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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nom
작가 : 초파기
작품등록일 : 201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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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아인슈타인도 더하기부터 했다
작성일 : 18-01-01     조회 : 363     추천 : 0     분량 : 2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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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것 받아라.”

 

 

 원장실에서 창배와 마주한 창식은 가방 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창배에게 건넸다.

 

 

 “일억 원이다. 집값이 계속 떨어져 그 이상은 안 된다. 그나마 대출 신청이 늦었으면 그것도 못 채울 뻔했다.”

 

 “미안해, 형. 공연히 어려운 부탁을 해서.”

 

 “뭐, 그 집 산 것도 네가 산 거니까. 설마 엄마, 아버지가 길거리에 나앉기야 하겠냐. 그나저나 이제 큰일이다. 이 학원이 잘 돼야 될 텐데. 워낙 시기적으로 늦게 시작해서 앞으로 얼마나 버텨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돈이 이제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돈 같았으면 좋겠다. 이제 더 이상 돈 나올 구석도 없지만……. 어떡하든 버텨 나가야 될 텐데.”

 

 “형 학원은 어때?”

 

 “우리는 이제 거의 백이십 명 돼간다.”

 

 “하하하. 어떻게 여기 학원하고 인원이 비슷하네. 우리도 그럼 적은 인원은 아니네.”

 

 “쯧쯧, 캠프 들어온 학생 빠질 걸 생각해야지. 재수생 겨우 열댓 명 갖고…….”

 

 “그래도 백 명이 넘어 많으니깐 어쨌든 기분은 좋네.”

 

 “재수하는 학생들이 빨리 좀 들어와야 할 텐데, 이제 정말 큰일이다. 나는 네가 이 학원 할 돈을 갖고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그 정도 많은 돈이 있었으면 차라리 딴 것을 하는 게 나을 걸 그랬다.”

 

 “왜, 진작 좀 말리지 그랬어.”

 

 “뭐……?”

 

 “아냐. 참, 재영이 그놈 좀 어때? 수학 진척 좀 있어? 이번 수학 주간 테스트한걸 보니 50점 맞았던데.”

 

 “야, 그놈 참 공부 안 했더라. 수학은 이제 중학 과정 거의 끝나가는 단계다. 인수분해부터 시작했으니……, 그 점수도 잘 나온 거다.”

 

 “아인슈타인도 더하기, 빼기부터 시작했는데, 뭐. 아무튼, 걔 신경 좀 잘 써 줘.”

 

 “걔가 누군데, 네가 그렇게 신경을 쓰냐?”

 

 

 창식은 그 애를 별도 지도하는 대가로 오백만 원을 받은 게 생각나 물었다.

 

 

 “내가 좀 아는 애야. 참, 형 나가는 길에 우리 반 재영이 하고 관식이 좀 불러 줘.”

 

 “왜?”

 

 “이놈들이 어제 교실에서 싸우다 지도 선생한테 걸렸어.”

 

 “알았다. 너무 심하게 다루진 마라. 공연히 말썽 생긴다.”

  “염려 마.”

 

 

 잠시 후 재영이가 관식이가 조심스럽게 원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놈들, 거기 똑바로 서라!”

 

 

 겁이 났는지 아이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너희 이놈들, 뭐 하는 짓이야! 교실에서……. 말해 봐!”

 

 “공부하는데, 관식이 새끼가 자꾸 떠들잖아요.”

 

 “아, 시발, 졸라 짜증 나!”

 

 “뭐, 이놈들 선생님 앞에서 무슨 말 따위가 그래?”

 

 “쉬는 시간 떠든다고 재영이가 애들 앞에서 무안을 주잖아요. 여자애들도 있는데. 자기가 언제부터 그렇게 공부했다고, 제일 떠들던 놈이…….”

 

 “뭐, 이 새끼가 정말…….”

 

 “조용히 해, 이놈들아! 좋아, 니들 말대로 싸우고 싶으면 어디 한번 싸워 봐라. 주먹으로 치고받을 싸움을 말로 해서야 되겠냐?”

 

 “……?”

 

 “자, 각자 이걸 끼도록 해!”

 

 

 창배는 책장 밑에서 글러브 두 개를 꺼냈다.

 

 

 “자, 다 꼈으면 각자 마주 보고 서서 양 주먹이 맞닿을 정도로 쭉 내밀어 봐. 좋아 됐어! 이제부터 싸우는데 발은 절대 떼면 안 된다. 발을 뗀 사람은 반칙으로 지게 되는 거다. 알았나?”

 

 “네. 좋아요.”

 

 “저도 요.”

 

 “시간은 딱 2분간임을 잊지 마라! 자, 그럼 시작, 땡!”

 

 

 두 아이는 서로 상대방을 때리기 주먹을 한껏 앞으로 내 휘두르는데, 주먹이 상대 몸에 닿을 리가 없었다. 일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얼굴에선 구슬 같은 땀이 흘러내렸다.

 

 

 “자, 그만! 이제 됐냐?”

 

 “……네.”

 

 “어휴, 졸라 힘들어.”

 

 “싸우긴 녀석들아, 지금 그럴 시간들이 어디 있어!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집으로 들 돌아가 곧 학교에 가게 될 텐데, 뭔가 달라진 걸 보여 줘야 되잖아. 한 번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운동장에 아이들 전부 불러 모아 정식으로 하게 할 거니까, 알아서들 해라. 여학생들도 지켜볼 텐데 지면 얼마나 쪽팔리겠냐? 그래? 안 그래?”

 

 “그래요.”

 

 “됐어 이만 돌아들 가. 공부들 열심히 해라.”

 

 “……네.”

 

 “아, 재영이는 잠깐 남아. 관식이는 그냥 가고.”

 

 

 관식이는 잠깐의 동작으로 다리가 뻣뻣한지 어정쩡한 걸음으로 나갔다.

 

 

 “너, 재영이 이리 좀 앉아라.”

 

 

 재영이는 조심스레 창배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재영아, 너 왜 그동안 공부 그렇게 안 했냐?”

 

 “열심히 했어요.”

 

 “열심히 하긴, 녀석아! 열심히 한 놈이 고1이 되도록 인수분해도 모르냐? 뭐, 영어는 잘 읽지도 못했다며?”

 

 “아, 괴롭게 왜 자꾸 과거사 얘기를…….”

 

 “뭐, 과거……?”

 

 “네.”

 

 “그럼, 현재는……?”

 

 “저, 지금 옛날의 재영이가 아니거든요.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구요. 재영이가 달라졌어요. 이제 공부에 눈이 떠가요. 전엔 하려고 해도 뭘 알아야 하죠. 이젠 재밌어요. 저 설대 갈 거예요. 쪼이 선생하고 고스트 선생, 정말 짱 이예요, 짱! 짱!”

 

 

 재영은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좋아. 그렇게 하면 돼. 아인슈타인도 더하기부터 했으니, 그 하려는 자세가 중요한 거야. 너 꼭 서울대 가서 우리 학원 좀 빛내라. 알았지?”

 

 “네. 걱정 붙들어 매세요.”

 

 “그럼, 이만 들어가 봐.”

 

 “네.”

 

 “그런데, 너 너무 깝치는 경향이 있어. 인마!”

 

 

 문을 나서는 재영의 뒤로 창배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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