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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nom
작가 : 초파기
작품등록일 : 201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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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겉마음 속마음
작성일 : 18-01-07     조회 : 352     추천 : 0     분량 : 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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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우진아, 네가 웬일이냐? 전화도 없이…….”

 

 

 태영은 우진이 학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깜짝 놀라 물었다.

 

 

 “정아를 여기서 만나기로 했어.”

 

 “약속한 거야?”

 

 “그래, 12시에 만나 점심 먹기로 했어.”

 

 “그래도 이제 열 시 반 밖에 안 됐는데…….”

 

 

 태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정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아가 오기 전에 자기하고 먼저 얘기 좀 할 게 있어.”

 

 “얘기? 무슨 얘기야?”

 

 “우리 이렇게 소원해도 되는 거야?”

 

 “소원할 일이 뭐가 있다고 그래?”

 

 “나 아무래도 자기한테 정아를 괜히 소개한 것 같아. 괜한 욕심에…….”

 

 “계획대로 잘 돼가고 있는데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자, 이리 와 봐.”

 

 

 태영은 우진을 원장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어, 이게 뭐야?”

 

 “뭐?”

 

 “저것 말이야. 웬 침대가 다 있어?”

 

 “응. 피곤하면 잠깐 눈 좀 붙이려고.”

 

 “전엔 없었잖아.”

 

 “갖다 놓은 지 얼마 안 돼.”

 

 “수상한데.”

 

 “이상한 상상 마.”

 

 “학원은 언제 내놓을 거야? 정아한테는 원장이 바뀌자마자 선생들이 애들을 다 데리고 나갔다고 했다며?”

 

 “그건 어차피 우리가 그렇게 하기로 꾸몄던 거였잖아. 그런데 정아 씨는 학원 쪽에 관심이 좀 많은 것 같더라. 학생들이 없어 적자인데도 선생들 월급 밀리면 안 된다고 하고 계속 돈을 투자해 학생 모집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것 보면 말이야.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고. 정아 씨가 학원을 내놓을 생각을 않고 있는데. 하긴, 뭐, 지금 내놓는다 해도 권리금은 고사하고 운 좋게 학원이 나가더라도 전세 보증금은 정아가 다 챙겨 갈 것 아냐. 어차피 우리야 뺄 건 다 빼 먹었으니까, 이젠 밑질 게 없어.”

 

 “참, 나 미치겠네. 그보다 정말 자기가 정아하고 정들면 어쩌라고.”

 

 “쉿, 조용……!”

 

 

 밖에서 문소리가 나자 태영이 손을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우진 이가 벌써 온 모양이구나.”

 

 “어머, 언니……!”

 

 

 우진이 환한 미소로 정아를 맞았다.

 

 

 “어서 와, 우진아!”

 

 “……?”

 

 “언제 왔니?”

 

 “으응, 조금 전에…….”

 

 

 정아는 태영의 맞은편 책상 서랍을 열더니 그 안에 백을 집어넣었다.

 

 

 “차, 뭐 마실래?”

 

 “아니, 생각 없어.”

 

 “그래, 조금 있다가 우진아, 우리 태영 씨한테 맛있는 것 사달라고 하자.”

 ‘우리 태영 씨……?’

 

 

 우진은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어서 와, 우진아?’

 

 그것은 마치 태영과 결혼을 한 안 주인으로서 자기 집을 방문한 손님에게나 할 말이 아니던가. 그리고 지금 정아가 백을 집어넣은 저 책상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우진은 괜히 마음이 초초해 지기 시작했다.

 

 

 “이 책상은 언니 거야?”

 

 “응. 가끔씩 나와 보려고. 그만둔 선생들이 아이들만 빼가지 않았으면 이 일도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뭐, 우리 태영 씨말로는 한두 달 안에 그 빠진 인원을 확보하겠다고 했으니 내가 한껏 뒷받침 해 줘야지.”

 

 ‘또 우리 태영 씨란다. 그리고 뭐, 힘껏 뒷받침을 해줘? 정말 놀고 있네’

 

 “응, 드디어 이제 언니가 할 일이 생겼네.”

 ‘그럼 저 구석에 놓인 침대는 또 뭐냐?’

 

 

 우진은 안에서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걸 참고 있자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머, 벌써 점심시간이 다 됐네. 태영 씨, 우리 나가요.”

 

 “저, 정아 씨. 우진이하고 둘이 가요. 급히 면접을 보러 오겠다는 선생이 있어서…….”

 

 

 우진의 기분을 감지한 태영이 말했다.

 

 

 “어머, 태영 씨 끼니 굶으면 안 돼. 올 때 초밥 사가져 올게요.”

 

 

 둘은 학원 옆 건물 2층에 새로 오픈한 일식집으로 들어갔다.

 

 

 “언니, 이진영 부장님은 잘 계셔?”

 

 “물론 잘 있지.”

 ‘앙큼한 것. 갑자기 이 부장은 왜 묻는 거야. 회사에서 늘 보면서.’

 

 “요즘 기획실 직원들이 고생을 아주 많이 해. 일이 부쩍 많이 늘어났어.”

 ‘정아 야, 그러니 넌 제발, 니 이 부장에게나 신경 써라!’

 

 “아, 그래서 진영 씨가 요즘 밤늦게 들어오면 세상모르고 곯아떨어지는구나.”

 ‘우진, 요것아, 그러니까 바로 그게 내가 더 태영 씨가 좋은 이유란다.’

 

 “언니, 남자들도 알고 보면 불쌍해. 참, 안 됐어.”

 ‘그러니, 이 부장에게나 신경 쓰란 말이야.’

 

 “다 그렇지, 뭐.”

 ‘얘야, 우리 태영 씨도 힘들단다. 그러니 너 제발 이 부장한텐 신경 그만 끊어라.’

 

 “이번에 언니 그 학원 차리는데 돈 많이 써서 어떡해. 언니가 무슨 돈이 그렇게 있다고.”

 

 “얘도, 참.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돈이 아니라, 그 무엇인들 다 못 주겠니.”

 

 “……!”

 ‘오, 마이 갓! 나, 돌겠어.’

 

 “우진아, 난 학원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 돈이 얼마가 들어가도 좋아.”

 

 “나는 언니가 그렇게 돈을 투자하고 혹시라도 학원이 잘못되면 어쩔까 걱정이 되는데.”

 

 “얘는, 그래야 그까짓 몇 푼이나 한다고.”

 

 “언닌 정말 돈이 많은가 봐. 어쨌든 일단 학원이 잘 돼야지.”

 

 “잘 되겠지. 얘, 어서 먹자. 맛있겠다.”

 

 

 정아는 냉이 간장에, 우진은 초고추장에 회를 찍어 각자 입으로 가져갔다.

 

 

 “우흡-. 맛있어. 여기요, 회 포장 하나 추가요!”

 

 

 우진이 눈이 휘둥그레 정아를 쳐다봤다.

 

 

 “우진아 우리 점심 먹고, 머리 다듬으러 갈래?”

 

 “언니 머리가 어때서?”

 

 “생각난 김에 좀 짧게 숏 컷으로 자르게, 학원에 덩치 큰 녀석들도 많은데 좀 예쁘게 보여야지.”

 

 “언니나, 갔다 와. 난 오랜만에 월차라 할 일이 좀 있어.”

 

 “그럼 할 수 없지, 뭐.”

 

  ***

 

 “잠깐만 앉아 계세요.”

 

 

 미용실 여자는 정아에게 차를 갖다 놓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숏컷의 머리, 박스 티에, 찢어진 청바지의 보이시한 옷차림. 더 이상 나이 먹기 전에 한 번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정아는 옆에 놓인 여성지를 펼쳐 들었다.

 

 

 “어머, 이게 뭐야?”

 

 

  <우리 아이를 잘 지도해주신 대천 아카데미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올해 고 1이 된 저희 아들은 정말 골치 아픈 아이였습니다. 부모지만 꼴찌라도 고등학교 들어갔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니까요.

 그러다 우연히 대천 아카데미 여름 캠프에 들어간 아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 변화야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늘 못된 아이들과 어울려 피시방에 드나들고 집에서도 게임만 하던 아이가 이제는 제가 간식 들고 오는 것도 방해가 되고 시간이 아깝다며 어디서 들었는지 이외수 아저씨가 교도소 철문을 달고 칩거해 글을 썼던 것처럼 자기 방도 교도소 철문을 달아 달라고 합니다.

 우리 아이 말대로 정말 철문을 달아주어도 되는 걸까요?

 혹시 너무 공부해 건강을 해칠까 심히 염려된답니다.

 대천 아카데미 학원에서는 그 짧은 기간에 도대체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하기에 학부모에 이런 행복한 고민을 안겨 주는 걸까요. 정말 대천 아카데미에 감사드리며 이 글을 마칩니다. 참, 저희 재수하는 큰애도 보낼 예정입니다.

 

  행복한 고민에 빠진 화성증권 사장 부인 김연희

 

 

 “화성증권 사장…… 부인……?”

 

 정아는 <여성 성지> 잡지를 손에 든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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