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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nom
작가 : 초파기
작품등록일 : 201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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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공부 잘하면 장땡인가
작성일 : 18-01-16     조회 : 394     추천 : 0     분량 : 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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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을 한 달여 앞두고 창배는 교무실에 잠시 선생들을 불러 모았다.

 

 전에 생각했던 대로 탐구 과목 선생들 몇은 가능하면 수능시험이 끝날 때 까지 타 학원이 아닌 대천 아카데미에서만 아이들 질문을 받아주고 강의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부탁을 했다.

 

  특히 나침반 김인수 선생과 천체우주 원종호 선생은 이비에스 인강까지 줄여가면서 기꺼이 창배의 뜻에 따라주었다. 이는 당장 눈앞의 이익만 좇아서는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원장인 창배의 교육에 대한 열의와 대천 아카데미의 가능성이 엿보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 시간이 없으므로 간단히 말하겠습니다. 이제 수능일이 한 달 남았습니다. 대천 아카데미가 개원 원년의 이 짧은 기간에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러분들이 애써주신 덕분입니다. 이번 수능만 잘 넘기도록 합시다. 그러면 예상컨대 내년에는 폭발적인 발전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여러분에게 한 가지 당부드릴 말씀은 일부 선생님들이 수업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리기 전에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벨이 울리기 전에 나오지 않도록 유념해 주세요. 물론 강의하다 진도를 더 나아가기도 그렇고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정 그럴 경우에도 강의는 하지 않더라도 꼭 자리에 있어 주기를 당부합니다. 수업 중인 타 반에 지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학부모님들이 전화로 저한테 항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아이들이 교실에서 너무 떠든다는 겁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애들 기분 맞춰 준다고 그냥 놔두지 말고 절대 혼을 내주세요. 학원 종강 시까지 엄격히 다루세요. 이와 관련해 어떤 일이 발생해도 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일제 얼마 남지 않은 수능, 모두 힘을 합쳐 지도하는데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 이제 수업들 들어갑시다.

 

 

 창배는 교무실에서 나와 총무부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창배가 들어서는 것을 본 총무부장이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나이가 창배보다 어리긴 해도 아무래도 형 창식의 손아래 동서라 함부로 대하기가 어려웠다.

 

 

  “어떠세요,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기는요, 전에 회사 다닐 때 보다 훨씬 수월한데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지금 윈터 캠프 들어올 학생은 얼마나 접수됐죠?”

 

 “어제까지 150명입니다. 이대로 가면 한 400명 정도 되지 않겠습니까?”

 

 

 창배가 생각하기에도 한 500명은 들어올 것 같았다.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하루에도 상담 문의 전화가 열 대건 씩 오곤 했다. 짧은 한 달 기간으로 단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창배는 이대로라면 수능 후 재수생 선행반 모집도 거의 대박을 치리라 생각했다. 지금도 군 제대를 했거나, 고3 재학생들이 벌써 등록을 했거나 선행반 개강을 묻는 전화를 걸어오곤 했다.

 

 

 “참, 그리고 원장님, 태호 그만둔다고 하는 얘기 들으셨어요?”

 

 “태호……?”

 

 “문과 SM 반, 이태호요. 어머니가 이쪽으로 전화 주셨어요. 정산해 달라고.”

 

 “그 반 담임한테 아무 얘기 듣지 못했는데.”

 

 “어머니가 잘 모르니까 아마 이쪽으로 전화를 한 것 같습니다.”

 

 “그놈 나가면 안 되는데…….”

 

 

 창배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태호는 재남이 친구로 조영기 부인인 재남이 엄마가 올 때 4명을 한꺼번에 승합차에 태워 데리고 온 애였다. 더구나 특별 지도까지 받고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금 나가겠다고 연락을 해 왔다니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태호, 개인 신상카드 복사해 놓은 것 있죠?”

 

 “네.”

 

 “이리 주세요.”

 

 

 창배는 직접 어머니에게 전화하기로 했다.

 

 

 “태호 학원 원장입니다.”

 

 “아! 그러세요?”

 

 “태호 때문에 전화 주셨다고요?”

 

 “네. 태호 학원을 그만두고, 집에서 할까 하고요. 그래서 내일쯤 데리러 갈까 하는데요.”

 “어머니, 이제 고작 한 달가량 남았는데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게, 저…….”

 

 “말씀하세요. 태호는 서울대를 가야 할 텐데.”

 

 “사실…… 좀 창피한데, 이제 저희가 태호 학원 보낼 형편이 안 돼요. 저희도 남은 한 달 어떻게든 해보려 했는데…….”

 

 “……?”

 

 

 창배는 손에 들고 있는 태호의 신상카드를 들여다봤다. 아버지 직업란에 공무원이라고 태호가 적었다.

 

 

 “형편이라면, 돈 때문에……?”

 

 “네. 학원비, 과외비에 이제 더 돈 나올 데가 없어요. 태호 하나 좋은 대학 보내려고 지금 고등학교 이 학년인 걔 동생은 학원도 못 보내요.”

 

 “생활기록카드를 보니까 아버지가 공무원이신데…….”

 

 “네. 실은……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이에요.”

 

 “……?”

 

 

 창배는 의문이었다. 태호 아버지가 환경미화원이라니. 그런데 어떻게 재남이 같은 엄마하고 어울리게 된 건지 몹시 궁금했다. 더구나 과목당 오백만원씩 고액과외까지 했으니.

 

 

 “재남이 하고 우리 애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니까 엄마들 자연스레 알게 됐어요. 뭐……굳이 아빠가 뭐 하는지 말할 필요는 없었고…….”

 

 

 태호 엄마는 살고 있는 조그만 아파트를 팔아 전셋집으로 옮기려 한다고 말했다. 태호만 서울대 가면 그까짓 곳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창배는 형 때문에 학원을 가지 못했던 태호 동생을 생각했다. 승자 독식 시대에 태호 동생은 출발선에 서기도 전에 형을 위해 벌써 그 자격을 포기 당한 것이다.

 

 창배는 순간 어떡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태호가 공부를 못한다면 야 그러라고 선뜻 결정을 하겠지만 다행히 공부를 잘 해 계획대로 서울대만 간다면, 아니 연대, 고대라도 가게 되면 학원 홍보에 도움이 되리란 생각을 했다.

 

 

 “저, 어머니, 학원비를 반값만 내면 어떨까요?”

 

 “그럼 과외 수업받는 건요?”

 

 “그건, 내셔야죠. 선생 개인이 하는 건데.”

 

 “사실, 그 금액이 큰 건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어쩌시게요?”

 

 “내일 데리러 갈게요.”

 

 “…….”

 

 “몇 시에 가면 되죠?”

 

 “알았어요. 오지 마세요. 그것도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그냥 놔두세요.”

 

 “어머, 정말 그래 주시겠어요? 고마워요, 원장님!”

 

 ‘이런, 시발……’

 

 창배는 입 밖으로 욕이 튀어나오려다 앞에 형의 동서가 있어 그냥 집어삼키고 말았다. 자식이 공부 잘 하면 저렇게 염치가 없는 건가. 창배는 태영이 서울대 가면 아예 본전을 뿌리째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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