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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nom
작가 : 초파기
작품등록일 : 201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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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무단이탈
작성일 : 18-01-05     조회 : 499     추천 : 0     분량 : 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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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시에 취침 점호를 마친 학생들이 모두 침실로 들어가자 당직 선생을 제외한 나머지 선생들도 각자 숙소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새벽 한 시 사십 분 경, 학생부 나영호 부장은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취침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각 침실 순회를 시작했다.

 

 문과 반 침실이 끝나고 이과 침실을 돌며 각 침실문의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던 나영호는 순간 한 침실의 침대 위에서 반짝하는 작은 불빛을 놓치지 않았다. 나영호는 빠르게 문을 열어젖히고 문 옆에 있는 전등 스위치를 올렸다.

 

 그러자 순간 당황한 아이가 얼른 이불 속에 무언가를 숨기며 자는 척을 했다.

 

 

 “이리 내놔!”

 

 

 아이는 체념의 표정을 지으며 나영호에게 엠피스리를 건넸다.

 

 

 “너, 이름 뭐야?”

 

 “…… 김필성이요.”

 

 “엠피스리는 반입 금지품목으로 학원에 갖고 올 수 없는 것 알지?”

 

 “네. 담배를 끊는 중이에요. 그래서 음악을 들어야 참을 수 있어요.”

 

 

 그런데 좀 이상했다.

 

 일인용 침대가 나란히 세 개가 놓여 있는데, 환하게 불을 켜고 소란한데도 나머지 침대에선 미동도 없는 것이었다. 나영호는 이불을 제쳤다. 그러나 이불 속에 있어야 할 아이는 없고 단지 베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옆의 다른 침대도 마찬가지였다.

 

 

 “애들 어디 갔어!”

 

 

 나영호가 놀라 물었다.

 

 

 “…….”

 

 “여기 누구 자리지?”

 

 “……재남이…… 혁준이요.”

 

 “그런데 얘들 다 어디 갔어?"

 

 "……."

 

 "어디 갔냐고 묻잖아!”

 

 “……나갔어요.”

 

 “나가……?”

 

 “네.”

 

 “출입문을 다 잠갔을 텐데 어떻게…….”

 

 

 아이는 손가락으로 창문을 가리켰다. 나영호는 닫힌 창문을 열어젖혔다. 그러나 방충망이 있을 뿐 별 이상은 없었다.

 

 나영호가 방충망에 손을 갖다 대자 방충망은 밖으로 밀리면서 사람이 빠져나갈 정도의 틈이 생겼다. 방충망 끝은 칼끝으로 교묘하게 잘려있었다.

 

 

 “어디로 튀었어?”

 

 “몰라요.”

 

 

 나영호는 그 반 담임에게 전화했다.

 

 

 “아함-. 왜 무슨 일 있어요?”

 

 

 생활담임은 잠이 덜 깨 하품을 길게 하며 전화를 받았다.

 

 

 “유 선생님, 107호실로 빨리 좀 와요.”

 

 

 나영호는 이과 SM 반 담임인 유상우 선생이 오자 107호 침실로 데리고 가 창문을 확인시켰다. 순간 유상우 선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떻게 된 거요? 애들 자는 것 전부 확인했어요?”

 

 “다 자는 것 같아 저는 열두 시 반쯤 침실로 갔는데요.”

 

 “도대체 담임이 돼 가지고 창문에 방충망이 저렇게 뜯긴 것도 모르고 있고, 유 선생, 당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거요!”

 

 “죄, 죄송합니다,”

 

 “이런 한심한 사람 같으니라고. 지금 애들이 이 야밤에 어디로 간 줄도 모르고, 빨리 선생들 전부 소집시키세요!”

 

 

 학생부장인 나영호의 지시에 자고 있는 선생들 모두 잠이 덜 깬 상태로 나왔다.

 

 

 “학생 몇이 없어졌소. 빨리 주변을 찾도록 하시오!”

 

 

 선생님들이 학원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이들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내키진 않았지만, 나영호는 창배의 침실로 달려갔다.

 

 

 “뭐, 누가 없어져!”

 

 “재남이 하고 혁준이가 보이질 않습니다.”

 

 “뭐? 재남이하고 혁준이가……!”

 

 “네.”

 

 

 창배는 순간 퍼뜩 지피는 게 있었다.

 

 

 “문과 SM 반에 인영이 철주, 태호 침실이 몇 호지?”

 

 “112 홉니다.”

 

 

 숙소 침실 명단을 보며 나영호가 말했다.

 

 창배는 서둘러 112호로 달려가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놀랍게도 그 방 아이들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창배는 창문을 열고 방충망을 살폈다. 놀랍게도 거기도 똑같이 절단된 방충망이 원상태로 감쪽같이 감춰져 창배가 손으로 밀자 사람이 넉넉히 빠져나갈 공간이 생겼다.

 

 창배와 나영호는 각 침실의 자는 아이들이 깰까 싶어 남학생 숙소 뒤로 돌아나가 각 호실 창문 방충망의 상태를 하나하나 점검해 나갔다. 예상한 대로 107호와 102호를 제외한 각 호실의 방충망은 전부 멀쩡했다.

 

 창배는 107호에 남아있던 필성이를 불렀다.

 

 

 “필성아! 솔직히 말해라. 얘들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 아니지?”

 

 “…… 네.”

 

 

 창배는 겁에 질려 있는 필성이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전해 들었다. 점호 끝나고 조금 있다가 아이들이 창문으로 나간다는 것이었다. 그리곤 자신이 자다 일어나 보면 어느새 들어와 자고 있는데 어떤 때는 술 냄새까지 풍긴다고 했다.

 

 

 “음, 이놈들을……!”

 

 

 아이들은 점호가 끝나고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선생들이 자는 침실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주변을 다 뒤져봤어?”

 

 “네. 다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없어?”

 

 “네.”

 

 “하긴, 이 근방에 있을 거라곤 학원을 둘러싼 산이니……. 나 부장, 지금부터 선생님들을 포천이나, 연천 아니, 포천 쪽이 더 가까우니 포천 시내로 보내 샅샅이 뒤져보도록 해요. 특히 피시방이나 어디 애들 갈만한 곳은 한 군데도 놓치지 말고 모두 찾아보도록 하고!”

 

 

 창배의 지시로 나영호 학생부장과 선생들은 세 대의 차로 나눠 타 포천 시내로 들어갔다.

 

 한 시간 후, 창배는 앉아서 시시 티브이를 보고 있다가 정문 쪽에서 들어오는 차량의 불빛을 보고는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선생들이 타고 간 차 뒤로 웬 오토바이 한 대가 뒤를 따라 들어왔다.

 

 차 문이 열리자 선생들과 아이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 오토바이는 웬 거야?”

 

 

 창배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들어가서 말씀드리죠.”

 

 “모두 이리 와!”

 

 

 아이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창배 뒤를 따라 교무실로 들어갔다.

 

 

 “너희, 지금 술 먹었냐?”

 

 “……네. 조금…….”

 

 “얘들 어디서 찾았어?”

 

 “길가 포장마차에 앉아 술을 먹고 있었어요.”

 

 “저…… 술 먹은 게 아니고요. 칼국수를 먹고 있다가 재남이가 한 병 시켜 반주로…… 한 잔씩 들 했어요.”

 

 “뭐, 반주? 이런 얼빠진 놈들이 있나.”

 

 “학생부장! 저 오토바이는 어떻게 된 거야?”

 

 “너희가 말해! 이놈들아!”

 

 “길가에서 주웠어요.”

 

 “뭐, 주워…….”

 

 “……네.”

 

 “언제?”

 

 “한 보름 됐어요.”

 

 

 아이들은 밤에 시내에 나갔다가 치킨집 앞에 키가 꽂혀 있는 오토바이를 보고 타고 들어 와 학원 근처 풀숲에 숨겨두고는 밤이면 가끔씩 그것을 타고 나갔다고 했다.

 

 

 “언제부터 나가기 시작했어?”

 

 “그때가 처음이에요. 보름 전…….”

 

 “너희 거짓말했다간 당장 집으로 연락해 다 데리고 가도록 할 테니 알아서 해라.”

 

 “정말이에요.”

 

 “시내까지 어떻게 나갔어, 다섯 놈이?”

 

 “택시 불렀어요.”

 

 “뭐, 택시……?”

 

 “네.”

 

 “어떻게 연락을 해?”

 

 “핸드…….”

 

 

 말한 아이는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는지 말을 끊었다.

 

 

 “나 부장 이거, 이래도 되는 거야?”

 

 

 핸드폰 역시 학원에 갖고 들어올 수 없는 반입금지 품목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너희, 이놈들아 술 먹고 오토바이 타고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떡할 거야?”

 

 

 창배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일 사고라도 났더라면 형 창식이 말한 대로 학원 문 닫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전부 따라와!”

 

 

 창배는 아이들을 학원 인근 계곡으로 데리고 갔다. 어차피 지금 들어가게 해 고작 한두 시간 재울 바에야 이 기회에 확실한 정신교육을 시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학원 내에서도 이들끼리만의 이런 교류는 다른 아이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지로 이들 패거리를 시기하는 아이들의 투서가 건의함에 올라오기도 했었다.

 

 

 “자, 지금부터 전부 옷들 벗고 저 물속으로 뛰어들어간다. 선착순으로 실시!”

 

 

 아이들이 옷을 벗고 후다닥 계곡 물속으로 뛰어들어가자 창배도 옷을 벗고 잇따라 들어갔다. 밤이 되자 9월 초의 계곡물은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워 하마터면 '앗, 차가워'하는 말이 창배의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잘 들어라! 너희가 옛날에 무슨 하나회냐, 새끼들아! 왜 떼로 몰려다니며 지랄들이야!”

 

 “저…… 그렇게 몰려다니지 않았거든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비싼 학원비 내면서 하나라도 더 깨칠 생각을 해야지. 지금 너희들 이곳에 오고 싶어도 돈이 없어 오지 못 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게다가 너희는…….”

 

 

 창배는 ‘뭉텅이 돈들을 내고 과외까지 받는데’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려는 것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

 “저희가 무슨 기계예요? 스트레스가 쌓이는 건 어쩌라고요?”

 

 “어쭈, 재남이 너 이제 많이 컸다. 너, 인마 지금 유치하게 그것도 말이라고 하는 거냐? 잘났다, 정말. 갓 태어나는 아기가 왜 우는 줄 아냐? 스트레스 때문에 우는 거야. 생로병사가 다 스트레스야. 선생님이 뭐라고 했냐? 정 못 참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공부가 하기 싫어질 때 건의 함에 이름을 써넣으라고 했지? 왜 말들이 없어? 그 말, 했어! 안 했어!”

 

 “……했어요.”

 

 “너희 정말 스트레스 만빵이냐?”

 

 “네.”

 

 “좋아. 너희들은 이제 오늘부터 이곳에 천막치고 나와 5일간 합숙한다. 수업이 모두 끝나면 이곳으로 이동해 잠을 자고 내려가도록 한다. 한 이틀만 있으면 스트레스 다 풀릴 거다. 됐어. 내려가!”

 

 

 창배는 더 있으려 해도 물이 차가워 있을 수가 없어 뛰듯이 후다닥 먼저 물 밖으로 뛰어 나왔다.

 

 

 “그리고 너희들 침실은 오늘 당장 바꿔 전부 떼어 놓도록 할 거니까, 그렇게들 알고 있어!”

 

 

 팬티에 한쪽 발을 꿰차느라 기우뚱거리며 창배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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