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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nom
작가 : 초파기
작품등록일 : 201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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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사교육비 3조, 미쳤어
작성일 : 17-12-26     조회 : 339     추천 : 0     분량 : 2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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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계세요?”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창배는 사무실에서 나와 학원 출입문을 기웃했다. 밖에서 한 여자가 유리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며 창배를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왔다.

 

 

 “누구신지……?”

 

 “저, 수학 가르치는 원장님 안 계세요? 원장님이 담임을 맡고 있는 고1 준필이 엄마예요. 지나는 길에 인사차 잠깐 들렀어요.”

 

 “원장님, 아직 안 나오셨는데. 이제 곧 나오실 겁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아니, 제가 급히 일이 있어서. 저……죄송하지만, 이것 좀 원장님께 전해 주시겠어요?”

 

 

 여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들고 있던 케이크를 창배에게 건넸다.

 

 

 “이게 뭡니까?”

 

 “원장님 드시라고 조그만 케이크를 하나 사 왔어요. 꼭 좀 전해 주세요.”

 

 “곧 나오실 텐데, 아예 보고 가시지…….”

 

 “아니, 됐어요. 준필이 엄마 다녀갔다고 하시면 알아요. 나중에 제가 전화드릴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전해 드리죠.”

 

 

 창배는 받아든 케이크를 들고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가 형이 나오자 바로 케이크를 전했다.

 

 

 “이거 준필이 엄마라고 하면서 형한테 전해주라고 하던데.”

 

 “언제 왔다 갔니?”

 

 “한 삼십 분쯤 됐나?”

 

 “한 번 들르겠다고 하더니 왔다 갔구나.”

 

 

 창식은 케이크 옆에 테이프로 붙여 놓은 편지봉투를 보자 떼어 안을 열어 봤다.

 

 

 “어 그거, 상품권 아냐?”

 

 

 십만 원 상품권 두 장을 꺼내 든 창식을 보고 창배가 말했다.

 

 

 “학원에서도 선생들에게 봉투를 건네나?”

 

 “잘 봐 달라는 의미야. 얘는 내가 따로 돈 받고 수학 과외도 해. 그 돈만 백만 원이야.”

 

 “……그래? 아버지가 뭐 하는데 백만 원씩 내고 돈을 과외를 해. 학원비도 있을 텐데.”

 

 “아버지는 아마 조그만 회사 월급쟁이 같고, 아까 그 엄마는 이 앞에 있는 할인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해. 뭐, 그리 넉넉한 것 같진 않아. 아마 점심시간이라 틈을 내 잠깐 다녀간 모양이구나.”

 

 “아니, 그런 형편에 애 교육비로 그렇게 돈을 쓴단 말이야?”

 

 “동생도 준식이라고 우리 학원 다니잖아. 6학년이야. 형제라 할인 혜택은 10% 해 주지.”

 

 “……!”

 

 

 창배는 말로만 듣긴 했어도 사교육비가 한 가정에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높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가정마다 자식들에 투자되는 그 돈이 합쳐지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거라 생각했다.

 

 

 “우리 부모들 정말 자식 교육에 대한 열의는 정말 세계 제일 일거다. 나도 학원 차리기 전 우리 인수하고 인길이 학원 보내면서도 별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거든. 그런데 막상 학원 운영을 해 보니까, 이게 장난이 아닌 거야. 있는 집이고 없는 집이건 자식들 교육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그냥 제 살이라도 깎아 먹이려 든다니깐. 부모가 배우지 못해 보상심리로 자식한테 교육시킨다는 것은 우리 부모님 때 이야기고 이제는 대학이 우리 때 중학교 정도밖에 되지 않아. 그렇다고 힘들게 대학을 가서 졸업해도 취직을 못 하고 노는 애들 투성이니, 지금 우리나라 교육이 잘못돼도 뭐가 크게 잘못 돼가고 있는 거야.”

 

 “그렇다고 안 보낼 수도 없잖아.”

 

 “당연하지. 너,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사교육비를 얼마나 쓴 줄 알아? 무려 20조 9천억으로 거의 3조 원 수준이야. 학생 한 명당 월평균 25만 6천 원을 사교육비로 썼다고. 정말 문젠, 문제다. 부모들이 그렇게 힘들게 학원을 보내는데 애들이 그나마 공부라도 열심히 하면 다행인데, 전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보면 정말 가슴이 답답해진다. 부모들은 걔가 집안의 희망이고 꿈이라 잔뜩 기대들을 하고 있는데…….”

 

 “…….”

 

 “아 참! 너 정말 지난번 자습 감독하러 들어갔을 때, 애들한테 무슨 얘기해줬냐?”

 

 “……?”

 

 “그 왜 고2 문과반 영어 선생님 안 나왔을 때 자습 감독 하러 들어갔었잖아.”

 

 “아……, 어떤 녀석이 뭘 물어보기에 아는 대로 얘기해줬지, 뭐. 그런데 그건 왜……?”

 

 “애들이 뒤집어지게 재미있었다며 너 또 안 들어오냐고 물어보더라.”

 

 “녀석들, 쓸데없는 소릴…….”

 

 “창배야, 너 애들 한번 가르쳐 보지 않을래?”

 

 “뭐! 애들을…… 가르쳐?”

 

 “그래. 한번 해 봐라. 잘할 것 같다.”

 

 “형도 참……, 말 같은 소릴 해야지.”

 

 “아냐, 정말이야.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 애들이 말하는 걸 듣고 내가 깊이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내가 뭘 가르쳐?”

 

 “너, 대학에서 사회학 했잖아. 사탐 과목 한두 개 해봐. 공부하면 돼.”

 

 “참, 지금 나는 사탐 과목이 뭐가 있는지도 몰라.”

 

 “네가 할 만한 게 사회문화나 법과 정치 아니면 윤리와 사상, 뭐 이런 과목들 중 한두 개 골라서 인터넷 강의 들으며 일단 한 번 해봐. 당장 우리 학원에서도 필요해.”

 

 “글쎄, 하면 야하겠지. 그런데…….”

 

 

 창배는 형의 말을 듣고 망설였다. 앞으로 뭔가 하긴 해야 하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은 학생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라니. 창배는 그보다 왠지 한 해 사교육비가 거의 3조 원에 육박한다는 형 창식의 이야기에 자꾸 더 신경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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