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1주일채 남은 학교생활이였다.
친구도 즐거움도 없지만, 학교를 빼먹으면 곧장 부모님께 연락이 갈테니
학교를 빼먹을 계획은 애초에 꿈도 꾸지않았다.
내가 학교에서 하는일은 많지 않다.
등교후 실내화로 갈아 신은 후 곧장 내 책상에 엎드려 자는척을 하는것과,
수업시간에 정말로 졸거나 아니면 수업을 열심히 듣고 수업중 선생님의 쌩뚱맞은 질문이나 장난에
아이들이 웃을때 함께 웃는것, 아니면 쉬는시간 화장실에 숨어 핸드폰을 하는 정도이니.
지금까지 해 온 것이 썩 좋지는 않다. 혼자있고 싶다는 말에 정말 혼자가 되고싶어하는 사람은 적다고 난 생각한다.
그렇지만 함께 어울리지 못하니 이내 혼자이고 싶어하는 척 하는거지.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게 최악은 아니다.
그러기에 방학전 남은 기간도 조용히 지내고싶었다.
8시 40분 반에 들어와 가방을 책상 옆에 걸고는 이어폰을 꼽고 책상에 바로 엎드렸다.
이어폰에선 영어 노래가 흘러나왔다
"Sunday is gloomy my hours ar......"
'알게 뭐람'
허리가 가끔 아프기도한데 이 자세가 역시 제일 마음 편하다.
우리반은 자리배정을 자주 하지 않는데 이자리도 이제 개학이 일주일 남았으니 1학기 고정인가 싶다.
내 뒷자리는 민석이인데 수업시간전에 왜 항상 이 자리에 애들이 모여드는지 모르겠다.
민석이 성격이 좋은걸까 얼굴이 평범하지 않긴 하다, 물론 나쁜쪽으로..
민석이 애들이 자리에서 떠드는 내용은 주로 머리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16살 남자 애들의 말과 게임얘기.
형용사나 감탄사 같은 단어엔 '시발'이 빠지지 않는다.
나라도 얘네 말투는 따라 할 수 있다. 학교에서 만나면 웃선 '야이 시발새끼야'라며 인사를 하고
대화중에 놀랄 때도 '와 시발..' 아니면 '시발?' 이런 대화가 대부분이다.
얘네 얘기를 듣고있으면 어릴때 가장 먼저 배운 단어가 '시발'이 아닐까하다 물론, 무엇의 시발점이란 뜻은 더욱 아닐테고
이런 실속없는 대화에 가끔 어이없어 웃기도 하는데 내 웃음코드가 이상한건지 자는척하는걸 걸릴 뻔한 적도 몇번 있다.
선생님은 55분쯤 들어오신다. 다른반 담임 선생님들은 다들 별명이 있으신데,
유독 우리 선생님을 아이들은 그냥 쌤이라고 부른다.
졸업한 선배들도 유독 우리 담임을 많이 찾아온다는데 그럴만한 사람일까.
선생님은 나이에 맞지않는 백발에 입가와 눈가엔 주름이 가득하다.
누가봐도 선생님을 50대 초반으로 보진 않을거다.
"반장 인사해라"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난 우리 담임이 마음에 든다. 아침에 인사 외에는 따로 터치하지않으니까.
가끔 눈이 마주칠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담임은 날 보는게 아니라 창 밖을 보는것 같기도 하다.
보통은 눈을 피할텐데 계속 주시하니까.
아니면 계속 지켜본건가.
"핸드폰들 다 내고, 반장 오늘 며칠이지?"
"10일이요"
"그럼 현진이부터 1교시 끝날때마다 상담실로 와라"
방학도 얼마 안남았는데 뭐지 고등학교 상담인가싶었다.
그리곤 10번부터면 난 16번이니까 내일하겠다는 안도감이 컸다.
그래봐야 조삼모사같기도.
"그럼 시험 끝났다고 졸지 말고"
우리 반의 아침 조례가 끝났다.
그냥 담임 직책만 맡는 저런 선생이 다른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다는걸까. 난 이해가 안된다.
어쨋든 1교시는 도덕이니까 좀 자둬야겠다.