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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nom
작가 : 초파기
작품등록일 : 201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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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버킨 금도끼, 은도끼
작성일 : 17-12-23     조회 : 49     추천 : 0     분량 : 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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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나야, 나!”

 

 “오, 그래! 우진아. 별일 없니?”

 

 “별일은 무슨…….”

 

 “회장님은?”

 

 “중국 가셨어. 그러니까 이렇게 한가하게 전화하지.”

 

 “공장 일로 가셨구나?”

 

 “응. 이 부장님도 가셨지?”

 

 “그래, 요즘은 자주 가더라. 그래서 내가 한가하단다.”

 

 “꽤 보고 싶겠네?”

 

 “보고 싶긴…….”

 

 “어때?”

 

 “뭐가?”

 

 “뭐긴, 부장님 밤일 잘해?”

 

 “어머, 얘가 시집도 안 간 애가 못하는 말이 없네.”

 

 “호호호호.”

 

 “그건 그렇고, 우리 한번 봐야 하잖니? 그동안 너무 격조했다, 얘.”

 

 “아이, 참 언니도. 그 격조 누가 만든 건데? 부장님 만나고부터 그 격조는 언니가 만들었잖아? 그전엔 우리 청담동이고 홍대 앞이고 잘 다녔잖아. 나 요즘 몸이 근질근질해 아주 미칠 것 같아,”

 

 “어머, 그래? 그럼 오늘 보자. 회장님도 안 계시니깐 너 퇴근시간보다 일찍 나올 수 있지?”

 

 “응. 그럼 이따 우리 네 시에 청담동 이브에서 보자.”

 

 “오케이 바리, 알았어.”

 

 

 정아는 왠지 가슴이 설렜다. 화성그룹이란 조직 속에 몸담았을 때 거추장스러운 경계벽이 훌훌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정아는 서둘러 욕실로 들어가 옷을 훌훌 벗어젖혔다. 마지막 남은 속옷마저 다 벗었을 때 그녀의 나신이 거울에 환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정아는 그간 자신의 몸을 거쳐 간 남자들과의 인연을 생각했다. 남편 성진과 2년 동안의 짧았던 결혼 생활, 대학 서클 선배였다가 화성에 입사해 우연히 다시 만났던 창배 그리고 화성그룹 회장 조만호와 지금의 이진영. 정아는 많은 공을 들여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자신의 나신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언니, 여기!”

 

 

 우진이 선글라스를 쓰고 들어오는 정아를 보곤 손을 들어 보였다.

 

 

 “언제 왔니?”

 

 “응. 조금 전에. 김일동 상무도 없어 그냥 나오려는데 언니 후임으로 온 미스 박이 트집 잡으려는 거 있지? 나보다 늦게 와 놓고 대리 직급이라고 말이야. 참나!”

 

 “걔는 말이 없고 얌전하다던데?”

 

 “얌전 하긴, 호박씨 까는 거지, 뭐. 그런데 언니,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좀 이상한 것 같아.”

 

 “뭐가?”

 

 “전에 비해 뭔가 컨셉이라 해야 하나 하여튼 뭔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

 

 “달라지긴, 뭐.”

 

 “아냐. 정말이야. 왠지 막 재벌 첩, 아니 실수, 재벌가 며느리처럼 은은한 부티가 넘쳐 나는 것 같아. 정말이야!”

 

 “어머, 그러니? 호호호.”

 

 “언니도 인정하지?”

 

 “그래, 그래.”

 

 

 정아는 돈 들인 보람이 있구나 생각하며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좋아. 기분이다. 우진아, 가자! 내가 뭐 하나 사줄게.”

 

 “뭘…… 사 줘?”

 

 “핸드백.”

 

 “핸드백……?”

 

 “그래.”

 

 “갑자기 웬 백을……? 이 백은 내가 화성그룹에 취직했을 때 우리 엄마가 사준 거야. 이거이래 보여도 비싼 거야. 오십만 원이나 주고 샀어.”

 

 “그래? 자, 나가. 이 근방에 내가 아는 매장 있어.”

 

 “아는 매장……?”

 

 “응.”

 

 

 정아와 우진은 카페를 나와 정아가 말한 매장으로 갔다.

 

 

 “아니, 여기는……!”

 

 

 함께 간 곳이 에르메스 매장임을 안 우진이 말했다.

 

 

 “호호, 얘는 뭘 그리 놀라? 언니가 백 하나 사주겠다는데. 어서 들어와, 얘.”

 

 

 정아는 동네 슈퍼 들어가듯 익숙하게 앞장서 들어갔다.

 

 

 “……?”

 

 “자, 이거 어떠니? 한번 봐.”

 

 

 정아는 가방 몇 개 놓인 중에서 그전부터 눈여겨봐 둔 것처럼 서슴지 않고 중 한 개를 가리켰다. 금장이 있는 버킨 토드 백이었다.

 

 

 “어때? 신제품이야.”

 

 "어머!"

 

 "마음에 들어?"

 

 "응, 그런데……."

 

 "신경 쓰지 마. 이거 은장하고 금장 두 가지 종류로 나온 건데. 금장은 네가 가져, 은장은 세트로 내가 가질 게. 어때, 괜찮지?"

 

 

 정아는 일하는 아가씨가 가져온 백을 집어 팔에 걸쳐 보더니 바로 지갑을 꺼내 이천 이백만 원을 수표로 지불했다.

 

 

 “우진아, 우리 이렇게 차리고 나니 마치 연예인 같지 않니? 호호호!”

 

 “아니, 언니 이 부장님 혹시 재벌 집 아들 아냐? 웬 돈이……?”

 

 

 우진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얘는, 뭘 그것 같고 그러니. 사실, 얼마 전 너 한데 선물하려고 내가 미리 주문했었어. 수작업으로 제작한 건데 이 모델을 사려고 지금 삼백 명이나 주문 대기하고 있단다. 그런데, 우진아!”

 

 “왜? 언니.”

 

 “너 비서실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지?”

 

 “……?”

 

 “얘, 우리 나온 김에, 저기 저…… 가 볼래?”

 

 “어디……?”

 

 “호스트바."

 

 "호……스트 바?"

 

 "응. 너 혹시 거기 가 본 적 있니?”

 

 “아니. 어휴, 내가 그런 델 어떻게 가?”

 

 “얘, 우리 모처럼 만났는데 오늘 거기 한번 가자. 가서 재미있게 한번 놀아 보자. 걔네들 늘씬하게 잘 생겼단다.”

 

 “나도 내 친구 카페 나가는 애가 스트레스 풀러 가끔 간다는 얘긴 듣긴 했는데, 사실 궁금했거든. 그럼 오늘 우리가 걔네들 따 먹는 건가. 호호호!”

 

 

 우진은 곧바로 친구와 통화해 그곳을 알아냈다.

 

 둘은 안내를 받아 룸으로 들어갔다. 얼마 안 있어 매끈하게 생긴 한 스무 살 남짓 됐을 남자 둘이 들어 왔다.

 

 

 “방가, 방가!”

 

 

 검정 바지에 분홍 남방 차림의 남자가 인사를 건네며 정아 옆에 앉았다.

 

 

 “제임스 김이에요.”

 

 

 그 옆의 남자가 인사를 하며 유진의 옆에 착 달라붙어 앉았다. 옆으로 바짝 치켜 깎은 머리에 무스를 발라 번쩍이는 머리에 목에는 반달형의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어머, 얘들 재수 없게 생겼어.”

 

 “아이, 이 언니 왜 그러셔? 동생들이 아주 재미있게 놀아 드릴 건데.”

 

 “너희 몇 살이나 됐니?”

 

 “아이, 아마추어같이. 저는 스물한 살, 얘는 스무 살이걸랑요. 저희 아기 거 등요, 아기. 재미있게 놀아, 잉,”

 

 “그런데요. 아기 고추가 이렇게 크걸랑요. 한 번 보실래요?”

 

 

 우진 옆에 앉은 파트너가 갑자기 바지를 아래로 내리려는 시늉을 해 보였다.

 

 

 “어머!”

 

 

 우진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어때요, 언니 저희 귀엽죠?”

 

 “호호, 너희들 참 웃기는구나.”

 

 “오늘 재미있게 노셔, 앙.”

 

 

 정아 파트너가 앞에 놓인 잔에 술을 따랐다. 정아와 우진이 잔을 비우곤 각자 파트너인 남자들의 잔에 술을 채웠다. 두서너 잔 술이 들어가자 정아와 우진은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정아가 한 팔을 파트너의 목에 걸고 한 손으로는 부지런히 파트너의 아랫부분을 더듬거렸다. 그간 느껴 보지 못한 묘한 감흥이 일었다. 우진의 파트너는 우진에게 진한 애정 공세를 피기 시작했다.

 

 

 “언니, 옆에 룸 있거등.”

 

 

 정아가 서서히 달아오르자 파트너가 말했다. 정아는 파트너와 옆방으로 건너갔다. 파트너의 적극적 공세에 정아는 곧 달뜬 신음을 토해내며 온몸 가득히 아득한 기운이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언니 몸매 정말 죽여 준당. 몇 살? 내가 한번 맞춰 볼 감?”

 

 “그래, 몇 살로 보여? 맞춰봐.”

 

 “한 스물다섯이나, 여섯……?”

 

 “정말?”

 

 “그럼. 더 많은 감?”

 

 “호호, 비밀.”

 

 “같이 오신 언니는 친구인 감?”

 

 “응, 동생.”

 

 “거짓말 마셔. 언니가 훨씬 어려 보이 거 등.”

 

 “얘, 나 띄우지 마, 어지러워.”

 

 “정말이거등.”

 

 “이제, 저 방으로 가 볼까?”

 

 “아직 가면 안 되거등.”

 

 “왜?”

 

 “제임스 김한테 풀 서비스 받으려면 아직 삼십 분은 더 있어야 되거등.”

 

 “어머, 그렇게나 오래……!”

 

 “언니 동생은 아마 사망 일보 직전까지 갈 거거등.”

 

 

 잠시 후, 정아는 옆방으로 건너갔다. 우진이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들어오는 정아를 보곤 힘없이 웃어 보였다.

 

 

 “어휴 언니, 나 정말 죽을 뻔했어.”

 

 “어머, 어떻게 했기에!”

 

 “그건 영업기밀. 저 만나면 가르쳐 주거든요.”

 

 “어쨌든 재밌었다.”

 

 

 정아는 아무렇지 않은 듯 가방에서 이백만 원을 꺼내 파트너들에게 한 장씩 건넸다. 우진은 정아의 그 모습을 바라다봤다.

 

 원룸에 세 들어 있던 정아가 방배동 큰 집으로 옮겨 간 것도 돈 일 이천만 원을 돈 만 원 꺼내 쓰듯 하는 태도도 예전에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돌아다닐 적의 정아가 아니었다.

 

 우진은 두 남자 사이에서 주인공이 되어 수다스럽게 이야기하는 정아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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