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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nom
작가 : 초파기
작품등록일 : 201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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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대천 아카데미, 만세다
작성일 : 17-12-27     조회 : 383     추천 : 0     분량 : 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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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아침 창배는 형 창식과 윤수와 함께 최진혁 기자가 그려준 약도를 들고 학원을 찾았다. 학원은 포천을 벗어나 한 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했다.

 

 대로에서 벗어나 약도가 그려진 샛길로 4백 미터쯤 들어가자 입시 명문 대천학원이라고 양옆에 기둥을 세운 학원 정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배 일행을 태운 승용차가 정문을 들어서자 운동장 한편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한 여자가 내리며 다가오더니 인사를 건넸다.

 

 “저, 최진혁 기자가 말한…….”

 

 “네.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오시느라고 수고했어요. 제가 이 학원 회장 김연아입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여자는 60 중반쯤으로 보였다. 창배 일행은 여자를 따라 회장실이란 빛바랜 명패가 붙은 안으로 들어갔다.

 

 

 “앉으세요. 내가 일찍 와 정리를 좀 하긴 했지만 오래 비어 있어서 아직 지저분합니다.”

 

 

 셋은 여자가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최진혁 기자는 제 남편이 이 학원 회장을 할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아직도 이렇게 연이 이어지고 있네요.”

 

 “아, 네…….”

 

 “보아하니, 터도 넓고 좋은데 왜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는지…….”

 

 

 창식이 물었다.

 

 

 “벌써 이 년이 지났어요. 원래 이 자리가 노인 요양 시설을 짓던 곳인데 저희가 경매를 받았거든요. 사실 처음엔 여기가 너무 북쪽이라 참 망설였어요. 그렇지만 공기도 좋고 널찍한 운동장 터가 마음에 들어 괜찮다 싶었지요. 아이들은 한 삼백 정도 있었어요. 좋은 대학도 많이 보내곤 했는데, 4년 전인가 한번 비무장지대에서 남북한 총격전이 벌어지고 급작스레 남북 관계가 경색되자 아이들이 한둘 씩 빠져나가 문을 닫았죠. 그 후 회장이던 남편이 죽고 제가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점차 의욕도 떨어지고 생각대로 되지가 않았어요. 그러다 미국에 있는 애들한테 가려고 생각 중이던 때 어떻게 최진혁 기자가 연락을 해 와 이참에 아예 다 정리하고 가려고요.”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이따 안내해 드리겠지만, 건물이 두 동에 총 삼천 평입니다. 주위가 산이라 좋아요. 희귀종이라 하는 새들 소리를 여기서 다 듣습니다. 아, 참. 내 정신 좀 봐. 차를 드려야 하는데.”

 

 “아니, 괜찮습니다. 그보다 먼저 학원 내부를 좀 둘러봤으면 좋겠는데요.”

 

 “그러실래요.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창배 일행은 회장이라는 여자의 안내로 학원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강의실이 있는 3층 본관 건물 한 동과 2층 지하에 사우나와 식당이 있는 긴 ㄱ자형의 2층 남녀 기숙사 한 동이었는데 청소나 좀 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들어가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윤수야,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건 손보려면 돈이 꽤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차라리 싼 땅을 사서 새로 짓는 게 나을 것 같지 않냐?”

 

 

 창배가 윤수에게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글쎄, 그게 나을 것 같기도 한데.”

 

 “그렇지 않아요. 책상이랑 비품들은 저 안에 따로 잘 보관해 전부 말짱해요. 사람 사서 한 며칠 청소하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창배는 건물 주위를 둘러쌓고 있는 산이 마음에 들었다.

 

 학원 주위를 올레길 비슷하게 만들어 아이들을 매일 아침 뛰도록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회장님, 이거 얼마에 파신다고 하셨죠?”

 

 “최 기자에게 20억이라고 얘기했어요. 우리가 거의 새로 짓다시피 해 그 이상 들었어요.”

 

 “15억 이상이면 어렵겠습니다. 딱 잘라 15억에 합시다.”

 

 “그렇게는 못 합니다.”

 

 

 회장이라는 여자가 단호히 말하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가자!”

 

 “잠깐만요.”

 

 

 창배가 돌아서 가려 하자 여자가 제지했다.

 

 

 “정 그러시면 17억까지는 해드리죠.”

 

 “죄송하지만 그냥 갖고 계세요. 저희는 다른 곳에도 봐둔 곳이 있어서 그냥 그곳으로 결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곳 연천은 북한하고 너무 가까워 힘들겠어요. 지금 가뜩이나 북한하고도 사이가 안 좋은데, 갑시다, 형!”

 

 “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죠.”

 

 

 회장은 모처럼 찾아온 작자가 가 버리면 통일 전 까지 활용가치를 찾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는지 돌아가려는 창배 일행을 황급히 불러 세웠다.

 

  ***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창배와 일행은 한탄강 민물 매운탕 집에 들어갔다.

 

 

 “어때? 형님 괜찮은 건가요?”

 

 

 윤수가 물었다.

 

 

 “전방에 있긴 한데, 사실 이 학원이 한때 유명세가 있긴 있었어.”

 

 “우리 최 기자 이야기로는 회장이 말한 삼백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한 이백 명은 됐다고 하던데요. 그리고 문 닫기 바로 그 전 해에는 서울대 두 명하고 연 고대 도 몇 명씩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뭐, 이 정도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 아니겠어요?”

 

 “내가 보기엔 그 위치에 이백 명이란 숫자도 상당한 건데, 그게 사실이라면 가능성은 있다.”

 

 “좋아, 그러면 전화해 내일 당장 계약을 앞당긴다.”

 

 “창배야, 너 왜 그렇게 갑자기 서두르는 거냐? 당장 학원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도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아냐?”

 

 “형, 사실 형 학원에 있는 김재건 선생이 교무부장을 맡기로 했고, 어떻게 꾸려나갈지는 대충 다 생각은 해 뒀어.”

 

 “뭐……! 아니, 언제……?”

 

 “그전에 김재건 선생이 일이 있어 나오지 않아, 내가 고2 문과 자습 감독하러 들어간 일이 있었잖아. 그 후 미안하다며 연이 돼 술을 몇 번 같이 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군대도 26사단 같은 부대에서 근무를 했더라고.”

 

 “너, 그래도 어떻게 네 마음대로 정하냐? 나하고 의논 한번 없이…….”

 

 “하하하, 그건 좀 확실하지 않은 게 있어서……. 사실 형한테는 나중에 얘기하려고 했어. 김재건 선생 하고는 이미 얘기가 다 됐고.”

 

 “이런, 김재건 그 친구 그러면서 나한테는 일언반구도 없이…….”

 

 “내가 일체 입 다물고 있으라고 했어. 괜히 학원에 소문나면 분위기도 그렇고 해서.”

 

 “사실 나는 네가 학원을 하게 되면 박영식 선생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박 선생이 학원 경력도 오래고 지금은 비록 나이가 있어 우리 학원에 와 있지만, 사람은 아주 진국인데……. 그래. 어차피 잘 됐다. 김재건 선생이 실력도 있고 무엇보다 애들이 좋아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네가 데리고 일하기가 편해야 하니까……. 그럼 난 그 김 선생 후임을 빨리 물색해야겠구나.”

 

 “그럼 이제 다 된 겁니까, 형님? 창배야, 너 학원 하면 내가 우리 신문에 홍보성 기사 좀 띄워 줄게.”

 

 “인마, 네 신문 독자가 얼마나 된다구.”

 

 “너 지금 우리 성지일보 물로 보냐? 자매지인 여성 월간지 <여성 성지>도 있어, 인마. 참, 형님! 그런데 학원 이름은 뭐라고 하죠? 당장 새 이름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렇지. 제일 중요한 그 생각을 못 했구나.”

 

 “형님, 그냥 대천(大泉)이라고 해요. 대천 아카데미. 대천학원 하는 것보다 아카데미 하니까 뭐, 더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안 그러냐, 창배야?”

 

 “‘대천 아카데미’, ‘대천 아카데미’, 좋다! 그럼 그걸로 하자.”

 

 “자, 대천 아카데미, 만세다!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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