장이 있는 방으로 연화를 떠밀었다.
“자, 빨리 입고 와야겠다. 벌써 3시 5분이야.”
나래가 가볍게 연화의 등을 밀었다. 연화는 아무 말 없이 방에 들어가 분주한 손길로 옷을 갈아입었다. 5분이 지난 후, 옷을 다 갈아입은 연화가 쭈뼛쭈뼛 방 밖으로 나왔다.
“어디보자.”
옷을 갈아입은 연화를 넋을 놓고 바라보던 나래가 마침내 탄성을 내질렀다.
“어머, 연화야! 너 진짜 예쁘다. 옷을 꼭 맞춰 입은 것 같은 걸?”
나래의 감탄이 뭐가 그리 어색한지, 연화는 볼을 붉힌 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았다 풀기를 반복했다. 새색시처럼 수줍은 표정으로 스커트도 이리저리 잡아당기며 살펴보았다.
“연화야, 시간도 남았으니까 내가 화장 시켜줄게. 그리고 머리도 땋는 게 예쁘겠다. 자, 따라와!”
“아이 참….”
나래가 연화의 손목을 잡아끌자 연화는 못 이기는 척 나래의 뒤를 따랐다. 입으로는 조용히 불만을 읊었지만, 화장대로 갈 때까지 연화는 나래의 발걸음에 보조를 맞추었다.
화장대로 연화를 끌고 간 나래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였다. 쿨톤과 웜톤의 립스틱 중 어느 것이 연화에게 어울리는지 팔목에 발라 비교도 해보고, 비비쿠션 몇 호가 피부색에 가장 부드럽게 섞여 들어가는지도 연구했다. 두 세 번의 시도 끝에 나래는 연화에게 어울리는 색조합을 찾아내었다.
나래는 펄이 들어있는 하얀색 비비쿠션으로 눈가를 반짝반짝 빛나게 했고, 분홍색 볼터치로 옅은 홍조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연화의 하얀색 속눈썹을 까맣게 칠했고, 마지막으로 청순해 보이는 연분홍색의 틴트를 발랐다.
“어때, 연화야? 예쁘지?”
연화를 예쁘게 꾸민 나래가 뿌듯한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얹었다. 연화는 거울을 통해 보는 제 얼굴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자신의 모습은 이종족 중 가장 아름답다는 옥유와 겨루어 볼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응, 정말 예쁘다…! 내 얼굴이긴 하지만 살아있는 여신님 같아….”
“역시, 내 안목 하난 끝내준다니까~ 이제 시간도 별로 안 남았으니까 머리를 땋아야겠다. 오늘은 능력을 전부 다 쓰네. 그래도 연화를 위한 거니까 열심히 할게!”
나래가 마지막으로 남은 능력을 연화의 머리를 땋는 데에 썼다. 나래의 능력을 받은 연화의 머리칼이 저절로 땋아졌다. 곱게 땋아진 연화의 머리칼에서 단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이제 가야겠다. 3시 14분이니까 얼른 가야 돼. 다행히 커피숍이 여기 가까이 있으니까. 가자.”
“그래.”
연화가 살포시 웃음을 지어 보이자 나래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두 사람은 한적한 길을 따라서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마주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가로수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햇살은 여전히 맑았고 하늘은 변함없이 푸르렀다. 그러나 아까와 같은 우울감은 이미 떨쳐낸 이후였다. 같은 계절마저 다르게 느끼게 되는 우정에 연화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다.
*
같은 시간, 승빈은 소파에 누워있었고, 유한은 열심히 옷을 챙겨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 승빈은 헛웃음을 지었다.
“야, 너는 왜 평소에 안 입던 양복을 입어?”
승빈의 한심하다는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유한은 거울을 보며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고정했다.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그의 모습이 사뭇 진지해보였다.
“아, 카라는 이렇게 하는 게 나으려나?”
유한이 목 부근에 있는 카라를 손으로 세우며 말했다. 승빈은 저 멀리서 그런 유한을 보며 물었다.
“왜, 마음에 안 들어?”
승빈의 물음에 유한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응, 아무리 해도 마음에 안 들어. 네가 입은 양복이랑 비슷하지도 않고.”
“야, 너는 왜 그렇게 눈치가 없냐? 네가 입은 양복, 유행은 이미 다 지난 거거든? 그나저나 나래양이랑 친구 분 기다리시겠다. 벌써 3시 16분이야. 너 3시 17분까지 끝내.”
진지하게 말하는 승빈의 말투에서 단 1초의 여유도 주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묻어나왔다. 이렇게 되니 이번에 기가 막히는 쪽은 유한이었다.
‘하여간 지 여친이라고 진지해지는 거 봐. 하루 만났는데 뭐가 그렇게 좋다고.’
단 하루 본 여성을 어찌 그리도 좋아할까. 유한이 자신의 친구가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닌지 의심이 되었다. 아니, 어쩌면 좋아한다는 마음 자체가 사람의 어딘가를 바꾸어버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저 놈 이상한 건 이상한 거지.’
유한은 승빈을 제 정신 아닌 사람 보듯 바라보았고,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승빈은 차고 있는 시계를 눈이 빠져라 들여다보고 있었다.
“야 10초 남았다. 10, 9, 8….”
“나 다 끝냈어. 가자.”
유한의 단 두 마디에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승빈은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금세 얼굴을 활짝 폈다.
문을 열고 나가는 유한을 승빈이 가벼운 걸음으로 따라 나섰다. 무덤덤한 유한에 비해 승빈은 기쁜 듯이 휘파람마저 불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
유리문을 열자 풍경이 울리며 두 사람의 입장을 알려주었다. 커피숍 직원의 일상적인 인사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자리를 찾아 커피숍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원목으로 지어진 커피숍의 바닥은 마음에 안락함을 주었다. 도시의 회색 건물들 사이 푸른 화분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 나래와 연화는 제법 키가 큰 나무 화분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나래와 연화는 빈자리를 두 자리 남겨둔 채 수다를 떨었다. 그러나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갈수록, 두 사람이 시계를 보는 횟수는 점차 늘어만 가고 있었다.
“나래야, 진짜 네 남자친구 오늘 3시 30분까지 만나는 거 맞지? 왜 아직도 안 와?”
연화의 질문에 나래가 핸드폰에 쓰여 있는 시간을 연신 확인했다.
“그, 그렇다니까! 아직 3시 29분이니까 조금만 있자. 어차피 30분까지 만나기로 했으니까!”
평소에 여유 있던 나래마저도 여유가 없어지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커피숍에 걸려있는 시계의 초침 소리에 인내심이 깎여나가듯, 승빈이 언제 오나, 초조해했다.
시간은 흘러 마침내 액정 화면의 29분이 30분으로 바뀌었다. 시간을 확인한 나래가 불안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 때였다. 커피숍의 문에 달린 종이 흔들리더니 맑은 소리가 울렸다. 뒤이어 들어온 것은 두 명의 남자였다.
까만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고 조금 낡아 보이는 고동색의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와 연갈색 머리카락을 지니고 파란색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는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연화는 혹시나 나래가 말하던 남자라는 게 저 둘이 아닐까 짐작되어 소곤소곤 그녀를 불렀다.
“나래야, 혹시 저 두 사람이 네 남자친구야?”
“응?”
나래가 고개를 돌려 연화가 가리킨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연갈색 머리의 남자를 바라보더니 작게 환호성을 지르곤 연화에게 말도 없이 자리를 벗어나 두 남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홀로 남겨진 연화는 그런 나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