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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nom
작가 : 초파기
작품등록일 : 201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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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비밀녹음
작성일 : 18-01-14     조회 : 364     추천 : 0     분량 : 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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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진영 씨! 오늘 어떻게 이렇게 일찍 와?”

 

 “으응, 회장님이 뭐 좀 지시한 게 있어.”

 

 “진영 씨한테……?”

 

 “응.”

 

 “뭔데, 자기를 직접 시켜?”

 

 “사실 말하면 안 되는데, 이건 정아 씨만 알고 있어.”

 

 “……?”

 

 “회장님이 웬일인지 기숙학원에 대해 조사를 한번 해 오라는 거야.”

 

 “……!”

 

 

 정아는 단박 회장의 속뜻을 파악하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태영이 만든 자료를 조만호 회장이 보게 되면 혹해 안 하고는 못 배기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아 자신도 그 보고서를 보고 망설임 없이 바로 조만호를 찾아간 것도 그런 이유가 있었다. 기숙학원 그것 잘만 하면 완전히 돈을 긁어모으는 사업이었다.

 

 

 “화성그룹에서 그런 소규모 업종을 하면 안 될 텐데……. 그나저나 자료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진영 씨, 그 자료 내가 줄게.”

 

 “뭐? 정아 씨가 어떻게 그걸……?”

 

 “내가 그쪽을 한번 해보려고, 시장조사를 다 해 봤는데 굉장히 전망이 좋고 떼돈 벌겠어.”

 “그래서 정아 씨가 돈이 필요했던 거구나.”

 

 “그래, 그건 나중에 얘기하려 했어. 그런데 그 돈으론 어림도 없어. 잠깐 있어 봐.”

 

 

 정아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곧 자료 하나를 들고 나왔다.

 

 

 “내일 나가서 표지만 바꿔. ‘신규 사업 검토’로 하든가.”

 

 

 진영은 정아가 가져온 자료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었다.

 

 

 “우와 보고서를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지? 마치 누구라도 이걸 보면 빚을 내서라도 안 하곤 못 배길걸. 기숙학원 시장성이 이렇게 좋은 거야?”

 

 “응. 나도 처음엔 깜짝 놀랐어.”

 

 “그런데 어찌 조금 이상하긴 한 것 같은데.”

 

 “뭐가?”

 

 “이렇게 좋은 사업이라면, 그간 사람들은 그걸 왜 몰랐을까? 이거 정아 씨가 만든 거 맞아?”

 

 “아, 아니, 우리 사촌 오빠가…….”

 

 “그래?”

 

 

 진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할 수 없지. 시간이 없으니, 이거라도 갖다 줘야지. 뭐 잘 했겠지.”

 

  ***

 

 조만호 회장과 정아가 약속한 이틀 후.

 정아는 힐튼호텔 프런트에서 키를 받아 예약된 룸으로 들어갔다.

 

 조만호 회장이 오려면 앞으로 한 시간은 있어야 한다. 조만호와의 만남은 항상 정아가 먼저 와 조만호를 기다렸었다. 그러다 조만호가 오면 섹스를 나누고 조만호가 먼저 나간 다음 한두 시간쯤 후에 정아가 나갔다. 혹시 모를 보안 차원에서 그랬는데 그 기다리는 시간은 늘 무료했다.

 

 호텔 측에서야 출입자의 신분은 철저히 비밀에 부치겠지만 조만호의 경우는 그런 쪽에 유난히 더 신경을 쓰곤 했다.

 

 정아는 샤워를 한 후 미니바에서 찬 음료를 꺼내 들고 소파에 가 앉았다.

 

 창배가 기숙학원에 간여하고 있다는 건 전혀 뜻밖이었다. 분명 창식이란 인물은 창배의 형이나 동생이 분명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유진 나노테크가 신문 지상에 크게 오르내리자 전면에 자신이 나서기가 껄끄러워 대리인을 내세웠으리란 생각이었다.

 

 정아는 태영이 작성한 기숙학원에 대한 보고서를 꺼내 읽다가 인기척이 나자 얼른 핸드백 속에 집어넣었다.

 

 

 “언제 왔나?”

 

 “조금 전에요.”

 

 

 정아는 얼른 조만호의 양복 상의를 받아 들었다. 조만호는 점심 반주를 했는지 말할 때 약간의 술 냄새를 풍겼다.

 

 

 “어떻게 생각해 보셨어요?”

 

 “네가 꽤나 급한 모양이구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잖아요.”

 

 “내가 안 한다면 어떡할 테냐?”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요.”

 

 “이렇게 하자꾸나. 이리 와 앉아라!”

 

 

 정아는 조만호의 옆에 가 앉았다.

 

 

 “난 솔직히 그 사업이 어떨지는 모른다. 단 너를 믿고 화성그룹과는 독립채산제로 비용 전부를 투자할 테니, 그렇게 알아라.”

 

 “제가 삼십억을 낸다고 했잖아요?”

 

 “아냐,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사업에 동업은 없는 거야. 망해도 내가 혼자 망할 테니까. 혹시 네가 지분 때문에 그렇다면 앞으로 네가 하는 거로 봐서 지분을 어느 정도 네 앞으로 떼어 주도록 하마. 그러니 나에게 잘해야 한다. 알겠니?”

 

 “정말이에요?”

 

 “그럼.”

 

 “아이, 고마워요, 회장님!”

 

 

 정아는 조만호의 목에 팔을 걸고 쪽 소리가 나도록 볼에 뽀뽀를 했다.

 

 

 “그런데 얼마나 투자하실 생각이에요?”

 

 “이백억을 책정했다. 그런데 이건 화성그룹과는 일체 관계있는 거로 해서는 안 되는 것, 명심해라. 그래서 너를 대표이사 원장으로 할 테니까?”

 

 “네. 그건 염려 마세요.”

 

 “그리고 당장 학원 운영계획은 다 세운 거냐?”

 

 “네. 빨리빨리 서둘러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바로 학생 모집 들어가야 돼요. 그런데……."

 "뭐야?“

 

 "학원 건물을 짓고 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그게 문제예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거 봐, 내가 그럴 줄 알았다. 그걸 짓고 하려면 언제 무슨 수로 그때 학생들을 모집해? 가평 부근에 성보그룹 연수원이 있는데 건물을 아주 잘 지었다. 내가 가서 봤는데 학원 터로는 아주 좋아. 김일호 회장이 그것을 나한테 넘기겠다고 했어. 그걸 쓰도록 해라. 아마 손 안 대고 그대로 학생들을 받아도 될 거다.”

 

 “어머, 그것까지, 역시 회장님은……. 그렇지만 저는 거기에다 돈이 더 들더라도 다른 학원과 달리, 최신식 시설로 할 거예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하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일에 매달리도록 해.”

 

 “네.”

 

  ***

 

 “진영 씨! 회장님이 백칠십억 내고, 내가 삼십억 내 기숙학원 하기로 했어. 진영 씨도 나중에 화성그룹 그만두게 되면 그리로 와, 알았지? 그땐 자기가 회장을 하는 거야.”

 

 

 새로운 사업에 들떠 함께 축하주를 나누어 마신 진영은 정아가 자러 방으로 들어가자 서재에 들어가 소형 녹음기를 꺼내 들었다.

 

 

 “이 기숙학원 건은 누구에게도 이야기해선 안 되네. 심지어 조영기 사장이 알아서도 안 돼. 알겠나?”

 

 

 조만호 회장에게 ‘화성그룹 학원사업 타당성 검토’란 제목의 보고서를 갖고 들어갔을 때 안주머니에 넣어 조만호가 말한 내용을 녹음한 것이다. 창배는 녹음기와 보고서를 봉투에 집어넣어 책상 서랍 속에 던져 넣고는 길게 기지개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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