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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nom
작가 : 초파기
작품등록일 : 201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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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야생마 원장과 고스트 선생
작성일 : 17-12-28     조회 : 377     추천 : 0     분량 : 2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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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들어와. 무슨 일 있어?”

 

 “원장님, 그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사탐과 과탐은 유명한 인강 선생을 내세워야 할 것 같아서…….”

 

 “왜? 약해?”

 

 

 창배는 의아한 눈빛으로 김재건 교무부장을 바라다봤다.

 

 

 “네. 언어, 외국어, 수학 과목이야 각 학원마다 자체적으로 그만 그만한 선생이 있어 크게 드러나진 않겠지만, 탐구 과목은 대외적으로 모두가 혹할 만한 스타강사가 한 둘쯤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이곳에 올 만한 선생은 있어요?”

 

 “글쎄, 이곳까지 오기가 마땅찮긴 한데, 제가 한번 생각한 바로는 아이들이 많이 선택하는 한국지리는 이비에스에서 지금 막 뜨기 시작한 김인수 선생하고 물리는 원종호 선생, 이 두 사람을 섭외하면 어떨까 하는데.”

 

 “그 선생들 가능해요?”

 

 “그 사람들 뜨기 전 대치동 은마 상가 학원에서 저하고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안 떴어?”

 

 “이제 뜨려고 하지 않습니까?”

 

 “연락들 해봐.”

 

 “그런데 아무래도 돈이 좀 들 겁니다.”

 

 “스카우트하는 비용 외에 교통비 조로 매달 삼백을 더 얹어 준다고 해.”

 

 

 교무부장 김재건의 이야기를 듣고 난 창배는 아무래도 아이들을 끌어모을 이런 유인책이 필요하리라 생각했지만,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학원 문 연 지 보름 동안, 이제 고작 7명의 아이들이 들어와 반을 나누지 않고 문 이과 합쳐 한 반을 이루었다.

 

 아이들이 조금 더 늘어나면 그때는 반을 나눌 계획이었다. 더 이상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는 판에 교무부장이 나름 복안을 낸 것이다.

 

 돈도 장난이 아니게 들어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현금화한 20억 원 중 학원 매매 대금으로 15억 원을 제하고 수리비와 광고비를 합쳐 벌써 3억 원이 들어갔다.

 

 곧 선생과 직원들 월급까지 계산하면 남은 2억이 언제 없어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이곳까지 오게 될 두 선생에게 지급해야 하는 만만찮은 비용, 그것까지 계산하려니 갑자기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모든 게 학원 개원 시기가 문제였다.

 

 금년도 수능 임박 시기에 맞춰 시작하자는 형 창식의 주장을 물리치고 자신의 고집으로 모집 시기가 다 지난 시점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시작을 했으니 내색도 못 하고 불안하고 초조한 생각밖에 들 수가 없었다.

 

 

 “재학생들 계절 수업, 그것 빨리 준비하자. 시설들을 놀릴 수 없으니 한 달짜리 든, 반 달짜리 든 일단 돈을 만들자구. 김 부장 생각으론 한 몇 명 정도나 올 것 같아?”

 

 “글쎄요. 서머 캠프 하는 곳이 많지 않아 한 백오십 명 정도 잡으면 어떨까 싶은데요.”

 

 “백오십 명이면 대여섯 반쯤에 이백오십 잡으면 3억 7, 8천 되나. 그것 괜찮은데…….”

 

 “좋아할 일이 아니고 빨리 재수생들을 모아야 합니다. 그래야 수능 때까지 장기적으로 끌고 갑니다.”

 

 “아, 시발 그걸 누가 몰라? 빨리 그거나 알아봐. 아, 잠깐만…… 그, 한국지리, 물리 선생 좀 추가하고.”

 

 

 창배는 책상 위에 놓인 종이 위에 뭔가 긁적였다.

 

 

 “자, 됐어. 가져가!”

 

 “이게 뭐죠?”

 

 “한번 읽어 봐!”

 

 

 <일등급을 꽉 잡아라! 언어, 깝처 강우영 선생>

 

 <외국어의 신! 영어, 고스트 김재건 선생>

 

 <이팔은 왜 망통인가! 수학, 쪼이 최창식 선생>

 

 <너희가 퓨전을 아느냐! 화학, 칡덩굴 김원일 선생>

 

 <길을 갈켜주마! 한국지리, 나침판 김인수 선생>

 

 <별들에게 물어봐! 물리, 천체우주 원종호 선생>

 

 <전 강남 화성학원 사탐 대표강사! 야생마 최창배 원장 직강>

 

 

 “으하하!”

 

 

 창배가 쓴 메모지를 받아 든 김재건이 배꼽을 쥐며 웃었다.

 

 

 “야생마? 아니, 정말 이렇게 써도 돼요?”

 

 “괜찮아요. 평범한 것보다 낫다. 앞으로 광고할 때 그대로 써.”

 

 “제가 왜 귀신입니까? 그리고 강남에 정말 화성학원이란 게 있어요?”

 

 “화성그룹도 있는데 찾아보면 학원이라고 없겠나? 자, 그만 밥 먹으러 갑시다!”

 

 

 4교시 끝남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창배가 일어나며 말했다. 둘은 지하의 식당으로 내려갔다. 넓은 식당 한쪽 테이블에 식사가 차려져 있다.

 

 

 “빨리 이 테이블이 다 차야 할 텐데요.”

 

 “걱정 마, 곧 그렇게 될 거야.”

 

 

 창배는 곧 이 식당 테이블 좌석이 다 차고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밖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즐거운 모습을 상상했다.

 

 

 “안냐세요!”

 

 

 밥 먹으러 온 아이들이 의자에 앉은 창배를 보고 인사를 건넸다.

 

 

 “무슨 말버릇이 그따위야? 그래, 공부들은 열심히들 했냐?”

 

 “네.”

 

 

 8인용 테이블 두 개가 붙여진 의자에는 곧 수업을 마친 선생과 학생, 직원들이 금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런데 왜 자율 배식 안 해요?”

 

 “왜?”

 

 “선생님들하고 같이 차려진 밥상에서 먹으려니 불편해요.”

 

 “학원 팸플릿엔 뷔페식으로 자율배식하다고 그랬잖아요.”

 

 

 옆의 아이가 말했다.

 

 

 “이 학원 순 뻥이다. 뻥, 뻥!”

 

 “뻥은 인마, 무슨 뻥이냐? 식구들도 없는데, 이렇게 같이 먹으니까 좋잖아. 사회 비평가들은 말이다. 짧아진 식사시간, 줄어든 요리시간, 각자 먹는 식사를 가족 붕괴의 징후로 판단한단다. 어때 그래도 싫으냐?”

 

 “우리가 무슨 가족입니까?”

 

 “어, 상훈이,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네.”

 

 “이런 군대 갔다 온 놈이나 안 간 놈이나 똑같네, 똑같아. 좋아. 그럼, 그렇게 해주마.”

 

 

 창배는 손짓으로 주방 안에 들어가 있는 영양사를 불렀다.

 

 

 “저, 내일부터는 테이블에 차려놓지 말고 자율배식을 하도록 준비해요. 어차피 미리 시작 하는 것도 괜찮을 거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 됐냐?”

 

 “네.”

 

 “좋아, 그럼 이제 먹자.”

 

 

 창배는 주방 일은 인근 동네에 사는 아줌마 두 명을 구해 일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임시로 그 남편들이 바쁘지 않을 때 나와 자질구레한 시설관리들을 하도록 맡겼는데 자리가 잡히면 정식 직원을 채용해 진용을 갖춰나갈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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